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178화 (178/458)

< 제 178화. >

미국에 공급주택 400만호 이상 건설이라는 사업이 실행되고, 해당 사업에 투자하거나 시공사로 선정된 업체들의 면면을 살피던 윌리엄 마이어 로스차일드.

쾅!

“이 똥 같은 새끼들이··· 작당을 했구나.”

원주민들의 땅 위에 유럽의 자본이 들어와 만들어진 나라가 미국이었다. 그리고 그 유럽의 자본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던 것이 로스차일드와 같은 유대계 자본이었다. 2차 세계대전때 히틀러와 파시즘이라는 미친 조합은 유럽 열강의 부자들이 몹시도 두려워 하던 것이었으니까.

자연스럽게 ‘고립적외교’라는 좋은 허울로 열심히 무기나 생산해 팔던 미국은 안전해 보였고, 정말 많은 자본가들이 미국으로 재산을 들고 망명했다.

그렇게 지금의 힘을 키워온 미국이었다.

“감히 우리 가문을 멸시하겠다?”

미국의 정부, 정확히는 자본가들 곁에 기생하던 정치인들은 자본가의 힘이 너무 커지면 항상 견제 해 왔다. 서부개척, 골드러쉬 따위의 시대에도 분명 어마어마한 거부들은 많았다. 세력들도 넘쳤다.

그들은 ‘미 정부’라는 거대한 힘 앞에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입법부와 사법부, 행정부라는 삼권분립을 이뤘지만, 언제든 이득을 위해서 셋은 으쌰으쌰 친구가 되곤 했으니까.

당장 록펠러가의 기름 사업만 봐도 어땠는가? 그것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면 현대사회에 감히 로스차일드가 록펠러에게 비빌 수 있었을까?

윌리엄은 알고 있었다. 그럴리 없다는 것을.

그리고 록펠러를 그렇게 만든 가문 중 하나는 분명히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호락호락 하지 않을 것이다.”

까드득 하고 어금니를 짓씹은 윌리엄은 상원, 하원 가릴 것 없이 의원들에게 연락을 돌리고 공급주택 사업에 뛰어드는 시공사들과 투자사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하하, 의원님 요즘 통 얼굴 뵙기가 힘들군요.”

-후우, 탈레반인지 뭔지 하는 미친놈들 때문에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입니다.

“에휴, 그렇지요··· 극단주의적인 성향을 가진 놈들이 어디 제정신이라야 말입니다.”

-게다가 곧, 대대적인 폭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라 몸을 빼기가 어렵군요.

돌려돌려 하는 거절이란 걸 아는 로스차일드.

“하하, 곧 테러로 인해 고통 받았을 우리 시민들을 위해, 좋은 행사라도 계획해야겠습니다.”

-오, 그래주신다면야, 정부를 대표하긴 그렇지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알겠습니다. 또 좋은 날이 있겠죠, 조만간 얼굴 한 번 뵙시다.”

-그러시죠.

상원에게 빠꾸를 먹고, 하원에게도 빠꾸를 먹었다.

정치 한다는 놈들은 겉으로 청렴한 척 하지만 그 어떤 집단보다 탐욕적이란 걸 아는 윌리엄은 포기를 몰랐다.

“세바스찬.”

“예, 가주님.”

고급스러운 메모지 하나를 건네는 윌리엄.

세바스찬이 얼른 메모지를 받아 내용을 확인한다.

상,하원과 각 주지사들의 이름이 잔뜩 적혀있는 메모지.

“우리에게 우호적인 놈들이야, 적당히 버터칠 좀 하라고.”

“예, 가주님.”

이름 옆에는 친절하게 얼마를 줘야 하는지, 현금으로 줘야 하는지, 차명으로 돌린 주식으로 줘야 하는지, 아니면 채권으로 줘야하는지가 친절하게 쓰여져 있었다. 로비를 해도 평범하게가 아닌 디테일하고 만족스럽게.

그렇게 해야 같은 비용을 투자해도 다른 효과를 낸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는 로스차일드 가문이었다.

-음? 미스터 로스차일드, 정말 오랜만에 전화를 주셨습니다.

“하하, 잘 지내고 계셨습니까 미스터 톨.”

-내가 지은 건물에 하자가 넘처나 몹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요, 언제나처럼.

“푸핫, 톨의 건물에 하자가 넘친다니 당신의 프로페셔널한 성격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하하, 이 성격으로 성장한 회사가 아닙니까? 우리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버릴 순 없는 법 아니겠소?

“역시, 미 연방 최대의 건설사는 달라도 다릅니다.”

-우리가 연방 최대라니, 과찬이군.

공구리나 치는 놈 답게 괴팍하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티내지 않는 윌리엄.

“요즘 통, 얼굴 뵙기가 힘들군요.”

-음, 저번 아들 장례식때 이후로는 확실히.

“후우, 그때도 제대로 인사하지 못했습니다.”

-쯧, 자식잃은 부모가 제정신인것이 더 이상한 일이지요, 이해합니다.

“이해 하신다니 다행이군요.”

-그래, 안부 전화나 할 분은 아니고, 용건이 있습니까?

평소 급한 성격으로 유명한 인물답게 빙빙 둘러치는 대화에 실증을 느꼈는지 본론을 말하라는 톨.

“공급주택 사업에 엄청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될 것 같더군요.”

-그렇지요, 정부가 나서니 당연히 규모면에서는 대단할수밖에 없잖소?

“하하, 아쉽게도 이번 정부 사업에 우리 가문은 참여하지 못했으나 혹, 시공사들이 자금난이라도 겪는다면 저리의 이자로 대출이라도 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서민들을 위해 집을 짓겠다는데 그 취지가 아주 노블리스 오블리제에 딱 걸맞다 느꼈습니다.”

-푸하하하하하하하.

크게 웃는 톨.

어쩐지 그 웃음에 마냥 좋은 내용물만 담겨 있는게 아니란 것을 아는 윌리엄은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로스차일드 뱅크가 요즘 어렵다더이다. 뱅크 신인도도 떨어졌다는 소리가 있던데?

“테러 이후에 힘들지 않은 금융업계도 있습니까? 다~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지요.”

-아쉽지만, 우린 자금난 문제가 없습니다. 계약금으로 공사대금의 37퍼센트를 선 지급 받았기 때문에 말이지요, 아마 우리가 아니고 다른 시공사들도 마찬가지지 싶은데?

윌리엄의 미간은 더 깊이 패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톨의 말이 사실이라면, 다른 시공사 역시도 자금이 필요 없다고 느낄지 몰랐다. 1퍼센트던, 2퍼센트던, 아무리 저리의 이자로 대출을 내준다고 해도 결국 비용이 소모되는 것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쉽군요, 좋은 일에 한 손 보태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또 좋은 기회가 있지 않겠소? 우리보다는 아마 투자사들이 자금이 필요할지도 모르겠군, 그쪽에 한번 연락을 해보시지요?

“조언 감사합니다. 기회가 되면 뵙죠.”

-그럽시다.

쾅!

부서질듯 수화기를 내려놓은 윌리엄.

“도대체가 얼마나 계획을 한 거지?”

답답한 마음이 입밖으로 튀어나왔지만 어디에서도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강짜를 부리고 협박을 하는 것은 하수나 하는 일이었다. 윌리엄 마이어 로스차일드는 지금 고개를 숙여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세바스찬.”

“예, 가주님.”

그러나 고개를 숙이고만 있는 것은 프라이드가 강한 로스차일드에게 어울리는 일은 아니었다. 옛날 록펠러가문이 끝내 고개를 숙이고 생명을 연장했던 것 처럼, 겉으로는 고개를 숙이겠지만 속으로는 로스차일드 역시 송곳을 품고 있어야 했다.

“언론에 보도자료 뿌려, 공급주택 사업에 대해 전문가 놈들의 안 좋은 의견을 잔뜩 집어 넣으라는 말이야,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는 사업이라고.”

“예, 전문가 섭외 하겠습니다.”

“도심지에는 부자가, 도심지 외곽에는 빈민들이 사는, 제 2, 제 3의 할렘가를 정부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어서 만들고 있다는 식으로 퍼뜨려.”

“예, 가주님.”

한숨을 깊게 내쉰 윌리엄이 말했다.

“차 대기시켜.”

“예, 어디로 이동하십니까?”

“록펠러가.”

“예, 바로 준비시키겠습니다. 록펠러가에도 연락을 하겠습니다.”

“그래.”

***

혼자여서 쓸쓸하던 집에 할아버지가 오시니 한결 나았다.

“아프간에 직원들을 보낸다고?”

“예.”

“쯧, 피를 얼마나 묻히려고··· 전쟁은 이겨도 삿되고, 지면 더 삿 되는 것이거늘.”

맞는 말이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전쟁은 거의 무조건 적인 손해였다. 물론, 자국의 영토에서 했을 때.

꼭 다른 나라의 영토에서 한다고 손해가 아닌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전 삶, 미국이 아프간 때문에 투자한 예산이 한화 1경에 다다른다라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천문학적인 돈이 쏟아부어지는지를 따져봐야 했다.

그러나 미국이 그렇게까지 커다란 지출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수십년간 정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이유.

러시아를 경계하기 위함도 있고, 전 세계에 미국이 어떤 곳인지 알리는 것도 있었겠지만, 만약 미국의 계획대로 아프간 점령을 완벽하게 했고, 송유관등을 건설했다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더욱 크기 때문일테다.

물론 어디까지나, 미래에 석유 에너지 대체제가 없다는 가정 하에 말이다.

“네 놈은 도대체 아프간에서 무슨 떡을 먹어보겠다고 그러느냐?”

100번 맞는 말이었다.

할아버지 생각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프간에서 얻어올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모양.

“땅이랑 허가권, 미국의 비호?”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할아버지.

“당, 허가권, 미국의 비호라··· 대규모 플랜트 사업이라도 진행하려는게냐?”

“이미 하고 있잖아요? SKY 중공업과 SKY 건설이 미국에서 최소 400만호 공급주택 건설에 뛰어들었습니다만.”

“그것말고, 아프간에서 얻어오는 것이 말이다.”

“드높은 명성과 실전에 다져진 전사들이 필요합니다.”

잠시 생각에 잠긴 할아버지.

“식민지 전쟁이라도 할 셈이냐? 지금이 18세기라도 되는 것 같더냐.”

제법 재미있는 말씀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렸다.

“웃기는.”

알맞게 구워진 최상급 소고기 안창살에 상어 지느리미에 갈아 입자가 살아있는 최상급 고추냉이를 곁들여 입에 넣었다.

묵직한 육향과 짙은 풍미는 절로 입꼬리를 들어 올린다.

“드시면서 말씀하세요, 식어요.”

할아버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이 놈이 또 빠져나갈 궁리를 하는구나.”

속 시원히 대답해주면 재미가 없지 않은가? 오랜만에 느껴보는 저녁식사의 즐거움인데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강기태와 찰리박, 호석등과 함께 연탄불에 뒷고기를 구워먹는 회식자리도 힐링이 되었지만, 누가 뭐래도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보다는 못하다고 단언컨데 얘기할 수 있었다.

“미국이 아프간을 치는 진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알 카에다라는 놈들은 조지고 싶은 것도 있겠지만, 중동 및 중앙아시아에 영향력을 떨치고 싶은 거겠지, 소련과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테니까.”

“그게 전부일까요?”

“그 근처에 석유라도 나온다더냐?”

어깨를 으쓱였다.

누가 알 수 있을까? 소련이나 미국같은 강대국들만 유전이 있는지 없는지 조사하고 미리 알고 있을테다. 당장 근처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연신 기름을 뽑고 있으니 근처에 유전이나 천연가스가 없다는게 더 이상한 일일 터.

“없는게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 뭐 언론에 짤막짤막하게 토막기사들로 나온 정보에 따르면, 확실히 천연가스와 유전이 있는 지역들이 있습니다. 아프간은 그 지역들로 지나기 위한 관문 같은 곳이고요.”

“결국은 검은 물을 한번 더 뽑아먹겠다는 건데, 사실상 전쟁이 시작되면 끝나는 싸움 아니더냐?”

확실히 감히 아프가니스탄 따위와 미국의 전력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었다. 미국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땅덩어리를 가진 아프간을 미국은 초단위로 쪼개버릴 위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하니까.

“쉽게 안 끝날 겁니다.”

“어째서?”

“그걸 알려면 아프간을 이해해야되는데 말이죠.”

할아버지가 팍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고리타분한 역사 얘기를 들어야 할 것 같구나.”

“예, 재미있게 해드릴 순 있는데 어떻게, 해드릴까요?”

고개를 젓는 할아버지가 말했다.

“짧게 요약해서 해봐라.”

어떻게 이것을 짧게 요약해서 말 할 수 있을까.

오래된 역사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지만 지금의 아프간을 이해할 수 있을테다. 미래에는 기본 소양으로 삼현의 전략기획실은 세계사를 탐독해야 하니 했던 공부였다.

물론 미-아프간 전쟁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라도 공부해야 했던 문제였고.

“아프간이라는 나라도 생긴지 얼마 안된 나라입니다. 그동안 외세한테 무던히도 처맞던 나라였죠.”

“외국놈들 싫어 한다?”

“옙, 아프간은 한순간도 살만한 적이 없던 나라입니다.”

“계속 가난했다는 얘기군.”

“놈들은 전투에 찌들었어요.”

할아버지가 ‘으음’하면서 대충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해했다. 그만 설명해도 되겠어.”

뭘 설명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해했다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할아버지의 눈을 보니 사실인 듯 했다.

“어떤 미친놈들인지는 알 것 같구나.”

“예, 하여간 미친놈들이라 포기를 모릅니다. 미국이 다른 나라들 눈치 안 보고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민간인 피해다 뭐다 소란스러울테니까요.”

소고기를 입안 가득 넣고 흡족하게 씹는데 할아버지가 묻는다.

“빙빙 둘러서 아직 얘기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네놈이 얻는게 뭐라고?”

“공포요, 저는 SKY PMC가 적에게 ‘공포’라는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할아버지가 핏물이 흐르는 스테이크를 썰며 읊조리셨다.

“공포라···”

“공포는 효과적인 수단이 되죠, 많은 부분에서.”

“진짜 나라라도 세우려고 하느냐?”

“글쎄요? 아직은 그럴 마음이 없습니다만.”

“쯧쯧, 자본주의가 세상에 자리잡은지 제법 오래되긴 했구나.”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이제 좀, 질리잖아요 자본주의.”

“우리가 할 말은 아닌 듯 하구나.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으니.”

최상급 송아지 스테이크를 들어올리며 하시는 말씀에 난 고개를 주억거렸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 정신적인 명성 말고, 실질적으로 얻어오는 것은? 실리적인 네 놈이 고작 ‘공포’만을 노린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아.”

피식 웃음이 흘러나온다.

역시 우리 할아버지는 날 제대로 파악하고 계신다.

“세상이 ‘석유고갈’문제로 ‘욕심’에 사로잡혀 지하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는 사이, 우리 SKY는 대체제를 찾아 낼 겁니다.”

“새로운 에너지를 찾는다?”

“예, 더 나아가 새로운 엔진들을 개발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헌데 굳이 아프간에 가느냐?”

“미군이 너무 빠르게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끝낼 까 봐요.”

할아버지가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신다.

“고작 300명도 안되는 인원으로, 전쟁을 컨트롤 하겠다? 가등하다고 생각하느냐?”

“한 놈만 잡으면 됩니다. 일단은. 어차피 미국도 알카에다 놈들을 잡았다고 전쟁을 끝낼 생각은 하지 않을테니까요, 잔당 색출이다 뭐다 갖가지 핑계를 둘러대며 눌러 앉을 겁니다. 그 사이에 뽑아먹을 수 있는건 최대한 뽑아 먹어야죠.”

“마른 오징어도 쥐어짤 놈이구나.”

“남에 돈 벌기가 어디 쉽던가요.”

피식 웃은 할아버지가 말했다.

“확실히 네 놈은 천가가 맞다.”

< 제 178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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