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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혈의 재벌-230화 (230/458)

< 제 230화 >

그래도 호석 딴에는 할아버지가 걱정돼 하는 말일 터, 아마 바쁜 와중이기에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받지 못했을테다.

철웅에게 직접 전달 받은 것이 아닌, 직원들은 보이는 것만 보고 했기에 호석은 우리 할아버지가 두 발의 총상을 당한 것만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암살하려는 놈들이 실력이 낮아서 다리와 어깨를 맞춘다? 설득력 있나요?”

“으음···”

홀로 생각에 잠긴 호석.

“게다가 총을 맞은 위치가 다리와 어깨? 어쩐지 전혀 생명에 지장 없는 곳을 관통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표정이 일변한 호석이 묻는다.

“지금 회장님 말씀은 백부님께서 일부러 총에 맞으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예, 어쩌면 맞았다는 총도 소총탄이 아니고, 권총탄일 가능성이 높겠네요. 북한 놈들이 쏜 게 아니고 백 대표님이나 할아버지가 직접 쏜.”

“허.”

호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로서는 굳이 자신의 몸에 총알 구멍을 만드는 걸 이해 할 수 없는 모양.

“정치는 쇼죠, 쇼맨쉽이 뛰어난 사람들이 표를 많이 받더군요.”

물론, 할아버지 만큼 딥하게 쇼를 하는 정치인은 드물었다. 할아버지는 책상에서 순진하게 앉아 있다 정치계에 입문 하신 게 아니었다. 현 정치인들이 아무리 살벌한 시절을 버티며 살았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들이 할아버지만큼 위험하고 피비린내나는 삶을 영위해 왔다고 볼 순 없었다.

한 마디로, 그들과 할아버지가 가진 독기가 하늘과 땅 만큼 차이 날 것이란 얘기다. 정신력이라는 것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니까.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오늘은 꼭 늦둥이 임신에 성공하시는 걸로.”

눈을 부릅 뜨는 호석.

“아니 또, 왜 얘기가 거기로 튑니까! 회장님?”

“크크큭.”

나는 웃으며 뒤 돌아 루시가 쉬고 있을 병실로 향했다.

나의 보폭에 맞춰 빠르게 따라붙은 호석이 처음 할아버지의 변고를 보고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래도 전화는 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음, 삐치실라나.”

“이왕이면 루시 아가씨의 목소리도 함께 담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우희 아가씨 역시 마찬가지고요.”

“씁···”

갑자기 고민스러웠다.

루시와 우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싶었다. 분명히 할아버지는 정치적 쇼를 펼치신 것일텐데, 듣는 손녀(?)들은 전혀 그렇게 듣지 않을테다.

당장이라도 날아가 ‘할아버지!’하며 이산가족 상봉 비스무리한 장면을 찍으려 들 터.

“거 노인네 쓸 데 없이 열심히 해서는··· 쯧.”

***

입에 담배를 물던 특등전사 리영철이 무전소리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담배를 비벼 끄고는 저격소총을 어깨에 견착하고 목표물이 지나기로 한 도로를 예의주시한다.

-목표차량 1111, 목표차량 1111.

예정대로 차량이 지난다면 5분 이내에 해당 도로를 통과할 게 분명했다. 고난의 연속이라고 생각해도 좋을만큼,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고도의 훈련을 받아온 리영철은 5분이란 시간동안 저격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심박수를 컨트롤하기 시작했다.

호읍을 조절하고 긴장된 근육들을 이완시키며 명상에 잠겼다. 자신의 심장박동을 느끼며 얼추 시간을 재고있는 그.

-목표차량이 멈춰선다. 반복한다 목표차량이 멈춰선다.

뜬금없는 무전에 팍 명상이 풀리고 인상을 찌푸리는 리영철.

그러나 이내 그는 찌푸렸던 인상을 풀며 ‘후우’하고는 크게 심호흡하며 멘탈을 관리했다.

흥분을 하면 심박수가 올라가고 정확한 이성적 판단에 해를 끼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굳었을지 모를 어깨와 목을 풀며 무전기를 집어든 리영철.

“무슨 일이니?”

-목표가 차량을 멈춰 세우고··· 식사를 시작했다.

“네 뭐래니?”

-반복한다. 목표가 차량을 멈춰 세우고, 식사를 시작했다.

“하.”

어처구니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는 상황, 슬쩍 손목에 채우고 있던 시계를 보니 확실히 목표가 예정한 곳까지 도착할 시간은 여유가 있어 보였다.

결국 다시 입가에 담배를 무는 리영철.

“피크닉이라도 나왔나? 도시락은 무슨.”

피식 웃으며 가슴팍에 넣어 놓은 에너지바를 꺼낸 리영철.

와그작.

“후우~”

담배 한 모금, 에너지바 한입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그가 마지막 에너지바를 씹으려는 찰나.

-저벅.

아직 씹지 않은 에너지바에서 소리가 울려퍼졌다.

순간 에너지바를 내려보던 리영철이 날렵하게 몸을 옆으로 날렸다.

퓩, 퓩, 퓩.

그가 움직이는 동선을 따라 9mm권총탄이 바닥에 수 놓는다.

“니들 뭐이네!”

까만 정장을 입고 까만 복면을 쓴 사내들은 말 없이 리영철을 점점 구석으로 몰고 갔다. 아무리 훈련받은 특등전사라지만, 두 손이 열 손을 감당하기는 힘든 모양.

퓩, 퓩.

“크윽.”

권총을 조준 하고 있는 사내의 뒤에 다른 사내가 무전기로 뭐라뭐라 얘끼를 하더니 말한다.

“사살.”

퓩.

리영철은 그렇게, 목표로 하던 차량을 보기도 전에 운명을 달리했다.

“1팀, 임무 완료.”

-2팀, 임무 완료.

-3팀, 임무 완료.

무전기 너머로 속속들이 임무를 완료했다는 보고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 모든 것이 천혁수가 한가롭게 샌드위치와 김밥을 즐기던 시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같은시각.

천혁수의 차안.

시가를 다 태운 천혁수가 철웅을 불렀다.

“대충 정리는 끝났더냐.”

“예, 저격하기 좋은 위치에는 모두 대원들을 보냈습니다.”

“그래?”

“예, 백부님.”

잠시 뭔가를 고민하던 천혁수.

아산댁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말했다.

“최근에 총은 잡아본적이 없지?”

“네, 어르신 칼만 지겹도록 잡았지요.”

피식 웃은 천혁수가 철웅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권총 줘 봐.”

철웅은 가타부타 말 없이 천혁수의 명이 떨어지는 즉시 품에서 권총을 꺼내 천혁수에게 건넸다.

“소음기도.”

이어서 바로 품에서 소음기를 꺼내 권총에 장착시키는 철웅. 권총을 받아든 천혁수가 소음기 부분을 잡고는 아산댁에게 넘겨준다.

얼떨결에 총을 받은 아산댁이 물끄러미 천혁수를 바라보았다.

“철웅아, 이곳에서 지휘소까지는 얼마나 걸리더냐?”

“약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15분이라··· 조금 밟으면?”

“최대 9분까지 가능합니다.”

“좋아, 그럼 9분만에 도착하는 것으로 하지.”

“예, 백부님.”

철웅이 운전기사를 바라보고, 운전기사는 고개를 주억이며 작게 무전을 날린다.

그 사이 고개를 돌린 천혁수가 아산댁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랜만에 총알 맛 한 번 보자.”

“네?”

몹시 당황한 아산댁.

천혁수는 개의치 않고 왼손을 오른쪽 어깨춤으로 올려서 한 포인트를 가리킨다.

“여기, 이 부분은 중요한 혈관이나 신경이 없지, 깨끗하게 관통 될 테니 염려할 필요가 없어, 노인네 근육이 뭐 대단키나 하겠느냐?”

“어, 어르신!”

철웅 역시 놀란 눈으로 허리를 돌려 천혁수를 바라본다.

놀란 아산댁은 신경쓰지 않고 이어서 손가락으로 왼 다리 종아리를 가리키며 말하는 그.

“그리고 여기, 여기도 마찬가지로 출혈은 좀 있겠지만 사는데는 문제가 없지, 내가 몸을 쓰면 앞으로 얼마나 쓰겠더냐? 치료만 잘 받으면 되니 걱정하지 말거라. 오랜만에 따갑겠구나.”

어느새 아산댁의 손은 벌벌 떨리고 있었다.

어서 말려보라는 듯 철웅을 바라보지만 철웅은 천혁수의 눈을 한 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졌는다. 이내 운전기사가 열심히 무전을 보내는 무전기를 가로채더니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현장으로 움직인다. 1팀, 2팀 임무가 끝났으면 최대한 빠르게 도로 통제 해, 총성을 울리고 주변 경찰에 도움을 받아라, 주변에 청와대 경호원들 역시 도착해 있을테니 그들의 지원을 받아.”

-치익, 확인.

-치익, 확인.

철웅이 고개를 돌려 놀란 얼굴을 하고 있는 아산댁에게 말했다.

“교관님, 움직이는 차 안에서도 충분히 명중 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천혁수가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아산댁은 날카롭게 철웅을 쏘아보았다. 매가 먹이를 찾는 것 같은 그런 눈빛이었다.

부우우우웅.

이내 선두의 차량이 빠르게 앞으로 튀어나가고, 천혁수가 탑승한 차량 역시 앞으로 가속하기 시작했다. 덜컹이는 차안.

고민을 끝냈는지 아산댁이 천혁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말했다.

“조금 따끔합니다 어르신.”

“하하, 그래. 걱정하지 말거라.”

천혁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두 눈을 살포시 감았다.

퓩, 퓩.

“크음.”

두 발의 총성, 매캐한 화약냄새가 차량안에 가득하다. 입술을 앙 다물고 있는 아산댁의 동공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감히 자신의 손에 의해 천혁수가 피를 흘리리란 상상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

천혁수는 피가 흐르는 오른팔을 들어 괜찮다는 듯 아산댁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는 권총을 다시 철웅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아이들에게 차량 주변에 탄흔 좀 만들라고 그래, 기능문제 없게끔.”

“예, 백부님.”

운전기사는 운전에 집중해야 하기에 철웅이 친히 무전기를 들어 올렸다.

“우리 차에 소총 몇발 갈겨라, 기능 고장 없는 부분으로, 조수석 앞 유리 두발, 상석에 여섯 발 정도면 적당할 것 같군.”

-치익, 확인.

무전에 응답이 들려오자마자 뒤에서 따라오던 차량이 차선을 변경에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가더니 창문이 내려가고 소총의 총구가 드러난다.

탕, 탕.

타다다당.

벼락같은 총성과 함께 천혁수가 탑승한 차량 내부에 격한 피격음이 귓가를 어지럽힌다.

아산댁은 어느새 입고 있던 상의 가디건을 찢어 천혁수의 어깨와 종아리를 감싸놓은 상태.

한 눈에 보아도 천혁수의 상태는 굉장히 심각해 보였다. 비주얼적으로는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향해야 할 것만 같았다.

“거울 좀 보자구나.”

아산댁이 빠르게 핸드백에서 손거울을 꺼내 내민다.

거울을 확인한 천혁수가 왼쪽 볼과 오른쪽 볼을 만지더니 말했다.

“분좀 꺼내 보거라, 조금 창백하게 보이게 해야겠어.”

***

천혁수가 빠르게 지휘소로 향하는 사이.

대통령 경호실장이 빠른걸음으로 대통령에게 다가가 무엇을 속삭였다.

화들짝 놀란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게 사실인가? 총격전이라니!”

장내의 모두가 대통령의 말에 무슨일인가 싶어 집중한다.

“당장 전 병력에게 지원하라고 알려! 그가 죽으면 진짜 전쟁이라도 해야 할지 모르니까!”

대통령의 다급한 음성.

여당의 후보자가 대통령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대통령님?”

“천혁수 후보자가 이곳으로 향하던 도중에 총격을 당했다는 군.”

“예? 우리가 있는 곳은 대한민국이 아닙니까?”

이미 국정원장에게 1차 암살시도에 대해서 들었던 대통령이었다. 보안등급을 높이고 경계를 한다고 했지만 부족했던 모양, 게다가 SKY PMC를 너무 믿었나 싶기도 했다.

아니면 그만큼 북한이 작정을 했구나도 싶었다.

“멍청한··· 이렇게까지 앞 뒤 분간을 못한다고?”

좀처럼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담지 않는 대통령의 입에서 최고의 찬사가 터져나왔다.

한미연합사령관이 매우 궁금하다는 얼굴로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었고, UN에서 파견나온 대장계급의 군인 역시 무슨일인가 싶어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것을 깨닫는 대통령.

끼이이이이익.

때마침 지휘소의 연병장을 가르며 등장하는 검은색 차량들.

언론사 카메라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차량에서 내리는 인물들을 찍기위에 달려드는 것을 바라보던 대통령.

“막아! 언론사 막아! 당장!”

경호실장과 군인들이 황급하게 움직여보려 하지만 그들이 건물을 나가 언론인들을 막는 것 보다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인물이 내리는 것이 더욱 빨랐다.

멀리서도 한 눈에 보이는 천혁수가 탑승한 차량. 곳곳에 총격에 의한 흔적이 자욱한 차량에서 내린 천혁수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회색의 정장은 어느새 피로 물들어 있었고, 어깨춤과 다리춤에 동여맨 흰색 천에는 붉은색 혈흔이 가득했다.

“······”

그리고 그 장면을 바라본 한미연합사령관과 UN군에서 파견이 나온 장군은 설명이 필요하다는 얼굴로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었다.

< 제 230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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