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27화 (327/458)

< 제 327화. >

부르릉.

PMC의 전 병력이 탑승한 차량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시동을 걸었다.

SKY PMC의 정예대원 200명과, PMC&시큐리티의 훈련병 400명. 총원 600명의 대단한 규모.

감히 한국에서 움직이기에는 부담이 될 만큼, 또 어느 국가를 가도 경계의 끈을 바짝 세울만큼 대규모 병력이라 할 수 있었다.

무장한 무기 역시, SKY항공우주기술의 기술 집약체들을 보유하고 있으니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수부대 한개 분대면 어느정도 병력 상대하나요?”

호석이 빙그레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통상 일개 대대를 상대할 수 있습니다.”

“소대면?”

“일개 사단을 상대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우리 PMC는요?”

“국가를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호석의 답변.

“미국도 가능한가요?”

호석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불가능합니다. 회장님.”

자존심이 몹시 상한 듯한 얼굴이었다.

“지금 병력으로 불가능한건가요? 아니면 PMC전체 병력으로도 불가능한건가요?”

“PMC전부가 미국땅을 밟을 수도 없을 뿐더러, 무장 역시 갖추기 힘듭니다. 설사 무장을 갖췄다 하더라도 대량살상 무기의 부재와 지원문제로 미국은 넘볼 수 없습니다.”

“하긴, 애초에 천조국인데 국방력으로 씹어먹는 건 다른 문제죠, 그렇죠?”

“예, 회장님.”

일반 기업들이 군대를 소유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그것에 있었다.

사실 법적으로 얼마든 합법적인 사병을 거느릴 수 있었다. 경호원이라던가 경비업체와 같은 허울을 씌운다면 사병을 모으기란 너무나도 쉬운 일이니까.

허나, 세계를 좌지우지할 경제력이 있다 한들, 한 국가의 국방력을 뛰어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들은 ‘세금’이라는 돈을 이용하고, 군인들의 ‘애국심’을 이용해 먹으니까.

기업은 이익집단이고, 그들은 사병에게 ‘사명감’을 자극해줄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 적은 돈으로 부릴 수 없다는 뜻이다. 목숨을 걸었다면 그에 걸맞는 피드백을 줘야 한다는 뜻.

현재의 SKY PMC는 그들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 있다고 봐야 옳았다. 인풋 대비 아웃풋이 훌륭하다는 얘기.

임금이면 임금, 복지면 복지, 대우면 대우.

어느것 하나 부족한 것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SKY그룹 전체에서 평균 연봉이 가장 높은 계열사가 SKY PMC이니 말 다했다.

고생하는 만큼 대우해준다는 소리다.

물론 PMC의 대원들. 특히 정예 대원들은 그런 이유 때문에 SKY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개인기업이 강요할 수 없는 ‘사명감’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호석과 할아버지, 그리고 나의 영향이 크다 할 수 있었다. 당장 그들이 해결하는 임무 부터가 일반 기업들의 경호업체와는 스케일이 다르지 않은가.

당장 지금 허접한 군용차량에 올라 전투를 준비하는 대원들의 얼굴을 보라.

누구하나 불만을 가진 이는 없어 보였다. 오히려 고양감에 언뜻언뜻 미소를 짓는다.

그들이 미소를 짓는 이유는 하나다.

지금 우리 대원들이 맞이할 전투는 대한민국의 영토 확장이라는 커다란 프레임 속에 있기 때문.

그들은 뼛속까지 대한민국의 건아였다.

출신 자체도 대한민국 육해공군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았다. 모두 호석과 철웅, 그 밖에 PMC의 다른 대원들의 추천을 받고 입사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전투, 전략, 전쟁’부분에서 그들은 최고의 스페셜리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미국의 아프간 침공과 이라크 전쟁에도 눈부신 활약을 펼쳐 전세계적으로 전투력을 인정받고 있었으며, PMC에게 ‘훈련의뢰’를 각국의 특수부대들이 할 정도로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PMC가 걷어들이는 최고의 수익은 의외로 각국의 특수부대를 훈련시키며 그 대가로 가져오는 의뢰비가 대부분이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 역시 거의 끝물이기에 이제 용병으로서 수입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요인경호’에서도 압도적으로 평가받는 SKY PMC.

의뢰인 역시 가려받기 때문에 아무나 경호를 신청할 순 없었다.

“다들 긴장은 안 한 모양이네요.”

“하하, 제 눈에도 그래 보입니다.”

“훈련병들은 긴장 할 법도 한데 말이죠.”

“자신들의 교관이 어떤 인물들인지 아는 것이죠. 아이티의 낮은 화력으로는 감히 교관들을 어쩌지 못할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아니겠습니까?”

훈련병이라 칭했지만 저들 역시, 각군의 특수부대 출신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아니면 특수부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아랫단계 혹은, 기술이 특출난 인재들이 대부분이다.

천가 키즈의 인재양성소에서부터 훈련을 거쳐 입사한 인재들 역시 있기에 자신만만한 표정들이었다.

절대 ‘패배’라는 것은 모르는 얼굴들이다.

끼이이익.

아이티 공화국의 국방부 건물을 중심으로 8개 도로가 통제 된 상황.

아이티 공화국의 치안대, 즉 경찰들은 매우 당황한 얼굴로 우리의 군용트럭을 예의주시 하고 있었다.

탁.

차량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갔다.

가장 계급이 높아보이는 인사가 서둘러 달려온다.

“누, 누구십니까?”

호석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양해를 구하고는 내 앞으로 튀어나가 품에서 서류 하나를 꺼내 보여준다.

“아이티 공화국의 대통령께서 아이티의 이름으로 정식으로 의뢰한 의뢰서입니다.”

경찰이 빠르게 서류를 확인한다.

서류에는 분명, 무장단체에 대한 체포 및 해체 의뢰라는 문장이 박혀 있었다. 의뢰대금은 추후에 처리하는 방식.

“아!”

좋으면서도 싫은 어색한 반응.

뭔가 특종의 냄새를 맡았을까? 저 멀리 국방부 건물 주변에서 취재를 하던 취재진들이 우르르 이곳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들과 함께 자리를 옮기는 몇몇 아이티 인들이 보였다.

“대통령께서 돌아가시 직전에 의뢰를 했다고? 그게 사실입니까?”

경찰 제복을 입은 사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입니다. 거기에 인장까지 찍혀 있잖아요?”

“그럼, 지금 저 혁명단이라는 놈들을 쓸어버리려 오셨습니까?”

“애매하군요.”

“예?”

내 말에 고개를 갸웃 거리는 경찰 제복을 입은 사내.

“당신이 경찰들을 대표하는 사람입니까?”

“이런, 무례를 저질렀군요. 나는 치안대장 안드레아스입니다. 현 아이티 치안국의 국장역시 역임하고 있습니다.”

제일 높은 놈이라는 소리를 길게도 한다.

“그렇군요, 나는 지금. 무장단체가 저들인지, 당신들인지 헷갈립니다.”

팍 인상을 찌푸리는 안드레아스.

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는 모양.

내가 겨누는 총구가 저들을 향하느냐, 아니면 경찰을 향하느냐에 따라 대세가 달라진다는 것 역시 명백하게 인식을 했을테다.

혁명단에게 총구가 닿는다면 그들은 반드시 죽는다.

경찰에게 총구가 닿는다 해도 그들은 반드시 죽는다.

“서로 피를 흘려서 좋을 게 있습니까? 평화적으로 해결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안드레아스가 얼굴을 잔뜩 붉히고는 말했다.

“저 무뢰배들과 대화가 될 것이라 보십니까! 무단 점거하고 경찰에게 총탄을 쏟아붓는 놈들입니다!”

“글쎄요, 보기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것 같은데?”

“뭐요?”

“저들이 자칭 혁명단으로 부른다 들었습니다. 또, 언론사 카메라에 찍힌 모습만 보자면, 경찰은 어떤 사전 경고 없이 순식간에 탱크를 몰고 처들어간 것 처럼 보였습니다만.”

취재진들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들 역시 아이티 경찰들의 모습이 내가 말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커험···”

안드레아스 역시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말을 아낀다.

“우선, 저 혁명단이라는 사람들과 여기 치안을 책임지시는 안드레아스, 그리고 아이티의 행정을 책임지는 사람들과 동시에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이 좋겠습니다.”

부르르릉.

때마침, 저기 지프차 3대가 우리가 타고온 트럭뒤에 멈춰 섰다.

그리고 거기에서 대한민국에서 파견한 특사들과 아이티 행정을 담당하고 있던 행정부 인사들이 내리더니 이곳을 향해 걸어온다.

“마침 저기 오는군요.”

치안을 담당하던 안드레아스의 얼굴이 팍 찌푸려진다. 제 놈의 생각처럼 일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전형적인 단무지 성격의 인간인 모양.

정치로 성공하기에는 글렀다.

어째서 전 아이티 대통령이 놈을 치안부의 꼭대기에 세워뒀는지 알 것도 같았다. 컨트롤 하기 쉬운 놈이라고 봤을 터.

어쨌든 안정되지 않은 국가에서는 무기를 쥔 놈이 힘이 센 법이다. 그런 놈이 똑똑한 놈이라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니 멍청한 놈을 앉혀 놓은게 분명해 보였다.

하긴, 똑똑한 놈이었다면 경찰병력 전체를 이끌고 혁명단을 다짜고짜 처들어가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건 뭐 대놓고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겠다 하는 것과 진배 없으니까.

“저 혁명단 놈들은 근처만 가도 총탄을 갈기는데 어떻게 뜻을 전달하겠다는 말입니까?”

잔뜩 비틀린 투정을 내뱉는 안드레아스.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하죠.”

나는 당당히 얘기하고는 도로를 통제하고 있는 경찰병력을 휙 둘러보며 말했다.

“길이나 트세요, 지나갑시다.”

“이익.”

내 말이 명령처럼 들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맞다.

난 명령을 내렸으니까.

호석이 얄밉게 다시 돌려 받은 서류를 흔들어 보인다. 치안국장이던 치안대장이던.

어쨌던 아이티 공화국의 기둥이었던 대통령이 인가한 사람들이 SKY PMC다.

저들로서는 우리의 행동을 방해할 명분이 없다는 뜻.

도로에 설치된 허접한 차단장치들이 걷어지고 SKY PMC의 군용트럭들이 혁명단이 장악한 국방부 건물에 다다른다.

펄럭이는 SKY그룹의 깃발을 봤을까? 혁명단이 장악했던 국방부 건물이 제법 소란스러웠다. 간헐적으로 들리던 총성 역시 뚝 멈춘 상태.

자연스럽게 SKY PMC는 취재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내 뒤를 따라 왔던 대한민국의 특사들과 아이티 공화국의 현, 행정 담당자들이 침을 꼴깍, 꼴깍 삼키며 잔뜩 긴장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긴장하지 마시고, 어깨펴세요. 지금 여러분이 대한민국 얼굴 아닙니까?”

“아, 예. 회장님.”

특사들이 어거지로 허리를 똑바로 펴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고 피탄 흔적이 보이는 국방부 정문을 바라보았다.

5분쯤 지났을까? 굳게 닫혀있던 두꺼운 철문이 끼이익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열렸다.

촤라라락, 촤라라락.

플래시가 빗발치고, 소나기라도 떨어지듯 셔터 누르는 소리가 귀를 어지럽힌다.

문이 열린 곳에는 갱단의 보스가 아니라, 혁명단주가 된 호세와 부단주가 된 말포이가 비무장으로 서 있었다.

“얘기좀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점잖게 묻자 그들이 주변 눈치를 살피다 고개를 주억거린다.

고개를 돌려 호석을 바라보니 호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뒤쪽에 신호를 준다.

곧이어 PMC대원들이 나무 의자와 함께 나무로 된 커다란 테이블을 들고서 옮기기 시작한다.

“당신들 입장이 있으니까, 여기 국방부 건물 앞마당에서 하는걸로?”

아이티 공화국 행정부 인사들이 화들짝 놀란다.

“너, 너무 위험한 것 아닙니까? 저 놈들이 무슨짓을 할 줄 알고!”

피식 웃은 나는 세팅되고 있는 원형 테이블과 의자를 바라보던 시선을 옮겨 호석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끄덕인 호석이 다시 손을 들어올려 신호하자. 주변에 있던 모든 인사들의 몸뚱이에 붉은색 레이저 포인트가 생긴다.

“이미 주변에 저격수 60명이 배치되었습니다.”

모두가 동시에 입을 떡 벌린다.

“손가락 하나 까딱해도 주먹만한 구멍이 뚫릴테니, 안심해도 좋습니다.”

꿀꺽.

꿀꺽.

여기저기 침 삼키는 소리가 요란하다.

나는 세팅된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자 앉읍시다.”

< 제 327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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