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237화 (237/458)

< 제 237화. >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몽고 자치구, 티베트 자치구.

중국땅에서 한족이 아닌 이들이 대부분 생활하고 있는 이곳, 그 안에서도 또 하나의 민족이 아닌 여러 민족이 살아가고 있는 경우도 적잖게 있었다.

중국은 어떻게든 ‘하나의 중국’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는 그들을 자신들의 품에 넣으려고 발악을 하고 있었다.

“중국은 많은 제재를 하고 있습니다. 그 점은 알고 계시겠죠?”

부시가 어깨를 으쓱인다.

“그러니 틈바구니를 만들고 싶은 것입니다.”

과거 우리나라 사람들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게 만들었던 일본처럼, 아니면 그들의 언어, 종교, 문화를 강제했던 것 처럼, 지금의 중국 역시 그들이 하나로 뭉치게 될지 모를 위험요소들을 전부 처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모든 것은 ‘중화’라는 말로 말이다.

소수민족의 핍박은 말도 못할지경이고, 중앙정계, 중앙정부의 진출해 성공하고자 하는 인물들은 한족이 아니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에 좌절하곤 한다.

부시가 맛있게 익은 사과를 콕 집어 먹으며 말했다.

“소수민족들의 억압을 붕괴시키거나 그들을 독립시킨다면 중국의 덩치는 순식간에 줄어들 겁니다.”

맞는 얘기였다.

중국 전체 영토를 봤을때, 대대로 중원이라 부르던 곳은 그리 넓지 않았다. 동남아로 이어지고 중앙아시아로 이어지고 유라시아까지 이어지는 현 중국의 영토는 소수민족들을 모두 독립시켜버린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 잠재력을 보일 수 없었다.

“중국을 미래 열강으로 생각하는가 봅니다.”

내 말에 부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분명 내가 아는 미래에는 사실이기도 했다.

“요즘들어 국제정세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바로 국경에 닿아 있는 나라들을 통해 빠르고 쉽게 공산품을 유통시키고, 자신들의 값싼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그것이 불가능해 진다는 얘기였다. 게다가 주변국가들의 체제에도 한발 걸치려는 움직임을 보이던 시기. 주변에 자신들과 같은 체제를 가진 ‘친중’성향의 국가들을 만들려고 부던히도 노력하고 있었다.

과거부터 국경 코 앞에 수도가 있던 러시아가 동유럽 국가들을 호시탐탐 노리던 것과 비슷한 이유였다.

그러니 정말 멍청한 놈이 아니고서야, 그들의 독립을 허락해줄 중국의 국가정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부시와 내가 나눴던 대화는 이 점을 중국의 약점으로 꼽고 있었다. 부시는 아직 모르겠지만, 내가 굳이 벌레같은 오사마 빈 라덴을 중국으로 보낸 이유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다.

소수민족들이 힘을 같길 원했다. 추후에 중국을 작업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서서히 그 힘을 키우고 있어야 함이 옳기 때문. ‘중화’라는 그 뭣같은 사상을 통째로 갈아 엎어야 하고, 그것이 가지고 있는 프라이드 역시 철저하게 부숴버려야 했다.

그러고 나서야 다른 것들을 받아 들일 준비가 될 중국인들이었다. 물론 한족들마저 그럴지는 미지수. 전 삶 중국인들은 정말이지 말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이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자연스럽게 시가에 불을 붙이며 말했다.

“어쨌든 프레지던트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내가 방해 할 일은 없지 싶군요.”

부시 역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했다.

“나 역시 미스터 천이 중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던, 방해할 생각은 없습니다.”

과연 앞으로 이라크와 전쟁으로 미친듯이 바빠질 부시가 중국에 신경은 쓸 수 있을까 싶었다. 물론, 중국을 경계하는 것이야 백악관 직원들이 알아서 할테지만.

나는 누가 되었든 이득만 취하면 되었다. 둘의 만남으로 내가 얻을 이익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게 먼저였다.

“그럼 그날 뵙죠.”

부시가 이제 막 불을 붙인 시가를 보다가 날 바라보며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태우던 시가는 마저 태우고···”

아깝다는 얘기.

“하하하, 그러시죠 시가만 마저 태우고 오늘을 마무리 하죠.”

“그럽시다.”

***

KS그룹 최태수가 눈을 빛내며 보고서를 들어올린다.

“이 보고서가 사실이야?”

“예, 회장님.”

비서실장이 자신있는 모습을 보이니 최태수가 흡족하게 웃는다.

“호재군.”

만족스럽다는 듯 보고서를 한번 손바닥으로 쓸고는 다시 비서실장을 바라보고 말했다.

“고조선일보, 동북아일보 사장들 불러.”

비서실장이 슬쩍 손목시계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이미 호출한 상태입니다. 약 5분후 도착 예정입니다.”

“그랬어? 역시 자네만큼 믿을만한 인물이 없지.”

하나부터 열까지 비서실장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어 칭찬에 인색한 최태수의 입에서는 칭찬이 터져나왔다. 내심 뿌듯한지 비서실장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차 준비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래, 달달 한 걸로 가져와 단게 당기는 군.”

“예.”

비서실장이 막 회장실을 벗어나려는 찰나, 먼저 노크소리가 들리고는 여비서의 뒤로 고조선일보, 동북아일보의 사장들이 보였다.

비서실장은 그들에게 살짝 고개를 까딱이고는 안쪽으로 안내한다.

“여기 달달한 차 세 잔.”

“네, 실장님.”

여 비서가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자리에 앉은 그들.

“하하, 최 회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즘 부쩍 의뢰해주시는 일이 많아 형편이 좀 나아졌습니다.”

고조선일보의 사장은 노골적으로 최태수의 돈을 받았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동북아일보의 사장도 다르지 않은지 흐뭇하게 고개를 주억거린다.

“내게 좋은 정보가 생겼네.”

최 회장의 말에 탐욕이 가득한 눈으로 입맛을 다시는 둘. 최태수가 스윽, 비서실장이 올렸던 보고서를 그들에게 내밀었다.

그들이 보고서를 읽는 사이, 차가 도착하고 최태수는 부드럽게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는 호로록, 호로록 차를 들이켰다.

고조선일보의 사장을 지나 동북아일보의 사장까지 보고서를 다 봤다고 판단했는지 묻는 최태수.

“어떤가?”

고조선일보의 사장이 약간은 긴장한 모습으로 말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당연히 1면감입니다.”

최태수의 눈이 동북아일보의 사장에게 향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이런 특종을 놓치고 싶지 않죠.”

최태수가 차를 마시라는 듯 손짓하며 말했다.

“자네들 둘이 힘을 좀 써주면, 여론이 더 들끓지 않을까 싶은데.”

고조선일보의 사장이 마른입술을 한 번 훔친다.

“으음··· 회장님의 계획은 알겠으나··· 천혁수 그 양반을 건드리는 일이라···”

동북아일보의 사장이 말을 보탰다.

“그의 소문이 좋지 않은 것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여기 박사장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딸린 식구들이 많다 보니 영 께름직 합니다.”

최태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던가?”

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장단.

“천혁수 그 노친네는 두렵고, 난 두렵지 않으냐 이 말일세.”

천혁수라는 이름 석자 때문에 입술에 침이 마르던 둘의 침이 이제는 바싹 말라버렸다. 절로 차로 손이 뻗어질 만큼.

“우리 전경련 회원들의 광고가 모두 두 언론사에 뿌러져 있다는 걸 간과하는 모양인데, 선택하시게들. 굶어 죽겠나, 아니면 그래도 나를 믿고 일 한번 해보겠나?”

“······”

그래도 대답이 없자 최태수가 탁 하고 찻잔을 내려 놓은 뒤 서슬퍼런 눈으로 말했다.

“자네들은 어차피 우리 전경련과 함께했지, 지금 전경련은 천혁수 그 노괴와 싸우고 있어. 그런데 선거에서 우리가 진다? 자네들은 멀쩡 할 것 같은가?”

“으음···”

동북아일보의 사장이 질끈 눈을 감았다.

어차피 그들의 칼끝이 이 공생관계를 형성한 무리에게 닿아 있다는 걸 깨달은 모양.

“천혁수 그 작자가 대통령이 되면 자네들 두 언론은 신뢰를 잃을 거고, 우리 전경련은 철퇴를 맞겠지, 사업하다 보면 구린내도 좀 나고, 먼지도 좀 묻는 법 아니겠는가? 자네들도 마찬가지겠지. 뭣보다.”

최태수가 찻잔을 말끔히 비우고는 말했다.

“천혁수 그가 사채시절부터 없던 먼지도 만들던 그 실력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면야, 자네들 모가지는 없다고 봐도 되겠지. 소나기를 피할 우산까지 버리겠다고 한다면야, 굳이 말리지는 않겠네.”

최태수는 나가보라는 듯 손을 흔들었다.

두 사장은 빤히 자신들의 앞에 놓여진 보고서의 첫 페이지를 바라보았다.

[ 천혁수 후보자 총상 치료 병원에 대하여. ]

총상을 입었지만 병원에서 치료는 받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보고서.

대한민국의 어떤 병원도 그를 치료했다는 기록이 없다는 얘기는, 그가 다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되고,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그가 표를 얻기 위해 쇼를 했다고 포장 할 수 있었다.

어 다르고, 아 다른 한국말.

어떻게 쓰느냐의 따라 천지차이의 표현이 가능한 한국말을 가장 잘 다루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언론이었다.

천혁수가 총상을 입고 두문불출 하고 있는 사이, 요즘 언론은 연일 한,미,북 정상회담과 여당의 후보자, 야당의 후보자를 집중조명하고 있었으며, 가십거리인 연예인 섹스 스캔들, 마약 스캔들, 성추문등이 전부였다.

어느새 천혁수를 집중하고 있는 언론은 없다는 얘기.

고조선일보의 사장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 논란이 붉어진다면, 오히려 여론에게 잊혀졌던 천혁수란 인물이 다시 집중조명될 수 있는일 아니겠습니까? 그 인지도 역시 무시할 수 없으니··· 조금은 더 심사숙고하시는게 어떠실지요.”

그럴듯한 얘기였다.

최태수가 두 언론사에게 주문했던 일 역시, 더욱 높은 인지도를 여, 야의 후보자에게 몰아주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허나, 최태수는 무표정안 얼굴로 고조선일보의 사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림은 내가 그리고, 자네는 그 그림을 잘 팔아먹기만 하면 돼.”

“······”

“개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란 뜻이야. 짖으라면 짖고, 물라면 물어. 그게 사냥개에게 어울려.”

닥치고 하라는 뜻.

동북아일보의 사장이 치욕스러움에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다가 이내 심호흡을 내뱉고는 말했다.

“금일 뉴스에 나갈 수 있게 만들어보겠습니다.”

최태수가 고개를 주억거린다. 마치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어쩔 수 없었는지 고조선일보의 사장역시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우리 고조선일보 역시, 최선을 다해 그럴듯한 기사를 뽑아 보겠습니다.”

“기대하지.”

최태수의 말이 끝나자, 그의 비서실장이 철컥 하고 회장실 문을 열었다. 명백한 축객령이었다.

“그럼, 또 뵙겠습니다.”

“강녕하십시오 회장님.”

둘은 자신들보다 나이가 어린 최태수 회장에게 아주 공손하게 인사하고는 회장실을 빠져나갔다.

***

퇴근하는 길에 우리집으로 향하는 길목에 유난히 많은 차량이 보였다.

무슨일인가 싶어 호석을 바라보니 바로 확인해보겠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언론사의 차량들이라고 합니다.”

“목적은 우리집이고요?”

“예, 회장님.”

뭔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SKY그룹도 별다른 이슈가 없고, 할아버지는 요양중으로 알려져 있을테니 언론사가 이렇게 진을 칠 이유가 없어 보였기 때문.

“어디서 나왔데요?”

“동북아일보와 고조선일보입니다.”

“오호라.”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언론사의 이름을 듣자 마자 그들에게 입김을 불어 넣었을 인물이 누구인지 단숨에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요즘들어 부쩍 다른 언론사들에 비해 특종을 쏟아내고 있는 두 언론사.

그리고 해당 언론사들의 신문에는 SKY의 광고따위는 없었다. 즉, 우리 천가와는 완전 반대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뜻이었다.

그것은 곧, 그들이 전경련과 붙어먹고 있다고 봐야 옳았다.

“KS그룹이 또 장난을 시작하려나 보네요.”

“아직 별다른 이벤트는 없었습니다.”

“아마 내 얼굴을 찍는 걸로 뭔갈 시작하려나 보네요.”

“대원들 붙여서 우산 펼치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됐어요, 어디 무슨 질문을 던지나 구경이나 좀 해보죠.”

호석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심심하신 모양입니다.”

“며칠 놀았잖아요?”

알겠다는 듯 호석이 어느새 도착한 차에서 내려 내가 앉아있는 곳의 문을 열어주었다.

촤라라락, 촤라라라락.

눈을 뜨지 못할 만큼 미친듯한 플래시 세례가 뿜어져 나왔다. 고작 두 개의 언론사에서 보낸 기자들 치고는 수가 대단했다. 뭐라도 하나 건져보고 싶은 놈들의 속셈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 제 237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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