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13화 (313/458)

< 제 313화. >

파방! 파방!

여기저기 폭죽이 터지고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함께 터져 나왔다.

저녁도 아니것만 터지는 폭죽들.

뭐 중국 놈들의 문화라고 하니 딱히 만류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지금 폭죽이 터지고 기자들이 잔뜩 몰려온 이곳이 어디냐.

원래라면 개발이 전혀 안 되었을 곳.

있는 것이라고는 관광사업과 카지노 사업 하나기 때문에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미래에는 중국놈들과 손을 잡던 곳.

강원도였다.

유라시아 횡단철도 사업에 뛰어든 각 기업의 총수들이 하나 둘씩 내 근처로 모였다.

“드디어 첫 삽을 뜨는 군요.”

“그렇군요.”

난 원래부터 이런 허례허식을 참 싫어하는데, 전국민은 물론 전 세계가 관심있게 지켜본다 하니, 상징적인 의미로다가 꼭 삽으로 땅을 파야 한다니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강원도를 시작으로 평양과 경기도, 서울을 잇는 철로도 만들어 질 것이다. 그렇게 점차 범위를 넓혀가며 끝끝내 육로로 갈 수 있는 땅에는 모두 철도가 깔릴 것이다.

미래에는 개발도상국.

그러니까 동남아라던가, 중앙아시아를 넘어 아프리카까지. 이 철도가 닿게 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철도 횡단 여행을 떠날테고, 다양한 여행상품들 역시 나타날 것이다. 언제나 특별한 것에는 특별한 여행상품들이 가장 먼저 나오니까.

예를 들자면, 아시아 특급정도로 부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회장님 좋은 소식이 들렸습니다?”

대현 그룹 정상영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좋은 소식이요?”

“셋째를 가지셨다고.”

“하하, 벌써 소문이 거기까지 났습니까?”

“대통령께서 몹시 좋아하시더군요.”

누가 범인인가 했더니 할아버지였나 보다.

대충 뜨던 삽을 내려 놓고 저 멀리 잔뜩 똥을 씹고 있는 장저민에게 다가갔다.

제 놈이 지금 이런곳에 올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부르니 어쩔 수 없이 참석한 놈의 표정이 좋을리 없었다.

“장 주석. 괜찮습니까?”

“커험, 천 회장 오셨소.”

“표정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하, 내가 이런 곳에서 삽질을 할 것이라 생각하지 못해서 그렇소.”

“허드렛일 같아 기분 나쁘십니까?”

“아니라고는 못하겠군.”

픽 웃음이 터져나왔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후진다오가 장저민을 곱게 죽여주진 않을 것 같기 때문.

“앞으로 이런 허드렛일에 익숙해지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뭐요?”

“곧 자주 하지 싶어서요.”

“내가 이런 허드렛일을 자주 한다?”

장저민이 눈썹을 마구 꿈틀거렸다.

누가 봐도 기분이 좋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기자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느라 바쁘다.

표정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지금 장저민은 심적으로 많이 몰려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중국 당 지도부 내에서 뭔가 문제가 많은 모양입니다?”

“커험, 외부인인 그대가 알 것은 없소.”

“흠, 외부인이라··· 그렇군요.”

“어찌 나는 부르고, 북조선의 애송이는 부르지 않았소?”

“아직 언론에 얼굴을 비출때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하, 동포라고 배려하는 것이오?”

어깨를 으쓱였다.

그럴리가 있는가.

내게 장저민이나 김은정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세상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런 사람들이었다.

그래도 굳이, 둘 중 하나와 함께 해야 한다고 꼽으라고 하면, 역시 말이 쉽게 통할 김은정이 아닐까 싶긴 했다.

이미 장저민은 골수까지 욕심이 들어찬 노괴이고, 김은정은 그나마 젊은 피니까.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앞으로 눈코뜰새 없이 바쁠 장 주석이 오늘만큼은 이곳에 오기를 희망했을 뿐입니다.”

“내가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

“곧, 그렇게 될 겁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장저민.

“중국으로 돌아가면, 좋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호오, 그대의 선물이 기대가 되어 내 빨리 돌아가고 싶군.”

또 다시 눈에 욕망이 득시글 거린다.

글쎄, 네 놈이 바라는 선물과 내가 줄 선물이 같을지는 모르겠는데.

똥 씹은 얼굴을 못 보는게 참 아쉽지만, 상상하는 것은 상상하는 것으로도 그 재미가 있으니 참아보기로 했다.

장저민과 악수를 나눌 때.

호석이 내게 다가왔다.

“회장님, 철수가 준비 끝났다고 합니다.”

“아, 그래요? 좀 걸린다더니?”

“회장님이 돼지 얼굴을 직접 보고 싶어 하신다 전했더니 바쁘게 움직이더군요.”

“하하하.”

장저민이 나와 호석의 대화가 한국어이기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재미 있는 것은 같이 아는 것이 어떻소?”

내가 진심을 다 해 웃으니 몹시 궁금한 모양.

뭐 어차피 알게 될테니 상관이 없나 싶기도 했다.

“실행하세요.”

내 명령에 호석이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뒤로 물러난다. 궁금증을 가득 품은 장저민에게 말했다.

“알고 싶습니까?”

“천 회장이 그렇게 웃는것을 처음 봤기에 궁금하구려.”

“알면 아플텐데.”

“내가 말이오?”

“예, 아마 많이 아플 겁니다.”

“허허. 그렇다 하니 더욱 궁금 하외다.”

웅성웅성.

기자들 사이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퍼져나간다.

대한민국 정제계 고위인사들은 물론, 중국의 고위인사들도 있는 자리에서 기자들이 웅성거리는 것은 매우 특이한 일.

“뭐야, 이거 진짠가?”

“뭔데 그러는거야?”

“여기봐봐, 마이튜브. 이거 장저민 주석 아니야?”

“장저민 주석?”

한국의 기자들 뿐 아니라 중국 기자들, 그리고 다른 외신들에게 까지 웅성거림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바쁘게 장저민 곁으로 달려오는 그의 보좌관.

뭐라뭐라 귀엣말로 속삭이니 시시각각 장저민의 표정이 굳어간다.

나도 모르게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간다.

거무죽죽하게 죽어가던 장저민이 부들부들 떨리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이, 이게··· 네 놈이 준비한 선물이야?”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이제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저 욕심많은 돼지가 앞에 있을 뿐, 중국의 주석은 더이상 무서울 게 없는 놈이 되었다.

“그러게 욕심도 적당히 부렸어야지.”

“뭐, 뭐라.”

“그 나이에, 위압에 의한 성폭행이라. 빠져나갈 구멍이 있을지 모르겠군.”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연신 플래시를 누르며 나와 장저민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물론 내가 주인공은 아니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장저민이었다. 지금 당장은 유라시아 횡단철도라는 것 보다 더 큰 이슈가 생겼으니 말이다.

“네 놈이··· 무사 할 것 같더냐?”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 놈이 대신 하고 앉았다.

기득권들이 저랬다.

어떻게든 가진바 힘으로 뭔가를 해 낼거라 생각한다. 여태껏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어련히 그리될 거라 행복회로를 돌려가며 생각한다.

“고작 이따위 성폭행? 그런 추문에 내가 흔들릴거라 생각하는가?”

“이따위 성폭행이라.”

“흥, 어림도 없는 소리! 나 장저민이야!”

버럭 소리를 지르는 놈.

목소리 큰 놈이 이기는 도떼기 시장이 아니지만, 제 놈이 건재함을 기자들 앞에서 알리고 싶은 모양이다. 그 모습조차 추해보인다는 생각은 전혀 없는 듯 보인다.

이따위 성폭행.

그래, 저런 놈들에게는 아주 사소한 문젯거리다.

피해자들은 하루하루 말라죽어가고 있었다. 그게 가진자의 힘이고 권력의 힘이었다.

힘 없고, 빽 없고, 돈 없는 사람들은 그렇게 평생 부림을 받다 사라진다.

제 놈들이 주는 떡값이나 받아 먹으면서 사는 존재들이라 생각하기에 하찮게 여긴다.

그 들이 있기에 제 놈이 권력을 힘을, 부를 가질 수 있다는 기본도 잊어버리고 그저 하찮게, 하찮게 생각하다 떵떵 거리며 평생 남은 여생을 일푼의 죄책감없이 살았으리라.

“그건 내가 없을 때 얘기지.”

“뭐?”

“어디 어떻게 빠져 나갈 수 있을지 기대 해 보겠다고.”

더 이상 숨길게 없으니 나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장저민의 동영상.

정확히는 섹스비디오 혹은 범죄 동영상쯤이 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그로 용이었다.

워낙 더러운 삶을 살아온 놈이기에 떼가 많이도 묻어 있었다. 그것들이 수면위로 드러날 수 있게 만드는 그런 용도에 지나지 않았다.

“조사를 해 봤는데 말이야.”

“이, 이놈이···”

“그 동영상에 나오는 여자들··· 아니 학생들이라고 해야되나? 아니면 소녀들?”

“닥쳐! 이건 모함이다!”

“지금도 살아 있는 친구들이 없더군. 그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무죽죽하게 죽어버린 볼따구가 푸들푸들 떨린다.

이 와중에도 놈은 분노란 감정에 휩싸였지 죄책감은 보이지 않는다.

“틀렸어.”

“뭐?”

“틀렸다고.”

의문이 가득한 장저민의 얼굴을 뒤로 하고 나는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저 놈의 모가지가 더 이상 붙어 있을 이유는 사라졌다. 저놈 대신, 이제 나의 충실한 광신도가 된 후진다오가 그 자리를 대신할테니까.

중국.

오래 걸릴 것이라 생각했다.

“운이 좋았어.”

운이 좋았고 타이밍이 좋았다.

주변에 날 돕는 사람들이 훌륭하니 이렇게 일이 쉽다. 해서 재벌들은 그렇게도 인재 영입에 힘을 쓰는 것인가?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말이다.

나도 그들의 쓰임새, 부품 하나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는 내 사람들을 부품으로 쓸 생각이 없다. 함께 성장하고 성과에는 확실한 보상을 줄 것이다. 나 혼자 호의호식 하는 삶의 끝은 좋지 않다.

어떻게 아냐고?

삼현의 이건을 보라.

그가 내게 제대로 된 보상을 줬다면, 난 그를 그렇게 만들 수 있었을까? 한때나마 진심으로 존경했는데? 존경받는 만큼, 존경받을 행동을 계속 해 나가야 하는 법이다.

보상은 단순히 그들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내 진심을 꺼내 그들에게 보여줄 수 없으니 그런 방법으로라도 표현하려는 것이다.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그대들의 노고에 항상 감사하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

[ 성폭행 파문! 중국의 주석, 나라의 위상에 먹칠을 하다. ]

[ 장저민은 천자가 아니다. 후진다오 부주석의 발언이 재조명을 받다. ]

[ 철창에 갖힌 후진다오 부주석, 인민들은 그의 석방을 요구한다. ]

[ 성폭행이 끝이 아니다. 성폭행 피해자들 행방불명, 그녀들은 어디에? ]

[ 소녀들의 어머니들이 뿔 났다. 잃어버린 자식들, 알고보니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

[ 국가운영비 털린 장저민, 그것도 모자라 그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수석 보좌관 왕충헌 살해? ]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 받는 중국이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말을 듣지 않는 언론들.

장저민은 사택에 처박혀 칩거를 이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바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계속해서 사용인들이 가져오는 신문기사만 읽어봐도 알 수 있었다.

원래는 주석에 대한 선전기사들이 가득해야 할 곳에 자신에 대한 욕으로 도배가 된 기사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문물만 접하더라도 쏟아지는 욕들을 1열 직관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크크큭··· 크크큭.”

장저민이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웃었다.

“누구 없느냐! 술을 내 오너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보지만, 어느새 사택의 사용인들을 비롯한 그 누구도 응답을 하지 않는다.

“이익.”

스스로 자리에서 일어난 장저민이 그 육중한 몸을 이끌고 술이 있는곳으로 가 아무거나 병을 따고는 들이켰다.

“하··· 하하하, 이렇게 끝이라고?”

한국에서 돌아와 백방으로 뛰어 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가 어떤 말을 하던 당내 지도부 고위 인사들은 그를 피하기 바빴다.

마치 더러운 똥을 피하듯 말이다.

그에게 잔뜩 묻어있는 오물이 그들에게도 옮겨갈까 알아서 피하는 것.

쾅!

사택이 무너질듯한 폭발음과 함께 군화발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여깁니다!”

군관하나가 소총을 들이밀고 장저민을 조준한다.

그의 외침에 군인들이 우르르 몰려들어와 장저민을 포위했다.

꿀꺽, 꿀꺽, 꿀꺽.

장저민은 쉬지 않고 독주를 마셨다.

마치 이 자리에서 급성알코올중독으로 생을 마감하려는 듯 보였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장저민이 들고 있던 술병이 깨져 비산한다.

“크윽.”

구멍이 뚫린 손아귀를 부여잡고 도끼눈을 뜬 장저민.

“천자를 사칭하고 공화국의 위신을 땅에 처박은 장저민을 체포하라!”

그에게 망설임 없이 권총을 쏜 인물은 후진다오였다. 군관들이 바로 장저민을 양쪽에서 붙들었다.

후진다오는 저벅저벅 그에게 걸어가 그의 옷을 다 찢어발겼다.

“붓.”

먹이 가득 묻은 붓을 가져와 장저민의 몸뚱이에 글을 쓰기 시작한다.

[ 천자를 사칭하고 공화국의 위신을 땅에 떨어뜨린 장저민은 인민들의 심판을 원한다. ]

볼품없는 순두부 같은 몸둥이에 붉은색 글씨가 선명하다.

“끌고 가!”

양손에 줄이 감긴 장저민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던 군관들이 끌고가는데로 이리저리 힘 없이 걸음을 옮겼다.

사택을 벗어나니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죄인 장저민을 체포했다!”

후진다오가 크게 외치니, 중국인들이 양팔을 들어올리며 환호를 내지른다.

“나라의 망신! 죽어라!”

누군가 돌멩이 하나를 장저민에게 던졌다.

돌은 장저민의 발치에 떨어져 내렸다.

계란, 밀가루, 돌, 오물이 가득담긴 비닐봉지등이 여기 저기서 쉴새없이 날아들었다.

장저민의 몰골은 시간이 지날수록 말이 아니었다.

한 국가의 정상이 보내는 최후라고는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으나, 중국인들은 누구하나 그를 동정하지 않았다.

사택에서 걸어서 두시간 거리.

주석궁까지 무려 네시간이 걸려 천천히 걸어간 장저민의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그의 끝을 만천하에 알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제부터 내가 데려가지.”

후진다오의 말에 군관들은 가타부타 말 없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후진다오는 장저민을 끌고 주석궁 지하로 내려갔다.

그러고는 어둠속에서 한 명의 인물에게 고개를 꾸벅 숙인다.

“천자시어, 하찮은 장저민을 데려왔나이다.”

장저민이 돌등에 맞아 퉁퉁 부운 눈으로 천자라 불린 사내를 바라보았다.

“미친.”

“아직 입이 살았구나.”

“천가놈이 왜 여기에? 네, 네놈이 천자더냐?”

“그게 중요한가?”

천우진의 싸늘한 말에 흠칫 몸을 떠는 장저민.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사, 살려다오.”

“틀렸다.”

“무엇이··· 도대체 무엇이 틀렸다는 말이냐!”

“너는 사과를 했어야 옳아. 세상에, 힘 없는 소녀들에게.”

천우진이 후진다오를 바라보았다.

“말씀하시옵소서 천자시여.”

“평생, 고통속에 살게 하라.”

“명 받잡습니다.”

“손도 발도, 눈도, 혀도. 제 몸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그리 만들라.”

“그리 하겠나이다.”

< 제 313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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