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220화 (220/458)

< 제 220화. >

평양에 위치한 북한의 주석궁.

그곳의 회의실 중에서도 가장 넓은 크기를 자랑하는 대회의실에 부원수 급의 장성들 부터 그 밑에 계급의 장성들까지, 각 부의 최고 지휘관들은 모두 모여 있었다.

"동무들, 이거이 뭐이가? 일들 똑바로 안 하네?"

입장부터 요란한 잔소리를 쏟아내는 김일정.

장성들은 입에 꿀이라도 발랐는지 뭐라 대답도 하지 못하고 각잡힌 경례만 올릴 뿐이었다.

"쯧쯧."

혀를 차며 자리에 앉은 김일정이 특유의 색이 들어간 안경을 올려 쓰며 묻는다.

"남조선 간나 새끼들 어드레 움직이고 있네?"

보위부장 현해철이 얼른 뒤쪽에 있는 국가보위성 군인에게 손짓했다.

그 뜻을 알아들었는지 빠르게 움직여 김일정의 앞에 서류를 한 부 내려 놓는다.

"어디를 불바다를 만들지 고르고 있다 그 말이네?"

"예, 그렇습네다 최고사령관 동지."

"간나 새끼들 전쟁이라도 불 사르겠다는 거이가 뭐이가!"

김일정의 성난 목소리에 잔뜩 움츠러든 다른 장성들과 달리 현해철은 말을 이었다.

"낮에도 최고사령관 동지에게 보고했디만, 현재 유력 대선 후보자인 천혁수라는 인물이 우리 인민공화국에 상당히 강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네다."

"후보자면 후보자디, 아직 대통령도 아니디 않니."

"유력 후보자 셋이 있는데, 게 중에 천혁수라는 놈이 으뜸입네다."

"놈이 대통령이 될 게 기정사실이나 마찬가지니, 그래서 영향력이 높단 말이네?"

"그렇습네다."

김일정이 고민스러운 얼굴로 입을 닫자 장내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 앉았다.

***

중국의 허텐 지구.

방대한 크기를 자랑하는 타클라마칸 사막과 인접해 있는 그나마 푸른 초원이라 부르기 적당한 도시.

두 개의 현이 붙어 있는 곳이지만 사람이 살 수 있는 면적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 물류차량이 이동 가능한 도로가 나 있기에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비싼 값을 치루고 식량을 보급하고 있었다.

'위구르'족 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위구르 지역이기에 곳곳에 '종교'의 흔적이 보이는 작은 도시에 별안간 난데없이 총포가 쏘아지는 굉음이 들려왔다.

타다다당! 타다다당!

콰앙! 콰앙!

모두가 잠든 새벽시간에 이뤄진 일이었다.

본래 중국의 군대, '인민해방군'이라 명명한 군부대가 주둔했어야 하지만, 알 카에다 세력을 크게 생각하지 않은 정부 고위층은 신장위구르 일대의 공안부를 투입시켜 경비를 서게 하는 것으로 방비했고,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돌파해! 돌파!"

가장 선두에서 외치는 무슬림 특유의 복장을 입은 사내. 그의 목소리가 들렸을까? 멀리서 말이 지면을 박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비교적 부드러운 모래를 지나 단단한 지반을 딛는 말의 말발굽 소리는 그들의 다급함을 소리로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다그닥, 다그닥.

"돌파 후 산개! 돌파 후 산개!"

오사마 빈 라덴의 곁에서 미친듯이 달리며 명령을 내리는 사내.

그의 명령을 들었을까? 도보로 이동해 경비초소 하나를 완전 박살내버린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빠르게 도심 속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저마다 모두 개인무장을 갖춘 상태였다.

여기저기서 경광등이 반짝이며 공안들이 나타나지만, 고작 권총과 소총으로 무장한 공안들이 전쟁과 테러에 이골이 나다시피 한 알 카에다 세력을 저지 할 순 없었다.

피슝~ 부우우우웅 쾅!

심지어 RPG-7이라 불리는 경로켓포까지 무장하고 있는 알 카에다에게 화력적으로도 밀리는 공안.

"후퇴! 후퇴!"

경찰차 2대다가 터지가 빠르게 후퇴를 외치는 공안들. 어느새 전투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곳곳의 민가에서 창문이 열리고 창밖을 바라보며 경악하는 중국인들.

그러거나 말거나, 전투는 끝을 모르고 계속 지속되고 있었다.

***

평양의 주석궁도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지만, 한국의 청와대 역시 불이 꺼지지 않고 있었다.

일단 현 대통령이 성명문을 발표했고,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상태. 당연히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으니 어디든 반드시 공격해야 했다.

"의견들 내 보세요."

"평양을 직접 타격하는 건 정말 아닙니다."

국방부 장관이 천혁수를 힐끗 거리며 한 말에 천혁수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미친놈도 아니고 대놓고 전쟁하자 말 하겠소? 당연히 평양은 안 되지."

"그럼 후보자께서는 생각해 놓은 곳이 있습니까?"

천혁수가 고개를 저으며 오히려 국방부장관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장관께서 좋은 곳을 골랐을 것 같은데, 아닙니까?"

"크흠."

불쾌하다는 듯 헛기침을 뱉은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주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합참의장.

"육해공군을 통틀어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인재들과 긴 회의 끝에 나온 작전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자신만만한 그의 태도에 자연스럽게 장내의 모두가 합참의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당당히 대한민국과 북한, 중국의 일부가 그려져있는 커다란 지도 앞에 서서는 지휘봉을 들어 올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이곳, 백령도에서 사거라 40km내외의 모든 북한군 군사 시설을 타격합니다."

대통령이 눈썹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

"흐음, 적들의 반격은 없을까요?"

"우리 군이 예상하건데 적 역시 반격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변에 해군이 함께 지원사격을 해 일시에 모든 군사시설을 부수는 것이 첫번째 목표입니다."

"두번째라는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잇는 합참의장.

"예, 다음은 DMZ내부에 주둔하고 있는 GP들에서 분대 화기를 통한 적 GP타격입니다."

"그것 역시... 적들의 반격은 없습니까?"

"항공지원을 고려했으나 역시나 그것은 대통령께서 바라는 방향이 아니란 판단하에, 우리 육군에서 자주포로 지원사격을 할 계획입니다. 어디까지나 적 GP타격을 목표로하고 그 이상은 계획에 없습니다."

천혁수가 불쑥 끼어들며 물었다.

"놈들의 후방에서도 분명히 지원을 할텐데, 그렇게 되면 우리는 맞고만 있습니까?"

"과연 그들이 지원을 할까 모르겠지만 그것 역시 염두해두고 있습니다. 적의 후방에서 위험한 움직임이 보인다면 일시에 요격할 준비를 끝냈습니다."

대통령이 스윽 천혁수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천혁수 후보자, 일이 이렇게 커지면 진짜 전쟁이라도 날 수 있다고 보는게, 계속해서 강력한 공격을 원합니까?"

하루 종일 천혁수에게 비슷한 말을 하는 대통령.

그가 우려하는게 무엇인지 천혁수가 모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백령도에서 하는 작전 그대로 진행하고, GP에서 하는 작전은 고려해보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대통령님."

계속 얘기 해보라는 듯 천혁수를 빤히 바라보는 사람들.

"나는 전쟁을 일으키자 말하는 게 아니라, 북한 놈들에게 '네 놈들이 우리 때렸으니까, 이제는 못 참아 1대 맞으면 10대 때린다.'라는 강경한 대응을 원했던 겁니다."

"..."

"억울하게 생을 저버린 우리 군에게 진심어린 사과 역시 받아내야겠죠, 그래야 유가족들이 조금이나마 위로 받지 않겠습니까?"

장내에 정치인이 천혁수 하나가 아니건만, 모두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후우... 김씨 일가가 사과라... 천혁수 후보자께서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천혁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때도 그들은 UN군과 미군에게 고개숙여 사과하진 않았습니다. '유감'이다 라는 형식적인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세상을 떠난 군인들의 유가족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겠습니까? 괜히 유가족들이 더 힘들어질수도 있음입니다."

천혁수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놈들이 어떻게 할지는 나중 문제고, 지금 문제는 어떻게든 우리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위해, 그리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우리 국군장병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단 얘기입니다."

구구절절 천혁수의 말은 옳은 말들이었다.

그런데 장내의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차마 '그렇다', '그렇게 하자'라는 대답을 섣불리 할 순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이권과 복잡한 국제정세가 얽히고 섥혀 있기 때문이었다. 당장 지금 대통령의 전화가 불이 나고 있었다. 미국은 물론 NATO, UN과 중국, 러시아까지.

대한민국을 못잡아 먹어서 안달이 난 상태.

"이미 대통령께서 성명문으로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썰어야 하지 않습니까? 쓰잘데 없는 후회는 그만 하고, 이제는 확실하게 뭔가를 썰어야 할 때 입니다."

모두가 고개를 돌려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의 결정이 남아 있음이었다.

이미 국민들에게 '연평해전'에 대한 모든 정보가 공개된 상황 이제와 대한민국이 아무런 대응이 없다면 월드컵 4위의 서러움에 성난 국민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무도 몰랐다.

"후우... 오전에 다시 성명문 내겠습니다. 48시간 이내에 백령도에서 타격 가능한 그러니까 사거리 40km이내의 민간인과 군인들은 대피하라고."

대한민국이 처음으로 북한을 향해 제대로 된 군사작전을 펼치는 결정의 순간이었다.

합참의장에게 눈길을 돌린 대통령이 말했다.

"해당 지명들 빠짐없이 보고 올리시고, 지금부터 전 군에 데프콘 2단계, 진돗개 하나 발령하세요."

"예! 대통령님."

비서실장에게 고개를 돌린 대통령이 말했다.

"한미연합사령부에 우리 작전 통보하세요."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

북한의 주석궁 대 회의실.

무거운 침묵을 깬 사람은 다름 아닌 김일정이었다.

"보위부장."

"예! 최고사령관 동지!"

"지금 남조선에 우리 인민무력부 인물들이 내려가 있네?"

"공작원 말씀입네까?"

"기래."

"있습네다."

설마 아니겠지 하는 표정들을 하고는 김일정을 바라보는 장성들.

"게 중에 우리 공화국 전사들 몇이나 있네?"

일일이 숫자를 기억하기는 어려울법도 하지만 보위부장 현해철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현재 78명의 공화국 전사들이 신분을 숨기고 있습네다."

"우리 전사들이 천혁수인지 뭔지하는 그 개대가리 새끼 모가지 따 오는데 얼마나 걸리갔어?"

현해철의 두 동공이 요란하게 요동쳤다.

이 문제는 연평해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고사령관 동지, 그 방법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 할 수 있습네다."

"동무들도 보위부장과 같은 생각이네?"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쾅.

테이블을 내려친 김일정이 벼락같은 호통을 내질렀다.

"야이 개대가리 새끼들아! 지금 유력한 대선 후보자가 우리 공화국을 적대하고 있어, 긴데. 그 놈이 대통령이 되면은 어떻게 될거 같니?"

"......"

보위부장이 김일정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기, 기러니까 최고사령관 동지께서는 지금, 천혁수 그 놈이 대통령이 되기 전에 처리하자, 그런 말씀입네까?"

"기래! 대통령 모가지 따는 것보다, 후보자 모가지 따는 거이 더 쉽지 않간?"

"우리 공화국 전사들이 발각이라도 되면은... 현 국제정세에서 우리 공화국이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습네다."

"기딴건 난 모르겠고! 천혁수 모가지나 따 오라!"

길길이 날 뛰는 김일정.

현해철은 입술을 달싹이나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했다.

"명 받잡습네다."

< 제 220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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