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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재벌-273화 (273/458)

< 제 273화. >

다죽어가는 몰골로 물끄러미 김장원을 올려다보는 고키부리. 그의 눈에는 설움이 가득 차 있었다.

"테러가... 김상, 난 정말 죽는줄 알았습니다."

"에이, 살았자네?"

"칼이 내 배를 뚫고 들어 왔습니다!"

"에헤이, 주둥이를 뚫어 버릴 걸 그랬나?"

"......"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싱글벙글한 얼굴로 살벌한 얘기를 내뱉으니 고키부리는 기가 질렸다.

"거그, 잉? 도쿄에서 제일 가는 칼잽이가 찔러부렀어, 무슨 말이냐면. 절대 뒤지지 않을 곳을 찔러부렀다~ 그 말이제."

"후우..."

대화가 통하지 않는 다는 듯 고개를 젓는 고키부리.

"어따, 우리나라 대통령도 허벅지에 한방, 어깨에 한방, 총을 맞아 부는데 이쑤시개 살짝 닿은 걸로 놀라기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잉, 너는 편하게 누워 있어, 나머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라니까, 가끔 기자들 오먼 다 죽어가는 면상으로도 그 혓바닥을 나불거리라는 말이여."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려, 쉬어라잉."

"예, 김상."

툭툭 고키부리의 어깨를 두들긴 김장원이 등을 돌려 1인실 바깥으로 나가려던 찰나. 다시 뒤를 돌아 고키부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가 꺽정이 많아서 그란디."

"예?"

"느,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도지사 되불고 딴 맘 품거든 다음에는 배때기가 아니라 모가지가 뚫려분다잉."

웃음기 하나 없이 무표정하게 얘기하는 김장원을 똑바로 바라본 고키부리가 사색이 된 얼굴로 고개를 미친듯 끄덕이며 대답했다.

"하, 하잇!"

"그려, 쉬어라."

병원 밖으로 나온 김장원이 차량에 올랐다.

"아그들 준비 되었냐?"

"예."

"잉, 그람 인제 증거만 맹글먼 되네?"

"그렇습니다."

샤락, 샤락.

PMC 정보부에서 보내온 현 도쿄도지사이자, 다음 당선이 유력한 도지사 후보의 정보를 확인하는 김장원.

"워따, 많이도 해 먹은 놈이다잉."

"크게 죄책감 느낄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확인 해 봤는데 정보대로 쓰레기 같은 놈이더군요."

"워메 교육부랑 장난도 처 묵고... 뭣 보다. 이놈 우익이네잉?"

"극우파랑 커넥션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잉, 독도를 다케시마인가 다시마인가 하고 지랄하는 넘들."

"하하, 예."

고개를 돌려 창밖을 확인하는 김장원.

어느새 차량은 완벽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여그냐?"

"예."

"어째 집이 아니고 술집이다잉? 하여간 혓부닥만 나불 거리는 넘들은 쯧쯧."

"바로 들어 가겠습니다."

"그려, 사진 예쁘게 박아야 되니께 얼굴은 조심허자."

"예."

대원들이 먼저 차에서 내리고, 천천히 차량에서 내린 김장원.

김장원이 타고 온 차량 말고도 다른 차량에서 검은색 복면을 뒤집어쓴 대원들이 차례차례 내려 술집을 점거하기 시작했다.

김장원도 품에서 복면을 꺼내 뒤집어쓰고는 천천히, 마실이라도 온 사람처럼 술집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김장원이 걸어가는 길 앞에는 여기저기 기절한 듯 누워 있는 사내들이 즐비했다. 대원들이 진입하고 고작 2분 정도가 흐른 시간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워따, 일 확실하게 해분다."

뭐가 신 나는지 여기저기 기절해 있는 덩치들을 즈려밟으며 앞으로 걷는 김장원.

"여깁니다."

대원의 목소리를 따라 품 내부로 들어간 김장원.

"워떻냐? 회장님이랑 쪼까 비슷혔냐? 여유롭게 쫘악 걸어오는 것이."

복면을 쓰고 있어 대원의 표정이 보이지는 않지만 숨소리로 짐작컨데 비웃었다는 걸 느낀 김장원.

"아따 뭘 비웃고 그라냐잉, 여윽시 나으 회장님 분위기는 쪼까 안 나제?"

"하하, 예."

"회장님은 간지가 작살 나더라만은..."

대원이 보내는 '일이나 하시죠.'하는 눈빛에 혀를 찬 김장원이 고개를 돌려 드디어 이 사단을 만들어야 했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네가 이시하라인가?"

"그, 그렇다."

이시하라 현 도쿄도지사는 짐을 꿀꺽 삼키며 능숙하게 일본어를 뱉은 김장원을 바라보았다. 저 인물이 덩치 여덟을 순식간에 제압하던 사내의 대장격으로 보였기에 그는 절로 긴장되는 마음을 애써 추스리고 있었다.

"말이 짧네."

"내, 내가 누군줄 알고!"

김장원은 미련 없이 버럭 소리를 지르는 도지사 놈의 명치를 밀어 찼다.

테이블 앞에 서 있던 놈이 테이블 위로 벌러덩 엎어지자 그대로 놈에게 다가간 김장원이 품에서 군용대검을 꺼내고는 도지사 놈의 귓가를 스쳐 테이블을 내려 찍는다.

"으아아악!"

"아따 썩을 놈 귀청 떨어지겄네, 엄살은."

눈알을 굴려 칼날의 위치를 확인한 도지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입냄새 난다."

다시 일본어로 말하는 김장원.

"워, 원하는 것이 뭐, 뭡니까!"

이제는 제법 예의를 차리며 대답하는 도지사.

"일 하나 같이 하자."

"일?"

"그래, 일."

"어, 어떤 일을?"

김장원이 테이블에서 칼을 뽑아 칼 손잡이로 머리를 긁적이며 대원을 바라보았다.

"여그 다른 넘들은 뭐하는 넘들이냐?"

"저기, 복장이 화려한 놈은 이곳 술집의 사장으로 야쿠자로 보이고, 저기 거의 헐 벗고 있는 놈은 포주입니다."

"야쿠자, 포주, 도지사의 만남이라. 워따 말만 들어도 이 놈이 깨끗헌 놈이 아닌 것은 알것다잉."

김장원이 군용대검으로 무릎을 꿇고 나란히 앉아 있는 포주와 야쿠자를 번갈아 가르키기 시작했다.

"어느 놈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칼 끝이 포주에게 닿았다.

놈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 김장원이 도지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지사라는 놈이 많나는 친구들이 상당히 깨끗하구나."

"그, 그것이... 선거에 도, 돈이 많이 필요해서."

"그런다고 이런 더러운 돈을 받는다?"

"......"

저도 뭔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대답하지 못하는 도지사.

김장원에게 멱살을 잡힌 포주놈은 두려움에 벌벌 떨며 그의 손에 들려있는 군용대검만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행여나 그것이 자신의 살갖을 파고 들까 두려운 모양.

"아야, 이놈 잡아 봐야."

대원 하나가 놈의 등을 잡아 테이블 위로 누르자 답답한 숨소리를 내며 테이블 위에 뻗은 포주.

김장원은 놈의 오른팔을 쭈욱 잡아 빼 손목을 단단히 고정해 잡고는 도지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 하나 같이 하자?"

"무, 무슨 일인지 말씀 해 주십시오."

푸욱.

김장원이 그대로 포주의 손바닥을 관통해 테이블 위에 군용대검을 박았다.

"끄아아아아아악!"

포주의 비명이 울려 퍼지고 도지사가 벌벌 떨기 시작했다. 김장원의 눈이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기 때문.

"대답이 틀렸어."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일 할래?"

"하겠습니다! 하겠습니다!"

"진즉에 그랬으면 좀 좋니? 손바닥에 빵구날 일도 없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래그래."

다시 군용대검을 뽑아 도지사의 흰색 와이셔츠에 피를 닦은 김장원이 대원을 향해 손짓하자 검은색 007가방 하나를 들고오는 대원.

딸각, 딸각.

가방을 열어 도지사에게 보여주는 대원.

가방을 확인한 도지사는 눈을 휘둥그레하게 떴다가 이내 탐욕에 물든 눈을 하고는 김장원을 바라보았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김장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도지사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갈겼다.

빡!

"지랄한다."

"크윽... 예? 외국어 할 줄 모릅니다."

"네 돈 아니니까 탐내지 말라고."

"아아..."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는 도지사.

"이 가방을 내가 시키는 사람한테 전달만 하면 돼."

도지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겨우 그런 일을?"

"그래, 그럼 너 말고 저기 저 야쿠자 놈 시킬까? 대신 너는 여기서 죽는걸로 하자."

김장원의 칼이 목에 닿자 얼른 뒤로 물러나며 대답하는 도지사.

"아닙니다! 이 이시하라 신타!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확실해?"

"믿고 맏겨 주십시오!"

"그래그래, 그럼 그렇게 하자잉?"

"예!"

고개를 돌린 김장원이 대원들에게 말했다.

"일 하신단다. 시작허자."

""예!""

돌연 대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절해 있던 덩치들을 깨우고 덩치들을 시켜 술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기 시작하는 대원들.

그 사이, 김장원은 툭 하고는 흰색 종이를 도지사에게 던졌다.

"외워, 대본이야."

"대본?"

"그대로만 하면 된다. 이해했어? 밑줄 친 대사만 그대로 읊으면 돼,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잇."

얼마지나지 않아 깨끗하게 변한 술집.

여느 술집처럼 정상 영업을 해도 될 정도가 되었다.

"다 외웠냐?"

"예! 몇마디 안 되니 금방 외웠습니다!"

"그래그래, 잘했다. 자~ 그럼 저기 입구에서부터 들어가는 씬부터 시작하자. 입구를 따라 쭉 들어와서 7번방으로 들어가라."

"알겠습니다."

***

아이들이 모두 잠든 야심한 시간.

이 시간이 유일하게 퇴근 후 집에서 느끼는 자유의 시간이었다. 어느새 루시도 아이들과 함께 바이오리듬이 맞춰지다 보니 이 시간은 누구도 나를 터치하지 않는다.

"후우~"

길게 시가 연기를 내뿜으며 밤 하늘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하늘엔 별 보기가 참 어렵구나 싶었다.

그래도 내 눈에는 예뻐 보이는 하늘이었다.

"회장님."

"음? 정 대표님 퇴근 안 하셨습니까?"

"하하, 했다가 다시 나왔습니다."

"왜요?"

"보고 사항이 생겼습니다."

"에엥, 내일 하셔도 되는데요."

물끄러미 호석을 바라보니 호석이 '다 알면서 서운하게 왜 그러냐'하는 눈으로 날 바라본다.

"와이프가 딸기가 먹고 싶답니다."

"아아, 지금 그럴 시기가 되셨구나."

"예."

"그런데 왜 출근을 하셨어요?"

"문을 연 마트가 없습니다. 딸기를 살 곳도 없고요."

"그래서요?"

"회장님 댁 냉장고에 딸기가 있던게 떠올랐습니다."

"그니까 보고가 아니라 딸기가 목적이란 거네요 삼촌?"

"커험... 우진아 살려줘라, 같은 유부남들 끼리 돕고 살자."

"크크큭."

"가져가세요, 아산댁 아주머니에게 얘기해서. 숙모가 잡숩고 싶다는데 조카놈이 딸기 하나 못 드릴까?"

"서러워서 살겠니?"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맞은편에 앉는 호석 삼촌.

"그런데 보고 할 건 뭐예요?"

챙겨온 노트북을 부팅시키더니 동영상 하나를 보여준다.

영상 속 내용은 한 남자가 술집에 들어가 한 눈에 보아도 질이 좋지 못한 남자에게 거액의 현금이 담긴 가방을 건네는 영상, 약 7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 끝나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뭐예요 이게?"

"가방을 전달하는 놈이 현 도쿄도지사입니다."

"아, 뭐 비리 적발 이런건가요?"

주섬주섬 가방에서 서류뭉치와 USB하나를 꺼내 내게 건네는 호석.

나는 능숙하게 USB를 노트북에 연결하고 서류를 보며 파일을 실행시켰다.

-일 처리가 아주 깔끔하더군 좋아! 의식은 차렸다고 하던가?

-오래 살지 못할 겁니다. 제대로 찔렀으니까.

-그래, 여기 약속했던 백만엔.

-돈도 돈이지만 약속은 꼭 지키셔야 합니다. 이제 도쿄는 우리 나와바리가 되는 겁니다.

-걱정말게, 기존에 있던 야쿠자들 싹 밀어버릴테니.

-좋습니다. 약속대로 고키부리는 깔끔하게 처리했으니 이시하라님의 약속을 믿겠습니다.

-뭐, 뭣?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자 깟드! 필요한 얘기는 다 담았으니께 인자 저 쓰레기 치워라잉, 사진은 잘 찍었......

녹음파일을 모두 들은 나는 바라보던 서류를 내려놓고 절로 감탄했다.

"이야, 김장원 사장 일 처리 깔끔하네. 도지사 놈 제대로 엮였겠네요."

"동영상과 음성파일은 가위질을 거쳐, 마이튜브에 업로드 할 예정입니다."

"좋네요, 일본 방송사들에도 좀 뿌리시고."

"예, 회장님."

피식 웃음이 세어나왔다.

"왜 웃으십니까?"

"아니, 김장원 사장 독거미가 좋긴 좋은가 봐요? 오늘이 도쿄출장 4일째 아니에요?"

"하하, 맞습니다."

"그러니까, 엄청 급하게 서두르는 것 같네요."

"제가 여러번 교차검증했습니다. 빈틈은 없었습니다."

"예, 그럼 됐죠. 조만간 김장원 사장님때문에 국수 먹게 생겼네요."

"그러면 좋죠."

< 제 273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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