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261화 (261/458)

< 제 261화. >

아프간 미군 주둔지.

SKY PMC의 깃발을 휘날리는 커다란 트럭 한 대와 군용 험머 3대가 줄지어 주둔지에 닦인 흙바닥 도로를 달린다.

"뭐야? 저건?"

"신병 모르냐?"

"뭐를 말씀이십니까?"

"SKY PMC잖냐."

"용병나부랭이들 아닙니까?"

빡!

흑인 상병이 백인 일병의 뒤통수를 후렸다.

"미친 새끼가, 어디가서 그딴 소리 지꺼리지 마라."

"헤이 톰! 왜 그래?"

뒤쪽에서 튀어나온 장교의 질문에 흑인 중사가 말했다.

"이 놈이 SKY PMC에게 용병 나부랭이랍니다."

장교는 삽시간에 붉어진 얼굴로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 그대로 일병의 조인트를 찼다.

"이 새끼가 누굴 죽이려고. 넌 톰 상병에게 감사해라, 네 목숨을 살려준거니까."

"예? 아니 그래봤자 용병 아닙니까?"

제법 자신이 소속된 부대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보이는 반응.

그도 그럴것이 그는 자랑스러운 그린베레의 최정예 중 하나였다.

"탈레반과 알 카에다에 대한 훈련은 지겹도록 했겠지?"

"예, 소대장님!"

"그 훈련과정을 SKY PMC가 정립했다."

"예?"

"SKY PMC는 탈레만과 알 카에다 놈들에게 '악마'로 불리지, 그러니 설치지 말도록."

"그 악마같은 수니파 놈들이 두려워한단 말씀이십니까?"

"저 깃발이 휘날리는 도시에는 테러가 없다. 이상 더 말이 필요한가?"

일병이 새삼스러운 얼굴로 SKY PMC의 깃발을 빤히 쳐다본다.

톰이라 불린 흑인 상병이 일병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소대장님 말씀은, 오늘은 우리가 불침번도 필요 없을 정도로 두발 뻗고 잘 수 있단 소리야. 엊그제도 칸다하르에서 폭발이 있었다지? 오늘은 적어도 이곳에 폭발은 없다."

"그렇게까지 안심해도 됩니까?"

"믿어도 좋아."

고개를 갸웃거리는 일병.

"근데 저들이 왜 왔을까요?"

"글쎄, 그건 상부와 무슨 얘기가 있었겠지, 어쨌든 저들도 전우이니 리스펙을 보여주도록."

"명심하겠습니다."

SKY PMC의 차량이 멈추고 주변에 있던 미군들이 무슨일인가 싶어 구경에 나선다.

"끌어 내."

커다란 트럭의 짐칸에서 짐이 아닌 사람들이 줄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의복은 누가 보아도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로 보였다.

머리에는 천으로 된 주머니를 뒤집어 쓴 인물들.

그들의 의복 행색이 여기저기 찢기고 핏물이 보이는게 제법 힘든 여정을 지나왔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막사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온 사령관.

SKY PMC의 대원들은 사령관 앞에 데려온 인물들을 무릎 꿀려 앉히고는 뒤에서 총을 조준한다.

"어쩐일입니까?"

정중한 태도로 묻는 사령관의 말에 긴 말은 필요 없다는 듯, 포로로 데려온 인물들의 천 주머니를 벗긴다.

"서, 설마!"

정면으로 그들의 얼굴을 확인한 사령관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중국에서 잡아왔습니다. 의뢰주의 요청대로 생포했습니다."

사령관의 놀람은 햇빛에 눈이 부셔 고개를 돌린 빈라덴에 의해 사방으로 번져갔다.

"저 새끼 빈 라덴이야?"

"개새끼 어디 숨어 있나 했더니 제기랄! 우리가 잡았어야 했는데!"

군인들이 욕지거리를 뱉으며 죽일 듯 빈 라덴을 째려본다.

빈 라덴은 햇빛에 눈이 따가우면서도 그 따가운 느낌이 재미있다는 듯 입을 헤 벌리고는 헤벌쭉 웃고 있었다.

"그런데 쟤 상태가 왜 저래?"

"약이라도 처먹었나?"

"그러게 꼬라지가 딱 약쟁이네."

침을 질질 흘리는 빈 라덴에게 다가간 아프간 주둔지의 사령관.

"오사마 빈 라덴."

이름을 부르니 사령관을 빤히 바라보는 빈 라덴.

"헤에."

"네 이름이 무엇이지?"

"라덴, 나는 벌레 라덴."

사령관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PMC 대원에게 향했다.

어깨를 으쓱이는 대원.

"임무수행도중 머리를 다친 것 같더이다."

"어떻게 다쳤길래 이런... 이러면 생포의 의미가 없지 않소?"

"비인도적인 일을 서슴치 않고 저지르는 놈들이오, 우리는 최선을 다했음을 말하고 싶군요, 게다가 의뢰주의 의뢰내용은 가능한한 생포였음을 상기해주시길."

"아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보란 말이오!"

사령관과 대화를 나누던 PMC 대원이 인상을 찌푸리며 뒤를 돌아본다.

그러자 다른 대원들이 무릎꿇고 있는 나머지 인물들의 천 주머니 역시 벗긴다.

"입은 많으니, 크게 문제 될 건 없어보입니다만."

"크음..."

"오사마 빈 라덴이 수족처럼 부리던 이들이니 정보의 질 역시 나쁘지 않을 겁니다. 의뢰는 알 카에다의 괴멸과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생포하는 것. 임무 도중 문제가 있어 나머지 수뇌부 역시 생포하였으니 오히려 보너스를 지급해주셔야겠습니다."

"보, 보너스?"

"그 부분은 회장님께 보고 후, 따로 귀국의 대통령님과 상의를 토대로 진행하겠소."

일방적인 통보.

도저히 미군 사령관을 높게 보는 태도는 아니었다.

허나 사령관 입장에서는 무어라 할 얘기가 없었다. 분명 PMC는 의뢰를 제대로 수행했기 때문이다.

"철수한다."

짧은 명령에 PMC 대원들은 왔을 때 처럼 신속하게 사라지기 시작했다.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있던 사령관은 자신의 보좌관에게 괜스레 성질을 부린다.

"상부에 연락해!"

"예썰!"

***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불안하게 움직이던 미국 S&P 500의 지수가 일시적으로 출렁일 정도로 오사마 빈 라덴의 소식은 전 세계가 집중했다.

딱히 나는 놈의 소식에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내 관심은 현재 대한민국 국방부 산하의 연구소와 함께 SKY 항공우주기술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사일이 오히려 더 지대한 관심사였다.

"그러니까 소장님 말씀은 우리 계획대로 개발만 된다면 관통력이 비약적인 상승을 일으킨다는 말씀이시죠?"

"예, 회장님. 현재 기술력으로는 3M 두께의 콘크리트가 한계지만 최종적으로는 30M 두께의 콘크리트가 목표입니다."

"낙하하는 중력에 연료의 가속도를 더한다라."

"그렇기에 로켓 기술이 중요합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엄청난 높이에서 거의 수직에 가깝게 떨어지는 미사일. 순식간에 타점 깊숙히 침투해 폭발하게 만드는 지연폭발 기술까지 손을 대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으나 성공만 한다면야 전 세계 '벙커'의 설계가 요동칠 정도로 대단한 물건이 될 터였다.

특히나 북한이 만들어 놓은 구식 벙커들은 버티지 못할 터.

또한 탄두에 핵을 장착 시킨다면?

그거야 말로 재앙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전 삶에서도 현무 미사일이라는 월등한 한국형 미사일이 개발되며 미국의 기술을 사 와 한국형 벙커 버스터로 소개된 바 있었다.

지금 그것을 SKY는 자국의 기술력으로 채워 놓으려 하고 있는 것이었다.

"좋습니다. 하여튼 전폭적인 지지를 국가도 약속하고 있으니 SKY항공우주기술은 열심히 연구만 진행 해 주십시오."

"예, 회장님."

"단순히 사명감으로 일을 하란 소리 안 합니다. 제 스타일 아시죠?"

연구소장이 빙그레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럼요, 회장님이야 말로 일한 만큼 대가를 주시잖습니까?"

"연구원들은 물론, 모든 직원들 노후는 SKY가 책임집니다. 열심히 일만 해주시면 됩니다."

사명감으로 일을 하란 소리는 개소리다.

물론 직업군 마다 사명감이 필요한 일이 있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

시간이 흐를수록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은 사명감은 잃어가고 '철밥통'이라는 말을 쓰며 절대 짤리지 않는 그런 '월급창구'로 여기게 된다.

많은 현대 사회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생긴 세태지만 그만큼 인풋 대비 아웃풋이 훌륭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에 미래의 대기업들의 취업 경쟁률이 치열하게 발전 하는 것.

"믿습니다. 회장님은 항상 넘치는 대가를 주시니까요."

소장과 악수를 나누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호석이 노크와 함께 회장실로 들어온다.

"회장님, 부쉬 대통령의 전화입니다."

"아, 연결하세요."

연구소장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흐뭇한 표정으로 회장실을 빠져나간다.

인터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전화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전화를 합니다. 우진의 그랜파에게 축하 인사를 했어야 하는데 아쉽군요.

"다음에 좋은 기회가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우리 미국과 대한민국이 더 든든한 우방국이 된 것 같아 기쁠 따름입니다.

부쉬의 눈치를 보자니 뭔가 요구할 것이 있나 싶었다.

"문제가 있습니까?"

-하하하, 역시 우진은 속일수가 없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빈 라덴의 상태가 심히... 전문가들의 말로는 고단한 고문으로 인한 백치상태로 보인다고 하더군요.

처음 상냥하던 말투와는 전혀 달라진 말투.

"음, 그렇습니까? 보고 받기로는 놈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머리쪽에 부상을 입었다고 들었습니다."

-크음, 우진... 그대가 바라는게 무엇이기에 빈 라덴이 그 상태로 온 것입니까?

이미 확정적으로 빈 라덴을 그리 만든 것이 나라는 걸 아는 모양. 하긴, 러시아도 눈치 챈 일을 미국이 모르리라 생각하는 것이 더 웃긴 일이다.

"지금이야 말로 프레지던트께서 요리하기 더 쉬운 상태가 아니겠습니까?"

-으음?

"빈 라덴이 도화지와 같은 백치 상태라면, 그 속에 그림을 채워 넣는 화가의 역할은 미국이 하면 되지 않을까, 그리 생각합니다."

-그림을 그려 넣어라?

"당장이라도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고 싶으나, 약한 명분이 발목을 잡지 않습니까?"

부정 할 수 없는지 말을 고르려는 듯 한 동안 대답이 없는 부쉬.

"그런 와중에 빈 라덴이 이라크와 접점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게 전 세계에 생중계 된다면? 아무리 이라크가 오리발을 내밀어도 과연 믿어줄까요?"

-NATO와 UN이 호락호락하게 보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명분 아니었습니까? 그 명분을 가질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원래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죠."

-... 빈 라덴을 죽여라?

"굳이 국제 재판을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현 아프칸을 장악한 북부동맹군을 이용한 아프간의 법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죠."

-사형...

"얻을건 얻고 뒤처리는 깔끔하게 진행하시는게 모두가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도대체 그대는 어디까지 내다 보고 있었던 겁니까?

히죽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프레지던트께서 SKY를 그리고 나를, 또 우리 대한민국을 우방으로 생각하는 것 만큼, 나 역시 프레지던트와 미국을 우방으로 든든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오히려 미군의 고문으로 의해 백치가 된 빈 라덴보다는 추후 문제가 생기더라도 우리 PMC쪽으로 덮어 씌우는게 더 편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국가차원이고, SKY PMC는 기업 차원이기에 추구하는 바가 다르니 도의적인 책임에서 일부 면한다?

"프레지던트를 돕기 위해 그 정도 비난 쯤이야."

인터폰 너머로 부쉬 대통령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중국에서 장저민을 요리 할 때도 대단하다 생각했지만 정말이지, 우진의 그 달콤한 입은 차마 거부 할 수가 없군요.

"사실을 알려 드렸을 뿐입니다."

-하여튼 덕분에 빈 라덴이 우리 손아귀에 들어 왔으니... 911로 인한 우리 시민들의 분노가 한층 가라 앉았습니다.

"사형이 진행된다면 더 환호 할 겁니다."

-그렇겠지요... 어쨌든 빈 라덴은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니.

부쉬의 기분이 좋아보이니 가볍게 툭, 다른 화두를 던졌다.

"말씀드렸던 일이지만, 미사일 사거리 제한 문제에 대한 조속한 처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완전 해제를 말합니까?

"오래전부터 해오셨던 약속입니다. 프레지던트의 지지율에 도움을 드렸으니, 우리 할아버지의 지지율에도 도움을 주시지요."

-으음.

"우리는 우방 아닙니까?"

-곧, 열릴 정상회담에서 약속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라크전에서도 한국과 우진의 많은 도움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러죠."

전화가 끊나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장인어른 뭐 하고 계시죠?"

"지금 아프리카에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돈이 조금 들더라도, 장인어른 주변에 언론인들 좀 풀어 보세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호석.

"봉사활동은 조용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진정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입니다."

"이제는 조금 공개적이어도 됩니다. 그래야 할 일이 있으니."

"음..."

나와 장인어른 사이의 갈등을 걱정하는 태도.

내게 진심이기에 보여 줄 수 있는 태도였다.

"부쉬가 점점 까탈스럽거든요."

"아! 확인했습니다.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예."

< 제 261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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