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105화 (105/458)

< 제 105화. >

마치 초대받은 사람인양, 혹은 이 자리의 주인인양.

비어 있던 상석으로 한마디 말 없이 걸어간 천혁수가 양반다리를 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테이블을 쾅 내려치며 큰 목소리로 화를 내는 제1야당의 대표.

“무슨 작당모의를 하고 있나 궁금해 와봤소.”

그들이 내뿜는 기세에 전혀 밀리지 않는 천혁수의 나직한 말에 기가찬다는 표정을 짓는 의원들.

“이렇게 매너가 없다니, 이래서 왈패나 고리나 뜯던 것들은··· 쯧.”

어디선가 들려온 혼잣말에 피식 입꼬리를 들어올린 천혁수가 보좌관을 뚫고 들어온 백철웅을 쳐다보며 말했다.

“청접장 돌려.”

“예!”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우르르 몰려와 천우진의 결혼식 청접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엇이냐는 듯 쳐다보는 야당대표와 여당대표를 번갈아 쳐다보던 천혁수가 말했다.

“곧, 손자놈이 결혼을 해, 좋은 일을 놔 두고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구만, 알아서들 헤아려주리라 믿어도 되겠소?”

여당대표가 눈쌀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렇게 해서 될 일입니까? 청문회에서 죄가 없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아닙니까?”

피식 웃은 천혁수.

“하, 정치인들이 팩트로 지랄하나? 간사한 혓바닥으로 지랄하지, 당신들이 팩트로 내게 공격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데?”

“말이 지나쳐!”

“저저! 뚫린 입이라고!”

정치인들이 얼굴을 붉히며 천혁수를 나무랐지만 천혁수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열심히 짖어대는 그들에게 나긋나긋하게 말했다.

“물지도 못할거면 짖지를 마.”

“뭐, 뭐야!”

중진들은 무시하고, 양 당의 당대표만 쳐다보며 말을 잇는 천혁수.

“처신들 잘 합시다. 상대를 헐뜯으려 했으면, 내 살점도 뜯길 각오는 하고 들어오라는 얘기요, 이해들 했습니까?”

반말과 반 존대를 애매하게 섞어쓰는 천혁수의 그 흉포한 분위기에 뭐라 대답도 못하는 양 당의 대표는 무시하고 백철웅에게 고갯짓을 하니, 철웅이 들고 있던 카메라로 정치인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여기 참석한 사람들 얼굴, 기억해 놓겠습니다.”

번쩍번쩍, 터지는 플래시와 함께 천혁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사라졌다.

***

나와 루시의 결혼식 날짜는 할아버지의 인사청문회 다음날로 결정되었다. 그 날은 평일이지만 누구하나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았다. 일반인에게 공개할 것도 아니고, 초대에 응할 하객들이 시간이나 날짜에 구애받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자신의 스케쥴은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있는 제법 영향력 있는 인물들일테니 날짜나 요일따위는 크게 신경 쓸 게 아니었다.

“지금 나가?”

편안한 잠옷차림의 루시가 어깨에 기대어 온다.

“응, 오늘은 먼저 자고 있을래?”

“위험한 남자야 우진은··· 밤에 나가야 하고.”

짧은 투정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직, 한국은 좀 바빠서 그래.”

“다녀와, 할아버지 일 때문이지?”

“응, 안늦어 한 두시간? 그정도면 충분할 것 같네.”

“알았어.”

록펠러의 저택에 비하자면 별볼일 없는 집이지만, 그래도 방10개 화장실 6개가 있는 이 집도 록펠러 일가와 우리 일가가 지내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삼현의 커다랗던 저택 부지가 아직도 매물로 나와있으니 그 부지를 사볼까 싶기도 하지만 어쩐지 그 집은 별로 사고 싶지가 않았다. 출입 할 때 마다 약간의 트라우마가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 걸음으로 조심스럽게 거실로 내려왔다.

주무시고 계실줄 알았던 할아버지와 록펠러씨가 시가를 태우며 체스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둘의 얼굴에 흰색 마스크 팩이 씌워져 있었다.

“하하하, 피부관리 하시는거에요?”

“오냐, 내일 카메라에 나가니 이런거라도 해야지.”

“이 밤에 외출이라니, 벌써 딴 집 살림이라도 하나 우진?”

“크크큭, 장인어른은 물론 대비 할아버지까지 눈을 부라리고 계시는데 설마 그러겠습니까?”

“그래야지, 역시 젊은 오너는 바쁜 모양이야.”

“아쉽게도 그렇네요.”

“조심히 다녀와, 늙은이들은 잠이 없어서 그러니 신경쓰지 말고.”

“예.”

바깥으로 나오니 호석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김장원 사장 준비 됐죠?”

“예, 회장님.”

잠시 후 도착한 곳은 김장원 사장의 사무실이었다.

크게 비밀스럽게 움직일 필요도 없으니 굳이 보안에 신경쓰지는 않았다. 삼현 이후에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부류는 이제 이땅에 없었다.

간혹 대현이나 국정원 등에서 내게 집중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런 부분은 알아서 정호석 대표 선에서 컷트 할 일이었다. SKY 가드의 숙련된 경호원들이 미행이나 감시를 모를 수 없었다.

지금도 주변에 보이지 않지만, 날 경호하기 위해 수십의 인력이 투입되어 있을 터.

“아따, 회장님 장가 가신다더니 신수가 훤 합니다?”

정겨운 인사에 피식 웃으며 미리 준비해 놓은 커피를 마셨다.

“요즘 일 없어서 심심했죠?”

“흐흐흐, 천혁수 회장님 빈 자리 땜시 사채쪽에서도 쪼까 말 소리가 제법 나왔습니다. 고런 것들 정리하느라 솔찮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요, 어려운 일은 아니고.”

정호석에게 손짓 하니 정호석이 준비해 온 서류를 김장원에게 전달한다.

“대충 얘기는 들었을테지만, 이 서류들의 인물들한테 선물 하나씩 보내주세요, 오늘 밤 안에.”

김장원이 서류속 사진들을 살펴보며 말했다.

“워따, 스물이 넘네요.”

“총 스물 세 명. 오늘 밤 안에 어려워요?”

제법 도발적인 질문에 김장원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랄리가 있겄습니까? 어디 청와대도 아니고요잉, 이건 그 시러배 잡놈 집구석도 제집드나들 듯 드나들던 실력자들인데.”

김장원이 드러내는 자신감에 동조하며 말했다.

“내일, 인사청문회에서 싄 소리 못하게, 개처럼 짖지 못하게, 딱 그 정도면 됩니다.”

“흐흐, 예 알겄습니다.”

***

파라라락, 파라라락.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이며 셔터가 눌리는 소리가 시끄러운 국회 앞. 초선의원 천혁수가 기자들의 품을 빠르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천혁수 의원님! 의원 당선 후 파격적인 행보인데요, 이번 인사청문회 자신 있으십니까?”

“나라가 어려워 국민 복지에 힘쓰지 못하고 있는데요, 혹 장관 자리에 앉으시면 사재를 털어서 국민 복지에 힘쓰시는 건가요?”

되도 않는 질문부터, 온갖 풍문까지.

정말 많은 질문들이 쏟아져나왔다.

기자들의 입장에서 ‘천혁수’라는 인물은 아주 좋은 소재였다. 기사만 썼다 하면 그 주목도가 여타의 정치인들과는 차이 날 정도로 다르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현 집권 여당과 제 1 야당의 지역구 후보자들을 압도적인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된 ‘초선’의원. 게다가 사채업자 출신, 금융사의 설립자.

그의 얘기 하나하나가 국민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있었다. 게다가 당선되고 약 두달 만에 ‘장관 후보자’가 되었으니 국민들이 보내는 주목도는 상상을 초월 할 정도로 대단했다.

더군다나 다른 부처의 장관도 아니고, ‘복지부’장관 자리의 후보자였으니 그가 출마 당시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던 그 공약에 기대하는 국민들이 제법 많았다.

“청문회 이후, 제가 장관 자리 취임한다면 그때 국민들을 위해 이 한 몸 받치겠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사재의 사용은 고려해보셨습니까?”

“어찌 일개 개인이 모든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효율적인 복지 제도를 고려해보겠습니다.”

짧은 대답을 끝으로 천혁수는 인사청문회장 내부로 들어갔다. 내부에는 많은 카메라와 기자들이 동석하고 있었고 그에게 질문을 할 국회의원들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국회의원들이 천혁수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눈치빠른 기자들은 무슨 일이 있구나 싶었는지 연신 여, 야의 중진들의 좋지 않은 표정을 찍느라 바빴다.

“자, 의석을 정돈해주시기 바랍니다.”

위원장의 말에 빠르게 자리가 정돈되고, 자리에 앉아 있던 천혁수도 옷 매무새를 만지는 등, 제법 예의를 차리는 모습.

“인사청문회 들어가기 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번 인사청문회는 국민들이 집중하고 있는 만큼, 천혁수 복지부장관 후보자가 국민들의 복지와 생활을 책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이 맞는지 판단하기 위해, 후보자의 도덕성과 복지에 대한 전문성을 중점적으로 확인해주시길 바랍니다. 모두가 아실테지만, 국회방송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으므로 그 점에 유의하셔서 검증내용은 확실한 사실만 전달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탕, 탕, 탕.

“관계법령에 따라 후보자의 선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위원장의 말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난 천혁수가 선서를 할 단상으로가 한쪽 손을 들고 말했다.

“선서, 공직후보자인 본인은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할 것을 맹세합니다. 12월 7일 공직후보자 천.혁.수.”

“좋습니다. 후보자는 이제 모두발언을 시작해주십시오.”

천혁수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마이크 앞에서 입을 열었다.

“존경하는 법제 사법 위원회 위원회 여러분, 바쁘신 와중에 청문회를 준비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겨우 초선위원인 제게 복지부장관이라는 과분한 자리의 후보자가 되어 본인 스스로 놀라고 있습니다. 많은 의원님들과 위원회 여러분의 진심어린 조언과 충고를 귀담아 듣고, 국민들을 위해 이 한몸을 바쳐 장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것을 말씀드립니다.”

적당한 시기에 말을 끊고 카메라 셔터를 받아들이던 천혁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국민들이 원하시는 것은, 본인 공직후보자 천혁수가 얼마나 도덕적이고 자리에 잘 맞는 합리적인 인사였는지가 중요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제가 말씀드릴 청사진 보다, 달콤한 혀로 얘기하는 그런 말 보다, 본인 후보자가 장관이 된다면 행동으로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역대 인사청문회의 모두발언 중, 가장 짧은 모두발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역시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사람답게 어느하나 공통점이 없었다.

약간은 당황한 듯 한 위원장이 말했다.

“예, 후보자는 자리에 착석해주시고요, 다음은 질의답변 시간입니다. 이성범 위원님?”

이성범.

현 제1야당의 중진으로서 얼마전 천혁수를 만났던 인물이었다. 그는 좋지 못한 표정으로 천혁수의 두 눈을 한 번 바라본다. 여유로운 표정의 천혁수를 바라보자니 울화가 치밀었지만, 끝내 스르륵 두 눈을 피한다.

인사청문회의 위원들로 나온 사람들 모두가 제대로 천혁수를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같은 날 아침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

정만규 제1야당의 당대표는 매일 아침 하던 루틴대로 침대에서 일어나 몇 가지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허리와 등 근육을 이완 수축 시켜주는 동작을 하던 와중, 자신의 베개 밑에 정체불명의 물체가 느껴졌다.

“음?”

베개를 치우고 물건을 확인하는 정만규 야당대표.

“이, 이게···”

하얀 종이와 그 위에 올려져 있는 칼 한자루.

침을 꼴깍 삼킨 정만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하얀 종이를 바라보았다.

하얀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였다.

1994년 10월 26일 - 미도파··· 4700만원···

1994년 10월 29일 - 미도··· 건설승인···

1994년 11월 04일 - 미도파 중진···. 5500만원···

1996년···

1997년···

덜덜덜.

그간 그가 쌓아온 과오가 낱낱히 짤막하게 쓰여있는 종이. 그리고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칼.

종이의 마지막.

[ 혓바닥이 길면, 명이 짧아. ]

선명한 붉은 글씨를 확인한 정만규는 본능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금일은 천혁수의 인사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는 날.

감히 말을 길게 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정만규가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본래 자신이 해야 했던 질의를 같은 당 다른이에게 부탁하려던 생각이었다.

-예, 대표님.

“아, 박의원··· 오늘 위원회에서 내 질의할 자료를 넘길테니 대신 해주시겠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대표님··· 그··· 오히려 제 질의를 대표님께서 해주실수는 없으실지?

“으음···”

그 순간 당대표는 깨달았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위원회에게 같은 것이 도착했음을.

“자네도 칼을 받았나?”

-··· 죄송합니다.

“쯧··· 자네는 깨끗한 정치인인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었던 모양이야.”

-면목없습니다.

***

위원장의 표정이 썩었다.

후보자에 대한 도덕성과 신뢰성등을 판단하기 위해 질의를 해야 할 의원들이 어화둥둥 천혁수 띄워주기를 하고 있으니 울컥 짜증이 치솟기 때문이었다.

“흠, 천혁수 후보자가 의원에 당선되기 전 해왔던 자선사업들 그 자금들이 모두 개인 사재였다니 조사하는 내내 참, 감탄만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만규 위원님.”

“이야, 자선사업인데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총액이 모두 1조 2000억원에 달할 정도라니··· 이런분이 아니면 누가 복지부 장관자리에 어울리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위원장님?”

위원장 또한,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지금의 청문회가 천혁수의 손아귀에서 돌아가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기자들이 흐뭇한 표정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감히 천혁수에게 딴지를 걸 수는 없었다.

“맞습니다.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천혁수 후보자.”

“감사합니다 위원장님. 모두 함께 잘 살고 싶은 마음에 그런 것이었습니다.”

“좋은 마음입니다.”

위원장은 서둘러 인사청문회를 끝내야겠다 생각했다. 이미 독사와 같은 혓바닥을 휘둘러야 할 인물들이 어화둥둥 천혁수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의미가 없었다. 계속해서 천혁수의 이미지만 좋게 만들어주는 판일 뿐이었기에.

“자! 이 정도면 천혁수 공직후보자의 도덕성과 신뢰는 모두 확인했다고 보여지며, 이상으로 청문회를 마치고자 합니다.”

“예,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동의합니다.”

“좋습니다.”

의원들이 하나같이 위원장의 말에 동의를 표하고, 마지막으로 천혁수가 입을 열었다.

“저도 동의합니다만 궁금한 것이 몇가지 있어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위원장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려다 국회방송 카메라를 의식하고는 다시 표정을 부드럽게 만들며 물었다.

“무엇입니까 천혁수 후보자.”

“금일 아침, 제게 익명의 제보가 왔습니다.”

위원장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천혁수를 바라보았다.

천혁수 의원의 보좌관이 빠르게 서류를 기자들과 위원들, 그리고 위원장에게 나눠주었다.

“이렇게 법제 사법 위원회가 마련되었고, 원래 예정된 인사청문회가 거의 마무리 된 만큼, 새로운 안건으로 회의를 진행하심이 어떨까 싶습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으니 위원님들의 시간도 충분하리라 봅니다.”

위원장이 받아든 서류에는, 오늘 인사청문회의 질의를 쏟아내야 했을 위원들의 비리내용이 빼곡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그의 뇌리속에 갑자기 ‘SKY그룹 국정감사’가 떠올랐다. 그날 얼마나 많은 국회의원들이 갈려나갔던가.

누가 같은 핏줄 아니랄까봐, 과연 천혁수 의원또한 폭탄을 드랍하는 찰나였다.

“과연 여기 앉아계시는 위원님들이 법제 사법 위원회의 자격이 있나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본 익명의 제보에 의하면 정만규 현 위원이자 제1야당대표의 경우 뇌물수수 총액이 무려 31억원.”

“그, 그만! 천혁수 후보자 그만 하세요!”

위원장이 버럭 소리를 질러보지만, 천혁수는 입을 멈추지 않았다. 어째서 칼날 같은 혓바닥으로 질의를 받았어야 할 후보자가 칼날 같은 혓바닥을 놀려 의원들과 위원들을 썰어대는지 도무지 요즘 국회를 이해할 수 없는 위원장은 허탈한 표정으로 작게 읊조렸다.

“은퇴할 때가 됐어··· 은퇴할 때 가.”

< 제 105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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