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142화 (142/458)

< 제 142화. >

조식을 라멘을 포함해 세접시나 비우고 단잠에 빠진 여인네들을 위해서 간단한 식사를 준비해 방으로 올라왔다.

방에는 김장원과 찰리 박이 없는 상태, 아마도 정호석이 그들과 우리를 분리해 둔 것일터.

내가 걱정하는 것도 일본쪽에서 우리가 할 일을 정부 차원으로 방해하는 것이었다. 또, 아직은 SKY가 무엇을 노리는지 모를테니, 가능하면 알리지 않는 편이 수월 할 터.

어젯밤 옆구리가 시리다 했더니, 루시와 우희가 한 침대에서 꼭 껴안고 잠을 자고 있었다.

“기상! 기상!”

크게 소리를 지르니 화들짝 놀란 우희와 루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서로 머리를 부딪힌다.

“악!”

“꺅!”

“큽.”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얼굴을 찌푸린 우희와 루시.

둘 모두 마냥 귀엽게 보였다.

“해가 중천이야 아가씨들, 밥 먹어. 조식시간도 벌써 끝났다고.”

루시가 고개를 돌려 시계를 확인한다.

“어머, 벌써 11시네?”

웃으며 루시와 짧은 포옹을 하고, 테이블 위에 챙겨온 조식 접시를 올려 놓은 뒤 방을 나와 테라스로 향했다.

“카메라나 도청장치는 없습니다.”

고개를 주억 거리며 시가에 불을 붙이고 말했다.

“프랑스 대원들 다 복귀 했나요?”

“아직 몇몇 대원들은 복귀중에 있습니다.”

뿔뿔이 흩어져서 한국으로 복귀중인 대원들.

“지금 일본에 있던 대원들이 저번 신사 일을 처리 했던 대원들인가요?”

“예, 회장님.”

“김장원 사장은 군사작전은 젬병이죠?”

정호석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보니 잊고 있던 인물이 떠올랐다.

“아아, 김장원 사장을 수행하는게 이재형이었던가요?”

“예, 맞습니다. 정확히는 그림자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는 찰리 박의 최측근 경호를 담당중입니다.”

“그럼 아무에게도 드러나지 않은 인물이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시가 연기를 허공에 뱉어내고 정호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의 실력은 어느정도입니까?”

“지휘능력은 아직 증명 할 길이 없고, 단일 무력은 총기가 없을때를 가정하면··· 김장원 사장은 충분히 제압할 것 같습니다.”

“총기가 있다면?”

“김장원 사장은 언제 죽었는지 모르게 죽을 겁니다.”

“나를 노린다면요?”

정호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제거할까요?”

“아뇨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대표님 같은 분이 근접경호를 하고 있어도 그가 날 죽일 수 있느냐하는게 궁금한겁니다.”

“저격 능력은 확신할 수 없어서 모르겠습니다만, 반경 600m내에서는 확실하게 불가능합니다.”

“육백미터요?”

“예, 회장님의 동선에서 목적지의 600m까지의 저격 가능 위치는 항상 체크하고 있습니다.”

몰랐던 사실이지만 이쪽 분야에서는 대단한 그의 말을 난 신뢰했다.

“총리 암살 같은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죠?”

“단독임무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고 총리놈을 죽일 생각도 아니었다. 그저 그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의견이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어떻게 그를 써야 할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야스쿠니 신사 화재에 일본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죠?”

“밝혀진 것이 없으니, 대응이랄게 없었습니다. 그저 아쉬워하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보안 강화라던지, 왜 일본은 그런게 있잖습니까? 처음 있는 일에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아, 메뉴얼이 없으면 바보가 되는 것 말씀하시는군요.”

“예, 그거요.”

“확실히 야스쿠니 신사는 재건이후에 화재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게 바뀔 겁니다.”

“재건을 한다고요?”

나도 모르게 불쾌한 표정을 짓게 되었다.

그냥 그런게 있다. 야스쿠니 신사는 이름만 들어도 좀 짜증나는.

“예, 이미 복구 사업은 확정을 지었고 현재 진행중에 있습니다. 빠르면 내후년 초에는 재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망할 놈들을 기리는 곳을 굳이 쯧, 제가 말이죠 일본에 망조가 깃들게 만들고 싶은데 뭘 하면 좋을까요?”

정호석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어렵게 말했나요? 그러니까 정확히는, 고키부리 총리가 총리직을 맡고나서 일본에 망조가 든다는 분위기로 몰아 갈 생각이었습니다.”

“아아, 여론을 안 좋게 형성 하자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야스쿠니 신사가 일본인들에게 어떤 상징성이 있었을테니, 그런 곳들을 골라서 말이죠.”

“예, 리스트 뽑아오겠습니다.”

“스텔라케미칼 약속시간이 언제죠?”

“오후 2시입니다.”

“점심 이후군요, 알겠습니다.”

“예, 쉬십시오.”

***

모두가 외출 준비를 끝냈을 땐, 오후 1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약속장소는 스텔라케미칼의 본사였고, 우리가 묶는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니까 우진 말은, 우리랑 같이 갔다가 잠깐 일을 하고 오겠다고?”

“응, 길어야 한 시간? 잠깐 카페에서 티타임이라도 하고 있으면 다녀올게.”

우희와 루시가 밝게 고개를 끄덕였다.

“난 좋아.”

“나도 좋아 오빠.”

“아주 유명한 우동집이 있거든? 거기에 참깨 소스에 찍어 먹는 냉우동이 아주 기가막혀. 스시랑 함박스테이크도 따로 있으니까 오늘 늦은 점심은 거기 어때? 족타로 만드는 면이라 찰기가 대단하거든.”

내 설명이 제법 맛깔났을까? 루시와 우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입맛을 다셨다.

조식을 11시가 다 되어서 가져다 주었으니, 그것을 먹은 우희와 루시는 점심을 걸렀다. 덕분에 나 역시 점심을 먹지 않았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다면 혼자 먹는 점심이 더 편안하다고 느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에겐 혼자 먹는 점심은 맛이 없었다.

“냉우동! 날씨에 딱 어울리는 선택이야 우진!”

“엄청 고소하겠다. 듣기만 해도 침이 고여.”

호석을 바라보니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아서 예약을 잡아 줄 터.

“자 그럼 갑시다.”

호텔 로비를 나와 차량에 오를 때 까지.

나는 따갑게 느껴지는 시선을 느껴야만 했다. 호석에게 감시가 붙었다는 얘기를 들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차에 오르자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짓는 호석.

“눈은 총 여덟개였습니다.”

“많아졌네요.”

“오전이랑은 또 다른 인물들이 나타난 것으로 봐, 확실히 정보부가 붙은 것 같습니다.”

총리 라인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이로써 내게 사람을 붙인 인물은 일본의 총리가 확실하다는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스텔라케미칼 도쿄 본사 빌딩에 붙어 있는 카페.

우리는 자연스럽게 카페에 앉아 각자 음료를 시키고 잠시 수다를 떨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우희와 루시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표정이 밝기만 했다.

나와 호석 역시, 그런 그녀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표정이 밝아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나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밖으로 나갔다. 스텔라케미칼 본사에서 약속이 있었으니까.

미행의 눈이 나를 지켜본다는 것을 알지만, 어쨌든 오늘은 내가 얼굴을 비춰야 했다. 확실하게 결론도 내야 했기에 조금 빠르게 움직였다.

내 곁으로 바짝 따라붙은 호석이 말했다.

“눈이 따라왔습니다.”

고개를 주억 거리며 화장실에 들렀고, 자연스럽게 소변을 보았다. 이어서 뒤따라온 40대 남자도 자연스럽게 내 옆에서 소변을 본다. 상대적으로 내가 먼저 볼일을 보고 있었기에, 먼저 끝났다.

“하이.”

“에?”

거울 앞에 서 있단 호석이 고양이 걸음으로 다가와 놈의 목을 꺾는다.

빠각!

***

같은시각, 스텔라케미칼 본사 사옥 인근.

김장원과 이재형이 천우진이 추천해준 우동집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후루룹, 아따 겁나게 고소해분다잉.”

“······”

“사람이 말허는디 어째 대답이 없냐잉.”

“식사 마저 하시죠.”

“으따, 너는 참 쯧, 회장님헌티 지시가 내려왔다.”

젓가락을 들어 올리려다 다시 내려놓는 이재형.

“암살입니까? 아니면 납치?”

김장원이 스윽, 슥 주변을 살핀다.

애초에 작은 룸 안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으니 누군가 있을리 없지만, 그래도 이재형이 뱉어내는 살벌한 말들을 행여나 주변의 인물들이 들었을까 싶어서였다.

“아따 말 한 번 살발하게 해분다잉.”

“김 사장님도 자주 하시잖습니까?”

김장원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네가 하믄 느낌이 달라 느낌이.”

“지시나 말씀해주시죠.”

“콱! 썩을넘 이쁜 구석이라고는 찾아 볼 수가 없어 하여튼.”

김장원이 스윽 품에서 꼬깃꼬깃 접은 서류를 내밀었다. A4용지 크기의 서류가 네번이나 접혀 있기에 이재형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나름 조심히 가져온다고 했다잉, 은근이 너는 이런거 따지더라.”

다시 대답 없이 서류에 집중하는 이재형.

“개가 짖지, 개가 짖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김장원은 다시 우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약 3분여를 서류를 훑어보던 이재형이 물었다.

“흠, 지시가 관광입니까? 죄다 관광지에 대한 설명만 나와 있습니다만.”

김장원이 피식 웃으며 비릿하게 입꼬리를 들어올린다.

“관광? 아야, 지금 농담 허냐? 회장님이 네가 뭐가 이쁘다고 관광을 시켜주겄냐?”

“그런데 어째서 서류가 전부 관광지 관련입니까?”

“포도밭 뉴스는 봤지?”

“프랑스 보르도 지방이요?”

“그려, 거그.”

“예, 봤습니다.”

“그거시 우리 회장님 작품이여.”

이재형이 ‘아아!’하고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아비 ‘이건’을 빼돌리려던 놈들을 제압하고 다시 천우진의 손아귀에 이건을 안겨다 준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그리고 그때 이건을 빼돌리던 놈들이 로스차일드 가의 인물이었고, 보르도 지방은 대대로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운영하던 와인생산지가 있다는 연결고리가 딱 맞물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 관광지들을?”

“일단 그 중에서 하나만 골라 보니라, 전부를 처리 할 수는 없고, 텀은 좀 줘야 된다고 하셨응게.”

이재형은 다시 고개를 갸웃거릴 수 밖에 없었다.

처리하려면 순식간에 몰아치듯 끝내버리는 것이 자신이 아는 ‘천우진’의 스타일인 그가 어째서 순차적으로 시간 차를 주고 처리하려는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

“한번에 동시에 타격하는 것이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방법입니다.”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르는디, 어쨌든 시간이 필요허다 하셨으니 우리는 그런 줄 알면 돼야?”

이재형은 대답없이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런 그의 머리로 김장원의 숟가락이 날아들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숟가락이기에 고통이 심하진 않으나,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숨기진 않는 이재형.

“우리는 회장님 밑에서 짖지 말고, 예쁘게 따라가기만 허믄 된다. 왜, 어째서, 꼭. 그런 단어는 대구빡에서 지워부러, 우리가 회장님 명령에 답할 것은 딱 하나여, ‘예, 알겄습니다.’ 알아 들었어?”

“예.”

“간단하자네? 시키믄 한다.”

“예.”

수저통에서 다시 새 숟가락을 꺼낸 김장원이 묻는다.

“그래서, 스타뜨는 으디로 할래?”

이재형이 손가락으로 사진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아사쿠사로 먼저 하시죠?”

“잉, 신사. 그것도 좋지.”

“어떤 방식으로 타격 합니까? 관광지를.”

“우리 목적은 일본을 시끄럽게 맹그는 것.”

다시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는 그.

“야쿠자들이라도 동원해서 패싸움이라도 벌립니까?”

“생각해봐라잉, 회장님이 불란서에서 뭘 하고 오셨냐?”

“방화.”

“그려, 그 썩을 넘들 포도밭을 잿더미로 만들었자네? 그라믄 우리도 회장님을 따라서 잿더미로 만들어 불어야제.”

“민간인 피해가 예상됩니다만.”

“그라니까 최대한 피해 없게, 그것이 요령 아니겄냐?”

“굳이 그럴 필···”

이재형의 시선이 저절로 김장원의 움직이는 손에 닿는다. 금방이라도 숟가락을 집어 던질 것 같은 모션.

“크음, 알겠습니다. 잘 알아 들었습니다.”

“확실하제?”

“예.”

“요번에 우리랑 같이 일본으로 온 대원들 있제? 갸들이랑 같이 움직인다. 지휘권은 네놈한테 맡긴다고 하셨으니까 잘 해 봐, 네 놈도 회장님 눈에 들고 싶어 했던 것 아녀?”

확고하게 고개를 젓는 이재형.

“아뇨, 눈에 들고 출세하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돈이라면 이미 썩어지게 많습니다.”

“아따, 회장님이 들으셨으면 코웃음 칠 소리를 하고 자빠졌네.”

“사실입니다. 수천억이 넘는 재산을 가지고 있는데 돈은 이미 차고 넘칩니다. 나는 단순히 회장님께 은혜를 갚고 있는 중입니다.”

“은혜?”

“우리 희아가··· 회장님 덕분에 다시 웃으며 살고 있으니까요, 말씀드렸잖습니까? 희아에게 떳떳한 오빠가 되고 싶다고.”

피식, 그리고 씁쓸하게 웃는 김장원.

“아따 그라믄 너는 고것도 글러부렀다잉, 우리는 회장님의 그림자여, 어둡고 더러븐 일 처리해야 하는.”

“알고있습니다. 그래도 떳떳합니다. 회장님은 지금 세상을 바꾸고 계신 것이니까요.”

“워째서 결론이 그렇게 도달 허냐?”

“김 사장님도 얘기했잖습니까? 그분 옆에 있으니 세상이 변하더라고, 저도 그 변하는 세상 옆에서 지켜보라고, 제 동생 희아가 계속해서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거라고.”

김장원이 양팔로 제 몸을 쓸며 말했다.

“아따 그날 나가 겁나게 취해부렀나보다잉, 그런 닭살 돋는 소리를 다 지꺼려불고, 됐고 여그 아사쿠사 확실허게 처리해부니라.”

“예.”

“아, 그리고 이번 작전명은 ‘불빠따 시즌2’라고 하시더라.”

“예?”

“불빠따 시즌2.”

“그게 무슨.”

< 제 14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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