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323화. >
한달이란 시간동안.
아이티 공화국에는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우선 가장 먼저 전 세계 각지에서 자원봉사단이 쏟아지듯 들어 왔다는게 가장 특이한 일이었다.
“말이 자원봉사지.”
툭 튀어나온 말 처럼.
나는 저들이 자원봉사단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물론 게 중에는 진심어린 마음으로 아이티 공화국의 빈민들을 돕기 위한 단체나 그곳에 속한 사람들이 있기도 할 테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양인들, 코쟁이들은 내가 봤을때는 SKY를 감시하기 위해 보낸 유럽과 미국등의 정보원들일 게 뻔했다.
그럼 외국인들이 늘어난 것만 변했냐 하면 그것은 또 아니다. 내가 지내고 있는 이곳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허니~”
“응, 왜 불러?”
“나 목말라.”
“알았어~”
루시가 왔다.
카리브해의 예쁜 바다를 바라보며 태교를 하겠다며.
아이티 공화국의 때 타지 않은 아이들의 순박함을 바라보며 태교를 하겠다며.
뭐 그런 것은 다 핑계라는 걸 나도 알고 루시도 알고 있었다. 그저 나와 함께 있고 싶었던 모양이다. 얼마 뒤면 내가 아프리카로 출장을 갈 예정이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나와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모양이다.
덕분에 태양이와 별이, 그리고 우희와 정인숙 여사까지 아이티 공화국에 와야했다.
물론, 루시와 내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내가 직접 요청한 일이었다.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아이티 내에서 SKY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함이었다. 내가 영향력을 키우려는 방법, 그것은 ‘교육기관’설립과 함께, ‘교육’을 SKY가 하는 것이었다.
탁! 탁! 탁!
어른 키의 절반 정도 높이로 바닥에 손잡이 부분이 꽂혀 있는 창날에 코코넛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섬유질이 가득한 겉 껍질을 벗겨내는 과정이었다.
“오빠 현지인 다 됐다.”
우희가 툭, 등을 두들기며 하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래.
지금 나의 모습을 보자면 누가 감히 SKY의 절대자가 이러고 있으리라 생각할 수 있겠는가.
다 헤인 반바지 위에 통풍이 잘 되는 나시티를 입고 코코넛을 기계처럼 까고 있는 모습.
우희의 말이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학교는 잘 되고 있어?”
“응, 아이들 학구열이 높더라. 뭣보다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은 잘 배우길 바라더라고.”
“그렇겠지, 그게 그들이 가난을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 할 테니까.”
“응.”
“성인 학교도 만들어, 부모와 아이가 함께 교육을 받는 그런 자리도 좋겠네.”
우희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그렇지 않아도 어디서 구해 왔는지 학부형들이 판자로 교실을 만들고 의자를 만들고 장난 아니야.”
“그래? 그럼 더 좋지.”
한국에서 특별히 불어와 영어에 능통한 사람들을 잔뜩 데려왔다.
당연히 모든 것은 SKY재단의 주머니에서 나온 비용으로.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아이티 공화국으로 봉사단체들이 물밀듯 밀려오고 있는 상황, 자연스럽게 그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있었다.
SKY를 바라보는 아이티 주민들의 시선이 하루가 다르게 호의적으로 변하고 있는 상태였다.
SKY건설과 함께 일 하는 인부들의 자녀를 최우선으로 교육 해 준다. 원한다면 일이 끝난 시간 따로 ‘야간학교’의 개념으로 교육을 받을 기회도 준다. 주야 3교대로 돌아가는 건설현장에서 8시간 일을 하는 것 만으로도 아이티 공화국의 중산층 월 수입을 벌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노동자 지원은 쏟아지듯 들어오고, SKY는 그런 대부분의 모든 노동자들은 차별 없이 고용하고 있었다.
엄격한 안전수칙 아래 건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당장 루시와 내가 지내고 있는 집만 해도 으리으리해 보이면서 자연친화적으로 지어졌는데, 그 평수가 마당을 포함해 300평에 이른다.
집은 80평 규모 3층 구조로 되어 있었다.
어쨌든 저 집을 짓는데 고작 일주일이 걸렸으니 말 다했다. 현재 아이티 공화국은 시시각각,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음이었다. SKY가 위치한 곳에는 자연친화적이며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속속들이 들어서고 있었고,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아!’하고는 놀람을 금치 못한다.
도저히 빈민국의 건설양식으로는 보이지 않으니까.
“읏차.”
총 12개의 코코넛의 겉 껍질을 모두 벗겨내고는 덩굴로 칭칭 감아 놓은 그물망에 넣어서 등에 둘러 맸다.
“큽.”
우희가 그런 나를 보고 웃음을 참느라 애 쓴다.
“그냥 웃어 짜식아.”
“오빠가 이런 모습도 있구나 하고 그저 놀랍다.”
픽 웃음을 흘리며 코코넛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코코넛의 콕지 부분만 따고 안에 빨대를 꽂아 먹어도 되지만, 루시는 그것보다는 다른 걸 더 좋아했다.
코코넛 과육과 함께 코코넛 물을 믹서에 넣고 얼음 몇개와 함께 갈아버리면, 그대로 시원한 천연 슬러시가 탄생한다.
위이이이이이이잉.
믹서기가 시끄럽게 돌아가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루시가 몸매를 뽐내는 검은색 끈 비키니를 입고는 나타났다.
“어머 언니, 너무 야해!”
우희가 손가락을 쫙 벌리고는 눈을 가리고선 외쳤다. 루시가 휙 몸을 돌리더니 허리를 살짝 숙이며 몸의 굴곡을 S자로 만들고는 탱탱한 엉덩이를 흔들며 말했다.
“멋지지?”
“꺄악!”
수영복도 어디서 구했는지 딥 커팅이라 적나라하게 루시의 탱탱한 엉덩이가 부각된다.
나야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조차 익숙하니 픽 웃으며 루시의 엉덩이를 찰지게 때려주고는 컵에 옮겨 담은 슬러시를 건냈다.
“짜잔, 천가 특별 레시피로 만든 코코넛 슬러시.”
주방으로 오면서 레몬트리에서 직접 딴 레몬까지 살짝 넣었으니 맛이 끝내줄테다.
우희와 루시가 동시에 대나무로 만든 빨대에 입을 가져간다.
물론 빨대는 두개니까 서로 입술을 부딪힐 일은 없었다.
“오!”
“와!”
루시와 우희가 동시에 엄지를 척 들어 올린다.
“어머, 회장님. 이런일은 저 시키시지.”
어느새 아산댁 아주머니가 붉은색 비키니로 몸매를 뽐내시며 주방으로 들어 오셨다.
나는 스윽, 쟁반위에 슬러시 여러잔을 올려서는 아산댁 아주머니 앞에 내밀었다.
“여기 다른분들 음료도 준비했습니다.”
“어머어머, 역시 회장님 자상하시다니까.”
아산댁 아주머니가 톡톡, 어깨를 두들겨 주신다.
아주머니가 올해 쉰이 넘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디가서 30대 후반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은 몸매와 피부결을 가지셨다.
그녀와 함께 우리 태양이와 별이를 돌봐주시는 베이비 시터분들 모두 놀라운 몸매의 소유자 들이다.
훌러덩.
우희가 입고 있던 박스티를 벗고는 제 몸매를 뽐내며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고 엉덩이를 주욱 뒤로 뺀다.
루시도, 아산댁 아주머니도 나름대로 포즈를 잡는다.
나는 자연스럽게 주방 테이블 위에 있던 필름 카메라를 들어 그녀들을 앵글에 담았다. 내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이유는 나를 ‘찍새’정도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니까.
찰칵.
셔터가 눌리니 볼일이 끝났는지 우희가 얼른 쟁반을 들고 루시와 아산댁 아주머니의 뒤를 따라 총총 해변으로 걸어간다.
“에휴.”
한숨이 나오면서도 행복한 이상한 감정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남아있던 코코넛 슬러시 위에 럼주를 듬뿍 뿌렸다.
그렇게 두 잔의 슬러시를 들고 카리브해 해변이 내려다 보이는 우리집 옥상으로 올라갔다.
“하하, 오래걸리셨습니다 회장님.”
하와이언 셔츠를 입고 선베드에 누워있던 호석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게 아니었는데 말이죠.”
호석이 픽 웃어버린다.
본래의 계획과 다소 차이가 생겨버렸기 때문이었다. 원래라면 빠르게 아이티를 정리해야 했지만, 러시아로 가 있던 김장원과 독거미에게서 푸틴이 SKY를 주목하고 중국과 북한, 미국등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단 소리를 들었다.
해서, 그들의 눈이 우리를 향해 있음을 알기에 잠시 몸을 사리고 있는 것 뿐이었다. 물론 물리적인 시간으로 SKY가 아이티 공화국에 깊게 뿌리를 내릴 시간도 필요했으니 어쩌면 필요한 과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덕분에 SKY위상이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회장님, 브랜드 평판 역시 수직상승 하고 있는 중입니다.”
호석의 말에 피식 웃으며 시가를 입에 물었다.
“원래도 브랜드 평판은 최상위권 아니었습니까?”
“SKY전자와 PMC만 유명했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지금은 SKY재단과 함께 SKY건설까지 세계에서 극찬을 쏟아내고 있었다. 특히나 아이티공화국에 건설된 SKY건설의 건축물들에 대한 극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친환경 건물이네 어쩌네 하면서.
게다가 아이티 공화국에 건설되는 모든 건물에는 SKY화학과 SKY에너지가 연구개발한 태양광 발전시설이 함께 올라가고 있었다. ‘전기’에너지를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건물의 크기나 태양광 패널의 갯수에 따라 조금씩 발전양이 다르지만, 에어컨은 무리여도 냉장고 정도는 충분히 돌릴 수 있는 전기가 생산되고 있었다.
에어컨 역시, 시간을 조절 한다면 충분히 켤 수 있었고.
그것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SKY건설이 짓고 있는 건물들이 세계적인 이슈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갱단 놈들, 별 얘기가 없군요.”
“눈치를 살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 세계 각국의 정보원들이 내 행보에 주목하고 있는 상태. 갱단의 보스라는 놈은 감히 내 명령을 듣고도 아직 시행하지 않고 있었다.
제 목숨줄 귀한 것을 알고 있어서인지 몸을 사리고 있는 상태.
“직접 가기는 좀 그렇죠?”
“그렇습니다.”
“흠, 코드원 뭐하고 있습니까?”
호석이 웃으며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저기서 지옥교관 노릇 중입니다.”
멀리서도 보이는 붉은색 교관 모자를 쓰고 있는 사내, 그의 앞에 몸 좋은 사내들이 연신 모래바닥을 구르고 뛰고 있었다.
“잠깐 볼까요?”
“예, 회장님.”
호석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으로 입술을 부여잡고는 강하게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고는 수신호를 보내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옥상위로 올라온 코드원.
“찾으셨습니까? 회장님.”
“일 하나 합시다.”
“말씀하십시오.”
호석이 어느새 준비했는지 사진 하나를 건낸다.
“그 사진이 이곳 아이티의 갱단 보스입니다.”
“예, 기억해두겠습니다.”
“내가 놈한테 지시한 게 있는데, 이 놈이 게으름을 피우나 영, 진전이 없네요?”
“이해했습니다.”
“이 정도면 아이티에서는 할 일을 다 한 것 같으니, 빠르게 처리하라고 해 주세요.”
호석이 이어서 몇 개의 서류를 더 코드원, 이재형에게 건네자 잠시 살피던 이재형이 나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뒤처리는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고개를 돌려 한창 학교가 건설되고 있는 현장을 바라보았다. 주변에서 가장 높은 지대에 건설된 3층 건물이기 때문에 근방 5km가 훤히 보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기, 각국의 정보부들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으니까, 그걸 감안해야겠죠?”
이재형이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린다.
내 말뜻을 이해 한 모양이다.
“인신매매, 마약.”
딱 두개의 단어를 뱉었다.
고개를 돌려 이재형을 바라보니 완벽하게 이해를 한 모습이었다.
두개의 단어 만으로 이 지역의 갱단 놈들이 어떤 더러운 짓거리들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모양이다.
“입이 많아서 좋을게 있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이제 나머지는 이재형이 알아서 할 테다.
“훈련병들은 얼마든지 동원해도 좋습니다. 좋은 훈련이 될 테니.”
“예, 회장님.”
다시 고개를 돌려 붉게 물들어가는 카리브해의 일몰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피 처럼 붉어 보이는 하늘이었다.
< 제 323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