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59화. >
SKY 항공우주기술 연구소.
오랜만에 연구개발을 진행하는데 꼭 필요한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가볍게 샴페인을 한 잔 하고는 여느때와 같이 회의를 진행했다. 샴페인은 그저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푸는 것이었다.
“회장님 말씀은, 대한민국 자치령 아이티 부근 바다에 전함을 띄우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가능하면 항모를 꿈꾸고 있습니다.”
중역들이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본다. 그들의 얼굴은 마치 진심이냐는 듯한 표정들이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한민국의 무기개발에 날카롭게 반응할 존재는 현재로서는 러시아와 미국 뿐이었다. UN도 나서서 지랄 할 수 있지만 무시하면 그 뿐이었다.
어차피 러시아와 미국이 먼저 나서서 난리를 칠 테니 UN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처먹을 것이다.
“개발이 가능하냐 안 하냐를 떠나서 회장님, 현재 대한민국의 공군력과 해군력을 생각했을 때, 항공모함은 좋은 선택지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예, 사실 항공모함이 필요 할 만큼의 전투기가 있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흐음.”
연구소장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기껏 항공모함을 만들어 놨는데, 거기서 출격하는 전투기가 한두대라면 의미가 있냐는 그런 뜻으로 이해해도 좋았다.
“확실히 공군력이 굳이 항공모함을 생각 할 필요는 없겠군요.”
“예, 우선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회장님.”
난 고개를 주억거리며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좋은 의견 있으신 분 있으십니까?”
“사실,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난다고 했을 때, 대한민국의 주적은 위쪽으로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가 있을 것이고, 명목상으로는 동맹의 형태를 띄지만 아래쪽으로는 일본을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지극히 맞는 말.
그러나 현실성 없는 말이기도 했다.
“자세하게 말씀은 못 드리지만, 중국과 북한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연구원들이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자세한 국제정세를 모를테니 어쩔 수 없는 일. 물론 전 세계 대다수의 인간들이 나와 북한,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것이었다.
“어쨌든, 그렇다고해도 역시 러시아는 체재상으로 주적이라 할 수 있겠죠, 일본 역시 언제든 호시탐탐 내륙에 대한 진출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으니 주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세계 3차 대전이 일어날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일어나게 된다면, 연구원들의 생각처럼 러시아와 일본은 분명 대한민국에게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공군력은 이미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전력을 가졌고, 일본 역시 가능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숫자겠지요.”
러시아와 일본을 동시에 상대해야 한다면 대한민국의 전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일본은 제쳐두고 러시아만 상대한다고 했을때를 생각해도 역시나 어림도 없는 일.
“단거리를 날아가 돼, 그 전력이 대단한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거리는 역시 러시아와 일본정도를 타격할 수 있는 거리고요?”
“예, 회장님.”
“좋은 생각입니다.”
이러고 앉아 있으니 마치 우리가 세계 3차 대전에 대한 회의라도 하는 듯한 어떤 음모론 단체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피식 웃는데 연구원들도 서로가 내뱉던 제법 허무맹랑한 소리에 재미있는지 샴페인으로 목을 축이며 입가에 미소를 띈다.
“말 나온김에 계속 해 봅시다. 세계3차 대전을 가정하고.”
“하하하, 이러고 있으니 어디 장군들이라도 된 것 같습니다.”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간 것 처럼 신나게 주저리주저리 의견들을 내놓는다.
“단거리 전투기를 확보했다고 생각한다면, 항공모함은 역시 필요할겁니다.”
“어째서입니까?”
“대한민국 자치령 아이티 인근 해역에서 우리나라의 항공모함이 있다면 단거리 전투기라고 해도 장거리 전투기와 다를게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단거리 전투기라는 특성상 속도면에서 압도적일 수 있지요.”
“작은 기체인 만큼 레이더 회피 기술을 적용하기에 용이할 수 있습니다. 그 속도 역시 빠르게 만들기 용이할 수 있고요.”
“기형적으로 엔진만 고성능으로 만들어 버린다면 속도는 어마어마할 겁니다. 상대적으로 무기는 약해지겠지만 말입니다.”
“사실 핵탄두라는 놈이 나온 이상, 무기의 크기는 중요한게 아니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인류 최악의 무기이자 최고의 무기인 ‘핵’
그것은 아주 작은 크기로도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지닌 놈이었다. 물론 크기가 커지고 무게가 늘어날수록 그 파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지만 말이다.
“아이티의 위치가 아주 좋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은 물론 유럽과 아프리카 역시 타격할 수 있으니까요, 대한민국 서울을 기준으로 러시아의 모스크바까지 날아갈 수 있는 전투기라 생각했을때, 그것이 단거리라고 얘기하기는 좀 그렇긴 하네요.”
“북대서양에 있는 항공모함에서 출격한 전투기가 단순히 서울에서 모스크바의 거리라고 생각했을 때, 서구권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겠군요, 아프리카를 넘어 어쩌면 중동도 가능하지 싶습니다.”
“인도는 힘들다는게 아쉽군요.”
아주 신난 연구원들.
자신들이 알고 있는 무기 기술들과 더불어 항공에 대한 지식을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대륙을 전투기로 타격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럴까요?”
“사실 3차 대전이 일어나면 아프리카는 무시해도 좋을 만큼 아니겠습니까? 얻어낼 게 별로 없으니까요.”
“하긴, 전쟁은 이겨도 손해, 지면 더 손해가 아닙니까.”
“아프리카는 인구밀집과 주요 산업기반이 밀집되어 있다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일점타격에 용이한 전투기 타격은 비효율적이죠, 그냥 탱크로 밀어붙여서 점령해버리는 게 이득일겁니다.”
“맞습니다. 그들의 기술력은 우리나라의 탱크들을 결코 어떻게 할 수 없을테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육로로 아프리카까지 탱크를 몰고 갈 수도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항공모함과 다른 의미로 탱크를 태운 전함을 만드는 건 어떻습니까?”
“호오, 그거 신선한 발상이군요. 다른 국가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테지만, 전투기라는 효율적인 공격수단이 있으니까요.”
“그렇죠, 하지만 아프리카라면 좀 다르지 않습니까?”
“타고 내릴때의 문제도 있습니다. 탱크라는 거대한 장비를 선적하려면 크기도 어마어마해야 할 텐데 그런 전함이 정박하기 용이한 시설이 아프리카에는 많지 않을 겁니다. 정박 할 때까지 지켜만 보는 바보들도 아닐테고요.”
“그럼 탱크를 수륙양용으로 개발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어느정도 위치까지 간 뒤, 탱크를 바다에서 출격시키는 것이지요.”
“이야, 무슨 SF전쟁영화 같은 일이군요.”
“하하하하.”
그들은 알고 있을까?
그들이 하는 얘기들이 얼마나 무서운 것들인지 말이다. 지금 이곳 회의장에서 놀자판이 된 이 대화가 실제 구현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이지 대한민국은 어마어마한 국방력을 가진 국가가 될 것이었다.
“흠, 그런데 그럴바에는 차라리 이지스함과 같은 전함들을 어마어마하게 양산해 바다에 뿌려놓는게 제일 효과적이지 않겠습니까? 장거리 타격은 언제나 무서운 존재니까요.”
“음, 그것도 그렇군요.”
“이지스함과 같은 장거리 요격 전함 수십대와, 탱크를 가득 적재한 전함 몇 대, 그리고 단거리 전투기가 가득 실린 항공모함 몇 대 가지고 있다면, 이야. 세계 지배도 헛 꿈은 아닌 것 같습니다.”
“거기에 빠질 수 없는 핵무기도 역시 무장해야겠죠.”
연구소장이 자신있는 얼굴로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미 우리는 ICBM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 꼭대기에 핵탄두만 장착하면 될 일이지요.”
“하긴, 그렇습니다. SKY 4호기가 얼마전 안정적으로 위성궤도에 안착하지 않았습니까? 이제 달이라도 노리면 되지 않을까요?”
“하하하, 돈만 충분하면 화성이라고 못 가겠습니까?”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들으며 샴페인을 홀짝이다 보니 아주 흡족했다.
나는 그들이 말하는 모든것을 구현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항공팀?”
“예, 회장님.”
“전투기 기술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려 보세요. 이미 진행중이기는 합니다만, 그 단거리 전투기라는 거. 연료를 실어야 할 공간에 다른 기술장치들을 배치하는 방안을 한 번 모색해 보세요.”
놀란 얼굴이 된 항공연구소 소장의 얼굴.
설마 진짜 구현하려고 하는 것이냐는 얼굴이었다.
“가능하다면 구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허허··· 예, 알겠습니다. 그쪽 연구에 박차를 가해보겠습니다.”
“예, 좋습니다. 조선팀?”
“예, 회장님.”
“우리나라도 분명 이지스함 조선기술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대한민국의 조선 기술은 세계최고수준이라 자랑할 수 있으니 머지않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수의 이지스함을 소유한 대한민국, 보고 싶지 않습니까?”
히죽 입꼬리를 들어올리는 조선연구소장.
“착수하겠습니다.”
“미국에게는 따로 요청을 할 테니, 팀을 보내 항공모함을 살펴보세요.”
“정말 항공모함에도 관심이 있으신겁니까?”
“예, 가능하다면 말이죠.”
“휴우··· 어디서 돈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돈이야 썩어지게 많은 SKY아니겠습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예, 회장님.”
“그리고, 탱크를 운반할 수 있는 전함 역시 관심이 가는군요.”
고개를 젓는 그.
“그것은 아직인 것 같습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순간 아닐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지스함과 더불어 탱크를 적재할 수 있는 전함 그 2가지에 먼저 집중해주십시오.”
“휴우··· 농담처럼 한 말이었는데 참.”
“믿겠습니다.”
“예, 집중해보겠습니다.”
SKY 항공우주기술.
이곳에 아쉽게도 탱크를 전문 생산하거나 개발하는 시스템은 갖춰지지 않았다.
“탱크를 생산라인을 만드려면 어디를 가야 할까요?”
“국가기반산업이니··· 국가와 밀접한 협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미국과 협의도 중요할 것 같고요.”
“오케이, 나는 그걸 하면 되겠군요.”
고개를 돌려 영업팀을 바라보았다.
“SKY가 생산하는 모든 무기들, 열심히 팔아보세요 당분간 돈이 많이 필요 할 것 같으니.”
“휘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회장님.”
“품질이 좋아서 인기가 많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요즘은 ICBM기술 때문에라도 뭐 얻어먹을게 없을가 하고, 알아서 작은 무기들을 사가는 추세입니다.”
“덤터기를 씌워서라도 좀 팔아보십시오, 전투기와 여객기 제조 판매로 이익이 크지 않으니까.”
“예, 회장님.”
드르륵.
의자를 뒤로 밀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정해졌으니 움직여야 할 때였다. 인사를 하는 그들에게 손바닥을 들어올려 볼일 보라는 제스쳐를 취한 뒤, 그대로 회의실을 빠져 나왔다.
“미국으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호석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미국으로 향해야 했다. 그리고 미국에서 얻어올 것들도 생겼다.
곧 있으면, 부쉬를 비롯한 미국의 공화당이 내게서 등을 돌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오랫동안 공화당이 지배한 만큼, 그들의 세력은 무시 못할 만큼 커져있는 상태일 터.
“미국에도 피바람좀 불겠네요.”
“하하, 사돈 어른께서는 잘 해주실겁니다.”
“그렇겠죠?”
“예, 회장님.”
“자, 일단 마누라 승인부터 받으러 가 봅시다.”
유부남.
그들은 제약이 많았다.
특히나 와이프가 임신중이라면 더욱 더 제약이 많았다.
나의 미국행은 루시의 승인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루 이틀 머물일이 아니니까.
나도 어쩔 수 없는 삼식이니까.
마누라 눈치를 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의외로 루시의 미국행 결정은 쉽게 끝났다.
거부할 필요가 없는게 그녀의 집이 있는곳이 워싱턴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들러야 할 곳도 워싱턴이었고.
내가 미국으로 떠난지 6개월.
어느새 세상은 년도가 바뀌었고, 대한민국에는 또 새로운 봄이 찾아왔으며.
“응애! 응애! 응애!”
나는 또 한 명의 소중한 딸을 얻었다.
이젠 SKY에도, 그리고 록펠러 가문에도.
대한민국에 찾아온 새로운 봄 처럼.
새로운 봄이 찾아올 시기가 되었다.
< 제 359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