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38화 (338/458)

< 제 338화. >

모두의 주목을 태연하게 즐기던 알렉세이가 윌리엄이 쿡, 옆구리를 찌르자 말을 잇는다.

"지금 SKY와 대한민국의 이미지가 이곳 아이티에서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는 걸 알고 있겠지?"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돈을 쏟아 붓고 있는데 이미지라도 좋아져야지? 그게 아니라면 나라면 좀 억울할 것 같은데?"

"어쨌든, 도와준다는 이미지 때문에 대한민국과 SKY의 이미지가 이곳에서 매우 좋아지고 있지, 우리는 루머를 퍼뜨리는 거야, 마치 미신같은 걸로."

"미신?"

의아한 표정으로 알렉세이에게 집중하는 각국의 요원들.

"좀 쉽게 얘기해보라고 친구."

픽 웃음을 흘린 알렉세이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잇는다.

"아이티에 대한민국이 와서 재난이 벌어졌다. 아이티에 SKY가 와서 무력충돌이 일어났다."

알렉세이의 말에 벙찐 표정을 짓는 요원들.

"지금 헛소문을 퍼뜨리자는 얘기야?"

"못사는 날아일수록 종교에 기대고 토착신앙에 기대는 법이지."

"허."

"어차피 믿져야 본전 아닌가?"

"글쎄... SKY가, 천우진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가만히 있지 않으면? 소문이란건 원래 그 근원지를 찾기가 어려운 법이야. 너희들 나라의 고위관료들은 귓구멍이 없어서 제 놈들의 구린 소문을 참고 넘어가나?"

"흐음..."

"우리가 이곳에서 제대로 활동하려면 일단 아이티 인들에게 호감을 얻어야 한다고."

"호감도 경쟁을 할 SKY라는 놈들이 있으니, 그 놈들의 호감을 떨어뜨린다?"

알렉세이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맞아, 아이티 인들의 토속신앙 같은 것들을 자극 해 보자고, 게다가 '식민지배'라는 카드까지 꺼내들고."

요원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 받는다. 확실히 알렉세이의 계획대로만 흐른다면 손해 볼 게 없는 장사였다.

"다들 알아 들은 것 같으니까, 이제 다시 모이지는 말자고, SKY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을테니까."

"오케이."

"그러지."

알렉세이는 망설임 없이 바깥으로 나왔고, 그의 뒤를 바로 윌리엄이 뒤쫓았다.

"이봐, 알렉세이."

"왜?"

"자네 말이야, 그 소문 내는 일에 참여할건가?"

어깨를 으쓱이는 알렉세이.

그것으로 대답이 충분했는지 윌리엄이 픽 웃음을 흘린다.

"어차피 아이티놈들 영어를 그렇게까지 잘 하는 건 아니니 나도 조용히 지켜봐야겠구만."

"그래, 네 미간에 뚫린 구멍은 굳이 보고 싶지 않으니까."

"하여간 자네도 악마같은 구석이 있어."

"윌리앙을 보내놓고 잘도 그런 소릴 하는군."

"그럼 만나서 즐거웠고 또 보진 말자고."

"사람일이라는 게 어디 뜯대로 되나? 조만간 또 보자고."

"왠지 자네를 다시 볼 때는 둘다 좋은 상황은 아닐 것 같아서 사양하고 싶은데?"

픽 웃은 알렉세이가 윌리엄의 등짝을 탁탁 두들기고는 자리를 떠났다.

***

봉사활동이란 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어느새 식사시간이 훌쩍 지나고 나서야 기나긴 줄이 끝이 났다.

SKY그룹에서 제공하는 보급차가 줄지어 PMC훈련소를 벗어난다. 저 차량이 움직이니 이제 더 이상 PMC 훈련소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찾아온다 해도 대원들이 알아서 돌려보낼 터.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훔치는 루시의 엉덩이를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고생했어 루시, 얼른 쉬자."

"응, 우진. 너무 배고프다."

"우리도 먹자 얼른, 아산댁 아주머니가 맛있는 거 준비해놓으셨을거야."

피식 웃는 루시.

"30분전까지만 해도 저기서 반찬을 푸고 계셨는걸?"

"아주머니는 셰프잖아, 일반인들이랑 손 빠르기를 비교하면 안 되지."

"과연 그럴까?"

"그럼, 특별히 오늘은 단백질 가득한 식단을 부탁했다고."

"식사도 좋고 다 좋은데, 우선 태양이 별이가 먼저야."

"그래?"

"응, 잘 시간이 다 됐어."

"어휴, 시간 빠르네."

픽 웃은 루시가 볼에 뽀뽀를 하고는 총총 걸음을 옮겨 빠르게 자리에서 사라진다. 아마 아이들과 같이 목욕을 하고는 아이들을 재울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시간이 남은 나는 주방을 기웃거렸다.

"오우 맛있는 냄새."

절로 감탄이 나오는 냄새에 코를 벌렁 거리며 등장하니 아산댁 아주머니가 픽 웃으면서 답한다.

"오늘은 닭이에요, 아이티에서 사는 닭 요리."

"오, 그 귀한걸 어디서 구하셨데요?"

"SKY식품에서 키우고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입이 호강좀 하겠는데요?"

"호호, 아가씨는 아이들한테 갔나요?"

"네, 이제 곧 태양이 별이가 잘 시간이라고 하네요."

부드럽게 웃는 아산댁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다 말했다.

"좋은일도 좋고, 봉사도 좋지만 회장님."

"예. 말씀하세요."

"가족들이 먼저에요 항상, 앞으로는 제때 식사시간 맞춰서 휴식도 취하고 그렇게 하는게 좋겠습니다."

"그런가요?"

"아직 아가씨는 임산부니까요."

"네, 제 얘기는 잘 안 들을테니까 아주머니가 따로 얘기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회장님도 씻고 나오세요, 아이들 재우려면 한 시간은 걸릴테니."

"너무 배고픈데요?"

아주머니가 웃으면서 어디서 구해 왔는지 노란색 비빔국수를 손으로 돌돌 말아 내 입에 쏙 넣어주신다.

"개량한 옥수수로 면을 만들어봤다고 하더군요, 면의 찰기가 비빔국수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만들어봤습니다."

음식을 받아낸 내 턱은 열심히 저작운동을 하며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올려보였다.

면에서 확실히 옥수수 특유의 향과 고소함이 있었다. 아마도 SKY식품이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중인 모양이다.

"튀기지 않고 말린 놈이라 건강에도 좋답니다. 이건 고생한 대원들한테 먼저 내줄게요 회장님."

"예, 그래야죠. 그럼 방해되니까 저는 이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신 아주머니.

아쉬움을 뒤로 하고 주방을 벗어나니 호석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벌레들 움직임 파악 하셨나요?"

"지금 회동을 끝내고 흩어졌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놈들의 회동에 대한 애용은요?"

고개를 젓는 호석.

"아무래도 정보국 요원들이다보니, 딥하게 마킹할 순 없었습니다."

충분히 그의 사정을 이해 할 수 있는 이유였다. 큰 일이라면 어떻게든 정보를 가져왔겠지만, 나에게도 그리고 호석에게도 요원들은 그리 어렵거나 위험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위험부담이 큰 일은 진행시키지 않은 것이었다.

"잘 하셨습니다. 대원들 안전이 먼저죠."

"사실, 대놓고 도청을 해도 놈들은 속지 않을 겁니다. 우리 대원들의 안전에 문제 될 일도 없었을 테고요."

고개를 끄덕였다.

놈들이 미치지 않는 이상 감히 우리 정보부의 대원을 해칠 순 없다. 이미 놈들은 국제법을 어긴 상황이고 현재 프랑스는 아이티 혁명단의 발표에도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만 보더라도 알 수 있었다.

프랑스의 소중한 자원이었을 텐데도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프랑스, 그러니까 목숨을 잃은 윌리앙이라는 놈의 조국은 지금 그를 외면하고 있었다.

왜냐?

국제법상 타국에서의 정보원 활동은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 일을 지금 키울 필요는 없기에 우리 역시 조용히 있었다.

할아버지와 대한민국의 특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조용히 하고 있었다. 아직 아이티는 완벽한 대한민국의 자치령이 아니니까.

"여론조사는 어떻습니까?"

"오늘도 역시 대한민국과 SKY가 최고였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여론조사라고 해서 크게 대단한 것은 없었다.

SKY에게 고용된 사람들에게 넌지시 묻는 것, 얼마나 많은 아이티 인들이 SKY의 인부로 지원했는가 따위가 중요했다. 그들이 대한민국과 SKY에게 등을 돌린다면 우리의 '일'역시 받지 않을 것이기 때문.

더운나라의 특징일까?

어째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더운 나라들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게을렀다. 날씨가 좋아서 농사가 잘 되기에 배가 부른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아이티인들 역시 게으른 인간들은 분명 존재했다. 그러나 그런 이들 SKY에게 고용될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달려든다.

현재 아이티에서 SKY에게 고용되는 것은 '인생역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으니까. 미래의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어떻게든 대기업에 취직하고자 젊음을 낭비하는 것과 같은 이유였다.

"투표 준비는 잘들 하고 있답니까?"

"예, 회장님. 특사들이 아주 철저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또 인원들이 올 예정입니다."

"공정한 투표를 위해선가요?"

"예, 아무래도 아이티 정치인들 입장에서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게 대통령님의 판단입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 하는 놈들은 어떻게 하면 제 배를 불릴 수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법이다.

지금 아이티의 정치인들은 아이티가 대한민국의 자치령이 되는데 반대 할 수 밖에 없었다.

대한민국이, SKY가 혁명단을 지지해주고 있는 만큼 그들은 아이티가 대한민국의 자치령이 된다면 숙청 당할 것이란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돌 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들 하죠."

히죽, 호석이 입꼬리를 들어 올린다.

"코드원을 부를까요?"

고개를 끄덕여주니, 호석이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무전을 날린다.

"PMC옥상은 참, 별 보기 좋네요."

헬기도 착륙 할 수 있는 PMC훈련소의 본관 옥상.

이곳은 대원들의 휴게실 개념으로도 사용하고 있기에 앉거나 눕거나 할 수 있는 공간 역시 만들어져 있었다. 샤워를 하지 않고 이곳으로 바로 온 이유는 역시 시가때문이었다.

니코틴이라는 놈이 참 신기한게 중독성이 어마어마하다. 그래도 역시 연초는 아니다.

과거의 나는 연초를 입에서 떼지 않았지만 말이다. 삼현의 삼남이 꼴초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던 일이다. 담배 냄새를 불쾌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으니까. 당장 루시 역시 시가 냄새조차 싫다고 난리지 않은가.

"후우."

한 대여섯 모금 연기를 머금고 뱉었을 때. 인기척도 없이 나타난 인물 코드원 이재형.

"찾으셨습니까 회장님."

"정치인들 마킹하는데 문제는 없습니까?"

"예, 회장님. 1차, 2차, 3차에 걸쳐 교차 마킹을 진행중이기에 빠져나갈 구멍은 없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투표가 한 2주 남았나요?"

"예, 약 16일 정도가 남았습니다 회장님."

"그 안에 놈들이 무엇인가 하려 할 겁니다. 무릎을 꿇던지 도망을 치던지, 아니면 칼을 빼 들던지."

이재형이 서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떤 경우에도 완벽하게 커버하겠습니다."

물론 난 그를 신뢰한다.

호석 역시 그를 신뢰하고 있을 것이며, PMC의 대원들을 신뢰하고 있을 것이다.

명분이 우리에게 있고, 힘 역시 우리에게 있으니 우리의 뜻 대로. 그러니까 양지의 힘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얘기.

그러나, 언제나 양지의 힘을 쓸 때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요되기 마련이다.

"좀 쉽게 가도록 하죠, 시간이 아까우니까. 단 1퍼센트의 변수도 좀 줄이고."

이재형이 요사스럽게 눈을 빛낸다.

내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한 모양이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는데도 최선을 다한다고들 하죠."

"예, 회장님."

"깔끔하게 처리하고 오세요."

"어디까지 정리 할까요?"

"각부처의 장들 정도만 정리해도 알아서 길 겁니다. 욕심 많은 돼지 놈들도 제 명줄 귀한 건 아니까요."

"즉시 진행하겠습니다."

호석이 불쑥 끼어들었다.

"언론과 각국의 정보부가 이곳에 들어와있다. 평소보다 더 은밀하게 진행 해."

"예, 대표님."

"몇 명이나 필요합니까?"

"금일 밤에 정리 하려면 총 13팀이 필요합니다."

난 고개를 저었다.

"한번에 말고, 천천히 한 명씩 처리하세요, 그럼 불필요한 피는 줄어들테니까."

"알아서 기게 만들 생각이시군요."

"예, 눈치가 있다면 살 길을 찾겠죠."

"예, 회장님 진행하겠습니다."

< 제 338화. > 끝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