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14화 (314/458)

< 제 314화. >

역사상 유례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후진다오가 전 중국의 환호를 받으며 주석궁 앞 단상위에 올랐다. 현재 그를 욕하는 중국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민들이여! 천자를 사칭하던 장저민을 몰아내고 제가 이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것은! 수 많은 인민들의 피와 땀, 내 동지들의 생명을 갉아 먹으며 이 자리에 올랐음을 얘기합니다!”

벌써부터 감격스러운지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는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장저민 그 간악한 사기꾼과 연관된 인물들을 뿌리 뽑지 않는 이상! 우리 공화국은 다시 한 번 인민들의 피와 땀을 갉아먹는 체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음입니다!”

후진다오가 품에서 종이를 꺼낸 뒤 흔들며 말을 잇는다.

“이것은! 그 간악한 장저민의 사기극에 동참했던 인물들의 명단입니다!”

술렁술렁.

장내가 시끄러워졌다.

“죽여라! 똑같은 놈들이다!”

“중화의 명예를 땅에 떨어뜨린 놈들이다! 한 놈도 용서해서는 안 된다!”

성난 군중들이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후진다오가 서 있는 단상 앞, 1열과 2열의 당내 지도부 인사들의 낯빛이 흑색으로 변했다.

설마 아니겠지.

나는 빼줬겠지.

후진다오가 저 자리에 오르도록 물심양면 도왔는데 아닐꺼야.

그런 썩어 빠진 희망은 후진다오의 입을 통해 산산히 조각나기 시작했다.

“국가재정부장 류칭! 국방부장 웨이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장 허리펑! 교육부장 천사오징! 과학기술부장 왕즈강! 공업정보화부장 마오훼이! 국가민족사무위원회장 바터어르! 공안부장 자오커······”

끊임 없이 호명되는 인사들.

그들은 모두 중국 주요 인사들이었다. 당장 그들이 사라진다 하면, 그 자리를 매꾸기 위해서 바쁘게 움직여야 할 만큼 영향력이 큰 인물들.

한 순간 국가가 마비된다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권한이 막강한 인물들이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장 주석을 몰아내더니 저 놈의 속셈이 뻔하지 않던가!”

국방부장과 공안부장까지 거론한 후진다오였다.

현재 그를 비호할 군부 세력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퍽.

퍽.

퍽.

여기저기 썩은 달걀이 날아들며 중국 국무원의 고위공무원들의 머리며 몸뚱이에 마구 부딪혀 썩은내를 내기 시작했다.

“이, 이것들이!”

성난 민심의 힘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하는 그들.

단 한번도 이런 대접을 받아본적이 없는 놈들이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당당히 제 놈들의 힘을 과시하고 있는 저 놈들을, 우리 인민들이 뽑아주고 열심히 일해 먹여 살릴 가치가 있습니까!”

후진다오의 외침에 자금성을 가득 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인민들이 양팔을 들어올리며 환호를 내질렀다.

“우아아아아아아아!”

쩌렁쩌렁.

거짓말을 조금 보태서 중국땅 전체가 떨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군부는 물론 공안부의 공안들도 그 기세에 몸을 떨었다. 저 구름같은 군중들이 자신들에게 달려든다면 어떻게해야 할지 고민이 가득했다.

“공안과 인민군들은 들어라! 나 국가 주석 후진다오가 명한다! 여태껏 그대들이 알았던 지휘관과 각부처의 장들은 썩었다! 그대들의 가족을 좀 먹고, 그대들의 앞길을 막았다! 체포하라! 더 이상 그들의 지휘에 따르지 말라! 대 중화인민공화국은 오늘부로 혁명과 개혁에 앞장선다! 인민을 위한, 인민에 의한, 인민의 개혁에 그대들이 선봉장이 되어 깃발을 꽂으라!”

말 같지도 않은 감언이설이지만.

인민군과 공안들의 총구는 놀랍게도 당 지도부 고위인사들에게 향했다. 성난 군중들에게 총구를 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누군가의 형제요, 누군가의 가족이며, 누군가의 부모였다.

그들에게 총구를 돌리기에는 혹시 모를, 자신의 가족, 자신의 지인, 자신의 부모가 그 곳에 있을지 몰라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인민들의 소중한 피와 땀이 스며있는 총알도 아깝다. 곤봉을 꺼내 들어라! 저 놈들을 체포하라!”

후진다오의 명령에 군관과 공안부가 우르르 1열부터 3열까지 편안히 앉아 있던 고위공직자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후! 진! 다! 오! 후! 진! 다! 오!”

군중들이 발을 구르며 하나같이 후진다오의 이름을 연호한다.

그는 그렇게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당당히 중국의 국가 정상, 주석이 되었다.

***

성난 군중들의 연호에 호텔이 부르르 떨리는 느낌이 들었다.

TV를 통해 후진다오의 연설을 생생하게 듣고 있었기에 그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체질이네, 체질.”

내 말에 호석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예, 확실히 대주교의 자질이 보입니다.”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대주교라니.

종교 이름은 대충 SKY교나 천우진 교 쯤이 아닐까?

“교주는 접니까?”

호석이 고개를 저었다.

“회장님은 신이죠.”

“에휴, 여기 또 광신도 한 분 계셨네.”

후진다오가 카메라에 흔들었던 명단과 같은 명단을 툭툭 두들기며 말했다.

“중국도 정리 되려면 한동안 시끄럽겠습니다?”

“예, 후진다오가 제 입맛에 맞는 인물들을 올리려면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뭐, 인민회에 의원들만 자리 잡으면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겠죠.”

“인민회에 의원들 올리는게 오래 걸리겠죠?”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들을 처낸 만큼, 제법 민주적인 행보를 바랄겁니다. 중국인들이 말이죠.”

“문맹률이 그렇게 높은데 또 그게 될까도 싶군요.”

“여태까지 행보로 봤을 때, 후진다오는 오래도록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민주적으로 진행하려 할 겁니다.”

나 역시 호석과 같은 생각이었다.

후진다오 저 놈이 사막에서나 바보 등신 같은 몰골이었지, 카메라 앞에서는 제법 국가 주석다운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있었다.

능력이 없었다면, 내가 개입하지 않았을 때. 장저민에게 밀려났을 놈이 아니었다. 기필고 장저민을 몰아내고 제 놈이 국가 정상의 자리에서 제법 오랫동안 권력을 휘둘렀을 놈이었다.

또한, 이번 기회에 미래의 정적들 역시 빠르게 처리 해 놓을 것이다. ‘이 새끼 장저민이랑 붙어 먹었어.’ 그 한마디면 지금 당장 총살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장저민에 대한 중국의 여론은 최악이다.

주석궁까지 발가 벗겨진 채 끌려갔으니 말 다했다. 놈이 살아서 거리를 활보한 일은 없을테지만 확실히 처리했으니, 만약 그렇다고 해도 거리를 활보할 순 없을 것이다. 성난 군중들에게 맞아 죽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바쁘게 돌아가는 세계 정세에 러시아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죽을 맛이겠네요.”

“갑작스런 북한과 중국의 이상한 짓거리에 당황스럽겠죠, 미국은 대선 때문에 비교적 손을 놓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호석의 말은 PMC 정보부의 정보를 기반으로 두고 있을 터.

그 만큼 지금 부쉬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방증일테다.

“역시 문제는 러시아?”

“UN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아시아의 영향력이 제 놈들에게까지 뻗치는 걸 바라지 않을테니까요, 최대한 늦추고 싶겠죠.”

“일본은 어떻습니까?”

“회장님께서 반타작은 개판으로 만드셨잖습니까? 고키부리 도쿄도지사가 알아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 그래요?”

“예, 요즘 그 놈 별명이 ‘미친개’라고 합니다.”

“왜요?”

“극우파만 보이면 미친듯이 달려들어서 무장된 역사 지식과 논리로 조진다고 하더군요.”

“재밌네요 그 놈.”

호석이 피식 웃는다.

“누가 보면 독립열사라도 되는 것 같다는게, 제일교포들의 평가입니다. 도쿄도에 사는 제일교포들의 삶의 질이 올라간 것도 사실이고요, 처우가 개선되고 있다고 합니다.”

“알아서 긴다?”

“예, 듣기로는 아침마다 대통령님께 문안인사를 올린다고도 합니다.”

“풉, 누가 보면 일왕이라도 모시는 줄 알겠네요.”

창가에서 고개를 돌려 TV를 바라보았다.

후진다오가 손가락질 하며 여기저기를 마구 가리키고 있었고, 그때마다 성난 군중들과 공안부, 인민군들이 그곳으로 달려가 양복을 입고 있는 정치인들을 때려잡고 있었다.

놀랍게도 해당 방송은 중국의 채널이 아니라, CNN의 화면이었다.

그러니까, 현재 중국의 이 상황은 전세계로 널리널리 퍼져나가고 있다는 얘기였다.

혹자는 중국이 드디어 ‘민주화’의 길에 접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있을 정도고, 자연스럽게 전 세계 언론의 이목은 중국과 러시아로 쏠리고 있었다.

왜 러시아로 쏠리느냐?

중국이 공산당체재를 포기하는 순간, 러시아는 고립된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었다.

“푸틴 바쁘겠네요.”

“예, 불안 하기도 할 겁니다.”

“독거미랑 김장원 사장 잘 넘어갔죠?”

“예, 한국시간으로 어젯밤 9시. 모스크바에 도착했다고 전해왔습니다.”

“각별히 조심하라고 하세요, 놈들은 무슨짓을 저지를 지 모르는 또라이들이니까.”

최악의 상황.

나는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에 시발점이 되는 행위들이 있을 것이다. 가스를 제안한다던가 하는 방식으로 경제재재를 먼저 시작할 터.

그럼 당장 유럽국가들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인 경제타격이 올 것이었다. 물론 가장 크게 타격을 입는 것은 러시아가 될 테지만.

“UN을 포함해서 영국도 미국도. 그리고 러시아까지 정보부 놈들이 정말 바쁘게 움직일 겁니다.”

“예, 우리 정보부 역시 그렇게 예상하고 있습니다.”

“우린 잠깐 몸을 사리는 걸로 하죠. 정보부 요원들 최대한 아끼세요, 몸을 사리면서 정보만 취하세요, 딥한 정보들은 필요 없습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각국의 정보원들의 움직임만 봐도 대충 파악할 수 있으니까.”

“무슨 뜻인지 이해 했습니다.”

우리는 기업집단이다.

사익을 최우선 하는게 기업집단의 핵심이다.

국민의 안전이나 나라의 안전을 우선하는 집단이 아니라는 소리.

그것은 곧, 디테일한 ‘공격’, ‘암살’, ‘경제제재’에서 한 발자국 떨어져 있어도 된다는 뜻이고, 그렇게 된다면 억울하게 갈려나갈 정보원들은 현저하게 줄어들게 된다.

멀리서 그저 상황을 관망하며 ‘이렇게 될것 같다~’, ‘저렇게 움직이더라~’하는 얘기들만 취합하면 된다는 얘기다. 두루뭉술하고 디테일하지 않지만, 대략적인 얼개만 알아도 그에 맞춰 움직일 수 있었다.

또, 경제제재등의 일에서도 SKY는 자유롭다.

세계 시장은 선점하고 있고, 유통망까지 자체적으로 갖췄다. 다른 그 어떤 기업보다 국가의 제재에서 자유롭다는 뜻이다. SKY가 힘들다면 전 세계가 힘들 것이다. 그러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기다린다면 버티는 놈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미국이 감히 SKY에게 제재를 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면 현 대통령은 부쉬고,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는 것 역시 부쉬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SKY와 록펠러가문이 밀고 있었다.

미국의 사교계에서 역시 부쉬를 민다.

결국 다음 대통령 역시 부쉬는 확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제 놈은 불안한지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영향력을 확인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주지사 선거는 어때요?”

“세상이 시끄러워서 그런가 주목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도 미국 주지사 선거는 그렇게까지 크게 전 세계에 알려지지 않는 이벤트였다.

물론 국가정보원들 같은 주요 기관들과 해당 주지사 선거가 열리는 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들을 주시해야 하지만, 나머지 일반인들은 미국의 워싱턴주 주지사가 누가 되던 관심이 없다.

오죽하면 정치에 관심도가 높은 나라가 ‘선진국’이다 라는 말까지 있겠는가.

자국의 정치에도 관심이 없는데 ‘세계정치’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지금처럼 중국의 정세게 심상치 않게 움직이고 있고, 미국은 대선을 앞두고 있다.

상대적으로 주지사 선거에 관심이 쏠리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장인어른 서운 하시겠네요.”

“나름 워싱턴 주는 뜨겁지 않겠습니까?”

글쎄.

나 역시 전 삶에서 미국 어떤 주의 어떤 주지사가 되었다더라 따위의 정보를 머리 깊게 각인해본적이 없었다.

그만큼 중요도가 떨어지는 정보라는 얘기.

아, 주식쟁이들은 제법 중요하게 생각할지도 몰랐다. 어느나라던 ‘테마주’라는 것은 제법 짭짤한 수익을 내니까.

“장인어른이 너무 서운할까 싶으니까, 사위가 된 놈이 나서야겠죠?”

“하하, 확실히, 루시 아가씨도. 회장님의 장인께서도 좋아하실 겁니다.”

“그렇죠?”

“예.”

“그럼 우리 SKY art center에서 제작한 영상 전 세계적인 공익광고로 내 보내세요, 후원역시 SKY가 하는 것으로 하고.”

“제법 돈이 드는 서비스군요.”

“사위가 장인어른한테 그정도는 해 드려야죠.”

“예, 회장님.”

< 제 31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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