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223화 (223/458)

< 제 223화. >

현 중국의 2인자. 1인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는 후진다오. 장저민이 군부 중심의 인물이라면 후진다오는 관료 중심의 인물이었다.

‘쿠데타’라는 위험때문에 군부의 세를 줄이고, 중앙 간부들의 힘을 키워 정권을 틀어쥐고 있던 인물.

물론, 아직은 장저민에게 밀려, 군부의 힘에 밀려 제대로 패권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아마 장저민이 나를 통해 SKY그룹을 중국에 들여놓지 않았다면 확실하게 패권은 후진다오에게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전화기를 슬그머니 볼에서 떼어내 통화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 SKY전자에서 만들어낸 통화녹음 기술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있었지만 어쨌든, SKY가 만들었으니 음질은 더욱 훌륭하다.

짐짓 별 일 아니라는 듯, 다시 그의 소개를 듣기 위해 그의 이름을 읊조렸다.

“후진다오라···”

-그렇소, 후진다오요.

“갑작스러워서 조금 놀랐습니다.”

-이해하오,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니. 이미 장저민 주석과의 관계는 대충 알고 있습니다.

자아도취가 심각한 단계에 머물러 있는 놈이구나 싶었다.

“그렇군요, 헌데 내게 전화를 주신 이유는?”

-정치라는 게, 그리고 사업이라는 게, 어디 한쪽에만 편중되어 있겠습니까? 때에 따라, 시대에 따라 양쪽을 오가야 하겠지요.

픽 웃음이 터져나올뻔 했다.

진짜 늦둥이를 낳아야 하나 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호석을 봐서가 아니라 후진다오의 말이 웃겨서였다.

“사업이라는 게 당신 말처럼 한 우물만 파서는 안될지도 모르겠지만, 더 큰 이득을 어디서 가져올수 있냐에 따라 움직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대가 장저민 주석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오.

“잘 모른다?”

-그렇소.

제법 확신을 가지고 있기에 ‘아닌데?’하고 말이 튀어나갈 뻔 했다.

장저민을 믿어서 내가 그와 함께 움직인다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이다. 장저민이 무엇을 하던 막아낼 자신이 있기에 그와 움직이는 것이다. 그리고 후진다오 보다는 장저민이 컨트롤 하기 더 쉬운 성격이기도 했다.

“어떻게 말입니까?”

-장저민 주석이 그대에게 한 약속이 지켜질것이라 확신하시오?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절대 그럴리 없다는 걸 알지만, 짐짓 모르는 척 말했다. 약간의 진실을 담아서.

“그렇게 만들 자신이 있습니다만. 결국 나와 그의 끗이 같은 방향을 지향한다면 그리 되겠지.”

-중국 땅에서 그의 말은 신의 말과 같이 받아들여지지.

“그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만.”

-군부의 힘이 악화 된다면 장저민 주석은 끈 떨어진 연이 될 신세요.

“그 군부의 힘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당신이 팔 다리를 자르려 노력을 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

전화기 너머 후진다오의 얼굴이 보이진 않지만 어쩐지 보이는 것만 같았다. 그의 똥 씹은 얼굴이.

-똥물에 튀겨 죽일 무슬림 잡놈들이 설치고 있습니다만 그것도 한 때가 아니겠습니까?

“그 무슬림들을 공안으로만 막자고 강력히 주장한게 당신 아닙니까? 결국은 대 실패고요, CNN이 잔뜩 중국을 비웃더이다. 당신의 이름과 함께 주석의 이름까지 거론되며.”

작은 일도 아니고 도시 하나가 알 카에다의 습격에 장악당한 상태였다.

농약도 아까운 벌레 놈이 열심히 일을 해주고 있는 덕분이었다. 대원들과 뜨겁고 건조했던 3개월의 정신교육이 효과적이었던 모양.

-그 무슬림 놈들이 SKY의 무기를 들고 있다던데, 그 부분을 물고 늘어진다면 감당 할 수 있겠습니까?

회유가 안되니 협박이라.

너무 고리타분한 관료의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짐짓 모른척 말했다.

“그래요? 놈들도 우리 무기가 좋은줄은 알고 있나 봅니다. 우리 무기가 확실히 같은 기종 대비 품질이 우수하죠, 총기 고장같은 것도 거의 일어나지 않고요.”

-내가 지금 칭찬을 하는 것 같습니까?

“아니었습니까?”

-그대가 알 카에다 세력과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얘기를 하는게 아닙니까?

나는 일부러 들으라고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군이 세운 임시정부에 우리 SKY에서 만들어진 무기가 유통되고 있습니다. 미군에 의해서 말이죠, 그 무기를 약탈한 잔존 탈레반과 알 카에다 세력이 SKY의 무기를 쓴다 하여 이상한 일이 있습니까?”

-하! 그 말을 믿으라?

“믿지 않으면? 지금 당장 당신이 알 카에다가 SKY와 모종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강력하게 주장하면, 장저민 주석이 우리 SKY그룹을 철수라도 시킬거라 생각하십니까?”

-나 후진다오요!

중화사상이라는 게.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라는 사상이라더니, 중국의 2인자가 세상의 2인자라 착각을 하는 모양이다.

“나는 천가의 천우진이다.”

존대의 의미를 버렸다.

-뭐라?

“네 놈이 감히 협박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란 소리야.”

-미친.

“만약 네 놈이 중국땅을 벗어나는 일정이 생긴다면, 그 혓바닥을 조심해 내가 꼭 뽑아줄테니까.”

-······

“더 할말 있나? 혼자서 안되니까 내 힘이라도 빌려서 장저민 주석을 날려버리고 싶었던 모양이지?”

-네 놈 역시, 중국에서를 조심해야 할게다.

내 도발에 입질이 왔다.

생각보다 쉽게 흥분한다 싶었다. 아니면 완전하게 무시하고 있던 ‘나’라는 존재에게 도발을 당해서일지도 모르겠다.

“크큭, 당신 때문에?”

-오냐, 당장 오늘부터 SKY그룹의 공장 건설에 차질이 생기게 해 주마.

“어이쿠 무서워라, 어디 한 번 그렇게 해보던가. 주석이 과연 가만히 보고 있을까?”

-장저민이 언제까지 하늘에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는 이미 저물어가는 해 임을 어찌 모르지?

“그럼 네 놈은 떠오르는 해인가?”

-뉘에있어 나보다 높은곳에 있을까.

“자존심이 하늘을 찌르는 군.

-두고 보지.

“그래 수고 하고.”

전화를 끊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호석을 바라보았다.

“제법 건방진 놈이군요.”

호석 역시 영어,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했기에 통화 내용을 고스란히 알아 들을 수 있었나 보다.

“그러게요, 덕분에 좋은 무기도 하나 생겼네요.”

나는 히죽 웃으며 녹음된 파일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그렇소, 후진다오요······

호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어쩐지 회장님께서 평소와 다르게 쉽게 흥분하신다 싶었습니다.”

“반쯤은 진심이었습니다만.”

호석은 절대 그럴리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그건 됐고, 우리 정 대표님은 오늘부터 열심히 해야죠? 오늘 저녁은 몸에 좋고 피부에도 좋고, 밤에도 좋은 야관문 장어로 갑시다.”

호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숙모는 오늘 오시죠?”

“··· 우진아 삼촌 좀 살려줘라, 이 나이에 늦둥이라니.”

“에이, 내기는 내기지 왜 이러실까? 그럼 이기시지 그랬어요?”

“망할, 누가 한국이 4강까지 갈거라고 생각하겠냐! 상식적으로 이 대한민국이 월드컵 4강? 이게 말이 돼?”

나는 ‘큭큭’하고 웃으며 말했다.

“애국 베팅이었습니다. 애국 베팅.”

“우진아, 아니 회장님! 제 나이가 되면 식탁에 장어만 올라와도 오금이 저린단 말입니다!”

“아 몰랑, 늦둥이나 만들어 오세요, 찰리 박이랑 강기태 본부장은 와이프 만들어 오라고 했는데, 이미 있는 와이프랑 애 만드는게 어렵습니까?”

부들부들 떨고 있던 호석이 말했다.

“차라리 새 장가를 가라고 하시지요.”

“에이, 그건 숙모에 대한 의리가 아니지.”

“그럼 우리 아들이 손자를 만들어 오는 건?”

“에이, 무슨 20대에 결혼을 해요. 한창 놀 나이에.”

눈을 작게 뜨고는 째려보듯 바라보며 말하는 호석.

“회장님께서도 20대입니다만.”

“나는 옆에 여신이 있었잖아요.”

“크음··· 참한 색시를 하나 소개해주면···”

“놉, 무조건 늦둥이.”

호석이 흥분했는지 제법 언성을 높혀 말했다.

“그럼 철웅이는! 그 놈도 내기 했잖아.”

“철웅 삼촌도 늦둥이로 가즈아!”

“에라 모르겠다 가즈아!”

***

과일을 팔던 사내가 열심히 호객 행위를 하다 품에서 울리는 진동에 휴대폰을 꺼내 문자메시지를 확인한다.

[ 하늘에서 말씀을 전하신다. 0300, 신의 앞에서. ]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였지만, 연신 밝은 얼굴을 하고 과일을 팔던 과일 장수는 표정을 굳히고는 거의 던지듯 과일을 다시 트럭 안에 싣기 시작했다.

“아저씨 이거 얼마에요?”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트럭기사에게 질문을 던지는 여인.

“오늘 장사 끝났습니다.”

“예? 이것만 파세요, 사과가 맛이 좋아 보이네.”

“안 판다고.”

고개를 돌려 여인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내.

여인은 사내의 싸늘한 눈빛에 흠칫 놀라며 뒤로 주춤주춤 물러서더니 이내 도망치듯 길을 걷는다.

한참 과일을 치우던 사내가 하늘을 올려다 보며 홀로 작게 읊조렸다.

“이제 갈 때가 되었네? 애미나이··· 조금만 기다리라, 나도 갈 것 같으니.”

***

둠칫 둠칫, 구웅! 구웅!

시끄러운 노랫소리에 몸을 흔드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로 바쁘게 움직이며 이곳 저곳에 술을 나르는 웨이터들.

한 웨이터가 바쁘게 움직이던 와중에 품속에 울리는 휴대전화 진동에 잠시 멈추어 서서는 문자메시지를 확인한다.

[ 하늘에서 말씀을 전하신다. 0300, 신의 앞에서. ]

탁.

폴더를 접어 다시 품에 갈무리 한 그가 빈 테이블 위에 들고 있던 쟁반을 내려 놓고는 나비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친다.

“야! 바쁜데 뭐하는거야! 빨리 빨리 안 움직여? 곧 피크 시간인거 몰라?”

검은색 정장을 입은 덩치 좋은 사내의 윽박에 평소라면 ‘예’하고는 힘없이 대답하고 움직였을 웨이터는 한번 사내를 째려보고는 풀어 헤친 나비넥타이를 덩치의 면상에 던지며 말했다.

“사직서 대신.”

얼굴에 보타이를 그대로 맞은 덩치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성큼성큼 다가와 웨이터의 어깨를 움켜쥐며 말했다.

“뒤지고 싶냐 시벌로마?”

웨이터는 가소롭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들어 올리고는 말했다.

“이거 놔라.”

“이런 시러배 잡놈이.”

“놓으라 했다 개 대가리 새끼야.”

“아놔, 이래서 조선족 새끼들은 쓰는게 아닌데··· 안 되겠다 너 좀 맞자.”

어깨춤을 그대로 움켜쥐고 잡아 끄는 덩치.

등발이 두배는 차이가 나것만 웨이터는 고목이라도 되는양 꼼짝도 하지 않고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어쭈? 버텨?”

“니 귀가 없니? 놓으라 했디.”

반대쪽 손을 올리는 덩치.

그러나 웨이터의 손이 더 빨랐다.

바로 왼손을 뻗어 덩치의 목 울대를 때리고는 내려 놓았던 쟁반위 맥주병을 집어 그대로 덩치의 정수리를 내려친다.

“꺄아아악.”

맥주병이 박살나는 소리에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고 달려오는 나이트클럽의 기도들.

웨이터 사내는 성난 이리처럼 기도들에게 달려들어 순식간에 그들을 때려 눕히고는 빠르게 나이트 클럽을 빠져 나갔다.

***

탁.

문을 열고 고개를 숙인 철웅.

차에서 내린 천혁수가 철웅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도 고생했다.”

“아닙니다 후보자님.”

“영, 그 호칭이 입에 붙질 않아.”

“하하, 적응하셔야죠.”

“쯧, 곧 있으면 또 호칭이 바뀔게 아니냐?”

“대통령으로 말입니까?”

철웅과 천혁수는 피식 웃으며 정원을 걸어 현관문에 도착했다. 철웅이 막 현관문에 손을 뻗는 찰나.

천혁수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오랜만에 맡는 냄새가 나는구나.”

말과 함께 천혁수의 온 몸에서 정치인의 냄새는 사라지고 그 옛날 사채시장에서 처절하게 구르던 음지의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철웅 역시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하고, 품에서 잘 꺼내지 않는 군용 대검을 꺼내며 말했다.

“먼저 진입하겠습니다.”

“쯧, 아산댁이 걱정되는구만.”

“그녀라면, 무사 할 것입니다.”

“그래야지.”

철웅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손목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침입자 다수, 비상.”

그의 말과 함께 정원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진입.”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곳곳에 창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제 223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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