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25화 (325/458)

< 제 325화. >

아이티 공화국 대통령의 피살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하자 자연스럽게 어그로는 대한민국으로 쏠렸다.

현재 대한민국은 중국과 북한과의 협의를 끝내고, 역사상 유례없는 기다란 철도를 짓는 중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가 유명한 이유는 러시아의 대륙 진출에대한 욕망을 담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북한이라는 벽 때문에 막혀있던 육로 진출도 가능해진 상황.

북한에게도 중국에게도 경제적인 청사진을 그릴 수 있는 일이지만, 뭐니뭐니 해도 대한민국이 가장 큰 이익을 취할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리고 내부 깊숙히.

모두가 대한민국을 등에 업은 SKY가 활약하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언론은 대한민국을 집중조명하지만 여러 국가의 정보기관은 SKY의 움직임을 집중하고 있었다.

아이티 공화국의 작은 공항에 속속들이 도착하는 대한민국의 인사들. 그리고 그것을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전세계 언론들.

대한민국의 행보에 해외 언론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우려 섞인 보도가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 대한민국, 21세기에 식민지? ]

[ 아이티 공화국 대통령 암살, 그 배후는 어쩌면 사우스 코리아? ]

[ 21세기에 있어선 안 될 식민지배, 3차 세계대전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

매우 자극적인 헤드라인들.

물론 대놓고 자극적으로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사들은 메이저 언론사라 부르기 어려운 황색 언론들이었다.

아니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듯, 대한민국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면 해당 언론들도 조용했을 터.

“이 팀장님?”

내 부름에 이재형이 스륵 나타나 고개를 꾸벅 숙인다.

“찾으셨습니까 회장님.”

“갱단 놈들 뭐 하고 있죠?”

“경찰을 피해 아지트에서 단단하게 방어를 준비중입니다.”

“연락책 따로 있나요?”

“예, 회장님.”

작은 전화기 한 대를 꺼내 보이는 이재형.

휴대전화 보급이 전세계적으로 활발하지만 아직 아이티 공화국은 그렇지 못했다.

전화 기지국 자체도 많지 않으니, 휴대전화 사용하는 인구는 천만명의 인구중 아주 극 소수에 불과한 아이티.

“자 두번 째 신호탄 쏘아올려 봅시다.”

“예, 바로 지시하겠습니다.”

“바꿔주세요.”

호석이 앞으로 한걸음 나와서는 말했다.

“감청의 위험이 있습니다 회장님.”

고개를 돌려 이재형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화 한다고 말 하고, 시간 정하세요.”

다시 호석을 바라보았다.

“감청이나 도청 방해장치 얼마나 걸립니까?”

“20분이면 충분합니다 회장님.”

“진행하시죠.”

이재형도 호석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쁘게 움직인다.

20분이라 말 했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더욱 적은 시간이 지나고 나서 이재형이 내게 유선 전화기의 수화기를 건넨다.

“연결 됐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화기를 받아 들고는 입을 열었다.

“헤이, 하와유?”

-뭐, 그냥 지내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시끄럽죠?”

-어째서··· 아이티 공화국에 저들이 이렇게 집중하는 겁니까! 이건 얘기가 달라요!

“워워, 내가 노스트라다무스도 아니고 미래를 어떻게 압니까? 나도 예상치 못했지.”

-제기랄··· 살 길을 열어 주십시오!

목소리에서 간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군부도 그렇고 경찰들도 그렇고 아직 당신을 어쩌지 못하고 있죠?”

-그건, 우리가 누군줄 알고 있기 때문 아닙니까!

“아니죠, 지금 군부도 그렇고 경찰들도 그렇고 바빠요, 원채 군부는 원래 대통령이 힘을 못 쓰게 팔 다리를 잘라 놓은 경향도 있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군부를 먼저 치세요.”

-뭐요?

“오합지졸인 군부를 먼저 치라는 말입니다. 지금쯤 어떻게 하면 쿠데타를 일으켜볼 수 있을까 대가리를 굴리고 있을 장군들의 모가지를 따 오라는 말입니다.”

-··· 미쳤군.

제법 솔직한 언사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싫습니까?”

-가능 할 거라고 봅니까?

“그게 아니면 살 길은 있고?”

-······

“네 갱단이 살 길은 딱 하나야, 군부를 치고 군부가 가진 무기를 취한다. 그러고는 반 정부 시위를 하며 공권력에 대항한다. 명분은 음, 굶주린 아이티 공화국의 국민들을 범죄집단으로 만들지 말아라 정도면 되겠군.”

-범 세계적인 범죄집단이 되라는 얘깁니까?

“어차피 네들 원래도 세계적인 범죄집단이잖아? 그 멕시코에 후안 안드레아스? 그런 놈이랑 붙어먹더만.”

-그, 그런것도 알고 있소?

“그 놈 인터폴 적색수배야, 무슨 말인지 알지?”

-······ 까드득.

어금니를 짓 씹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한다고 만다고?”

-군부를 장악하고 시위를 하면··· 확실히 살길이 있소?

“네들이 시위를 시작하고 경찰 병력과 대치하거나 짜잘한 전투를 벌이면, 내가 책임지고 대한민국을 끌어오지.”

-그 다음은?

“세계 평화와 안녕을 위해 대한민국은 아이티 공화국의 국가기반 재건을 전심전력을 다해 돕는다. 명분은 한국전쟁 당시 세계가 도와줬던 것을 잊지 않는다 정도가 좋겠군.”

-그래서 당신이··· 대한민국을 시켜서 우리를 중재한다?

“그래.”

-··· 진심으로 될 거라 생각하시오?

“안 되면 네가 죽어.”

-제기랄··· 빼도 박도 못하겠군.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놈은 내가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여유로운 얼굴로 코코넛 밀크를 쪽쪽 빨며 말했다.

“군부의 힘을 줄이기 위해 경찰의 힘을 키워 놓은 아이티야, 그러니까 경찰들이랑 대립하는 것 보다는 군부와 대립하는게 네게도 살 확률이 높다는 얘기지.”

-후우···

“시간 싸움이다. UN과 미국이라도 개입하는 순간, 네가 살 길은 없어져, 그들이 개입할 명분도 충분해, 없어도 만들어서라도 개입할테니까. 아마 나와 대한민국이 아이티 공화국에 손을 데려한다면 어떻게든 방해하려 들게 뻔하니까.”

-후우··· 오늘 바로 움직이겠소.

“빨리 움직이라고 브라더, 살고 싶으면.”

-이해했소.

뚝.

전화가 끊기고 호석을 바라보았다.

“대한민국에서 보낸 특사들 도착했죠?”

“예, 회장님 현재 해외 언론과 인터뷰 후, 이쪽으로 이동중입니다.”

“오케이, 오는대로 바로 이쪽으로 부르세요.”

“예.”

***

쾅.

세게 전화기를 내려놓은 갱단의 보스가 부하를 휙 하니 쳐다보며 말했다.

“말포이! 무기 챙겨! 형제들 모두 집합시키고.”

놀란 표정의 부하가 묻는다.

“이번엔 또 뭘 하려고 하십니까! 안 됩니다. 진짜 안 돼요! 이제 우리 다 죽는다니까요?”

“여기 이러고 있어도 죽어 이 멍청한 새끼야!”

“그러니까 애초에 내가 멕시코로 튀자고 했잖아요!”

“멕시코로 튀어도 형제들이 쫓아와서 죽였을거라고 했잖아!”

“형제들이 동요하고 있습니다 보스! TV만 틀면 여기저기서 우리에대한 뉴스가 나오고 있다고요! 시발,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새끼들이···”

“후우, 그러니까 살고 싶으면 움직여야한다고! 빨리 준비시켜!”

말포이가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다.

“도대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시는데요?”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반역이겠지.”

“그게 무슨 개똥 같은 소립니까!”

“그러니까 시발, 내가 공부좀 하라고 그랬지?”

“공부는 해서 뭐해요? 우리나라에서 변호사나 의사가 된다고 대접받는 것도 아닌데.”

“에라이! 닥치고 준비나 해!”

시부렁시부렁 거리면서도 말포이는 보스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어느새 그들의 아지트에는 아이티 공화국의 모든 갱단의 말단 단원들까지 모여들어서 발디딜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총도, 총알도 부족했기에 곳곳에는 야구베트, 쇠파이프 각목부터 시작해 농기구까지 들고 있는 단원들도 보였다.

어금니를 꽉 깨문 갱단의 보스가 외쳤다.

“우리는! 우리를 범죄집단으로 만든 정부가 싫어서 무기를 손에 쥐었다!”

웅성웅성.

“보스가 뭐라는거야?”

“필로폰 잔뜩 처먹은 거 아니야?”

“헤로인일지도 몰라.”

“에이, 보스 약은 안 해, 마리화나면 모를까.”

눈썹을 꿈틀 거리던 갱단 보스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은색으로 반짝이는 데져트이글 권총을 하늘 위로 쏘았다.

탕!

“집중해 개새끼들아!”

흠칫 놀라 다시 보스를 올려다보는 단원들.

“지금 뉴스에서 시끄러운게 우리 때문인건 다 알고 있겠지?”

““예! 보스””

“재수 없으면 UN군이나 미군이 쳐들어 올 수도 있거든?”

단원들이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린다.

글자도 제대로 모르는 놈들이 태반이지만 UN군이나 미군의 무서움은 익히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아이티는 예전부터 먹고 살기 팍팍한 나라였다. 대항해시대 시절부터 시작해 식민지배를···”

한참 말을 하는 보스의 곁에 말포이가 다가와 말했다.

“보스, 그런 어려운 말 쟤들 못 알아 들어요.”

“커험, 그래?”

“예, 쉽게 얘기합시다 쉽게.”

“에이씨···”

“못하면 제가 해요?”

“그래, 네가 해 봐.”

고개를 끄덕인 말포이가 ‘큼, 큼.’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외쳤다.

“나는 부두목 말포이다! 모두 나를 알고 있겠지?”

언제부터 네가 부두목이었냐 하는 얼굴로 말포이를 바라보는 갱단 보스.

그러나 때가 때인 만큼, 딴지를 걸지는 않았다.

“보스의 말을 쉽게 이해시켜주겠다. 거기 너!”

말포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단원이 화들짝 놀라며 똑바로 차려자세를 취한다.

“UN군이 무섭냐, 아니면 아이티 군이 무섭냐?”

“UN군이 무섭습니다!”

“그럼, 미군이 무섭냐 아이티 군이 무섭냐?”

“미군이 무섭습니다!”

“그럼 UN군이랑 싸울래, 미군이랑 싸울래, 아니면 아이티 군이랑 싸울래?”

“아이티 군이랑 싸우겠습니다!”

말포이가 단원들을 둘러보다가 외쳤다.

“네 놈들도 다 같은 생각이냐? 아이티 군이랑 싸우는게 제일 나은 것 같지?”

““예! 부두목!””

어느새 확실한 부두목이 된 말포이.

“UN군이나 미군이 여기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아이티 군을 쓸어버려야 정식 단체로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보스의 말은, 이제 이해했어?”

““예! 부두목!””

“군인이라고 어깨에 힘 주고 다니는 새끼들 어차피 우리한테 상납금이나 바치던 새끼들 아니냐? 쫄지 말고 잘 싸워라, 아이티에 새로운 군부 세력, 우리 갱단의 이름은 머리에서 지워! 앞으로 우리는 혁명단이다!”

““혁명단!””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린 말포이가 보스를 힐끗 바라본다.

“된 것 같습니다. 보스.”

“커험, 그래. 잘했다.”

다시 갱단의, 이제는 혁명단이 된 곳의 혁명단장이 외쳤다.

“가자! 아이티 군부는 오늘부로 씨를 말려 버려라!”

““와아아아아!””

***

할아버지에게 특명을 받고 아이티로 온 대한민국의 특사단.

딱 봐도 행정에 이골이 난 관료들의 얼굴이었다.

그들과 한참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와중에 곁으로 다가온 이재형.

“말씀하세요.”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오, 빠르네요?”

“예, 회장님.”

“똑똑한 놈이네요 제법.”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다시 특사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아이티의 실질적인 지배를 하던 갱단 놈들이 군부를 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정말입니까?”

“이런!”

놀란 얼굴들이 된 특사들.

“여기는 전혀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군부, 갱단, 경찰들이 단체로 덤벼도 안전하니까.”

조금이나마 안심이 된 듯 얼굴이 펴지는 그들.

“그 갱단놈들이 군부를 장악하고 경찰과 대립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일겁니다.”

특사중 한명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픽 웃음이 흘러나오지만 참아내고는 말했다.

“그건 아실 필요 없고, 그 순간 우리는 평화유지군이 되는 겁니다.”

“예? 군대는 함께오지 않았습니다만.”

나는 준비했던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여기, 아이티의 대통령이 죽기전에 내게 보낸 의뢰서입니다. 아이티 공화국의 이름으로 되어 있죠.”

“아, PMC에 무장세력을 토벌해달라는 의뢰를 했군요.”

“그리고 난 그 의뢰를 수락했으니, 이 나라에서 내가 군사작전을 벌여도 합법이라는 얘기입니다.”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들.

“그리고 난 무장세력이 이 나라 공권력이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입을 떡 벌린다.

“서, 설마···”

“그래요, 갱단과 대립하고 있는 경찰들을 싹 쓸어버릴 생각입니다.”

“맙소사··· 공권력을 완전히 무너뜨리겠다는 말씀이군요!”

“그러니 그 순간, 여기 계신 분들이 바쁘게 움직이셔야 할 겁니다.”

알아 들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들.

“아이티는, 곧 대한민국의 영토가 될 겁니다.”

< 제 325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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