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71화 (371/458)

< 제 371화. >

5명이 한 팀이 되어 움직이는 SKY PMC의 대원들.

한 팀당 고려인 특전단의 정예들이 1명 내지 2명씩은 꼭 포함되어 있었다. 나머지는 PMC의 코드 대원들과 특급 대원들이 빈 자리를 매꾸었다. 고려인 특전단 아이들에게 실전 경험을 키워주기 위해서 굳이 1팀에 5명이라는 구성을 꾸렸다.

원래였다면 1팀에 3명적도의 코드대원과 특급대원들이 움직였을 것이다.

-그래, 우리 구축함이 이제 소말리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에 도착했다는 소식이다.

“선박은 안전하게 확보했습니다. 선원들 역시 마찬가지고요, 지금쯤 빠르게 세네갈로 향하고 있을 겁니다.”

-원래 아이티로 향하던 전함들 역시 소말리아를 직접타격 할 수 있는 영해까지 접근했다고 하더구나.

“그래요?”

-그래, 원래는 겁만 줄 거라더니, 굳이 우리 군의 전함을 소말리야 영해까지 접근시키려는 의도가 무엇이냐?

“소말리아 땅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더라고요?”

-이놈아, 그랬다가는 정말 제2의 대항해시대라며 욕을 할게다.

“먼저 건드린건 그놈들이 아닙니까? 대한민국이 고작 소말리아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는 말씀입니까?”

-크음···

할아버지가 고민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아직 대한민국은 세상을 향해 마음껏 기지개를 켤 만큼 강대국이 아니었다. 강대국이 되어가는 과정일 뿐이었다. 최소한 앞으로 2년은 더 지나야 마음껏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때쯤이면 미국은 대선 바람에 휩싸여, 혹은 이미 당선된 장인어른의 입김으로 무시해도 좋을테니까.

그게 아닌 현재는 마음껏 자유롭게 움직이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고 있었다. 솔직히 충무공 구축함이 자유롭게 이곳까지 온 것 역시, 일본을 억제시켜놓고 중국과 북한과의 문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리라. 그게 아니었다면 쉽게 대한민국의 영해를 빠져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다.

국가 안보 문제라는 게 있으니까.

“선전포고 비스무리한 발표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후우, 전쟁을 일으키자고? 이놈아 우리가 무슨 세계평화를 수호하는 미국이더냐?

“세계평화, 아주 좋은 명분이죠. 소말리아를 대한민국에서 국제적 테러 단체로 명명하는건 어떨까요? 전쟁이 아닌 테러 소탕 작전 같은 느낌으로요.”

-국민들이 가만히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하느냐?

난 고개를 돌려 호석을 바라보았다.

“정 대표님.”

“예, 회장님.”

“지금 청와대로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동영상 보내드리세요.”

“속도 때문에 조금 시간이 걸립니다.”

“예, 일단 보내세요.”

“예, 회장님.”

다시 전화에 집중했다.

-무슨 동영상?

“우리 선박이 납치되는 과정과 그 납치에서 벗어나는 모든 과정이 담긴 동영상입니다.”

-그걸 동영상으로 찍었어?

“SKY의 모든 유통과정은 블랙박스로 촬영됩니다. 물론 장비에 따라 화질이 다르지만··· 인물정도는 충분히 구분이 됩니다. SKY LINE의 대형 화물선에는 당연히 좋은 장비가 달려있었고요.”

-그래서, 그게 우리 국민들의 여론을 움직일 정도로 임팩트 있는 동영상이더냐?

“제가 직접 인질로 잡혔었습니다.”

-뭐?

할아버지의 언성이 높아지셨다.

-지금 뭐라 그랬더냐?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직원들을 대신해 제가 직접 인질이 되었었습니다.”

-네 놈이 미쳤구나, 그 동영상이 풀리면 루시가 네 놈을 가만두지 않을게다.

“다행히 루시가 지금은 아이티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네요.”

-순식간이야··· 정보화시대가 도래하지 않았더냐? 아이티라고 인터넷이 안 돼?

“그래도 며칠은 괜찮겠죠, 그리고 할아버지와 통화하기 전에 이미 루시와 통화를 했고요.”

-후우, 그 뿐이 아니다 이놈아. 네 놈은 내 핏줄이야, 내 핏줄이 감히 허락도 없이 위험을 무릅써? 네 놈이 정녕 나와 대련을 하고 싶은가 보구나.

서운함.

분노를 토해내는 할아버지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죄송해요 할아버지, 그래도 저 역시 한 회사를 이끄는 수장입니다. 수장이 가족같은 수하의 위험을 보고 무시한다면 저는 오히려 할아버지의 손자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으음.

“그러니 앞으로는 이런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못하도록 테러범들의 뿌리를 뽑고 싶습니다.”

-하, 명분이 좋구나 썩을 놈아.

적나라한 욕설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내가 변태라서 그런 게 아니라 할아버지가 나를 한 단체의 수장으로 인정해주시는 것 같기 때문이었다. 물론 할아버지의 진심어린 걱정 역시 느껴지는 것 같았고.

전 삶.

어쩌면 난 이런걸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달콤한 말들에 의지했고 말이다. 물론 그것들은 모두 거짓이었고 나를 엮기위한 수작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말이다.

“부탁드려요.”

-후우, 어떻게 해 주면 되겠느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해 주시죠.”

-하, 과거의 마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대통령처럼 말이더냐?

“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 선언.”

-소말리아를 피바다로 만들 생각이구나.

“지휘부는 제가 직접 처리합니다.”

-네놈이 직접이 아니고 SKY PMC가!

버럭 소리를 지르시는 할아버지.

“예, 예. 최대한 몸 사릴게요, 우리 대원들과 제 친위대 만만치 않다는 건 할아버지가 더 잘 아시잖아요?”

-후우, 해군과 공군도 움직여야겠구나.

“공군이 이곳까지 오는데는 꽤 무리가 있을 겁니다.”

-이라크에서는 놀고 있는 줄 아느냐? 대부분 공병이지만 공병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말거라. 아프간과 이라크에도 우리 군이 있어.

“미군이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흥, 부쉬 놈이 전쟁을 질질 끌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다른곳에 시선을 돌려주면 오히려 좋아할 걸?

“그럴수도 있겠네요.”

-후우.

잠시 한 숨을 토해내며 숨을 고르신 할아버지.

-우선, 여론을 보고 움직여야겠구나. 함부로 군사력을 동원 할 순 없다.

“소말리아를 직접타격 할 수 있는 영해에 있는 것 만으로도 놈들에겐 많은 제약이 따를겁니다.”

-그렇겠지, 아마 바쁘게 움직이겠지 정신없이.

“예, 그리고 그틈에 우리 PMC가 수뇌부를 파고들겁니다. 그들을 제거하면 오합지졸일 뿐이죠, 신의 전사라는 깡다구 하나 믿고 설치는.”

-그게 제일 무서운 것이란다.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할아버지는 아직 우리 PMC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어떻게 상대하는 지 잘 모르신다.

수니파와 시아파. 두가지 부류로 나뉘는 이슬람 그 안에서 또 세세하게 여러가지 결로 나뉘지만 어쨌든 우리 PMC는 내 지시하에 수니파를 다루는 법, 시아파를 다루는 법, 알 카에다와 탈레반을 다루는 법을 혹독하게 훈련받았고, 실제로 아프간과 중국, 이라크에서 경험을 획득했다.

그리고 아프간과 중국 그리고 이라크에서도 우리 PMC는 탈레반과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단체놈들에게 어마어마한 악명을 얻어냈다. 단 한명의 인명 피해 없이 그들을 도륙하고 다녔던 정예중의 정예들이라는 뜻이었다.

“놈들은 SKY PMC의 존재만 보도고 벌벌 떨게 될 것입니다. 물론, 소말리아는 조금 특수하긴 하지만요.”

-공중지원이 없으면 힘들 수 있다.

“그 부분도 괜찮습니다. 당장 아이티에서 기용할 수 있는 PMC의 대원들의 숫자가 5천명이니까요.”

-이놈아, 전쟁에 이골이 난 정예들이 아니잖으냐.

“어쨌든 당장 숫자가 그렇다는 겁니다. 저 역시 가족같은 우리 대원들을 사지로 내몰 생각은 없어요. 전쟁에 이골이 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리 대원들은 소말리아의 잡졸들과는 궤가 다릅니다.”

-오냐, 자부심은 알았으니 자만하지 말거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할아버지와 계속해서 소말리아에 대한 대화를 주고받는 사이, 어느새 동영상 전송이 완료되었는지 할아버지의 잠시 기다리라는 소리를 들었다.

-흐음, 확실히··· 놈들은 매우 위험하고 무식해 보이게 포장된 동영상이구나.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오냐, 획기적인 반전이 될지는 모르겠구나, 인터넷을 이용해 한번, 국민들의 뜻을 물어보겠다.

“SKY의 회장인 제가 인질로 잡히는 장면은 분명, 국민들께 크게 뜻하는 바가 있을 겁니다.”

자화자찬 같아 굳이 얘기하거나 언급하고 싶지는 않지만 대한민국의 경제기둥은 솔직하게 ‘나’였다.

SKY가 쓰러지면 대한민국은 쓰러진다.

그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현 대한민국은 SKY가 주는 압도적인 편의성에 이미 중독되어 있었다. SKY의 모든 제품은 타국에서 구입하는 것 보다 대한민국 내에서 구입하는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타국에서는 SKY의 제품을 약 1.5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만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모바일 시장의 점유율은 세계 1위이며 가전제품의 점유율은 1위와 2위를 오락가락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밖에 유통과 여객, 자동차 산업까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SKY였다.

SKY관련 산업에 종사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숫자는 72만명이었다. 거기에 SKY와 협업을 하는 다른 기업들의 종사자들까지 합친다면 설명하지 않아도 친 SKY의 국민들 총원은 어마어마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내가 위험했다.

그 동영상이 줄 파급력에 대한 대충의 설명으로는 충분할테다. 또, SKY의 좋은 이미지를 더해줄 영상이기도 했다.

‘회장이 직접.’

여태껏 대한민국의 어떤 재벌도 저런 일은 없었을테다. 오직 SKY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여간 위험 한번 무릅쓴걸로는 아주 뽕을 뽑을 생각이구나.

“에헤이, 방금전까지 무진장 걱정하시던 분 어디가셨나요?”

-쯧, 이런것까지 생각하고 일을 저지른 것이냐?

“동영상에 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장의 눈을 보니 가족에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더군요.”

-하.

“충동적이었지만, 아쉽게도 그 순간에 이용해야겠단 생각도 했습니다.”

-쯧, 조심하거라 이제라도.

“예, 알겠습니다.”

-네놈이 바란 선전포고 정도는 얼마든 해줄 수 있을 것 같구나. 실제 군사작전이 가능한지는 미지수고.

“예, 그거면 일단 됩니다.”

-오냐, 대원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거라.

전화를 끊었다.

할아버지가 뭐라하지 않으셔도 난 내 대원들의 목숨을 소중히 여길 생각이었다. 절대 위험한 작전을 억지로 진행하지 않는다.

차라리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을 미군의 도움을 받으면 받았지 내 대원들을 사지로 몰 생각은 없었다. 물론, 부상과 죽음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는것이 군사작전이다.

생존, 생환 확률이 높은 작전이 아니라면 애초에 진행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SKY였다. 물론 잣대라는 것을 어디에 두드냐에 따라 확률은 달라질테지만, 그것은 내가 아니라 호석이 알아서 조절 해 줄테다.

“회장님, 대원들이 알파 장소에 도착했습니다.”

“그럼 우리도 가죠.”

“예.”

난 헬기에 올랐다.

알파장소.

그곳에 가기 위해서였다.

***

똑똑똑.

다 쓰러져가는 나무문을 두들겼다.

안쪽에서 시끄럽게 들리는 아랍어.

“문 열어.”

난 명령조로 영어를 내 뱉었다.

잠시 조용하더니 이내 문이 삐그덕 거리며 열렸다.

그리고 날 바라보고 놀란 토끼눈을 뜨고 있는 시아드 바레를 만날 수 있었다.

“반가워, 또 보는 군.”

내 인사에 놈은 아랍어로 뭐라 욕을 하며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간다. 아마도 권총따위를 뽑으려는게 아닐까 싶었다.

파박.

단숨에 놈에게 쇄도한 나는 허리춤에서 꺼낸 군용 대검을 놈의 목 언저리에 뎄다.

“거기까지, 손가락 하나라도 까딱하면 네놈 피가 몇미터나 뿜어져 나올지 확인 해 보고.”

꿀꺽 침을 삼키는 놈.

거기에 더해 놈이 눈알을 또르르 굴려 내 뒤쪽을 확인한다. 뒤쪽에는 이미 호석을 포함한 5명의 대원들이 소총을 들어올리고 놈을 겨누고 있는 상태였다.

“네 놈은 보일지 모르지만, 내 눈에는 네 놈 이마에 선명한 레이저포인트가 보이는 군.”

다시 한 번 마른 침을 삼킨 시아드 바레게 천천히 양손을 들어 올린다. 어느새 곁에 다가온 호석이 놈의 몸을 이리저리 만지며 무장을 해제시킨다.

툭, 툭.

칼과 권총 한자루씩이 바닥을 나뒹군다.

소파라고 부르기 민망한 더러운 소파에 털썩 놈을 밀어서 앉혔다. 그러고는 다부서져 삐그덕 거리는 나무의자를 가져와 놈의 맞은편에 앉았다.

“선택지가 2개 있다.”

“뭐, 뭐지?”

“하나, 순순히 질문에 대답을 하고 편하게 죽는다.”

놈은 계속 눈알을 바쁘게 굴리며 어떻게하면 살 수 있을까를 궁리하는 것 처럼 보였다.

“둘.”

다시 내게 집중하는 놈.

나는 군용대검을 움직여 망설임 없이 놈의 발등을 찍었다.

콰직!

“끄아아아아아악!”

“지금처럼 처절한 고통을 느끼며 내 질문에 대답을 한 뒤 죽는다.”

“크윽, 미친!”

“네 놈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자, 네 놈의 선택은?”

< 제 37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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