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284화 (284/458)

< 제 284화. >

호석과 함께 철웅과 만날 약속장소로가니 오랜만에 만나는 익숙한 얼굴이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회장님!"

"어, 그래 철수. 짜식 많이 컸다?"

철수의 둥을 툭툭 두들기며 하는 말에 호석과 철웅이 흐뭇하게 웃는다.

그들이 보기에도 어리디 어렸던 독기 품은 아이가 제법 성장한 것이 보이는 모양.

"회장님이 천재, 천재 하시더니. 정말 천재가 다 되었습니다."

철웅의 말에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아버지가 내게 '돈'쓰는 방법을 알려주던 때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벌써 중국을 먹네마네 할 정도로 내가 성장했구나 싶었다.

진짜 제대로 돈을 쓰는 방법은, 더 큰 돈을 걷어 드리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

그 가르침이 지금의 SKY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현 SKY는 천가키즈의 양성된 인재들로 인해 굴러가고 있으니까. 물론 그 배의 선장은 나이기 때문도 있겠지만, 몇가지가 복합적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하나 삐걱 거리면 배는 주춤하고, 길을 잃고 심하면 난파를 당할지도 모를 일.

그런 점에서 나 역시 철수가 고마웠다.

"짜식, 긴장은 안 했냐?"

동네 형처럼 편안하게 물으니 내 앞에서 맥주를 홀짝이는 철수가 어깨를 으쓱인다.

"예, 뭐. 쉽던데요? 사무실에서 키보드 두들기는 것 보다 재미도 있고."

"오, 너 서울 사람 같다 야."

"진짜요?"

다른 칭찬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니, 서울 사람 같다니까 아이처럼 좋아한다.

어느새 내 앞에서 맥주를 마셔도 될 정도로 나이를 먹었는데 아직도 그때의 순수함이 엿보이는 것 같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래, 진짜 서울사람 같아. 사투리 하나도 안 쓰네?"

"하하, 가끔씁니다. 가끔."

고개를 끄덕거리곤 철웅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아주 기대할만한 것들을 가져오셨다고요?"

철수가 흐뭇하게 웃으며 철웅에게 '어서 드리세요'하는 얼굴이다. 철웅은 그 사이 잘 정리된 보고서를 내게 내밀었다.

"보자 돈이... 뭐야, 엄청 많네?"

생각지도 못한 큰 돈이었다.

철수가 히죽 웃으며 말을 붙였다.

"털다보니까 여기저기 눈먼 돈이 좀 보이더라고요."

"이 액수가 눈먼 돈이라고?"

"에이, 다다익선이죠 다다익선."

피식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 확실히 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았다. 사용처가 다양해지니까 폭 넓은 투자도 가능하고.

"이야, 이 정도면 중국이 발칵 뒤집히겠는데? 내일도 장저민이랑 술을 한잔 해야되나."

내 말에 호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만나기 어렵지 싶습니다. 골머리좀 썩겠군요."

"예, 아마 며칠은 그 좋아하는 그짓거리도 못할걸요?"

자그마치 한화로 3조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현재 중국과 한국의 물가가 대략 10배정도 차이난다고 생각해 봤을때, 30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물론 단순 계산이기에 정말 그렇지는 않겠지만, 그만큼 커다란 국가 예산에 구멍이 뚫렸다는 소리다.

"그리고 이 중에 장저민 개인 자산이... 8천억? 많이도 해 먹었네 하여간 돼지새끼."

철수가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처럼 말했다.

"제가 싹, 옮겨놨습니다. 잘했죠?"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철웅이 이때다 싶었는지 품에서 USB를 두개 꺼내어 내게 내밀었다.

"돈보다는 이게 더 진짜인것 같습니다."

또 다시 터져나온 호언장담.

결코 적은 돈이 아님에도, 돈 보다 이게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니 서둘러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철수는 눈치껏 노트북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 놓는다.

"제가 직접 쓰는 놈이라 전 세계 그 누구도 해킹할 수 없습니다."

"그래?"

"예, 이거 해킹당하면 저 죽여도 할 말 없습니다."

"오우, 뭐 그렇게까지."

하여간 이쪽 해커들 사이에서는 최고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철수가 장담을 하니, 나는 그곳에 USB를 연결했다. 물론 노트북은 SKY전자의 제품이었다. 내부 부품은 아마 철수가 손을 봤겠지만 어쨌든.

첫번째 USB를 실행시키니 PDF파일들이 주르륵 실행되었다.

"보자... 명단이네요?"

"예,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안전부 소속의 스파이들의 명단입니다."

"전세계에 뿌려진 명단이네요?"

"그렇습니다."

"이야... 이거 미쳤는데?"

"전세계가 발칵 뒤집혀도 할 말이 없을 명단이죠."

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명단이면 제법 많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국제사회적으로 중국이 공격 받을 수도 있었다. 그 만큼 전 세계에 뻗어나간 중국 스파이들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누가 중공군들 아니랄까봐... 어마어마하네 숫자가."

첫번째 USB부터 아주 마음에 쏙 들었다.

자연스럽게 두번째 USB가 아주 기대가 되었다.

행여나 USB의 정보가 날아갈까 안전하게 제거하고는 두번째 USB를 꽂고는 실행했다.

-아아...

"아오, 내 눈."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노트북에서 남녀의 교성이 울려퍼졌다.

"이런 거면 경고를 좀 해주시지, 돼지새끼 몸뚱이를 볼라니까 거 참... 뭣같네요."

철웅이 피식 웃으며 제법 독한 칵테일을 내밀었다.

"속 달래면서 보십시오."

"예."

호석 역시 인상을 찌푸리며 철웅에게 손을 내밀었다. 철웅이 피식 웃으며 나와 같은 칵테일을 호석에게 내민다.

"그냥 장저민 섹스 비디오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것 같은데요?"

"조금 더 자세히 보시겠습니까?"

"꼴 보기 싫은데 그래야 됩니까?"

"하하하, 여기 영상에 나오는 여자들 말입니다."

"예."

"동영상 파일 옆에, 그녀들의 신상정보가 적힌 문서파일이 있습니다."

"아."

나는 게 중 하나의 문서 파일을 실행시켰다.

그러고는 눈을 크게 떴다.

"미친새끼."

1초도 고민 없이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갔다.

"좋은 무기가 생긴 것 같습니다."

"이게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겁니까?"

"아마 보좌관 왕충헌이 뒷구멍으로 뭔가를 준비하려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놈이 모아놓은 파일이란 얘기군요."

"예, 회장님."

"쯧쯧, 하여간 권력에 앉은 놈들 하는짓이 어떻게 하나같이 이렇게 똑같을까요?"

철웅과 호석이 씁쓸하게 웃는다.

철수는 경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중국은 공산당들이니까, 학교에서도 가르쳤겠죠. 주석인지 뭔지 하는 그 놈을 아마 신격화 했을겁니다. 그러니까 뭣 모르는 아이들이 저렇게... 은혜를 받는다는 얼굴이겠죠."

철수의 말에 다들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휴... 동영상을 다 본건 아니지만 싫어하는 애들도 있겠지. 당에서는 문제 되지 않게 돈이나 협박을 했을테고."

나는 호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앞으로 장저민과 술자리에 '여자'는 없습니다. 보좌관 왕충헌? 그 새끼가 뭔 수작질을 할 지 모르니."

"예, 회장님."

"중국에 공장을 세운 지부장들이나 중역들에게도 잘 얘기 해 두세요, 괜히 밥줄 끊기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들 사리라고."

"예, 명심하겠습니다."

단숨에 칵테일을 비워내고는 말했다.

"뭣같은데, 바로 출국 합시다."

내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철수 고생했다. 하여간 이 무기들은 내가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마. 백 대표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 불러주세요, 이번에 재밌었습니다."

"아닙니다. 회장님."

***

쾅, 쾅, 우당탕.

장저민이 말 그대로 미쳐 날뛰었다.

발가벗은 몸뚱이에 가운만 하나 걸치고 덜렁거리지도 않는 그것을 덜렁거리며 미친듯이 움직였다.

"뭐하는 놈들이야! 어떻게 국가안전부가 털려!"

"죄, 죄송합니다."

장저민의 서슬퍼런 기세를 받아야 하는 당내 주요 행정처장들은 무릎을 꿇고 제발 자신에게만 '화'가 닿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보좌관 왕충헌 역시 예외가 될 순 없었지만, 그래도 그는 무릎을 꿇고 있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

"각하, 우선 정확한 피해상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먼저가 아니겠습니까?"

날카로운 눈매로 왕충헌을 째려보는 장저민.

"아직 피해상황도 제대로 몰라?"

"우선 급하게 비상 프로토콜이 작동한 것만 알고 있는 상황입니다."

슬쩍 시계를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잇는다.

"지금이 새벽 1시가 조금 안됐으니... 일이 있던 것은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이었습니다."

"아직 제대로 된 피해를 파악하지도 못했다?"

"예,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급히 보고만 겨우 올린 것으로 보입니다."

"후우... 자라 같은 새끼들."

장저민의 신랄한 욕설에 행정처장들이 진짜 자라처럼 목을 움츠렀다.

언제든 자신들의 목숨줄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장저민이기에 그들은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하는 것이었다.

"빨리 나가서 일들 해, 내일 오전까지 제대로 된 보고서 만들어 와!"

"예!"

"예! 각하!"

"올리겠습니다!"

행정처장들이 빠르게 물러나고 장저민이 왕충헌을 불렀다.

"그래서, 대충 말해 봐, 뭐가 제일 큰 문제야?"

"우선, 국가안전부를 습격한 놈들의 목적입니다."

"목적?"

"예, 무엇때문인지를 알아야 올바른 대처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럴려면 일단 피해상황부터 파악해야 할 것 아냐?"

"예..."

"도돌이표구만."

"죄송합니다."

"후우... 자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저 멍청한 것들이 잘못이잖은가?"

"감히, 우리 땅에서 국가안전부를 급습할 놈이 있을 수 없다는 그 생각이... 방심을 불러온 것 같습니다."

장저민이 마른세수를 하며 물었다.

"대체 어떤 놈들인 것 같아?"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놈들인게 분명합니다. 완벽하게 무장을 했고, 치밀하게 준비했습니다. 또한 위치와 시설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보아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입수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장저민이 와락 인상을 찌푸리며 거칠게 언성을 높혔다.

"쉽게 얘기해 쉽게!"

"타국의 정보기관이 치밀한 계획하에 움직인 작전이 아닐까 싶습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왕충헌은 입을 꾹 다물었다.

현재로선 그도 알 길이 없었다.

"그곳이 국가안전부 내부에서도 기밀로 취급되는 곳이라며?"

"그렇습니다."

"그럼 국가안전부 내부에 타국의 스파이가 있다고 봐야되는건가?"

"... 현재로선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미치겠군... 믿을 놈들이 하나도 없어."

"지금부터 국가안전부 주요인사들을 싹, 조사해보겠습니다."

"그래, 제대로 해. 이 참에 아예 싹 털어버리자고."

"어쩌면 후진다오의 숨겨진 세력이 반감을 품고 저지른 일일 수도 있습니다 각하."

왕충헌의 입에서 후진다오가 거론되자 장저민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이름이 왜 또 튀어나와!"

"제 살길을 찾기 위해 벌인 일이 아니겠습니까?"

"제기랄... 미친놈들이 심심풀이로 털지는 않았을 꺼 아냐! 뭐 주워먹을게 있다고! 거기를!"

"보안이 중요하다 보니 제대로 된 인사배치가 힘든 문제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아무래도 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고서야 힘든 일입니다."

"후우... 요즘 일이 잘 된다고 좋아했더니... 젠장. 하여튼 빠르게 처리하게."

"예, 각하!"

보좌관 왕충헌이 허리를 깊이 숙이고는 주석실을 빠져나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제기랄, 어떤 미친놈들이..."

욕설을 뱉으며 컴퓨터를 부팅시키려는데, 이미 켜져있는 컴퓨터.

"음?"

뭔가 이질적인 느낌에 주변을 훑어본 왕충헌이 조심스럽게 폴더에, 폴더에, 폴더에, 폴더를 들어가 뭔가를 찾았다.

그의 손놀림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어, 어째서?"

급하게 폴더 옵션을 선택해 숨김파일까지 표시되게 바꿔보았지만, 있어야 할 파일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쿵!

왕충헌은 심장이 내려 앉는 것만 같았다.

"마... 맙소사."

있어야 할 당 지도부 인사들의 섹스 비디오가 모두 사라져 있었다.

행여나 장저민이 파국을 맞더라도, 자신은 그 비디오를 통해 쥐구멍을 만들려고 했던 계획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이었다.

바로 인터폰을 들어올린 왕충헌이 불같이 소리를 질렀다.

"빨리 범인 새끼들 찾아! 어떻게든 찾아내! 이 자라같은 새끼들아아아아악!"

< 제 284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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