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63화 (363/458)

< 제 363화. >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가장 큰 걸림돌은 당연히 중국과 한국, 북한 삼국의 성향과 경계선을 허무는 일이었다.

공산주의 국가의 중국과 북한,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이렇게 삼국은 당연히 이 경계선을 허물기 어려웠어야 했다.

그러나 내가 나섰고, 난 한마리의 나비가 되어 나비효과를 불러왔다. 이제 대한민국과 중국, 북한은 '나'라는 주체를 구심점으로 모이게 되었다.

"4년안에 완공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뭡니까?"

내 질문에 후진다오는 고개를 저었고, 김은정도 고개를 저었다.

"인민들은,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 할 겁니다."

후진다오의 말에 김은정도 동의를 표한다.

이런게 좋았다. 공산주의 국가는.

나랏님의 말이 곧 법이요 하늘이니까.

"인민들 입장에서는, 고저 일 하고 임금 받고, 밥 걱정 없이 사는거이 복이지요."

김은정의 말에 후진다오 역시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위안화를 많이 찍어도 소화시키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주군."

결국 가난이 깊게 자리매김한 그들의 국가에 유라시아 횡단철도라는 역사상 유례없을 만큼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사업이 경제개발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렇군요."

두만강 푸른물이 보이는 전망대에 어느새 테이블과 함께 의자들이 준비되었다.

나와 김은정, 후진다오는 편안하게 의자에 앉았다. 내 입에 시가가 물려 있지만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 이제 솔직해집시다."

툭 뱉어낸 내 말에 김은정이 잔뜩 긴장하는 게 보였다.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아 긴장하지 마세요. 당장은 아니고, 미래의 일일테니까."

"그렇습네까?"

"예. 4년 뒤에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완성된다는 가정 하에, 나는 이제 우리 한반도가 하나의 국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 것이 왔다는 듯, 김은정이 두 눈을 질끈 감는다.

유라시아 횡단철도.

이 공사가 북한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38선을 허물었고, DMZ를 개간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군사적인 대립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 해, 이제는 넓게 뚫린 개성의 도로 쪽으로 대한민국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와 공사의 주도권을 쥐고 북한인들을 통솔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김은정의 권위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마치 절대왕정을 구가하던 과거의 왕들이 몰락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상하고 있었습네다."

철도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북한인들에게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힘을 깨우치게 만드는 것은 순식간이었을 것이다.

감자 반쪽이 없어 굶어죽어 나가던 사람이 천지였다. 그런 그들에게 감자 반쪽을 넘어서는 아까전 김은정이 말했던 초코파이등과 같은 신문물은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그대에게 당장 권력을 내려놓으라 얘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김은정이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이 그 자리에 어떻게 앉았는가? 물론 인민들을 위한다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었고, 결국은 인민들에게 조금 더 풍요로운 삶과 자유를 준 것은 맞지만, 그 공로가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분단되어 있던 한반도입니다. 한순간에 통일이 이뤄진다면 분명 여기저기서 잡음이 많이 생길 거에요."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 당분간 따로 발표는 하지 않고, 행정부끼리 긴밀하게 대화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 시기를 얼마로 보시는겝니까?"

"20년."

난 길게 봤다.

대한민국이 완벽하게 북한을 흡수하는 시간. 그리고 완벽하게 대한민국의 체재를 북한이 받아들이는 시간, 그 시간을 20년으로 보았ㄷ다.

"4년 뒤, 유라시아 횡단철도의 첫 기차가 출발하는 날, 북한은 대한민국의 특별자치령이 됩시다."

"길케 되믄, 내 자리는 그대로 있갔지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16년 뒤, 그때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처럼 각 도처마다 투표를 통해 행정가를 결정하게 될 겁니다."

"이해했습네다."

"서서히, 서서히. 더뎌도 완벽하게 준비를 해 나갑시다."

굳이 길게 보는 이유는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다. 지금당장 대한민국이 북한을 흡수통일 한다고 했을 때, 당장 일어날 팬데믹 상황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세계 각국의 견제는 물론이고, 당장 대한민국 경제도 흔들릴 것이다.

그러니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이 반드시 포문을 연 상태에서 진행되어야 했다.

그래야만 경제기반을 유지할 수 있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PMC정보부의 여러 석학들이 연구끝에 도달한 결론이었다.

김은정의 어깨를 두들겨 주며 위로를 건네고 고개를 돌려 후진다오를 바라보았다.

"하명하십시오 주군."

완벽한 아랫사람이 된 후진다오는 내가 무슨말을 해도 오케이를 할 것 같았다.

"북한이 자치령이 되는 순간, 옛 고토를 돌려 받았으면 하는데?"

"아..."

"지금의 조선족, 그러니까 우리나라와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머무는 땅을 주면 돼."

"그렇군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는 분명 대한민국의 땅이 맞았다. 그리고 중국은 그것을 숨기고 감추려고 억지로억지로 역사를 왜곡 해 왔다.

원래 일어날 미래에는 더욱 심했게지만, 다행이 사전부터 차단한 '나'라는 존재 때문에 앞으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다.

"멍청한 놈들이 천자의 뜻에 반대를 하겠지만, 주군을 위해 최선을 다해 움직이겠습니다."

후진다오도 '힘들다'라는 말을 뱉을 정도의 문제.

그러나 분명 그는 탱크처럼 밀어붙일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명령이니까.

"4년안에 물밑작업을 잘 해 놔야 할 거야. 그래야 반발이 적을테니까."

"예, 명심하겠습니다."

"SKY쪽에서도 대한민국쪽에서도 특히, 우리가 돌려받을 영토에 많은 신경을 쓸 테니까 민심은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어차피 중화는 천자의 것입니다. 모든것이 주군의 것이니 언제든 원하신다면 취하십시오."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공사에 박차를 가하자고."

"예!"

"알갔습네다."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리는데, 대충 자리가 정리되는 것 같자, 호석이 곁에 다가왔다.

"회장님, 헬기가 준비되었습니다."

두만강에, 내가 타고 다닐 헬기가 준비되었다.

나 뿐만 아니라, 여기 후진다오와 김은정도 같이 동승 할 계획이다.

백두산에서부터 두만강을 지내 압록강까지.

이제는 경계가 허물어질 삼국을 대표하여 나와 후진다오 김은정 셋의 전 세계 아무도 모르는 협상을 자축하며 말이다.

***

두두두두두두.

청와대에 내가 타고 있는 헬기가 내려 앉았다.

드르륵.

문이 열리고 헬기에서 내린 나.

저 멀리 할아버지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고, 뭘 나와계셨어요? 손주놈이 알아서 갈 걸?"

"이놈아, 청와대에 북한 헬기를 타고 내려와? 저기 경호원들 고생하는 거 안 보이냐?"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슬쩍 보니 707특임대까지 잔뜩 경계자세를 늦추지 않는다.

"에헤이, 같은 민족끼리 친하게 지내야죠?"

"세상에 눈이라는게 아직 남아있다. 좋은 일일수록 숨기라 하지 않았더냐?"

"예, 알겠습니다."

"쯧쯧."

할아버지는 혀를 차면서도 다시 청와대 상공으로 비상하는 헬기를 빤히 바라보신다.

"허허... 이런날이 오긴 오는구나."

감회가 새로우신 모양.

한참 헬기를 바라보시던 할아버지가 스륵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신다.

"나도 조만간 고향땅이나 한 번 밟아 봐야겠구나."

"그럼요, 뭣하면 헬기라도 준비 시킬가요?"

"됐다, 편안하게 자가용이나 타고 가마."

"옙."

"그래서, 얘기는 잘 끝난게야?"

자연스럽게 청와대 주변을 거니는 산책이 시작되었다.

"예, 대한민국의 숙원이라는 고토회복과 통일까지. 얘기는 잘 끝났습니다. 나머지는 할아버지 몫이죠."

"흐흐, 말 많은 정치인 놈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명령에 고개를 갸웃거리겠구나."

"에헤이, 철혈의 통치가께서 엄살을 부리실까."

"이 놈아 대한민국은 법치국가가 아니더냐."

잔뜩 엄살을 부리는 할아버지.

그러나, 내가 바깥으로 나돌며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할아버지 역시 마냥 쉬고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할아버지가 대통령 자리에 앉기 전, 나와 할아버지는 많은 부패 권력자들을 처리했지만, 그래도 그들의 깊은 잔재는 남아있기 마련이었다.

과거, 원래라면 이 시기까지 남아 있었고, 미래에서도 떵떵거릴 친일파 놈들이 득세를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지금.

현재는 그럴 수 없었을 것이다.

나와 할아버지는 대한민국의 가장 안쪽, 그리고 가장 위쪽의 썩고 곪은 부분을 도려내는데 힘 썼다. 법으로든, 힘으로든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작전이든.

풍문으로는 할아버지의 집권이후, 의문사를 당하는 정치인들이나 사법부의 고위 간부들이 많아졌다는 음모론이 나돌 정도였다.

그리고 그 음모론은 곡 음모론이 아닐수도 있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었다.

아마 백 대표가 바쁘게 움직이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제 이 대한민국의 행정부에서, 사법부에서, 입법부에서.

감히 천혁수, 내 할아버지의 말을 거역 할 사람은 없다는 걸.

오히려 북한이나 중국보다 더욱 강력한 통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까마득하게 모를 것이다.

"모든 건 국민들의 뜻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

모든 것이 할아버지가 다음 대선에서 낙선한다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었다. 그 위험을 방비하고자 나와 할아버지는 다시 한 번 헌법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나도, 할아버지도.

다음 대선에도 할아버지가 당선될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최소한 20년.

그 기간만큼은 할아버지가 대통령의 자리에 있어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진행 될 것이냐?"

"4년뒤에 북한은 자치령의 형태로 흡수 될 겁니다."

"흐음, 아이티와 비슷하겠군."

"그리고 적당한 타이밍에, 후진다오가 우리에게 고토 반환을 해 줄 겁니다."

"만주땅을 받아오겠다고?"

"예."

"흐음..."

할아버지 얼굴에서 우려가 읽혔다.

"걱정하지 마세요, 그들은 한족이 득세하는 중국에 별로 좋은 감정은 아닐테니, 문제야 많겠지만 서서히 흡수하다보면 어느새 그들 역시 국민이 되어 있을 겁니다."

"마냥 쉬운 문제로 볼 건 아니구나."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하셔야죠?"

팍 인상을 찌푸리는 할아버지.

"마치 나보고 일이나 하라고 하는 것 같구나, 네 놈은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놀고먹고?"

"에헤이, 놀고 먹다뇨? 저 처럼 바쁘게 일하는 오너가 어디있다고?"

"바쁘게 놀러나 다니겠지, 카리브해에서도 반년을 삐데다 온 녀석이."

잔뜩 뿔이나신 할아버지.

"어허, 딱 20년만 고생하시면 됩니다."

"이 놈아, 도대체 그 20년은 왜 해가 수어번 바뀌었는데도 그대로더냐?"

"이번엔 진짭니다. 앞으로 딱! 20년만 고생해주세요."

"썩을 놈, 20년 뒤에 내 나이가 몇인 줄은 알고?"

"SKY가 의료계에 진출해보겠습니다."

쫙!

결국 할아버지에게 등짝 스매시를 제대로 얻어 맞았다.

"어우야, 30년도 거뜬하시겠네."

"흰 소리 말고, 그럼 네 놈은 북한의 수령놈과 중국의 주석 놈에게 일을 다 떠 맡기고, 내게도 일을 주고 뭘 할 셈이더냐?"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놀아야죠?"

할아버지가 번쩍 손을 들어 올리신다.

훌쩍 앞서나가며 등짝 스매시를 피하고는 말했다.

"이번에는 프랑스를 들렸다가 아이티를 거쳐서 아프리카를 가볼까 합니다."

"아프리카?"

"예, 대한민국의 최대 약점. 그걸 타파해야 하니까요."

"그게 무엇이냐?"

"에너지."

"아프리카라고 지하자원이 풍부하다더냐."

"기름이나 가스 말고요, SK에너지가 잘 하는걸로 해야죠."

"쯧쯧, 굳이 그 험지에서?"

"러시아 놈들 호락호락하지가 않아서요, 넓은 땅이 필요합니다."

할아버지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다가 말씀하셨다.

"넷째 손주는 껌둥이가 아니었으면 좋겠구나."

"에헤이, 큰일 날 소리 하시네, 루시가 들을까 무섭습니다."

"쯧쯧, 행실을 똑바로 하고 다니란 소리야!"

"예히~"

< 제 363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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