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18화 (318/458)

< 제 318화. >

똥씹은 아이티 대통령의 모습을 뒤로 하고 바로 대통령 관저를 벗어났다. 하나를 해결 했으면 자연스럽게 넥스트 스텝을 밟아야 하는 법이다.

“유독 진행이 빠른 것 같습니다.”

룸미러로 날 바라보며 얘기하는 호석.

“중국이나 미국도 아니고, 크게 시간을 투자할 필요는 없죠. 여기는 아이티니까.”

“그렇군요.”

다시 SKY식품 아이티 연구소에 도착했을 때.

나는 SKY건설의 최명규 대표를 볼 수 있었다.

“회장님, 오셨습니까?”

“아, 대표님. 비행이 고되셨을텐데 쉬고 계시지 그러셨어요?”

“하하, 내어주신 전용기 덕분에 비행기에서 푹 쉴 수 있었습니다. 아주 호강했습니다.”

실제로 호강을 했는지 그의 얼굴을 보기 좋아보였다. 요즘 부쩍 일감이 늘어난 건설일텐데 내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왔다.

“피차 바쁠테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갈까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와 함께 연구소 발코니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커다랗게 훈련소 부지와 함께 연구소 부지도 건설하려고 합니다. 설비는 당연히 최신식으로 가고요.”

“비용이 제법 들어가겠습니다.”

“저기 저 높은 봉우리를 이용할 수 있는 훈련소 시설을 지어주세요, 최대 수용인원은 5천명으로 하죠.”

잠시 입을 크게 벌린 최명규 대표.

“연구소는 어떤 시설들을 계획하십니까?”

“당연히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도 필요 할 겁니다. 그 부분은 저기 박영민 연구소장과 상의를 해 주세요.”

“예, 회장님.”

“뭣보다 가장 중요한것은, 모든 건물에 튼튼한 내진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내진설계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최명규 대표.

“예, 내진 설계.”

“음···”

자신이 없는지 말을 아낀다.

확실히 대한민국의 건설사들은 아직까지 내진 설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건설사에서 짬밥이 굵은 최명규 대표도 그것은 마찬가지인 모양.

“이 세상에 어떤 대지진이 와도 버틸 수 있도록, 비용은 상관 없으니 최대한.”

“뭔가 실험해보고 싶으신게 있으신 모양입니다.”

내가 아는 한.

아이티에는 반드시 대지진이 찾아온다.

어쩌면 한번이 아니라 여러번일수도 있었다.

만약, 아이티에 대지진이 오고, 대지진에 의한 피해를 SKY만 피해간다면? SKY가 지은 건물만 굳건하게 땅에 버티고 서 있다면 단숨에 SKY건설의 명성은 전 세계에 널리 떨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건물.

뭐 그런 이미지를 심어줄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티공화국이 친절하게 모든 비용을 투자해줄테니 나는 돈 걱정없이 계획을 옮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실 수 있겠습니까?”

“오랜만에 도전정신이 샘솟습니다 회장님.”

자신감 넘치는 얼굴.

‘비용’에서 자유로우니 당연한 일일테다.

“훈련소 구성은 어떻게 꾸릴까요?”

“그 부분 역시 정호석 대표와 상의를 통해 진행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아이티공화국의 값싼 노동력 역시 마음껏 끌어다 쓰십시오, 또 내일부터 SKY LINE을 통해 SKY시큐리티와 PMC대원들이 넘어올겁니다. 그들 역시 인부로 동원하면 됩니다.”

“반발은 없겠습니까?”

호석이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표님, 우리 대원들은 오히려 좋아할겁니다. 본인들이 지낼 훈련소를 손수 만드는 과정, 낭만있지 않습니까? 후배들에게 자랑할 거리도 될테고요.”

“하하, 그렇습니까?”

“그럼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훈련과 운동의 일환이니까. 노가다는 힘들지 않습니까?”

최명규 대표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나를 바라본다.

“아이티 공화국의 노동력은 반발이 없을까요?”

난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요, 오히려 좋은 돈 벌이가 된다면서 여기저기서 달려들지도 모릅니다. 서로 하겠다고 난리겠죠.”

“공기를 확 단축시킬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사전에 보내주신 자료를 통해 간이 설계도를 제작했습니다. 당장 필요한 공사부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장비는 어떻습니까?”

“사전에 넘어온 중장비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더욱 커다란 장비들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회장님.”

“SKY LINE에 요청하세요, 최우선으로 처리하라고 얘기를 해 둘테니.”

“감사합니다.”

아무리 최우선으로 처리한다해도, 중장비들은 무겁기에 바다를 통해 이동하는 것만 가능하다.

현지조달이 거의 불가능한게 현실이니 공기가 제법 오래 걸릴 것으로 보였다.

“아이티를 시작으로, 아프리카쪽까지 뻗어나가는 걸로 가닥을 잡죠.”

“예, 회장님.”

현재 아이티에는 내가 있으니 결정도 선택도, 진행도 빠를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본을 잡아 놓으면 나머지는 알아서 SKY의 계열사들이 진행할테다.

“오늘은 내가 다른 일이 있어서 연구소장님과 대표님과 식사는 힘들겠군요.”

“괜찮습니다 회장님, 앞으로 어떤 시설들을 지어나갈지 상의하며 그 좋다는 코코넛주나 좀 마셔봐야겠습니다.”

“그러세요.”

최명규 대표가 고개를 숙여보이고는 완전히 자리를 벗어난 것을 확인한 나는 호석을 바라보았다.

“대원들 준비 됐습니까?”

나와 함께 아이티에 온 약 40여명의 대원들.

그들은 지금 이곳 아이티 갱단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각지로 떠나있는 상태였다.

“예, 회장님. 갱단도 대충은 눈치를 챈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요?”

“관광객이 거의 없는 아이티입니다. 동양인이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눈에 띄는 일 아니겠습니까?”

충분히 신빙성 있는 얘기였다.

“작전의 위험성이 올라갔나요?”

“그렇진 않습니다. 어린아이가 몽둥이를 드나, 야구베트를 드나. 크게 다르지 않으니까요. 또, 최명규 대표와 함께 대원들 30여명이 함께 넘어왔습니다.”

“그렇군요.”

호석에게 아이티 공화국의 대통령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서류를 건네 주었다.

“보이시죠?”

“호오, 이런것도 받아내셨습니까?”

호석이 흐뭇한 얼굴로 날 바라본다.

서류에는 분명, 갱단 처리를 의뢰하는 의뢰서가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PMC의 군사 행동은 공식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뜻.

“이러면 움직임이 자유롭겠습니다.”

“공식적인 허가입니다. 무기는 마음껏 사용하시는 걸로.”

호석이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예, 회장님.”

“오늘은 몇 놈이나 잡습니까?”

호석이 사진 몇 장을 꺼내 보여준다.

“아이티 갱단의 머리들입니다. 게 중에 이 놈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죠.”

흑인들의 나이를 쉽게 짐작할 수 없었지만, 언뜻 보아도 중년은 넘어가보이는 모습의 사내가, 곁에 소녀들을 끼고는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이었다.

“옆에 아이들은 딸인가요?”

“부인들이랍니다.”

“부인들?”

“예.”

“그래서 오늘 이 사진들의 주인공을 잡나요?”

“편의상 이곳을 주둔지라 말하겠습니다.”

“예.”

“주둔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우두머리는 여기 이 놈입니다. 소녀들을 끼고 있는 놈의 동생이죠.”

“아하, 오늘 목표는 이놈?”

“예.”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디까지나 오늘 작전은 맛보기에 지나지 않을테니까.

“그리고 이 놈이 SKY에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놈이기도 합니다.”

“아, 얼마전 삥을 뜯으려 했다는 그 놈이군요.”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바로 움직이죠.”

“예, 회장님.”

***

좋게 설명해도 판자촌 정도로 밖에 설명할 길이 없는 아이티의 흔한 마을의 풍경.

문명의 이기라는 전기는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낙후된 시설 속에 유난이 밝게 빛나는 건물 하나가 보인다.

‘건물’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판자촌이 즐비한 곳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다른 집들과 다르게 그곳은 ‘전기’도 있는지 멀리서도 확실히 구분이 간다.

“저긴가 보네요?”

“예, 회장님.”

짝.

목 언저리에 달라 붙었던 모기를 죽이며 말했다.

“말라리아 주사들은 꼭 맞아야겠어요, 모기가 많네.”

“예, 의료진 따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놈들의 아지트까지 차를 가져오기 뭐했다.

차량자체가 희귀한 아이티에서 대규모 차량 이동은 반드시 눈에 띌 수 밖에 없으니까.

해서, 나와 대원들은 차량으로 이동 후, 약 한시간을 걸어서 놈들의 아지트 뒤쪽의 작은 동산에 은엄폐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치익, 1팀 작전지 도착.

-치익, 2팀 도착.

-치익, 3팀 도착.

무전기로 속속들이 들려오는 대원들의 도착 알림.

“후우, 지원팀 출발 해.”

-치익, 지원팀 출발.

호석이 눈으로 묻는다.

“예, 우리도 갑시다.”

“후, 후. 작전개시, 작전개시.”

호석의 입에서 작전개시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퉁! 퉁! 퉁!

곳곳에 배치된 자랑스러운 SKY PMC의 저격수들의 저격총이 불을 뿜었다.

고요한 밤의 숲에서 불꽃이 튀며 육중한 격발음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망루라고 해야할까? 정확하게는 건축물의 바깥쪽 발코니라고 해야할까? 어쨌든, 그곳에서 AK소총을 들고 경계를 서던 사내들이 총격에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게 생생히 보인다.

쨍그랑.

몇 발의 격발음이 더 들려오자 해당 건물은 어두컴컴하게 변했다. 저격수들이 발광하는 물체들을 모두 터뜨려버렸기 때문.

“후, 후. 진입.”

-치익, 진입!

호석의 진입 명령과 함께, 나 역시 방탄헬멧 위에 거치되어 있던 야간투시경을 내렸다.

그제야 보이는 건물의 상황.

우왕좌왕 거리며 건물 바깥으로 나와서 뭐라고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인물들과 조심스럽게 나와 같은 복장을 하고는 건물로 진입하고 있는 인물들이 녹색 세상에서 회색으로 선명하게 보인다.

놈들이 야간투시경을 가지고 있을리 만무하니, 자연스럽게 빠르게 정리된다. 어둠에 적응할 시간을 줄 생각도 없는지 대원들의 행동은 날래기만 했다.

“가시죠.”

호석의 말에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치 밤 산책이라도 나온 것 처럼.

타다당! 타다당!

간헐적으로 소총의 격발음이 들려온다.

건물 바깥은 어둠에 잠겨 있어도, 내부까지 그러진 않을 터.

아마 건물 내부로 진입한 PMC대원들과 이 지역 갱단 놈들의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그리고 호석도.

대원들을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중국에서도 아프간에서도.

북한에서도 큰 피해가 없던 최정예 대원들이었다.

고작 갱단 놈들에게 피해를 입는다? 그건 정말 말 같지도 않은 일이었다.

갱단이라고 해 봤자. 총기로 무장한 일반인들이었다.

고도의 훈련을 받은 우리 대원들과 비교한다면 대원들이 많이 섭섭해 했을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석도 나도 굳이 많은 대원들을 이번 작전에 투입한 것은 ‘경호’ 때문이었다.

지금 이 작전에 투입된 대원들은 나와 호석을 포함해 총원 28명이다.

나머지 약 50여명의 대원들은 지금 SKY 식품 연구소를 경비, 경호 하고 있었다.

자신들을 공격한 SKY를 향해 갱단들이 보복을 할 수 있기 때문.

공권력인 경찰을 믿을 수 없는 환경이니 자연스럽게 내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었다.

-치익, 상황종료.

이제 건물까지 한 200m가 남은 것 같은데, 벌써 상황이 끝났다는 무전이 들려온다.

“싱겁네요.”

호석이 싱긋 입꼬리르 들어올리고, 나와 호석은 더욱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완벽하게 사로잡혀 무릎을 꿇고는 양손을 머리에 가져간 흑인 하나.

대원들에게 몇대 맞았는지 얼굴이 제법 부었지만 사진속 인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미친놈들이 감히 내가 누군줄 알고!”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으면서도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이 제법이다.

“우리 형제들이 너희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너희의 부모! 너희의 친구! 너희의 가족! 모두 찢어 죽일 것이다!”

놈의 귓가에 권총을 가져가 그대로 격발했다.

탕!

“끄악.”

놈이 양손으로 오른쪽 귀를 감싸쥔다.

방금 격발을 했으니 뜨거울 총구를 놈의 볼에 가져가고는 눈을 마주쳤다.

“네가 한 말. 부모, 친구, 가족? 찢어죽인다는 그 말. 나는 할 수 있을까? 없을까?”

놈의 눈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상대를 봐 가면서 양아치 짓을 했어야지, SKY한테 삥을 뜯으려고 해? 미국이나 중국도 못하는 짓을 고작 네 놈들이?”

탕! 탕!

놈의 양쪽 허벅지를 쐈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호석에게 말했다.

“살려두세요, 제 형이 보라고, 그리고 두려워 하라고. 똑똑한 놈이면 연락을 할 겁니다.”

“예, 회장님.”

< 제 318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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