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26화 (326/458)

< 제 326화. >

타다당! 타다당.

총탄이 난무하고 피가 튀는 전쟁터.

아이티 공화국의 군부 세력이 주둔하는 곳에 갑자기 들이닥친 갱단의 공격.

전 세계 언론이 아이티 공화국을 주시하고 있던 만큼, 그 소식은 발 빠르게 퍼져나갔다.

“뚫어! 뚫어! 어떻게든 뚫어 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갱단의 보스.

“진입해! 진입!”

말포이도 그에 뒤지지 않고 권총을 꺼내 쏘며 막무가내로 육탄 돌격을 감행한다.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공격이었기 때문에 군인들은 제대로 된 방어도 하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원래 아이티 공화국의 대통령이 군부 세력을 축소시켰고 국방력을 떨어뜨려 놓았기에 가능한 일.

뻥 뚤린 국방부의 대문 근처의 경비 초소의 모든 군인들이 자리에 쓰러지자 중공군이라도 처 들어 오듯 이제는 혁명단이 된 혁명단원들이 미친듯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싹 죽여버려 그냥!”

누가 갱단 출신 아니랄까봐 이러쿵 저러쿵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보이는 모든걸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는 보스.

“여자랑 아이는 살려주고 무장한 군인만 골라 죽여!”

그와 상반된 명령을 내리는 말포이.

그러나 갱단 보스는 굳이 그를 말리지 않았다. 지금처럼 흥분해 있는 상태에서는 여차 하면 자신의 목도 위험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

다만 마음 한 구석에 말포이라는 제 오른팔의 평가를 달리 할 뿐이었다.

“와아아아아아!”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악을 지르고,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국방부를 완벽하게 점령해버린 혁명단.

“보스! 깃발, 우리 깃발을 세워야 합니다.”

“깃발? 그런게 필요해?”

“그럼요, 상징적인게 얼마나 중요한데!”

“말포이 네가 알아서 처리 해.”

“알겠습니다.”

말포이가 서둘러 바깥으로 나왔다.

평소 그림에 재주가 있어 보이던 사내들을 데려와 원래의 아이티 공화국 깃발에 색을 덧입히고는 국방부 정문과 최상층에 바람에 날려 펄럭이도록 깃발을 세워 놓고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 해외 언론인들이 그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 말포이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뭐, 뭐야! 도, 도망쳐!”

화들짝 놀라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카메라맨들과 기자들.

“공격할 생각 없습니다!”

말포이가 크게 소리치자 자리에 멈춘 그들이 두려움에 찬 얼굴로 말포이를 빤히 바라본다.

“나는 혁명단의 부단주 말포이입니다. 인터뷰 가능하겠습니까?”

여기저기 피가 묻은 복장과는 달리 제법 신사적인 태도에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메라 맨의 눈치를 살핀다.

카메라맨들은 기회다 싶었는지 얼른 카메라를 어깨에 들춰매고는 말포이를 찍기 시작했다.

기자들도 그에 질세라 얼른 마이크를 말포이의 주둥이 근처에 가져갔다.

“나 혁명단의 부단주 말포이는 말한다!”

크고 간결하게 얘길 시작하는 말포이.

“우리 혁명단은 아이티의 평화를 위해! 아이티의 혁명을 위해 움직였다! 부패한 정부와 그 정부의 개가 된 아이티 공화국의 부패 경찰과 부패 군부. 너희들은 여태껏 우리 공화국의 국민들을 억압하고 탄압해 왔다! 정부는 그것을 방치했고, 여러 국제 협력 기구에서 전달하는 구호물품을 뒤로 빼돌리는 등,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질러왔기에,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 총과 칼을 쥐었으며 무기가 없어 농기구까지 사용해야 했다.”

마치 피를 토하듯, 한글자 한글자 씹듯이 뱉어내는 말포이. 그 모습이 정말 혁명가의 모습과 언뜻 닮아 있는 듯 보였다.

“이제 우리는 국민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아갈 것이다. 더 이상 부패한 정부는 필요치 않다!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이 방송을 보고 있는 각국의 정상들이여, 세계 열강들이여! 부디 아이티 공화국의 국민들을 도와주십시오!”

말포이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자 카메라가 그 손가락을 따라 움직였다.

“아.”

카메라 맨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말포이가 가리킨 곳에는 이제 막 소년의 태를 벗어났을 법 한 또래의 청년들이 농기구를 꼭 쥔 채, 벽에 기대 피를 흘리고 앉아 있었다.

주변에 다른 사내들 역시 마찬가지, 군부와의 전투에서 총탄이 없어 총알 받이 역할을 했던 갱단의 말단 단원들이었다.

“저 어린 아이들도 ‘정의’가 무엇인지 알기에 군부의 총탄에 맞서 농기구를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티 공화국의 국민들은 결코 나약하지 않음을,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립니다. 이제 더 이상 아이티 공화국에 부정부패는 없습니다! 국민들이여! 우리 혁명단을 지지해 주십시오, 더 나은 삶, 더 나은 나라가 되도록 목숨을 다할 때까지 나아가겠습니다!”

“아아.”

카메라 맨도 기자들도.

눈에 눈물이 설핏 고였다.

그만큼 말포이의 감언이설에 감화되었다는 뜻이었다.

“꼭 이 방송을 세계에 내보내 주십시오, 우리 혁명단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한 명, 한 명.

기자들과 카메라맨에게 악수를 한 말포이는 다시 뛰어서는 국방부 건물 안쪽으로 쏙 하니 들어갔다.

그와 헤어진 기자들과 카메라 맨들의 얼굴에는 굳은 결의가 보이는 것 같았다.

***

[ 나는 혁명단의 부단주 말포이··· ]

“이야, 저 친구 말 잘하는데요? 제법 언론플레이 할 줄 아네요.”

TV에서 흘러나오는 이 시각 아이티 공화국 소식에 나는 감탄을 토했다.

“하하, 혁명단이라··· 신분 세탁을 아주 잘 했습니다.”

“그러게요, 진짜 살고 싶었던 모양이네요.”

“지금 TV에 나오는 저 놈은 말포이란 놈으로 갱단 보스의 오른팔이 맞습니다.”

“저놈 야망 있네요.”

“그렇습니까?”

“예, 지금 저놈 제 보스 모가지 비틀고 그 자리에 제가 오르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

“확실히, 보스라는 놈 보다는 똑똑해 보입니다.”

뚜벅뚜벅.

뒤쪽에서 들리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회장님, 보고 드릴 게 있습니다.”

코드원 이재형이었다.

“말씀하세요.”

“현재시각, 아이티공화국 경찰들이 빠르게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습니다.”

“갱단이 점령한 국방부를 치러 갈 생각인가 보네요.”

“예,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제 진짜 전장의 소용돌이로 변해버린 아이티 공화국이다. 여기저기서 드문드문 총성이 들려오고 SKY건설의 공사도 조금씩 조금씩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공기에 문제 없도록 진행하시고, 경계는 더 철저하게 서세요.”

호석이 물었다.

“대원들 투입 시기는 언제로 보십니까?”

“일단 갱단 놈들이랑 경찰들이랑 한 번은 부딪혀야 합니다.”

“예, 알겠습니다.”

“특사들 뭐 하고 있습니까?”

“국제법에 의거해서 어떤식으로 아이티 공화국을 점령해야 할지 연구중에 있습니다.”

“SKY법무팀도 같이 검토하도록 하세요.”

“예, 회장님.”

***

타다당, 타다당.

쾅! 쾅!

“야이 씨, 왜 경찰이 탱크를 가지고 있는데?”

“군인들이 무기가 왜 이렇게 부실한데!”

갱단. 이제는 혁명단이 된 그들의 지도부에서 욕지거리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아이티 공화국의 경찰병력들이 물밀듯이 처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말포이의 인터뷰가 전 세계에 흘러나간게 문제라고 보고 있는 그들은 말포이를 죽일듯 노려보았다.

“왜 쓸 데 없는 소리를 떠들어서는!”

“하여간 말포이 저 개자식! 보스만 아니었으면 진즉에 죽여버리는 건데.”

타다당, 타다당.

소총을 난사하던 보스가 와락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닥치고, 조준사격이나 똑바로해!”

“쳇.”

“제길, 보스! 탱크라니까요 탱크! 이거 못 버팁니다!”

“그래봤자 아이티 공화국 탱크야! 몇대나 된다고?”

그건 그랬다.

인구수 고작 1천만명 수준에 불과한 아이티 공화국이 보유한 탱크 숫자는 몇대 되지 않았다. 도미니카 공화국이 미쳤다고 아이티 공화국을 침투할 것도 아니니 자연스럽게 국방력을 높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높아진 국방력은 언제든 쿠데타 세력으로 변절할 우려가 있으니 대통령은 이를 경계하듯 군부 세력을 약화 시켰고, 반대로 자신의 편에 선 경찰들의 힘을 키웠다.

해서, 군부가 소유하던 탱크를 모두 팔아 치우고, 게 중에 두 대의 탱크를 경찰에게 넘겼다. 만약을 대비하기 위한 ‘치안부’의 치안력을 늘리기 위함이라는 핑계로 말이다.

그래도 국방부를 점거했기에 농기구 따위로 무장했던 청년들이 이제는 소총을 무장할 수 있었다. 문제는 탄약의 숫자.

탄이 워낙 적은 숫자였기에 마구 난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머리숫자는 혁명단이 훨씬 많았지만, 압도적인 화력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나마 ‘수성전’에 가까운 전투라 버틸 수 있는 것 뿐이었다.

“말포이 이 개자식아! 너 때문에 일이 이렇게 꼬였잖아!”

결국 참지 못한 혁명단주가 자칭 부단주라 칭하는 말포이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나라고 땡끄 몰고 처들어올 줄 알았습니까? 시발··· SKY이 개새끼들은 언제 도와준답니까?”

“내가 아냐? 시발, 이러다 진짜 우리 다 죽는다 어떻게좀 해 봐!”

“왜 나한테 그래요 보스! 보스가 여기 대장 아닙니까!”

“그니까 왜 언론 카메라 앞에서 떠들어! 떠들긴!”

“쩝.”

쾅! 쾅!

두대의 탱크의 포신이 불을 뿜을 때 마다, 국방부의 건물이 여기 저기 무너지고 있는 상황.

“에휴 시발···”

말포이가 뭔가를 결심한듯 보스와 함께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언성만 높혀서 총을 쏘라고 명령하고 있는 지도부 인사들에게 소리쳤다.

“탱크는 내가 책임지고 처리한다. 엄호좀 해주십쇼!”

보스가 놀란 눈으로 말포이를 바라본다.

“확실해?”

“그니까 엄호나 해 주세요, 저 새끼들 탱크 뒤에서 총 쏘잖아!”

“아, 알았어. 야! 다들 말포이 엄호해!”

말포이가 총기 멜빵끈을 타이트 하게 매고는 주변에 있던 수류탄을 여기저기 주머니에 쑤셔 넣기 시작했다.

“어, 어쩌려고?”

그러고는 2층 창문에서 그대로 뛰어내려 잔디밭을 구르더니 앞으로 뛰기 시작했다.

“미친! 쏴! 쏴! 말포이 죽는다!”

타다당, 타다당.

보스와 함께 혁명단 지도부가 말포이를 쏘려는 경찰들에게 총알 세례를 퍼부었다.

“부단주를 지켜라! 부단주를 지켜라!”

보스가 목청껏 소리를 내지르자 혁명단의 단원들이 미친듯이 총탄을 드리붓기 시작했다.

어느새 탱크 주변까지 도착한 말포이가 주머니에서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고는 여기저기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수류탄이라는 그 작은 물체로 탱크의 외피를 뚫기는 요원했으나, 지축을 흔들기는 충분해 보였다.

말포이는 미친놈 처럼 계속해서 수류탄을 뿌렸다. 대충 열 개쯤 던졌을까 탱크도 움직임을 멈추고 여기저기서 빗발치던 총탄도 조용하자 말포이가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가만히 멈춰있는 탱크위에 맨 몸으로 기어 오르더니 기어코 입구까지 다가간 말포이.

“으아아악!”

악으로 깡으로 해치를 열고는 수류탄 하나를 안쪽에 넣는다. 그러고는 다시 해치를 닫는다.

투웅!

탱크 내부를 보지 않았으나 살아 있는 놈들이 없을 것은 자명한 일.

“지금이다! 부단주가 탱크를 무력화 시켰다! 지금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

탱크의 포격이 무서워 숨어있던 혁명단이 총을 쏘며 앞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 기세에 흠칫 놀란 경찰 병력들이 빠르게 뒤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장면 역시, 전 세계에 생생하게 생중계 되고 있었다.

< 제 326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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