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95화 (95/458)

< 제 95화. >

“헤이~ 로이!”

알 구어의 아들 알이 로스차일드의 로이를 반갑게 맞이했다.

“뭐야, 누가 보면 오랜만에 만나는 줄 알겠어?”

“크크큭, 그만큼 네가 반갑다는 뜻이지.”

“테드한테 얘기는 들었어, 그쪽 노인네들이 움직여 줬다며?”

“하하, 누구 부탁인데 그치들이 튕기겠어?”

알의 아부성 발언이 사뭇 마음에 들었는지 피식 웃은 로이가 슬쩍 알의 어깨 너머의 여자들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알 쪽으로 기울이고는 말했다.

“어떤 애들이야?”

“이번에 막 성년식 치른 애들이야, 다르지?”

“좋네.”

혀를 날름 거리며 여자들을 훑고있는 로이의 어깨에 알이 팔을 두르며 말했다.

“로이, 그런데 요즘 우리 아버지가 고민이 많은 것 같아, 부쉬쪽이 너무 강력하거든.”

“쯧,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우리 아버지가 지금 무려, 발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으니까.”

“정말이야?”

로이가 피식 웃으며 알을 쳐다본다.

“설마 그렇겠어? 그만큼 열심히 돈을 쓰고 있다는 얘기야 알, 조만간 부쉬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정보들이 들어올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그래, 미국땅에서 로스차일드를 안 믿으면 누굴 믿을 수 있겠어?”

로이가 알의 가슴을 툭 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그냥 즐기자고.”

“오케이~!”

***

백철웅과 마주 앉아 위스키를 홀짝였다.

“자세하게 말씀해보실래요?”

“예, 회장님. 현재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범죄인인도협정에 의거한 이건의 인도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죄목은요?”

“탈세 및 폭행입니다.”

픽 웃음이 흘러나왔다.

말 같지도 않은 죄목이었다.

“아마 미국으로 건너온다면 재판을 통해 징역 1년정도를 받게 될 겁니다.”

“그렇겠죠.”

“한국은 어떤 상황이죠?”

“우선, 최대한 허가를 늦추라고 얘기해두었습니다만, 제법 미국의 거물들이 압력을 넣는 모양입니다.”

“민주당쪽이겠죠?”

“예.”

“로스차일드가 알 구어쪽을 구워삶고 있는 모양이군요.”

“그렇게 추측하고 있습니다.”

온더락잔을 휘휘 돌리고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

“절차를 최대한 빨리 밟는다는 가정하에, 이건이 교도소에서 나오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약 2주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변수는 없습니까?”

“가능한 빠른 시간이 그정도입니다.”

“김장원 사장, 연락 되죠?”

“예, 물론입니다.”

“이건 쪽에 마킹좀 붙여 놓으세요, 2주면 제법 넉넉하네요.”

“예, 알겠습니다.”

“그 민주당 쪽 거물들 정보확인은 어렵겠죠?”

백철웅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국정원을 좀 동원해보겠습니다.”

“아아, 국정원에도 빨대가 있던가요?”

“이번 천가 키즈에서도 그렇고, 안기부 시절에 제법 친분이 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좋네요, 진행해주세요.”

“예, 회장님.”

돌아서려는 백철웅을 다시 불렀다.

“아, 백 대표님.”

“예, 회장님.”

“로스차일드가를 직접 마킹하기는 어려울테니, 로이드 로스차일드와 알 구어의 아들 알 구어 2세의 마킹은 어떻습니까?”

“흠··· 그 아들들은 비교적 쉽게 마킹할 수 있을것으로 판단됩니다.”

씨익 입꼬리가 올라갔다.

부쉬에게 제법 괜찮은 선물을 줄 수도 있겠단 생각 때문이었다. 어딜가든 꼭 망나니같은 자식놈들이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리고 난 그런 망나니 같은 놈들을 수도 없이 보면서 살아왔다. 알 구어 2세와 로이드 로스차일드에게 나는 분명 ‘망나니’의 냄새를 맡았다.

그 얘기는 이 놈들은 분명 자신들의 아비 얼굴에 똥칠을 할 놈들이란 얘기와 같다.

저번 파티장에서 보여주었던 여성편력을 보아하니, 분명 제법 물란하게 노는 놈들일 터.

“딥하게는 말고, 파파라치 느낌으로 마킹좀 해주시겠어요? 길게 할 필요도 없고 며칠이면 충분할 것 같은데.”

“예, 회장님 바로 지시하겠습니다.”

***

병실에서 이건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우며 매튜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2주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갈 수 있다는 말이지?”

“그래, 절차상 그것보다 더 앞당기는 것은 힘들어.”

“다른 압력은 없던가?”

매튜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누가 감히 우리를?”

“크흠, 자신만만 하구만.”

“우리는 철저하게 범죄인인도협정에 따라서 요청했으니 한국에서는 무슨 수를 써도 거부할 수 없어, 그러니까 염려말라고.”

“그래, 믿지··· 믿어야지, 누구 덕분에 이런 천국에 있는데.”

매튜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

병원 침대 위에 수갑을 차고 누워 있는 이런게 고작 천국이라니 하는 생각때문이었다.

“너는 모를걸? 교도소라는 곳이 얼마나 지옥 같은 곳인지.”

“쯧, 그 얘긴 됐고, 이제 슬슬 이건 당신도 밥값을 해야하지 않나 싶은데.”

“2주만 기다리라고, 내가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 술술 천우진과 SKY그리고 천혁수 그 인간의 비밀스러운 약점들을 말할테니까.”

“힌트라도 좀 주지 그래?”

“인내 끝에 열매가 더 달달한 법이지.”

이건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매튜는 혹시 그가 천우진의 약점따위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더 다그칠 수 없었다. 어쨌든 그에게 원하는게 있는건 매튜쪽이기 때문에.

***

탕! 탕! 탕! 철컥.

더이상 권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지 않았다. 모든 총알을 소진했다는 뜻.

쓰고있던 헤드폰을 벗고 자동버튼을 누르니 표적지가 레일을 타고 앞으로 다가온다.

10m권총사격이란 것이 제법 재미가 있었다. 벌써 몇 탄창째 하는지 모르겠다.

“오! 회장님 만점입니다.”

표적지의 정중앙 10점짜리 작은 칸에 12발의 총알이 모두 들어있었다. 며칠 사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흐뭇하게 웃으며 호석에게 물었다.

“몇 시죠?”

“10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슬슬 움직여야겠네요.”

오늘은 부쉬와 만남을 가지는 날이었다. 저번 록펠러 저택의 파티 이후의 첫 만남이었다. 록펠러씨도 후원금을 전달할 때 말고는 부쉬와의 만남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니 록펠러씨도 오늘의 만남이 세번째 만남이란 얘기였다.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본관으로 향했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는지 록펠러가 반갑에 웃으며 날 맞이했다.

“왔는가?”

“예.”

“오늘 부쉬를 만나고, 별 일 없으면 내일 떠난다고?”

“예, 그럴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처리 할 일이 생겨서요.”

“사업은 아닌것 같고.”

“사업도 한 다리 걸치고 있긴 합니다.”

“쯧, 루시가 서운하겠구만, 이번에는 많은 시간을 보내진 못했어.”

벌써 한국은 무더운 8월이다.

곧 미국의 대선이 치뤄지고 대통령이 확정되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루시와 나의 만남도 그리 오랜시간이 필요하지는 않단 얘기였다.

또, 8월은 학기가 끝나고 잠시 여유를 찾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 말은, 루시가 한국에 올수도 있다는 얘기였다.

“록펠러씨가 여유가 된다면, 한국에서 여름을 즐겨보는 것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흐음··· 확실히, 흥미는 돋는군.”

“자, 가시죠.”

“그래.”

잠시 후, 부쉬와 만남을 가진 곳은 호텔의 연회장 구석이었다. 공화당의 행사였고, 현 공화당의 후보자인 부쉬를 밀어주는 사람들이 대거 참석한 그런 행사였다.

역시 미국이란 말이 어울릴 만큼 다양한 인종들이 부쉬를 응원하고 있었다. 대통령을 두번이나 해 먹은 부쉬답게 똑똑하게도 사회적 계급에 상관없이 모든 지지자들을 불러모은 것 같았다.

“제법, 쇼를 할 줄 아네요.”

내 말에 록펠러가 피식 웃어버렸다.

“돈 많은 놈도, 돈 없는 놈도 똑같이 대우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던 모양이군, 이건 뭐, 민주당이라고 해도 믿겠어.”

“연설이 제법 기네요, 슬슬 지겨운데.”

“부쉬는 노련한 정치인이지, 이제 슬슬 끝낼걸세.”

연회장 단상위에서 마이크앞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부쉬, 중간중간 다른사람들처럼 작게 박수치거나 피식 웃는등의 리액션을 보내주고 있었지만, 이제 그것도 좀 하기가 귀찮을 정도로 부쉬는 혀가 길었다.

-평화를 수호하는 우리 미국은, 앞으로 그 어떤··· 긴 얘기, 듣느라 감사했습니다. 이상으로 연설을 끝내겠습니다.

장내 모두의 박수를 받으며 단상에서 내려온 부쉬가 곧장 향한 곳은 자연스럽게도 록펠러와 나의 앞이었다. 그도 그럴게, 이 자리의 모두가 합친 후원금보다 어쩌면 록펠러가 준 후원금이 압도적이어서 일지도 모르겠다.

“오, 록펠러씨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스터 천도 있었군요?”

미국인들은 자신감 넘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먼저 부쉬에게 악수를 건넸다.

부쉬도 자연스럽게 내 손을 잡는다. 제법 손아귀에 힘을주며 자신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나 역시 마찬가지, 한국에서 이런 악수를 했다면 장난이거나 앙숙의 사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악수가 아주 흔했다.

“혹, 후보자에게 필요한것이 있나 싶어 참석했습니다.”

“전혀요, 미스터 천과 미스터 록펠러가 후원해준 그 정성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단순 록펠러란 이름뿐 아니라, 후원금을 전달하며 내 이름도 살짝 끼워주었던 모양이다. 슬쩍 눈인사로 록펠러에게 감사를 표하고, 다시 부쉬에게 물었다.

“알 구어측에서 네거티브를 준비중인 것 같더군요.”

현재 부쉬측은 알 구어의 네거티브에 제법 두들겨 맞고 있는 중이었다. 부쉬측도 몇가지를 준비해 퍼트리고 있지만, 부통령을 지낸 인물답게 깨끗하게 정리하고 후보자가 된 만큼, 부쉬의 생각처럼 성과가 나지 않는 상태였다.

“지지율이 조금씩이지만, 움직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직설적인 내 말에 부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티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기분이 나빠졌음을 못 알아차릴 내가 아니다. 당장 부쉬의 몸뚱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의 색깔부터 달라졌으니까.

“염려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우리 캠프의 스페셜리스트들은 결코, 알 구어의 캠프에 지지 않을테니, 또 여기 이렇게 든든한 후원자인 록펠러씨와 천씨가 있지 않습니까?”

넉살 좋게 웃으며 싸구려 샴페인을 나와 록펠러에게 건네는 부쉬.

과연 그가 자신만만하게 얘기한 것 처럼, 실제로 원 역사에서 분명 부쉬는 대통령이 되었다.

어떻게 그가 대통령이 되었는지 따위의 자세한 내막을 한국에서 있었던 내가 알 턱이 없다. 그냥 부쉬라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구나 정도만 알고 있었다. 적어도 이 당시에는 말이다.

“기분 나쁘라고 한 얘기는 아니었습니다. 제법 좋은 선물을 포장하느라 본의 아니게 실례를 했다면 사과하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선물’이라는 나의 말에 부쉬가 힐끗 록펠러와 나를 쳐다보며 샴페인으로 목을 적신다.

뒤에서 눈치껏 다가온 정호석이 갈색 서류봉투 하나를 부쉬에게 건넨다.

“이게 선물입니까?”

“예, 열어보세요 제법 쓸만 할 겁니다.”

주변을 쓱 둘러본 부쉬가 서류봉투속 내용물을 확인한다. 제법 많은 양의 사진들이 그의 눈을 어지럽힐테다.

“흐음···”

“익숙한 얼굴 아닙니까?”

“흰색은 살이고, 금색은 머리아닙니까? 아쉽게도 옷은 별로 없는 사진이군요.”

실 없는 농담에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남자들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십시오.”

“아아!”

부쉬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간다. 다시 사진들을 봉투 안에 넣고는 진실되게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정말 좋은 선물이었습니다. 이 정도쯤 되니 포장도 훌륭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쉬는 말 처럼 녹색 연기를 뿜어내며 다시 한 번 내게 악수를 청한다.

“언제든, 연락하십시오 당신의 든든한 후원자가 여기 둘이나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하, 미스터 천과 미스터 록펠러씨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록펠러가 나와 부쉬의 대화에 끼어들어 말했다.

“너무 우리쪽에 오래 머물고 있군, 이제 저치들과 어울려 주시게, 우리는 먼저 가보겠네.”

“아, 아쉽군요 많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는데.”

“다음에 좋은 자리가 있지 않겠나? 화이트 하우스에서.”

부쉬도, 나도, 록펠러도 길게 입꼬리를 찢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러지.”

부쉬가 등을 보이며 어디론가 향하고, 록펠러씨가 내게 묻는다.

“선물이 무엇이었나?”

“알 구어쪽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흐음, 얼핏 보니 포르노 사진 같았네만.”

“하하하, 예 맞습니다. 포르노 사진.”

“음? 알 구어가 대선을 앞두고 그런 멍청한 짓을 저질렀을 인물이 아닐텐데?”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겠죠, 멍청한 놈이 아닌 이상에야.”

“그럼 누가 저 포르노의 주인공인가?”

“배우는 알 구어 2세와, 로이드 로스차일드였습니다.”

록펠러가 피식 웃었다.

“하하, 이 놈들 엉덩이에 불이라도 나겠군, 제 놈들의 아버지 얼굴에 똥칠을 제대로 했어.”

< 제 95화.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