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102화 (102/458)

< 제 102화. >

방긋 웃는 강기태에게 자연스럽게 시선이 모여졌다. 과연 얼마의 수익이 났을지 나도 궁금했다.

“수익은 세금을 제외하고 44억달러입니다.”

4조원이 훌쩍 넘는 금액.

자연스럽게 고개가 끄덕여 진다. 고개를 돌려 찰리 박을 쳐다보았다.

“미국 대부분의 유통망을 장악했습니다. 이제 대도시는 어디든 이틀 안에 SKY LINE의 상품을 받을 수 있을겁니다.”

확신이 담긴 보고에 히죽 입꼬리가 올라간다.

“다음은 유럽시장을 타겟으로 잡으세요.”

“예, 물밑 작업중에 있습니다.”

“좋습니다.”

다시 강기태를 쳐다보았다.

“수익금 중, 약 10억달러 규모를 PMC쪽에 투자해주세요.”

“SKY PMC말씀이십니까?”

“예.”

어째서인가 싶은 얼굴로 날 바라보는 강기태.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내가 얻어올게 있어요, 나머지 수익금은 알아서 불려주세요.”

아쉬운 눈치지만 끝내 고개를 끄덕이며 믿는다는 눈빛을 보내온다.

“예, 회장님.”

“임원회의는 따로 참석 안 해도 됩니다. 워낙 주요인사들이시니까 알아서 잘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부쩍 바빠졌다. 새롭게 할 사업들이 널리고 널렸고, 미국 진출의 길이 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부쉬가 집권중인 시기에 미국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놓을 필요가 있었다. 물론 부쉬 다음의 대통령과도 친분을 쌓으면 될 일이지만 이왕이면, 내가 갑이 되어야지 을이 되어서는 안되니까.

파트너의 동등한 입장까지는 OK, 그러나 아랫사람과 같은 입장은 어쩔 수 없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당장 일본을 보아도 알 수 있지 않은가? 경제대국으로 빠르게 성장하던 일본이 미국에게 철퇴를 후두려 맡고 빌빌거리고 있잖은가.

물론 현재로서는 대한민국이 많이 밀리지만, 앞으로도 밀릴 것이란 보장은 없다. 대한민국 기둥엔 SKY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테니까.

자리를 털고 일어나 대회의실로 움직였다.

오늘 지시사항이 제법 많으니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

같은시각.

한국과는 다르게 모두가 잠에 빠질 야심한 시각의 워싱턴 D.C.

잠들지 못하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는 로스차일드의 현 가주 로이스 로스차일드였다.

쨍그랑.

크리스탈 술 잔이 허공을 비상해 벽에 부딪혀 산산히 조각났다.

“쓋!”

결국 우려하던 결과에 짜증이 솟구쳤다.

“록펠러 영감이 그쪽에 붙을 때··· 줄타기를 잘 했어야 했는데···”

은연중 로스차일드와 록펠러는 미국내에서 라이벌과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선대에는 제법 친한 사이였던 적도 있으나, 이번 일을 계기로 완전히 사이가 어그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로스차일드는 민주당 알 구어를.

록펠러는 공화당 부쉬를.

당연히 양강 체재가 되었고, 처음엔 알 구어측에서 승기를 잡는가 싶었다. 그러나 제법 잘 키웠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자식놈의 실수 한 번으로 모든것이 무너졌다.

“네가 언질만 주었어도, 이런일은 없었다. 로이.”

로이드 로스차일드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의 아비에게 보여줄 낯이 없었다. 적어도 자신의 잘못이 얼마나 큰지는 잘 알고있는 모습이다.

“어째서 그리 문란하게 논 것이냐?”

“아버지, 미성년자는 없었어요! 정말입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로스차일드.

그도 이미 보고를 통해 미성년자 성매매는 단순 루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성매매’자체가 루머였다. 모두 합의된 관계였단 것을 알기 때문.

그러나, TV대선 토론 막바지에 터진 뉴스에 자극받은 여자들은 말을 바꾸어 ‘성매매’를 인정하려 들었고, ‘성폭행’까지 루머를 생산하려했다. 덕분에 그녀들의 입을 막기위해 지출된 금액도 상당했다.

“너 때문에 쓴 돈이야, 푼돈이니 개의치 않는다. 그렇지만··· 이번 대통령 픽스를 실패하며 우리가 가져갈 파이가 많이 줄었음을 명심해.”

“···예.”

“부쉬 그 놈의 일가가 호락호락한 인물들이 아니다. 당분간 그쪽과 협력관계를 다지기 위해 부던히 노력해야 할 것 같으니, 평소 행동에도 조심하고 조심해라··· 이번 일 까지 망가뜨린다면 네게 향할 기회는 더 줄어들거야.”

로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버지 깊이 새기겠습니다. 록펠러의 손녀 루시와 친분을 더 다져볼까요?”

로스차일드가 눈을 잠시 크게 뜨고는 묻는다.

“가능할까? 네 이미지에 제법 타격이 있었을텐데?”

“그래도 옛 정이 있는데, 우선 명문가의 자제들과 만남을 가질 파티를 자주 열어보겠습니다. 루시도 자주 참석할 수 밖에 없을겁니다. 천천히 이미지를 바꿔갈게요.”

고개를 끄덕이던 로스차일드가 테드를 바라보았다.

“필요한 지원은 얼마든 해줘, 다 투자고 미래에 돌아올 돈이니까, 부쉬와 얘기가 잘 돼서 모기지 사업만 문제 없이 실행된다면 순식간이야.”

“예!”

***

회사에서 집에 돌아오니 오후 7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드는 반면, 솔직히 조금 피곤했다.

머리가 뜨겁다고 하는게 옳을까? 얼마나 떠들었는지 목도 살짝 칼칼한 것 같았다.

요 며칠 제법 열심히 일하고 있는 상황, 할아버지도 공무원답게 칼퇴근을 하시고 소파에 앉아 계셨다.

“다녀왔습니다.”

“요 며칠 얼굴보기가 힘들구나.”

“준비하는게 많아서 그래요.”

“하하하하, 결혼준비?”

위로랍시고 농담을 던지신다.

피식 웃으며 아산댁에게 정장 상의를 건네고 소파에 앉았다.

“국회의원은 되었는데 월급 도둑만 하려니 좀이 쑤시는구나. 하는 일이 없다.”

“법공부 하고 계시면서 무슨.”

“이 놈아, 법은 이미 빠삭했어, 형법에만 빠삭해서 그렇지.”

“크크크큭.”

이번건 조금 웃겼다.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떠들어 놓고 며칠째 이렇다할 업적이 없구나.”

“보건복지부 장관 어떠세요?”

“욕한다 이놈아, 벌써 장관이라니.”

“신경쓰지 말고 가시죠, 어차피 내년 대선 출마하실건데.”

“흐음···”

“장관자리야 길어야 1년6개월 정도만 지키니까, 큰 무리는 없을 겁니다. 보건복지부는 말도 많고요.”

“괜찮은 복지 제도도 몇개 생각해 놓은게 있습니다.”

확실히 미래에 성공한 복지제도 몇가지가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제법 ‘표심’은 가져올 것들을 말이다.

“내가 한다고 하면 시켜 준다더냐?”

피식 웃었다.

알면서도 굳이 물어보신다.

“예, 시켜줄겁니다.”

“이놈, 확신을 가지고 있구나.”

“대통령이랑 나눈 대화가 있습니다.”

“아, 내가 막 출마 했을때를 말하는게냐?”

“예.”

“오냐, 그럼 자리 한 번 만들어 보거라, 대통령께 내가 부탁하마,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인데 예의는 지켜야지.”

“알겠습니다. 내일부터 며칠 출장갑니다.”

사전에 어디서 정보를 들었는지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특이하게도 오늘은 철웅과 호석이 모두 내 곁을 지켰다. 원래라면 철웅은 할아버지 곁을 지켜야 했겠지만 오늘만은 예외다.

“할아버지 안전은 확실하죠?”

철웅이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아무래도 할아버지 곁에서 떨어진 것이 못내 불안한 모양.

“시큐리티 내의 스페셜리스트들로 꾸려진 경호단이 밀착경호하고 있습니다. 안전엔 문제가 없습니다.”

단호하게 얘기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조금은 묻어나온다. 그 마음을 알 것 같아 더 얘기를 꺼내진 않았다. 워낙 일처리가 꼼꼼한 백철웅이라면 안전에 안전을 더했을테니까.

SKY PMC에 돈이 필요했던 이유.

그것 때문에 나는 굳이 칼바람을 뚫고 겨울 바다를 항해하고 있었다.

쏴아아아아.

바다를 가르는 보트위는 제법 쌀쌀했다. 두꺼운 다운점퍼를 입었지만 얼굴로 들이닥치는 맞바람은 금방이라도 볼살을 가를 것 만 같았다.

“몇명이나 훈련시키고 있습니까?”

“지금 가는 섬은 가장 메인으로 약 60명의 대원들이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고개를 주억거렸다.

“우리 나라의 겨울 적응 훈련이 끝나면 다음은 인도네시아로 간다고요?”

“예, 회장님.”

“총 인원이 몇명이라고 했죠?”

“총인원 360명입니다.”

현재 우리가 향하고 있는 섬에서는 60명의 PMC직원들이 훈련을 받고 있었다. 우리는 직원이라 부르지 않고 ‘대원’이라 부른다.

하여튼, 이런 섬이 최소한 6개 이상은 된다는 얘기였다. 당연히 ‘무인도’이고 사람이 살기 적합한 곳이 아니다. 돌로만 이루어진 섬도 있으며 그런 섬들에서는 ‘보급’이 아니면 삶을 영위하는 것 자체가 제한된다.

물론, ‘훈련’이기에 풍족한 양의 보급은 없다. 최소한의 ‘생존’의 필요한 양만 보급한다.

부스럭.

손에 들고 있던 1인 보급품을 확인했다.

사람 손가락 만한 육포가 1개, 몇 모금 마시면 사라질 비닐에 포장된 물, 몸을 데워줄 핫팩 2장.

이게 보급의 끝이다. 심지어 이 보급도 매일 이루어지지 않는다. 주 2회, 지정된 장소에서만 보급되고 그 지정된 장소는 늘 랜덤이다.

“아직까지 문제는 없습니까?”

호석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한다.

“탈수와 영양실조에 의한 쇼크등의 중증 환자는 빠르게 이송해 치료하고 있습니다.”

고개를 돌려 선장실에서 바람을 피하고 있는 의료진과 눈을 마주쳤다. 어색하게 내 눈을 피하는 그에게서 다시 호석에게 시선을 옮겼다.

“극한의 상황에 훈련 받는 대원들입니다. 각별히 주의 해 주세요, 인명피해 없이 무사히 훈련을 마치길 바랍니다.”

“예, 회장님. 선발된 자원들이기에 ‘사망’자는 없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정신건강에도 각별히 신경 써 주시고요.”

“예, 회장님.”

두두둥.

섬의 근처에 도착하자 배가 시동을 끄고 바다 한 가운데 표류했다. 아직 바로 앞에 보이는 섬까지 거리는 약 20m. 선장이 무엇인가 버튼을 누르자 배에 달려있던 스피커에서 삐! 삐! 하고 경보음이 규칙적으로 들린다.

“모스부호인가요?”

“예, 회장님.”

“현 위치의 좌표를 알려주는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체계적이고 ‘독’하게 느껴지는 훈련이었다.

“그럼 대원들은 여기까지 헤엄쳐 와야 보급품을 얻을 수 있는 거고요?”

“그렇습니다. 각자의 노하우에 따라 조금씩 다르겠습니다만, 아마 자연에서 나오는 식재료로 연명하고 있는 대원들도 있을겁니다.”

마침 저 멀리서 물보라를 일으키듯 빠르게 헤엄쳐 오는 대원 하나가 보였다. 상, 하의 어떤것도 입지 않은 맨몸을 그대로 물속에 내던진다.

“옷이 젖으면 다시 말리기까지 보온 수단이 없기 때문에 맨몸으로 오는 것입니다.”

정호석의 부연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람도 이렇게 차가운데, 현재의 수온은 얼마나 차가울까, 정말이지 극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주세요.”

정호석이 들고 있던 보금품을 가로채듯 빼았았고, 나는 망설임 없이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당황한 백철웅이 나를 말리려 하지만, 내 두 눈을 확인하고는 다시 뒷걸음질 쳐 내가 대충 벗어둔 옷을 정리한다.

타다닥 풍덩.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몸으로 망설임 없이 배 위에서 뛰어 내렸다. 정말 온 몸이 각목처럼 뻣뻣하게 굳어지는 수온에 심장이라도 놀랄까 싶은 위험한 행동이었지만, 배를 향해 수영하고 있는 대원들을 보자니 뜨겹게 데워진 심장은 별 무리 없이 현 상황을 극복해냈다.

고작 대원 하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냐고 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열심히 수영해 얼음장 같은 바닷물을 가르며 내게 다가오는 대원은 ‘고작 대원 하나’가 아니었다. 나를 위해, SKY를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소중한 인재였다.

결국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돈’이었겠지만, 고작 ‘돈’으로 저 사람의 목숨을 살 순 없다. 적어도 정성은 필요했다. 내가 우리 대원에게, 직원들에게 이런 대우를 해주지 않는다면, 진심을 다하지 않는다면, 과연 내가 ‘이건’ 그 뱀같은 놈과 다를게 없으니까.

곧 다가올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우리 대원들은 반드시 SKY의 위상을 드높일테니까 이런 대우를 해줘도 충분하다. 충분하다 못해 겨우 이런것 밖에 해줄 수 없어 안타깝다.

나머지는 ‘돈’이라는 물질로 보상해주리라, 심장마저 얼려버릴 차가운 물 속에서 나는 그렇게 다짐했다.

PMC에 투자하는 이유는 세 가지.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서가 하나.

새로운 수입원을 위해서가 하나.

그리고 제법 먼 미래에대한 대비가 하나.

내년이면 전 세계가 놀랄 어마어마한 테러가 일어날 것이고, 그것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 있을테다, 그리고 난 그 사건에서 감히 하나의 기업이 용병집단이 세계최강국도 못할 일을 할 생각이다.

그러니까, 그렇게 중요한 인재들이니까 나는 지금 온몸이 얼어버릴것 같은 상황에서도 억지로 억지로 태연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오는 대원을 침착하게 기다렸다.

< 제 102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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