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158화 (158/458)

< 제 158화. >

카메라, 혹은 CCTV.

지금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그것. 물론 그 숫자가 현저하게 적지만 그래도 존재하고 있기에, 전세계의 범죄율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

나 역시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카메라가 없는 구역에서 대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대원들은 그런 경비 카메라들을 피해 빠르게 로이드가 머물고 있는 저택 내부로 침투하고 있을 것이다.

현재 나와 호석이 지나가야 할 길목에 설치된 카메라를 부술 수도 있었다. 미래와 달리 현재의 CCTV는 꽤 먼거리에서도 육안으로 충분히 보일만한 크기이니까.

하지만 카메라를 부수지 않는 이유는 대원들의 침투를 로이드의 경비가 사전에 알아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이번 작전명은 멋있죠?”

그다지 할 게 없으니 툭, 농담을 던져보았다.

호석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예, 멋진 작전명이다에 베팅했던 6명이 내기에서 이겼습니다.”

“그러니까 코드 원도 멋있다에 걸었어야죠.”

“크음, 저는 대원들에게 일부러 저 준 겁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실 없는 농담을 주고 받을 때.

무전기가 울렸다.

-치익, 통제실 클리어.

호석이 바로 권총을 쏴 CCTV를 부순다.

“가시죠, 빅 보스.”

“예.”

퓩, 퓩.

호석이 총을 쏠 때 마다 CCTV가 분쇄되듯 고장나고 나는 유유히 저택을 향해 걸어갈 뿐이었다.

“쉽네요, 오늘도.”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온 말.

“이 정도 군사력을 보유한 개인은 많지 않을겁니다.”

호석의 말을 해석하자면 결코 쉬운일은 아니라는 뜻이다. ‘나’정도 되니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돌려말한다.

“그렇겠죠.”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시큐리티와 PMC에 투자하는 비용은 제법 컸으니까. 물론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에 비교하자면 조금 못하지만, 어쨌든 대원들 직원들의 훈련을 위해 제법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마음가짐에 차이도 있을겁니다.”

이어진 말에 고개를 주억거렸다.

저것 역시 맞는 말이었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결코 결과가 쉽다 하여, 그 과정까지 쉽지는 않을테니까.

어느새 나와 호석은 저택의 현관까지 도착했다.

호석은 내부로 진입하지 않고, 무전을 날린다.

“내부 CCTV 모두 제거 했나?”

-치익, 클리어.

“빅보스와 내부 진입한다.”

-치익, 확인.

철컥, 끼이이익.

저택의 문이 열리고, 저 멀리 눈을 가리고 발버둥 치고 있는 로이드 로스차일드가 선명하게 보였다.

***

마이튜브 글로벌.

그곳에 제법 유명한 채널이 하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기 보다는 한국과 일본인들 사이에서 제법 주목을 받는 채널.

‘역사 바로 알기’라는 SKY그룹이 후원하는 채널이었다.

그리고 그 채널에 오늘 업로드 된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아직까지 크게 이슈를 끌어오지는 못하고 있지만, 매일 같이 마이튜브를 기웃거리는 헤비튜버 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영상이었다.

영상 속,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2위. 가장 신뢰받은 인물 1위라는 압도적인 여론을 끌고 다니는 인물이 절대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인물과 함께 방송에 등장했다.

둘의 사이는 마치 물과 기름이라 평가하던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34세의 기자 허정우도 마찬가지로 깜짝 놀랐다.

“미친, 저 양반은 장관 떼려치더니 왜 저기서 나와?”

영상 속, 고키부리와 천혁수의 등장에 어처구니 없다는 듯 실소를 내뱉는 그.

의문의 차량을 타고 사라져 언론에 며칠동안 등장 하지 않았던 고키부리 총리. 다양한 음모론과 그가 투하하고 간 양심고백이란 핵폭탄 때문에 전세계 언론사들은 어떻게든 그를 취재하고 싶어했다.

그러나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길이 없으니 그를 취재하기는 요원했다. 그런 고키부리가 무려 대한민국의 천혁수 전 장관과 함께 인터넷 동영상에 출연하니 당연히 이 동영상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화들짝 놀라있었던 허정우도 미친듯한 속도로 링크를 복사하고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일단 기사부터 뿌리고 보자는 심보.

-일본은 그동안 정말 많은 거짓들로 국민들을 현혹해왔습니다.

고키부리의 말을 능숙한 일본어로 받는 천혁수.

-그렇군요, 그리고 그 거짓들에 피해를 본 것은 대표적으로 우리 대한민국이 있겠습니다?

-부끄럽지만 사실입니다. 어째서인지 국민들은 한국을 혐오하는 여론이 형성되어 있었으니까요.

-어째서인지라고 표현했는데, 사실 일본인들의 한혐 감정 역시, 일본 정부가 오랜시간동안 만들어 놓은 프레임 아니겠습니까? 실제로 젊은 일본인들에게 한국에 대해서 물어보면 대부분 ‘무관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과거 안타까운 사건들이 있을때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인들에게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 마녀사냥 했으니 말입니다.

동영상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 어찌 허정우기자 혼자일까? 동영상은 빠르게 조회수를 쌓아 가더니 실시간 베스트 동영상 순위에도 들기 시작했다.

해당 동영상은 놀랍게도 ‘한국어’, ‘영어’, ‘불어’, ‘스페인어’, ‘아랍어’ 자막을 보여주고 있었기에 그 파급력은 더 대단했다.

“작정하고 만들었구만··· 장관이란 양반이 왜 갑자기 잘나가던 자리 떼려치나 했더니, 이거였어!”

허정우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다. 당장 해당 동영상의 댓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ㄴ와··· 천혁수 장관님이 왜 여기에?ㅋㅋㅋ

ㄴ갑자기 매너리즘 빠져서 그만두나 했더니, 알고보니 일본 총리 꼬시러 갔음 ㅋㅋㅋ 진짜 대단하다.

ㄴ복지부장관으로 할 수 있는일이 한계는 있지.

ㄴ와, 다른 장관, 국회의원들은 어떻게든 자리 지키려고 안간힘인데, 이 사람은 두 자리 다 버리고 그냥 역사 바로 알기라는 운동때문에 진심을 다 해버리네, 멋있다···

ㄴ괜히 지지율 1위 정치인이 아님.

***

저택 내부의 직원들과 경비들을 빠르게 격리시키기 시작하는 대원들.

그중 한 명의 대원이 빠르게 다가와 보고하기 시작했다.

“보고드립니다. 빅 보스.”

“말 해.”

“무장경비 32명 중, 2명 중상, 30명 경상 이며, 저택 내부의 사용인 23명 모두 경상, 로스차일드 최측근 경호원 4명 중, 3명 중상, 1명 경상 입니다.”

“중상자들은 바로 병원으로 보내져야 하나?”

“아닙니다. 일단 응급처치를 끝냈고, 목숨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8시간 이내에 병원에 간다면 후유증 역시 남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 많은 사람들을 ‘제압’했지 죽이지 않았다는 보고였다. 정호석은 뿌듯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작전명 래빗헌팅,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끝날때 까지 긴장 늦추지 마시고, 중상자들은 따로 격리해서 체크하시고, 나머지 사람들도 한곳에서 문제 일으키지 않게, 잘 체크해두세요.”

“예!”

나는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애초부터 내 목표는 하나였으니 자연스럽게 놈을 향해 발걸음이 향한다.

두 손이 포박되고 두 눈을 가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로이드 로스차일드.

놈 특유의 금발을 난 왼손으로 우악스럽게 잡았다.

“끄악!”

놈이 고개를 털어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놈의 몸뚱이 어디에도 근육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런 마른멸치 같은 놈이 내 힘을 뿌리칠 수 있을리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은 포박된 상태가 아니던가.

“어디가 좋아요?”

호석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안내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대로 로이드 놈의 머리끄덩이를 질질 끌며 걷기 시작했다.

“끄아악, 이 미친 새끼들아! 내가 누군줄 알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는 로이드.

아직도 주제파악이 덜 된 모양이었다.

제법 근사한 방 안으로 들어가는 호석.

“음? 여기가 좋은데 맞아요?”

“하하, 저택내부에 방음처리가 가장 잘된 곳이었습니다.”

휘황찬란한 침대가 떡 하니 보이는 방이 방음처리가 잘 되었다니. 대충 어떤 의미에서 그래 놨는지 알 것 같았다.

“3분 밖에 못하는 새끼가, 별걸 다 해놨네.”

로이드를 대충 방 안으로 쑤셔 넣자 호석이 문을 닫았다. 내가 복면을 벗고 품에서 시가를 꺼내자 호석은 자연스럽게 로이드의 안대를 벗긴다.

“처, 천우진?”

여유롭게 시가연기를 놈의 면상에 뿌리고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 미친 새끼가, 네가 이러고도 무사 할 것 같아?”

“무사하지 않으면?”

“내가 누군줄 몰라! 로스차일드의 후계자라고!”

“그래서?”

“살고 싶으면 풀어 이 개새끼야!”

나는 태우고 있던 시가를 그대로 놈의 볼따구에 지져버렸다.

치이이이익.

“끄아아아악!”

“아직 분위기 파악 못하네.”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날 올려다 보는 로이드.

다시 시가를 입에 물어 몇 모금 태우고는 떨고 있는 놈에게 물었다.

“왜 그랬냐?”

“뭐, 뭘?”

놈은 분명 내 질문을 이해했다.

몸뚱이 전부에서 터져나오는 붉은색 연기가 그 증거였다. 뭐 굳이, 연기가 아니더라도 놈의 태도를 보면 쉽게 유추 할 수 있었다.

몇 모금 뻐끔 거리자 시가의 끝은 다시 붉고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리고 난 그것을 다시 놈의 반대쪽 볼따구에 가져갔다.

“말할게! 말할게! 말한다고 시발!”

“말은 당연히 하는거고, 넌 좀 아파야 돼.”

치이이이이익.

“끄아아아악!”

말 하라고 고문한다 생각했다면 착각이었다.

이미 난 놈에게 들을 말이 사실 없었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데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으니까. 이재현에게 그리고 이건에게. 삼현의 인물들에게 내가 했던 복수와 마찬가지로, 난 지금 로이드 놈에게 극한의 공포를 심어주고 싶을 뿐이었다.

절망속에 허덕이다 죽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감히 내 가족을 건드리려 했던 이유가 뭐냐?”

“미, 미안해··· 그, 그냥 화가 나서··· 자존심이 상해서 그랬다.”

고작 저 따위 이유라니.

내 할아버지가, 내 동생이 타고 있던 차량에 총질을 하더니 이유가 고작 저런 것이다. 총질을 했던 놈들은 ‘명령을 받아서’라는 이유고, 이 놈은 그저 자존심이 상해서 라는 이유다.

얼토당토 않는 이유지만, 있는 놈들이 부리는 패악질이야 이골이 난 몸뚱이다. 조끼에 패용되어 있던 군용대검을 망설임 없이 뽑아, 바닥을 집고 있던 놈의 왼손등을 찍었다.

“끄아아악!”

“고작 이유가 그딴 거야?”

“이런 미친! 그럼 뭐! 너 따위가 감히 루시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

“아아, 루시 때문이었구나?”

손이 포박되어 있으니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양 손을 바닥에 딱 붙이고 있는 모양새가 된 놈.

나는 호석이 건네준 대검으로 놈의 남은 오른손 마저 바닥에 찍어버렸다.

“끄아아아악!”

“감히 그따위 이유로 너 같은 놈이 내 가족에게 총질을 해?”

두눈 가득 공포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놈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 아냐, 아니라고! 그건 내가 지시한게 아니야!”

“네 놈이 지시하지는 않았겠지만, 말리지도 않았겠지, 어쨌든 테드라는 놈이 할 짓거리를 대충은 알고 있었을 거 아냐?”

“······”

“내 여동생 우희를 네가 먼저 손에 넣었다면,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것 같은데, 내 착각일까?”

“사··· 살려줘!”

놈의 왼손등에 박혀있던 대검을 좌우로 흔들었다.

“끄아아아악! 제발··· 제발!”

나는 놈의 이마에 내 이마를 강하게 박치기 하고는 말했다.

“보통 하는 말은 다 비슷하더라, 살려달라고. 나도 그랬던 것 같아. 어떻게든 살아야 다음을 도모할 수 있으니까.”

이마를 떼고 피에 젖은 두 손을 내려다 보았다.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결론은 똑같다.

“역시 기회를 주는 것, 갱생을 바라는 건 내게 너무 과분한 일이야, 사람은 주제를 알아야 하지.”

똑바로 로이드의 두려움 가득한 두 동공을 바라보았다.

“너도 주제를 알았어야지.”

허리춤에 걸려있던 권총을 꺼내 서서히 팔을 들어올려 놈의 양 미간을 조준했다.

“자, 잠깐! 잠까안!”

“가라, 지옥에서 기다려. 제법 오래 걸릴거야, 나는 천수를 누려볼까 싶으니까.”

나도 양심은 있어야지.

천국 티켓까지 돈으로는 살 수 없을테니까.

< 제 158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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