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08화 (308/458)

< 제 308화. >

잔뜩 똥을 씹고 돌아가는 장저민과 김은정을 만류하지 않았다. 목적을 달성 했으니 더 이상 저 들과 말을 섞을 필요가 없기 때문.

"캬, 보람찬 여행이었어요? 그렇죠?"

"하하, 예 회장님."

"마카오로 갑시다. 지긋지긋한 베이징 말고."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예."

호석이 잠시 전화통화를 하는 사이.

나 역시 전화기를 들어올렸다.

-오냐.

"예, 대통령님."

-이 놈이 생견 안 하던 짓을 하는구나.

"지금은 공적인 일로 전화했거든요?"

-그래? 말씀하시오 천 회장.

손발이 잔뜩 오그라든다.

"그냥 하던 대로 할까요?"

-그래 이 놈아, 혀에 바늘이 돋을 뻔 했구나.

"서류 하나 보낼게요, 발표좀 해주세요."

-발표?

"예, 기업인인 제가 하는 것보다는 할아버지가 하시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국가적 사업이니까."

-호오, 유라시아 횡단철도 그걸 말하는 모양이구나.

"빙고~"

-중국과 북한에게 확정서라도 받은 모양이구나.

"완벽하게 합의 했습니다."

-중국에 간다더니 다 이유가 있었군. 오냐, 바로 담화문이나 성명문으로 준비 하마.

"예, 서류는 팩스로 보내겠습니다."

-그래.

전화를 끊자 호석이 눈치껏 서류를 챙기더니 바텐더에게 전한다. 바텐더는 익숙한 모습으로 빠르게 팩스를 보낸다. 바 테이블 밑에 팩스기계가 있는줄은 몰랐었다.

"준비가 철저하네요?"

"정보부 에이스니까요."

"아하."

"40분뒤 출국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회장님."

"그럼 바로 가야겠네요."

"예, 가시죠."

***

2시간 뒤, 천혁수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 섰다.

한 장의 서류를 펄럭이며 붉게 상기된 얼굴로 대국민 앞에서 입을 열기 시작하는 천혁수.

-국민여러분,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을 주목하는 외신 여러분.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글로벌 기업 SKY가 이번에도 역시, 혁신을 외치게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발표하기에는 너무 노골적으로 하나의 기업을 얘기하고 있는 행태였다.

그러나 그 누구도 눈쌀을 찌푸리거나 욕을 하는 이는 없었다. 이미, 대통령의 방송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전에 언론 보도를 통해 SKY가 달성한 업적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서류에는 현 중국의 수석과, 북한의 정상의 서명과 국가 인장이 박혀 있습니다. 위조가 아닌 실제 서류라는 말입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글로벌 기업 SKY와 중국, 북한의 합작 사업, 유라시아 횡단 철도! 이것은 앞으로 북한과 대한민국이 화합을 하고, 육로로 이어진 세계 무역 유통시장으로 발돋움 하는...

천혁수에 발표에 시끄러운 것은 단연 외신들이었다.

특히나 유럽 열강들과 미국이 깜짝 놀라 했으며 일본 열도는 들끓어 올랐다.

특히나 이제는 도쿄도지사가 된 고키부리가 특히나 깜짝 놀랐다. 앞으로 발전해갈 대한민국의 국력을 감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칙쇼..."

이제 도지사가 되고 그들의 그늘에서 벗어날 시기가 오고 있다고 저 혼자 판단하던 고키부리는 어림도 없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한국을 출발해서 북한으로, 북한을 벗어나 중국으로, 그리고 중국을 벗어나 또 다른 국가로 달려나갈 기차의 여파는 어마어마 할 터였다.

도대체 북한의 독재자가 대가리에 총을 맞지 않은 이상 어떻게 저런 선택을 했는지 의문이었다.

"에이... 설마."

고키부리가 홀로 고개를 저었다.

설마하니 천혁수와 SKY의 천우진이 아무리 대단해도 북한의 독재자에게는 어쩌지 못했겠지 하고 홀로 지레짐작 한 것이었다.

"그건 진짜 말도 안 되지."

미국의 CIA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인물이 북한의 독재자였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암살 의문이 있지만 북한 독재자에 관한 암살 의문이 없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래, 말도 안 되지."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 기대를 품는 고키부리.

만약 천혁수가.

혹은 천우진이.

북한을 건드린 것이라면. 어쩌면 자신에게도 다시 일본 정상의 자리에 오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안부 전화라도 넣어야겠군."

바쁘게 휴대폰을 찾는 고키부리였다.

***

마카오에서 만난 김장원 사장의 얼굴은 좋아보였다.

"이야, 우리 김 사장님 얼굴봐라?"

"흐흐, 회장님 오셨습니까."

"사랑이 좋긴 좋은가봐요? 얼굴이 폈네요."

"아따, 또, 남사스럽게 뭐던다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잉."

힐끗 독거미의 눈치를 살피는 김장원.

독거미는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지만 붉어진 얼굴마저 숨기지는 못한다.

"뭐, 그건 그거고. 연애만 하고 계시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김장원과 독거미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호, 연애를 하긴 했다는 소리시네요?"

내 말에 김장원은 자랑스러운 얼굴이 되었고 독거미는 잔뜩 부끄러운 얼굴이 되었다.

"조만간 국수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회장님."

호석의 말에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보고부터 들어 봅시다."

독거미가 내 눈을 쳐다보지 못하고 스윽, 서류를 내밀었다.

서류를 읽어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마카오를 꿀꺽 삼킬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계 최대의 카지노로 발돋움 할 마카오를 꿀꺽 삼킨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캐시카우를 호주머니에 넣는다는 것으로 봐도 좋았다.

단순히 돈만 벌어들이는 창구로 쓰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가장 현금이 활발하게 오가는 곳이 카지노였다. 그 만큼 나중에 쓸 자금들, 쉽게 드러내기 어려운 자금들을 깨끗하게 빨래질 하기에도 그만이라는 소리였다.

"서류내용이 결국은 당내 지도부 인사의 협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이해하면 됩니까?"

김장원이 히죽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흐흐, 이미 다 구워 삶았는디, 아따 고넘이 근디 장저민 주석 라인을 꽉 쥐고 있더라 이것입니다."

"아, 장저민이 끈 떨어진 연이 될 것 같으니 간을 보고 계시다?"

"예, 회장님 고것입니다."

"음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네요. 후진다오가 워낙 열심히라."

호석이 피식 웃는다. 어쩐지 후진다오의 그 광신도적 모습을 상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도 그가 떠올라 피식 웃어버리고는 다시 김장원에게 물었다.

"그 밖에 다른 문제는 없습니까?"

"잉, 뭐. 여그도 흑사회나 삼합회같은 넘들이 있지만서도, 고 넘들이랑 전쟁하는 것은 뭐. 문제가 되겄습니까?"

자신만만한 김장원의 얼굴.

SKY PMC의 힘을 믿거나, 그래도 한국에서 주먹 꽤나 쓰던 자신의 부하들을 믿는 눈치였다.

"얘네, 총질도 하는 건 아시죠?"

"흐흐, 그랴서 공안 넘들한티 기름칠을 해야겠지요?"

"그것만 끝나면 끝?"

내 말에 이번엔 독거미가 다른 서류를 내밀었다.

"여기, 이 부지와 여기 이 부지를 사서, 건물을 올리고 두 건물을 잇는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오, 규모가 괜찮네요."

"마리나베이가 생각나는 느낌으로 이해해주시면 편할 것 같습니다."

"아, 싱가포르."

"네, 회장님."

"확실히, 건설은 우리 SKY가 맡으면 되겠군요."

둘의 계획은 제법 완벽해 보였다.

"여기 적혀있는 흑사회, 삼합회에 연락을 해 보세요."

김장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날 바라본다.

"잉? 회장님이 직접 처리하실라고 하십니까? 워따 쪼까 거친 넘들인디."

김장원이 나를 다 걱정해주다니.

"에이, 김 사장님 나를 걱정하시는 거예요?"

김장원이 손사를 치더니 씨익 입꼬리를 들어올리고 말했다.

"잉? 아따, 세상에 걱정할 사람이 없어서 회장님을 걱정 하겄습니까? 우리 혜미씨가 비우 상할 것 볼까 걱정 혔지요. 거친 놈들이라 반항이 심할테니, 아따 오랜만에 우리 회장님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을 것 같으신디요?"

독거미가 푹, 김장원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찌른다.

아직 김장원이 독거미의 진면목을 모르는 모양이다. 그 꼴이 웃겨 피식 맞장구를 쳐주고는 말했다.

"하하, 그렇죠 우리 혜미씨가 비위 상하면 안되죠? 그런일 없게 빠르게 처리하죠. 당분간 바쁠 것 같아서."

"잉... 휴가가 끝나는 소리가 들리네요잉?"

아쉬운지 김장원이 쩝, 하고 입맛을 다신다.

독거미도 내심 아쉬운 눈치였다.

"건물 올라갈 때까지 쉬다 오시라고 하고 싶지만, 앞으로 더 바쁠 예정이니까, 그건 안되겠네요."

"쩝... 알겄습니다 회장님. 바로 처리해불겄습니다."

"예."

***

왕충헌이 죽고 새롭게 수석 보좌관이 된 리웅친에게 탁, 서류를 던지는 장저민.

얼른 서류를 펼쳐든 그가 눈을 크게 뜨고 놀랐다.

"일단 그거면 급한 불은 끄겠지."

"예, 각하."

"하, 꼴이 엉망이군..."

"......"

"후진다오, 체포 해."

리웅친이 아까보다 더웅 크게 눈을 드고는 말했다.

"각하, 현 상황에서 후진다오를 억류한다면... 더 큰 분란의 소지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야이 새끼야! 가만히 놔 두면 애먼 인민들을 꼬셔서 다시금 내 자리를 위협할 놈이야! 이걸 보고만 있겠다고?"

"고, 고정하시지요, 각하."

"체포해! 그 놈만 없었도 무지렁이 같은 농사꾼들이 놈의 뜻을 따라 줄 이유가 없으니."

서릿발 날리는 명령에도 리웅친은 생각이 많은지 무엇이라 대답하지 못했다.

장저민이 오른팔을 크게 휘둘러 그런 리웅친의 따귀를 때렸다.

"정신 안 차려!"

"......"

"왕 보좌의 최후가 어땠는지 알고 있다면 똑바로 움직이는 게 좋을 것이야. 내가 끝나면 네 놈도 끝난다는 것을 명심해."

"예, 예."

"당 지도부 인사 다 불러오고."

"예, 각하!"

끔찍한 살해 경고에 어쩔 수 없이 대답을 하고 주석궁을 빠져나온 리웅친.

그는 슬쩍 뒤를 돌아보며 혼잣말을 읊조렸다.

"끝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이제 장저민은 저물어 가는 해라는 것을 느낀 리웅친은, 속히 전화를 들어 올렸다.

"예, 리웅친 수석 보좌입니다."

-아, 어쩐일이시오? 협력할 마음이 생긴 것이오?

수화기 너머 익숙한 음성.

"그렇습니다. 후진다오 부주석 각하."

-그게 정말이오?

"예, 당 지도부 인사들의 회동 장소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지.

"또... 제가 가지고 있는 장저민 주석의 약점도 내어드리겠습니다."

-호오, 약점이라.

"왕 수석 보좌를 살해한 정황이 있습니다."

-오호라. 좋소. 허면, 그대가 원하는 조건은 무엇이오?

잠시 고민이 서린 얼굴로 한참을 망설이는 리웅친.

"이제 이런 자리는 필요 없습니다. 돈... 돈을 주십시오."

-돈이라, 내가 가진것이 없다는 것은 그대가 더 잘 알지 않소?

"돈을 벌 수 있는 자리도 좋습니다."

-돈을 벌 수 있는 자리라... 약속하리다. 내가 주석의 자리에 앉는다면 반드시.

"믿겠습니다."

-믿어도 좋소.

이제는 굳은 결의가 보이는 얼굴로 주변의 눈치를 살피고 작게 속삭이는 리웅친.

"장저민 주석이 부주석 각하를 체포하라 명령했습니다."

-으음, 공안부가 움직이겠군.

"예, 현재 계신곳의 위치까지 알고 있으니, 속히 피하시는 게 좋을겁니다. 제가 최대한 막아보겠습니다만 시간이 길진 않을 겁니다."

-좋은 정보 고맙소, 반드시 보답하리다.

전화를 끊은 리웅친이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중국 정상의 자리가 바뀌는 일이었다. 한시가 바쁘고 한시가 급했다. 여유따윈 있을 수 없었다.

까딱하면 자신의 목이 날아간다는 것을 리웅친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

"흥! 날 살려주고 날 등용해?"

리웅친의 머릿속에 장저민의 달콤한 속삼임이 떠오른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장저민은, 제 욕심을 위해 얼마든 자신의 목숨따위는 파리 목숨으로 취급할 것이라는 걸.

< 제 308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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