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270화. >
빔프로젝터가 미래의 변화해 있을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 사막을 보여준다.
나와 그들이 바라던 것.
그것은 석유 에너지가 아닌 신재생 에너지에 기반한 태양광 발전 시설이, 자연과 얼마나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보기엔 좋네요."
"하하..."
지부장의 웃음의 끝이 애매했던 것은 다음으로 이어질 사진 때문이었다.
푸르른 초원 위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넓게 설치되어 있던 SKY 에너지가 바라는 청사진과는 달리, 현재 시공되어 있는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넓다란 모래사막 위에 그저 덩그러니 놓여있는 태양광 발전 시설들.
"현재 설치된 사진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회장님."
"발전률은 어떻습니까?"
"당초 예상보다 120퍼센트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설치된 곳이 사막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 태양관 패널 설계기술이 나날히 발전하고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지부장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실제로, 같은 크기의 태양광 패널 중, 현재 SKY의 태양광 패널이 가장 좋은 발전효율을 보이고 있었다. 대략 타사의 제품보다 약 20퍼센트 높은 효율이었다.
모두가 SKY의 제품을 쓰라고 설득할 수 있는 기술력은 아니었다. 모든 제품에는 '가성비'라는 것이 있기 때문, 허나. 면적대비 설치 효율을 보았을 땐 당연히 SKY의 태양광 패널이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가격을 뛰어넘어 모두가 만족할 만한 품질을 내기 위해서는 현재의 발전량보다 20퍼센트 더 상승시켜야 할 겁니다. 그래야 타사의 제품들보다 월등한 발전량이 될 테니까요."
"예, 회장님... 그때야 비로소 석유 에너지의 끝을 알리게 되겠죠."
대한민국은 역사적으로, 그리고 앞으로도.
많은 지하자원을 기대할 수 없는 곳이었다. 덕분에 공장을 가동하고, 전력을 공급할 에너지원이 필요했고, 언제나 타국에 그 에너지원을 구걸 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때문에,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이 꿈틀 거리면 한국의 경제 상황 역시 출렁였다. 당장 기계를 멈추고, 자동차를 멈추고, 비행기, 선박을 멈출 순 없는 일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반드시 타국에 비해 압도적인 기술력의 신재생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더 먼 미래, 감히 SKY에게 에너지로 갑질 하는 기업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동장치 또한 중요합니다."
지부장이 고개를 끄덕인다.
"예, 현재 배터리 저장용량을 늘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해서, 회장님께서 말씀해주신 리튬이온 배터리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장이 용이하고 이동 또한 용이해야 합니다. 그 점을 반드시 상기하세요."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지부장.
"회장님께서 본사에도, 그리고 이곳 타클라마칸 사막에도, 또 고비 사막에서도 같은 연구를 경쟁적으로 진행시키고 계시니, 모두가 서로 이기려고 안간힘입니다."
무한경쟁.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사회는 경쟁을 시작으로 경쟁으로 끝나는 구조였다.
전 세계 어떤 자본시장이던 마찬가지겠지만, 대한민국은 학창시절부터 남들과의 경쟁에 치열하게 살아남아야 했다.
그것을 직원들에게 강요해야 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경쟁이 없는 사회는 도태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또, 경쟁은 조금더 치열하게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다.
"보너스를 위해서는 아니고요?"
"그것도 맞습니다. 이번 분기 보너스는 우리 타클라마칸 지부가 받을 것 같군요."
지부장의 자신만만한 모습.
의기양양한 모습.
경쟁에서 이긴 사람에게는 적절한 포상이 함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쟁의욕 자체를 잃어버릴 공산이 크니까.
해서, 나는 각 지부별로 분기별 최고 성과를 뽑아 보너스를 사사하기로 했다. 가장 높은 성과를 달성한다면 성과금 200퍼센트가 지급되었다.
대한민국의 어떤 기업보다 평균 임금 수준이 높은 SKY. 대부분 수당이 아닌 '기본급'으로 지급하고 있기에 성과금 200퍼센트는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두달치 월급을 받는 것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 단순 산술 계산으로 모든 분기별 최고 성과를 달성해 성과금을 받아간다면.
1년이 12개월이 아닌, 20개월치 월급을 받는 것이며, 명절과 연말 성과금을 포함하면 1년 연봉 만큼을 1년안에 더 받는 꼴이다.
그러니 직원들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항상 싱글벙글 웃을 수 있었다.
"어쨌든 좋네요, 드디어 사막에서 고생한 보람이 생기고 있다고 하니."
"하하, 직원들도 싱글벙글 하고 있습니다."
"그래야죠, 우리 SKY가족들이라면 당연히. 중국 공안들은 어떻습니까? 요즘 들어 이곳을 기웃거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지부장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부분 때문에 안 그래도 직원들 사이에 말이 있었습니다."
"어떤 말이죠?"
"우리가 최고 성능의 발전소를 개발하면, 다시 중국이 뺏아가는 것이 아니냐 하는 말들입니다."
충분히 이해되는 상황이었다.
중국 내부의 SKY의 공장과 회사들에도 산업스파이들을 본격적으로 심고 있는 중국이었다. 그들이 사막을 넘겨주었다 하지만, 분명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을게 뻔했다.
장저민은 그런 놈이니까.
겉과 속이 다른.
"날 믿으세요, 천우진을."
"예, 회장님."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는 위구르 자치구에 판매하시는 방법을 취하세요."
놀란 표정을 짓는 지부장.
"아직은 비밀리에 움직이는 것이 맞지 않습니까?"
난 고개를 저었다.
이미 중국 놈들도 태양광 발전에 기웃거리고 있을 시기었다. 전 세계적으로 말을 하고 있지 않지만, 석유에너지의 대체재를 찾기 위해 발을 벗고 뛰어들 시점이었다. 전 세계가 쉬쉬하고 있지만, 석유 저장량이 많이 남지 않았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당장, 미국의 경우에도 넓은 초원이나 들판에 태양광 발전시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설치중에 있을 터. 그러니 비밀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단순히 전기를 파는 일 자체는 크게 특별할게 없을 겁니다. 음, 전기를 파는 것 자체가 이슈가 될 순 있겠네요. 많은 사람들이 전기를 사고 판다는 걸 익숙해하지 않을 테니까."
"예, 그럴 것 같습니다."
"우리는 전기를 팔아서, 물을 사옵니다."
지부장은 제대로 들은게 맞냐는 듯 날 빤히 바라본다.
나는 웃으며 빔프로젝터 화면을 다시 처음으로 돌려 우리 SKY가 꿈꾸는 사막의 청사진을 보며 말했다.
"식물이 자라려면 '물'이 있어야죠?"
"... 어마어마한 물이 필요 할 겁니다."
"그러니, 전기를 판 돈으로 사오세요."
"과연... 꽃이 필까요?"
"충분한 돈과 시간이 있다면 전 세계 어디든, SKY는 꽃 피울 수 있습니다."
"아아..."
지부장과 대화는 끝이 났다.
이제부터는 그가 알아서 할 일.
망설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건물을 벗어나니 호석이 사륜 바이크를 주차한다.
"PMC 주둔지로 가시겠습니까?"
"가야죠. 후진다오 놈, 봐야 될 테니."
***
후진다오는 기계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벽 5시만 되면 울리는 알람을 듣지 않아도 이제는 저절로 일어 날 수 있을 만큼 교육받았다.
원래라면 PMC의 교관이 방에 들어오고 나서야 일어났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알아서 자리에서 일어나 아침을 준비했다.
철컹.
두꺼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는 언제나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었다.
이미 각을 잡고 서 있는 후진다오, 그의 얼굴에서는 일견 여유마저 보일 정도였다. 자신있는 표정으로 교관을 바라본다.
"666번, 훌륭하다."
"감사합니다!"
교관의 칭찬에 진심을 다한 뿌듯함이 그에게서 옅 보였다.
"666번이 훌륭하게 교육을 이수하고 있기에, 금일 SKY의 하늘이 이곳에 오신다."
모순되는 단어의 나열이나, 후진다오의 눈은 뜨겁게 닳아 올랐다.
"드디어... 이 몸이, 주군께 쓸모를 증명 한 것입니까?"
"그것은 알 수 없다. 하늘의 뜻은 누구도 알 수 없다."
"경건하게, 깨끗하게 하늘을 모실 수 있도록 목욕을 허가해 주십시오."
"좋다, 좋은 마음가짐이다. 바로 세면도구 챙겨서 나오도록."
"예!"
온수라는 개념이 필요없는 타클라마칸 사막.
지하에서 끌어오는 물도 존재하지 않아 저장된 물만을 사용해야 하는 PMC 주둔지에서 목욕이란 아주 귀중한 것이었다. 현대인이라면 '그게 뭐?'하고 당연하게 생각할 서비스가 이곳에서는 특혜에 가까웠다.
"흐음~"
미지근한 담수에 묵은 때를 벗기며 신이난 후진다오.
그리고 바깥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는 교관들.
"저렇게 신날까?"
"이제 교육은 끝났다고 보고해도 되겠어."
"그래, 바깥의 땟물은 다 빠졌다고 봐도 되겠지."
교관들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욕실에서 나혼 후진다오.
"666번, 귀중한 물을 썻기에 금일은 정신교육으로 대체한다."
"감사합니다!"
"생활관에서 대기 하도록."
"예!"
***
끼이이익 철컹.
문이 열리고 드러난 생활관.
햇빛 한 점 들지 않지만 퀴퀴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곰팡이를 의심해볼 필요도 있을텐데, 이곳이 원채 사막인지라 바깥의 뜨거운 열기로 인해 건조한 모양이다.
"주군을 뵙습니다!"
넙죽 자리에 엎드려 절을 올리는 후진다오.
그의 모습은 보기보다 깨끗했다.
슬쩍 고개를 돌려 호석을 바라보았다.
"본래 목욕은 10일에 한번만 이루어지나, 오늘은 회장님 때문에 특별히 시킨 모양입니다."
"아아."
대충 후진다오의 외견이 깨끗한 이유를 알겠으니 뚜벅뚜벅 걸어가 그가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었을 의자에 앉았다.
"오랜만이지?"
"예, 주군. 강녕하셨습니까?"
뭔가 후진다오의 태도가 완전히 꼬리를 만 개처럼 느껴졌다. 아니, 신을 경배하는 신도라고 하는게 옳을까? 어쨌든 그간의 교육을 토대로 이제 이 놈은 완전히 내게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적당히 써먹기 좋은 때라는 것.
"태도가 고분고분 해 졌네, 내 목숨을 협박할때가 엊그제 같은데."
"감히 제가... 주군을 몰라뵙고, 그저 민망할 따름입니다."
"확실해?"
"평생을 천자를 꿈꿨던 저였습니다. 허나, 그 생각에 잘못된 것이란 걸,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천자를 꿈꾼게 잘못 되었다?"
"예, 주군."
"어째서?"
"본래 천자란 하늘의 자식. 헌데, 진정한 하늘이 앞에 계신지 모르고 중화라는 하늘이 선택하는 것이 천자라 생각하며 살았으니... 그 어찌 허무맹랑한 꿈이었겠습니까?"
"내가 하늘이야?"
코웃음을 치며 호석을 바라보았다.
교육을 어떻게 시켰나 싶었다.
민망한듯 시선을 돌리는 호석.
"그렇습니다. 주군이시야 말로, 저의 꿈을 실현시켜 주셨습니다. 이 놈이 드디어, 진정한 천자가 되었습니다."
"천자가 됐다고?"
"앞에 하늘이 계시고, 제가 하늘을 모시니, 천자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왜 논리가 이렇게 흐르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놈이 꿈을 이루었다니 축하를 해줘야 할까?
"그러네, 너 똑똑하다 야."
"감사합니다 주군, 주군께서 저를 천자로 인정해주시니... 이제 이 한몸을 바쳐, 천자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을 제시해 주시옵소서."
오소소 닭살이 올라왔다.
이 새끼는 정신교육을 무협지로라도 받은 것일까 싶었다. 다시 한 번 내 시선이 호석에게 향했다.
호석은 여전히 날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거, 경호 한다는 양반이 날 안 보면 어떻게해요?"
"크흠, 후진다오가 감히 회장님께 달려들겠습니까? 행여 달려들어도 회장님 실력이라면 거뜬히 가능 하시니 걱정 없습니다."
"핑계는."
후진다오가 불쑥 바닥에 쿵 머리를 박으며 말했다.
"제가 감히 하늘을 해하려 하겠사옵니까? 주군께서 그런 생각을 하셨다는 것은, 소인의 불충이옵니다. 죽여주시옵소서!"
난 놀란 표정으로 호석을 바라보았다.
"얘, 한국말도 하네요?"
"제 놈이 먼저, 하늘을 뜻을 헤아리려면 언어와 문화를 알아야 한다 했답니다."
"이 새끼, 보기보다 기특한데."
확실히 배운 놈이라 똑똑했다.
나 역시, 중국을 삼키기 위한 노림수로 '문화'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넓고 무식한 중국이 감히 한국의 역사를 제단하려는 이유, 동북공정이라는 감투에 어마어마한 자금을 투입하려는 이유.
한국의 미디어에도 진출해 중국이 자본을 들이 붓는 이유.
그 모든것이 한국의 문화를 없애고, 자신들의 문화로 만들어 정신적인 지배를 하기 위함일테다.
물론, 아직 그 일이 본격적이라고 보여지진 않는다. 허나. 지금 후진다오 놈을 보자니, 어쩌면 이 놈의 머리에서부터 출발한 일이 아닐까도 싶었다.
대한민국을 열받게 만들고, 국민들이 중국놈들을 싫어하게 만드는데. 이 후진다오 놈의 수작질이 있었을 것 같았다.
물론, 지금은 불가능 하겠지만.
오히려 반대로, 내가 중국인들을 열받게 만들고 정신적으로 지배 할 생각이니까.
"일 좀 줄까?"
내 말에 후진다오가 희열에 가득찬 눈으로 날 바라보며 답했다.
"명만 내려 주십시오, 목숨을 바쳐 수행하겠나이다."
< 제 270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