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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재벌-322화 (322/458)

< 제 322화. >

속속들이 도착하는 PMC대원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가득했다 항상 흰색 또는 황토색 모래알만 보다가 푸르른 산과 들, 에메랄드 빛 카리브해는 충분히 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될 수 있나보다.

“다들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네요?”

불쑥 튀어나온 질문에 호석이 밝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예, 회장님. 그래보입니다. 훈련 빡세게 굴려야겠네요.”

“며칠은 풀어 주세요, 나름 실전경험 할지도 모르니까.”

내 우려의 말에 호석은 고개를 저었다.

“제가 봤을때는 그럴일이 없어보입니다만.”

“그래요?”

“예, 호세라는 놈의 눈이 이미 꼬랑지를 만 개와 같았습니다. 절대 고개를 들지 못할겁니다.”

호석의 강한 확신이 담긴 말.

나 역시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으니 별다른 얘길 하지 않았다.

“뭐 하고 있답니까? 그 이름이 호세?”

“예, 호세 마르코. 현 아이티의 실질적인 지배자의 이름입니다. 어제부터 갱단의 움직임이 심상치않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무기가 움직이고 빠르게 모이고 있다 합니다.”

“경계 단계를 늘려야겠군요.”

“벌집이 되고 싶은게 아니라면 이쪽에는 얼씬도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는 일단 아이티 사람들의 민심을 사로잡는데 집중 하기로 하죠.”

“예, 회장님.”

대원들이 짐을 풀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이 SKY건설의 최명규 대표를 만났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바쁘게 돌아다니신 모양이에요? 며칠동안 많이 타셨네요.”

내 말에 그가 멋쩍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인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분명 햇빛은 제대로 보지 않은 것 같은 희고 고운 피부였는데 어느새 어깨춤이며 콧잔등 광대등이 빨갛게 익어 있었다.

그만큼 많이 돌아다녔다는 방증.

“부지 매입은 아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땅을 사고자 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어떻게든 팔아보려고 난리더군요.”

“문제 소지는 없는 땅들이겠죠?”

“예, 회장님. 전혀 문제 없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전에 언질이 있었는지 지도와 작은 플라스틱 건축물 미니어쳐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먼저, PMC막사을 짓는다 들었습니다.”

“예, 우선적으로 처리 할 문제지요.”

“아시다시피 아직 중장비가 들어오지 않아, 공사기간은 타이트 하게 잡기 어렵습니다.”

“이해합니다. 단, 아주 적극적으로 밤낮 없이 아이티 주민들을 인부로 쓰세요, 동시에 대규모로 작업을 진행해도 좋습니다.”

최명규 대표가 씨익 입꼬리을 들어 올린다.

“그럼 제 입장에서는 편합니다. 우리 직원들도 좋아할 게 분명하고요. 언어적인 문제가 있기는 해도, 어쨌든 아이티 주민들의 인건비가 어마어마하게 저렴하기 때문에 밤낮없이 개발하고, 중장비까지 들어오게 되면 공사속도는 무척 빠를 것입니다.”

“인건비 차이가 얼마나 나죠?”

“한국인 일용직 하루 값이면 아이티 주민 여덟을 부릴 수 있습니다.”

“이야, 엄청나긴 하네요.”

“더 놀라운 것은 그것도 많이 주는거라고 합니다. 아이티 사람들이 아주 만족스러워 할 정도라고 하더군요.”

“좋습니다. 내진 설계를 좀 볼까요?”

내 말에 최명규 사장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각종 건설물 미니어쳐들이 있는 곳으로 날 데려갔다.

“우선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는 걸 감안 해 주십시오 회장님. 아무래도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서 말입니다.”

“예, 그럼요.”

“감사합니다.”

최명규 사장이 미니어처가 가득한 책상을 양팔로 잡더니 마구 흔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호석이 참기 힘든지 고개를 돌려버린다.

나 역시 웃음이 터져나올 것 같기에 손을 들어올려 열심히 테이블을 흔들고 있는 최명규 대표를 제지했다.

“큽, 알겠습니다. 대표님 내진설계가 완벽하다는 걸 보여주시려는 거죠?”

거친 호흡을 정리한 최명규 대표가 뿌듯하게 입꼬리을 들어올린다.

“예, 회장님. 아직 정확한 시뮬레이션은 해보지 못했으나 예상하기로는 진도 7.5까지는 버티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야.”

나는 무의식적으로 미니어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어?”

호석이 놀란 얼굴로 날 바라본다.

“테이블에 고정된 게 아니었군요!”

최명규 대표가 세상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래야 내진 설계 아니겠습니까?”

“이야, 대표님이 자신있어 하실만 했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이거 나중에 상도 받을지 모르겠네요. 건설사 명성이 올라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은데요?”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회장님!”

최명규 대표의 어깨를 두들겨 주고는 말했다.

“대원들 막사는 특히 신경 써주십시오, 우리들의 안전 담당자가 아닙니까?”

“예! 회장님.”

***

러시아 모스크바.

정장위에 소총을 매고 있는 아이러니한 복장의 사내들 속을 유유히 걷는 인물.

그는 러시아의 대통령이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절대자 푸틴이었다.

무장한 경호원들 사이를 유유히 걸어가 집무실에 도착한 그는 자연스럽게 술잔에 보드카를 따라서는 비우고 책상위에 앉았다.

“보고해.”

“SKY PMC의 대원들이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 사막에서 철수해 아이티 공화국으로 향했습니다.”

“그들이 사막에서 하는 게 뭐라고 했지?”

그의 보좌관으로 보이는 사내가 스윽, 사진을 내민다.

“이게 SKY에너지가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사막에 진입 전 사진이고, 이게 현재 사진입니다.”

“위성 사진인가?”

“그렇습니다.”

천천히 사진을 확인하는 푸틴.

SKY가 사막에 진출하기 전에는 황량한 모래밭만 가득한 곳에 어느새 푸르른 녹림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

“하, 사막을 개간했어? 내가 보는 이 사진이 사막에 풀이나 나무가 자란 것인가?”

“예, 각하.”

“허허.”

푸틴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돈 지랄을 했구만.”

“더 주의깊게 보셔야 할 것은 이것입니다.”

보좌관이 위성사진의 한 곳을 가리킨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물체들이 있는 곳이었다. 정확히 무엇인지 위성사진으로는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이게 뭐지?”

“태양광 발전소 입니다.”

“태양광 전지판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사막에서 발전소 연구를 했다?”

“현재까지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푸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황량한 사막에서 하기에는 가장 좋은 사업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태양광 전지는 그 효율이 비용대비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거의 반 영구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관리하기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한번 설치비가 들어가면 그 다음에는 효율적이다?”

“예, 각하.”

“북한과 중국의 정세에 대해서 집중해서 지켜보라니까 이상한 걸 들고 왔군.”

푸틴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보좌관을 쏘아보았다.

그의 입장에서 지금 위성사진 하등, 중국과 북한과 별 연관관계가 없어 보였기 때문.

“각하, 우리 러시아가 유럽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가스나 오일이겠지.”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SKY가 지금 태양광 발전시설을 연구개발중입니다. 그것도 우리와 동맹이라 할 수 있는 중국땅에서 말입니다.”

“그 미개한 놈들과 우리가 동맹이라.”

“우리가 가진 체재가 그렇지 않습니까? 또, 아시아로 뻗어나가는데 아주 중요한 길목에 위치한 국가가 중국이지않습니까?”

푸틴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역시 중국과 북한에게 집중하라 한 얘기는 결국 그들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

“해서?”

“각하께서도 천우진과 중국과의 모종의 관계가 있을 것이라 추측하시지 않았습니까? 북한은 거의 기정사실로 생각하고 계시고요.”

“그렇지.”

“새롭게 주석의 자리에 오른 후진다오가 SKY의 천우진과 모종의 관계가 있을 거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 천우진이 중국 땅에서 ‘신재생에너지’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팍 인상을 찌푸리는 푸틴.

“놈이 우리를 견제 하려 한다?”

“제 예상은 그렇습니다. 각하.”

“태양관 전지··· 우리쪽에는 연구 한 결과가 없나?”

“효율이 좋지 않아 크게 투자비를 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흐음···”

“여기 이 우거진 녹림이 보이십니까?”

“그래, 사막의 기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군.”

SKY가 만들어낸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사막의 변화에 푸틴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정하고 있었다.

“여기에 쏟아부은 물들을··· 이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팔아서 구했다고 합니다.”

푸틴의 눈이 크게 확장되었다.

“그 얘기는?”

“예, SKY는 이미 압도적인 태양광발전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태양광 발전소가 늘어난다?”

“미관, 그러니까 보기에는 좋지 않으니 지금과 같이 사막등지에 발전소를 빠르게 늘려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산한 전기를 판다?”

“정보부의 판단으로는 전기를 저장하는 배터리 기술 역시 급격하게 발전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겠지··· 많은 전기를 적은 크기로 보관할 수 있어야 판매하기에 유리할테니까.”

“예, 그렇습니다. 각하.”

이제 푸틴은 어째서 보좌관이 쓸 데 없는 것에 집중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 당장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러시아가 떨칠 수 있는 이유는 가스와 오일.

그러니까 에너지를 판매하는 국가이기 때문이었다. 당장 러시아가 유럽으로 향하는 에너지를 막아버리면 빈번하게 정전이 일어날 국가가 대부분인 상황이었기 때문.

물론, 여러가지 협약과 조약들 때문에 한 순간에 에너지를 차단시키기에는 리스크가 존재하고 있었다.

“천우진 이 친구 말이야.”

“예, 각하.”

“지금 아이티에 있다고 했나?”

“그렇습니다.”

“그가 아이티에서 무엇을 할 것이라 보는가?”

“현재 아이티 갱단과 아이티 정부와 갈등이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듣기로는 커다란 농장지대를 짓는다지?”

“예, 각하.”

푸틴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독한 보드카를 한잔 더 들이켰다.

“꼭,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 같군, 식량과 에너지원을 준비하고, 자급자족을 준비하는 것 같잖은가?”

보좌관은 ‘하하’하고 옅은 웃음을 흘렸다.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감히 그럴 수 있겠습니까?”

“무기 사업에도 손을 데고 있지?”

“그렇습니다.”

“그것도 제법 고도의 기술로 말이야··· 얼마전 세 번째 위성까지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고?”

“예, 각하.”

“ICBM기술은 이미 가지고 있다고 보는게 옳겠군.”

보좌관이 눈을 부릅 떴다.

“핵무장을 고려 하고 계신 것입니까?”

“대한민국은 놀라운 나라지, 그들이 가진 기술력이라면 당장 핵 탄두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거야, 미국과 여러 국가들의 눈치를 보느라 핵탄두를 보유하지 않을 뿐이겠지.”

“ICBM기술이 있으니 언제든···”

“그래, 내 눈에는 그래 보이는데? 차근차근 전쟁준비를 하는 것 처럼 말이야.”

보좌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럼 아이티 공화국은 단순히 식량확보가 목표가 아닐 수 있겠군요.”

푸틴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의자를 뒤로 돌리자 보좌관이 눈치껏 어떤 버튼을 누르니 서재가 열리며 커다란 세계지도가 나타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보통의 세계지도가 아닌, 그 크기와 거리, 그러니까 척도가 아주 세밀하고 정확한 지도였다.

둥그런 구 형태의 지구는 평면 지도로 만들면 자연스럽게 적도 부근의 땅들이 커져 보이는 효과가 있는데, 해당 지도는 그런 부분들까지 세밀하게 조정해 정확한 크기를 자랑하는 그런 지도였다.

“여기가 아이티공화국이지?”

푸틴이 붉은색 레이저 포인트로 지도의 작은 섬을 가리킨다.

“예, 각하. 옆은 도미니카 공화국입니다.”

“위치도 아주 교묘하군, 전진기지를 설치해도 훌륭할 정도로.”

“으음!”

“아이티 공화국을 좀더 자세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해, 내가 봤을땐···”

“SKY의 영토확장까지 고려하라는 뜻, 알아 들었습니다.”

푸틴이 흡족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중국과 북한에게 정상회담 제안 해, 대한민국, 저 작은 나라를 경계해야겠어, 미국에게도 따로 정상회담 요청 해 보고.”

“예, 각하.”

< 제 32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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