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300화 (300/458)

< 제 300화. >

장저민의 보좌관 왕충헌이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재정부에 들이닥쳤다.

“저 자라같은 새끼들 다 끌어내!”

서슬퍼런 기세가 날리는 왕충헌의 외침에 일을하던 국무원들은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

왕충헌의 뒤로 국가안전부 소속 군인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사람들을 포박하기 시작했다.

헐레벌떡 튀어나온 국가재정부 류칭이 왕충헌에게 물었다.

“왕 수석 보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왕충헌보다 직급으로 따지면 세 개단 위에 있는 국가재정부장 류칭. 그러나 왕충헌은 계급에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의 따귀를 올려부쳤다.

쫘악.

“반역자 류칭도 체포 해!”

얼얼한 뺨을 문지르며 류칭이 왕충헌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감히 네 놈이! 주석을 등에 없고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구나!”

왕충헌이 품에서 서류를 꺼내 류칭의 면전에 던져버렸다.

파라락.

종이들이 날리는 소리가 들리고 류칭은 그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 이럴수가.”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주석의 인장이 선명한 서류, 그것은 대한민국의 체포영장과 같은 효력을 지닌 서류였다.

“재정부의 보안이 엉망이었고, 그로 인해 인민들의 피같은 혈세가 소모되었으니 그 책임은 능히 재정부의 장인 류칭에게 있다 할 수 있다. 그것이 주석 각하의 뜻이다. 끌어내!”

“이, 이럴수는 없다! 이럴수는! 재정부만 털린것도 아니고! 국방부, 교육부, 민정부, 사법부까지 털리지 않았소이까!”

왕충헌이 비릿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리고는 말했다.

“그쪽도 이미 주석각하의 특명을 받은 국가안전부 소속 인민군들이 출동했다. 그러니까 잔 소리 말고 따라 와! 낱낱이 파헤쳐 엄중히 죄를 물을테니.”

류칭이 허망한 표정으로 국가안전부의 오라를 받았다. 얼얼한 뺨과 흐르는 코피를 닦을 생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지금 류칭은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장저민 주석의 충직한 수하였다. 그의 곁에서 오랜시간을 함께 했는데, 한번의 실수로 이렇게 내쳐질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망연자실하게 끌려간 곳.

류칭은 눈을 부릅떴다.

아까 자신의 입을 통해 줄줄이 나왔다. 중국의 각 부처장들이 모두 초라한 몰골을 하고는 차디찬 바닥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서든 이런 대우를 상상이나 했을까?

그들은 완벽한 중국의 기득권들이었다.

끼이이익.

왕충헌이 듣기 싫은 소리를 내며 철문을 열고 들어왔다.

“왕 수석 보좌! 주석 각하를··· 주석 각하를 뵙고 싶소!”

류칭의 말에 장내 모든이가 왕충헌을 바라보았다.

“현재 주석께서는 바쁘게 공무를 수행중임으로 시간을 빼기 어렵습니다.”

“크윽··· 어째서 주석께서 나를 버린단 말이오! 우리를 버린단 말이오!”

류칭을 필두로 장내의 모든 부처장들이 목소리를 높혔다.

“그렇소! 우리는 주석 각하의 수족이 아니오!”

“옳소이다! 주석께서도 우리의 빈자리를 느끼게 될 것이오!”

“우리야 말로 이 중화의 시작이자 끝이 아니겠소!”

“그렇소이다!”

왕충헌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닥쳐! 이 자라 같은 새끼들이, 지금이 어떤 상황인줄도 모르고 함부로 주둥이를 놀려!”

몇몇 부처장들은 심히 자존심이 상한듯 얼굴을 붉게 붉히고는 죽일듯 왕충헌을 째려보았다.

“이 새끼들이!”

왕충헌은 자신에게 불손한 눈빛을 보내는 부처장들을 얼굴이며 몸통이며 가릴 것 없이 손찌검을 날렸다.

“네 이노오오옴!”

호기롭게 노호성을 터뜨리는 자도 있었으나 그런 자에게는 왕충헌이 주먹으로 보답했다.

왕충헌은 서류에 파묻혀 펜대만 굴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수석 보좌관이라는 직위 답게 어느정도 무력역시 갖추고 있는 사내였다.

위기 시에 주석의 총받이가 되어야 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해도 좋았다. 그렇기에 그의 손과 발은 노회한 정치꾼들이 받아낼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곧, 장내의 소란이 소요되고.

“잘 들어 이 늙어빠진 자라 새끼들아.”

그의 서슬퍼런 기세와 사람 대우도 받지 못하는 상황에 겁을 먹은 각 부처의 장들.

“인민들의 혈세가 모두 증발해 버렸어, 이 사실이 외부에 유출되면 과연 네들은 무사 할 수 있을 것 같아? 당장 여기저기서 폭동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야.”

“공안과 인민군이라면 능히 감당할 수 있소.”

왕충헌이 말을 뱉은 국방부장의 가슴을 밀어차서 엎어트리고는 말했다.

“대가리가 그렇게 안 돌아가나? 그 공안들, 인민들 월봉은 뭘로 줄 거지? 나라에 돈이 없는데!”

“······”

“당장 이주 후에 있을 월봉날 지급할 돈도 없는 상태야 알아 들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외화가 씨가 말랐다고!”

“으, 은행에서 일단은 끌어 오면 되는 일 아니겠소?”

재정부 류칭이 인상을 찌푸리며 국방부장에게 말했다.

“멍청한, 다 죽자는 소리야? 은행이 마비되면 그 다음은?”

“그, 그것은 재정부장인 자네가 알아서 할 일이지!”

퍽, 퍽.

왕충헌이 아니라 류칭이 나서서 솜주먹을 휘둘러 국방부장을 때렸다.

누구도 류칭을 말리지 않았다. 그만큼 방금 국방부장의 말은 얼토당토 않은 말이었다. 머릿속에 똥만 가득찼다 해도 고개를 주억 거릴정도였다.

“이 멍청한 빵즈 보다 못한 놈.”

국방부 장관은 모멸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으나, 서슬퍼런 왕충헌이 지켜보고 있어 별다른 반항은 하지 못했다. 어쨌든 그 역시 현 상황이 마냥 편안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게 숨을 토해낸 류칭이 왕충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주석 각하의 생각은 무엇이오?”

“죄를 지었으면 마땅히 그 죄를 책임질 죄수가 있어야지.”

왕충헌의 말에 모두의 얼굴에 공포가 피어 올랐다.

지금 왕충헌의 말은 이 일을 책임지고 뒤집어 쓸 놈이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여기 있는 모두가 주석 각하께서 소중하게 생각하는 수족들이었다는 것은 모두가 알 거라 믿는다.”

“그, 그렇소.”

“그럼! 내가 벌써 주석 각하와 30년이야!”

여기저기 서로 잘났다고 떠드는 것을 무시한 왕충헌.

“성의를 보여, 살고 싶다면.”

왕충헌의 말을 완벽하게 이해한 그들.

그들 역시 노련한 정치꾼들이었다. 지금 왕충헌이 하는말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각 부처는 감봉 3개월이다.”

“으음··· 반발은 있겠으나 과실이 있으니 받아드릴 것이오.”

“각 부처별로 적당한 책임자들 뽑아 와.”

총알받이들을 선발하라는 얘기.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네 놈들 중에도, 책임자를 뽑을 것이다. 너희들이 얼마나 충성심이 대단한지, 내가 직접 확인하도록 하지.”

왕충헌의 말에 류칭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주, 주석께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오?”

“그건 내가 최종 보고를 드릴 것이다.”

장내의 모두는 ‘가격’이 올랐음을 눈치챘다.

도매 판매자와 소매 판매자가 가격이 다르듯, 유통 단계를 거치면 거칠수록 비싸지는 것이 당연한 세상의 이치.

뇌물 역시, 다리를 건널 때 마다. 그 다리를 이어주는 이에게 보답을 해야 하니, 그들의 머리는 빠르게 구르기 시작했다.

“나라의 곳간이 비었으니, 다시 나라의 곳간을 채워 놓아야 한다. 그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을 해보도록.”

“알겠소.”

“그리 하리다.”

“명심 하겠소.”

가지각색의 대답을 듣고 왕충헌은 그들이 갖혀있는 유치장을 빠져나왔다.

방 안은 아까와 다르게 한 없이 고요하기만 했다. 서로 눈을 굴리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또 어떤 놈을 제물로 골라야할지 고민하느라 대화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태양이와 별이를 데리고 따사로운 햇빝 아래에서 모래 놀이를 하고 있을 때였다.

“회장님.”

호석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아바! 아바!”

내가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별이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그래~ 우리딸 아빠 불렀어?”

“꺄르르륵.”

티 없이 해맑게 웃는 얼굴에 절로 미소거 번진다.

“예, 말씀하세요.”

호석을 쳐다보지 않고 말하니 루시가 내 허벅지 언저리를 툭 하고는 때렸다.

“나가서 일 보고 오세요~ 우리 남편~”

아이들이 있기에 옥구슬 굴러가는 목소리로 말하는 루시.

“험험, 그럴까?”

“빨리 오세요~ 오늘도 늦으면 화낼거니까~”

“그, 그래야지.”

나는 태양이와 별이의 볼에 뽀뽀를 한번씩 해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들과 멀리 떨어지고 나서야 모래를 털어내고 마당에 마련된 테이블에 앉았다.

“예, 말씀하세요 대표님.”

“중국에서 올라온 보고입니다.”

“오, 중국. 요즘 잠잠하다 했더니, 하긴. 국가 예산이 털렸는데 조용하다는게 신기하긴 했어요.”

호석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보고를 시작했다.

“장저민의 보좌관 왕충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각 부처의 장들을 모두 체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각 부처의 장들이라면 다 장저민의 수족들 아니에요? 지금 후진다오 쳐 내고, 다른 애들도 숙청하는 것 같던데?”

“전부라고 볼 순 없지만, 확실히 대부분이 장저민의 수족이나 마찬가지인 사람들입니다. 후진다오의 수족이었던 자들 역시, 과거에는 장저민의 사람들이었으니 후진다오가 없는 지금, 그들은 다시 장저민의 품으로 돌아간 상태입니다.”

“주인을 팔아서 생명연장의 꿈을 꿨다는 소리네요.”

내 말에 호석이 피식 웃는다.

“그렇습니다.”

잠시 장저민의 의중을 생각해봤다.

“아, 이 새끼 총알받이 필요한가보네.”

“그렇습니까?”

“근데, 그냥 총알받이만 있으면 뒷맛이 개운하지 않으니까, 충성심 테스트도 겸할 생각인 것 같은데요?”

“충성심 테스트요?”

“우리가 장저민 비자금 모두 털어버렸죠?”

“예, 회장님 그렇습니다.”

“하긴, 대충 13조였나?”

“그쯤 되었습니다.”

중국의 규모에 비해 적은돈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한 번에 현금 13조가 증발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철수가 세탁기는 깨끗하게 돌렸을테니까 문제가 안 되겠죠?”

“철수 이후에 강기태 본부장 역시, 세탁기를 돌렸으니 문제가 될 건 전혀 없습니다.”

“어쨌든, 장저민 비자금까지 싹 털린 상황에서 충성심 테스트라는 명목으로 돈좀 뜯어낼 생각인가 보네요.”

호석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이런 생각은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그 욕심이 욕심이란것을 넘어 욕망, 어쩌면 광기에 가까울지 모르겠다.

나는 어떻게 아냐고?

그 광기와 욕망을 그득그득 가지고 있던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며 알게 되었고, 사고 방식 역시 그들을 닮아 갔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안다.

“흠···”

잠시 생각에 빠지니 호석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다.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아뇨, 이거이거··· 참 재미있는 생각이 떠오르는데?”

흠칫 놀라는 호석.

“왜 놀라고 그래요?”

“커험··· 회장님이 재밌다고 하실 때 마다, 워낙 스케일이 큰 일이 터지다 보니···”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

“예··· 그러시겠죠.”

“에엥? 못믿어우세요?”

“아뇨아뇨, 믿습니다. 예. 재미있겠지요, 회장님만. 당하는 사람은 죽을 맛일 겁니다.”

“그러니까 재미있는거죠.”

씨익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호석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이내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몇 명이나 필요할까요?”

“우선 회의부터 해봅시다. 도곡동으로 가죠.”

“예, 회장님. 아, 그런데 사모님이 허락 하실지···”

“아···”

< 제 300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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