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철혈의 재벌-64화 (64/458)

< 제 64화. >

기분 좋게 술을 먹던 와중에 밀실 안으로 한 명의 직원이 들어왔다. 평소 내 차량을 운전하던 직원이기에 익히 알고 있는 얼굴이다. 그리고 그 직원과 짧은 대화를 나눈 정호석이 나를 바라보았다. 직감적으로 이건과 관련된 일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건 회장의 장남 이재영이 금일 저택으로 들어왔답니다.”

“아, 귀국한 모양이네요.”

“예.”

이재영.

그의 얼굴도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 돼, 잊히지 않는다. 비서실에서는 그를 두 얼굴의 사나이라 칭했다. 많은 사람 앞에서는 인자하고 정직하고 청렴한 척하지만, 비서들 앞에서는 전혀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 두 번째 얼굴을 꺼낼때면 이건을 압도하는 악랄함을 가진 놈이었다. 놈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어찌 아비인 이건이 모르겠는가.

이건은 그런 자신의 장남을 매우 경계했다.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엔 자식들의 피를 보기 싫어 이재영을 부회장 자리에 앉혀두었지만, 언제든 싹을 자를 수 있게 손을 써 놓던 이건이었다. 자신이 차지한 왕좌를 이건은 손수 자식들에게 물려줄 생각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

과연, 이재영의 다음 스텝이 궁금했다.

놈은 반드시 어떤 방법으로든 나와 할아버지의 일에 개입할 게 불 보듯 뻔했다. 자신이 차지할 삼현에 손해를 끼쳤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다.

이건과 마찬가지로 놈은 ‘삼현’이 ‘자신’의 것이라 생각한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철옹성이라는 착각하며 적이라면 철저하게 짓밟는다.

삼현의 가계도를 읊어보자면.

장남 이재영.

차남 이재형.

삼남 이재현.

장녀 이희윤.

차녀 이희연.

이렇게 총 다섯. 여기서 저들의 차이점은, 장남 이재영, 삼남 이재현, 장녀 이희윤은 같은 배 속에서 나왔고, 차남 이재형과 차녀 이희연은 일명 ‘첩실’이라 불리는 여인의 배에서 태어났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그들의 사이가 좋을리 없었다.

전 삶에서 나는 차남 이재형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장남 이재영과 모종의 거래로 인해 삼현일가의 일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이건은 차녀이자 막내딸인 이희연을 아주 순수하게 키웠다. 그녀는 어떠한 강요도 받지 않고 자랐고 재벌가의 여식이라는 ‘선입견’에는 어울리지 않게 봉사활동에 평생을 매진하던 그런 사람이었다.

잠시 머릿속에 떠올랐던 이건 일가의 생각을 접고, 힐끗 찰리 박을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시선을 정호석에게 돌려 말했다.

“경호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죠?”

“회장님과 천혁수 회장님의 경호는 12인 1조 3교대로 이뤄지고, 중역들의 경우 4인 1조 3교대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훌륭한 경호였다.

이정도면 사실 대한민국에서는 위협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워낙 미친 짓거리를 일삼는 삼현 놈들을 생각하면 부족하다 싶긴 했다.

“주요 중역들 경호 늘리세요, 8인 1개 조로.”

“예, 알겠습니다.”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을 짓고 있는 찰리 박.

그러나 나는 그의 두 눈에서 약간의 공포를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한번 경험이 있으니 그런 것 같았다.

“아따~ 요즘 심심혔는디 잘 되았습니다. 저도 잠깐 경호원으로 취직 좀 시켜 주십쇼.”

김장원의 말에 강기태가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아! 김 사장님 경호면, 제가 받고 싶은데요?”

“워따, 우리 강 본부장님 경호믄 널널 하겄네요잉.”

두 눈 가득, 허락을 요구해오는 김장원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하고는 찰리 박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런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SKY 가드는 최정예 특수부대 출신들입니다.”

“예, 회장님.”

다시 정호석에게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백철웅 사장에게도 언질을 주세요, 할아버지의 경호를 신경 쓰라고.”

“예, 회장님.”

***

쩍쩍 갈라진 땅 위로 시들어가는 풀떼기들이 애처롭게 보이는 척박한 땅. 그 위에 지프차 수대가 거친 엔진음을 토해내며 지나간다.

멕시코 특유의 발음 스페인어와 여러 억양이 섞인 영어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아오!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싶어.”

“크, 시원한 맥주에 셀리의 궁둥이를 두들기고 싶군.”

“대장, 대장은 뭐 하고싶은거 없어?”

그들에게 대장이라 불리는 남자는 전형적인 동양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날카로운 눈매와 함께 국방색 러닝 위에 선명하게 보이는 군번줄은, 그가 군인이거나 군인 출신임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닥치고 운전이나 해.”

그의 딱딱한 말에 차 안은 다시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황량한 땅을 지나 차량은 작은 마을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마을의 중앙, 커다란 저택의 철제문 앞에 선 차량.

철제문에 서 있던 사내들이 총구를 겨누고 운전기사는 바깥으로 머리를 쭉 빼며 말했다.

“이봐, 우리 까마귀야 임무 완료라고!”

철제문 앞 경비실에 있던 사내가 흰색 이를 보이며 걸어와 말했다.

“아 까마귀 꼬레아에서 연락이 왔던데? 사미온? 뭐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아.”

대장이라 불린 동양인이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삼현?”

“오 맞아 그런 발음이었어.”

동양인의 입에서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노친네가 죽지 않은 이상 그럴 일은 없을 텐데?”

“뭐라는 거야? 하여튼 세실리아가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을 테니까 전화해 보라고.”

평소와는 다른 대장의 모습에 부하들은 어리둥절한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권위적이고 점잖던 그가 지금은 꽤 다급하고 부산스러워 보이는 모습으로 세실리아를 찾고 있기 때문이었다.

“세실리아! 전화번호!”

“아, 여, 여기.”

가로채듯 세실리아의 손에서 메모장을 받아 들고는 전화기를 찾아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이재형님?

“누구야.”

-남종현 비서실장입니다.

“아, 실장님 아버··· 회장님이 돌아가셨습니까? 아니면 우리 희연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에요?”

수화기 너머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리내!

“······”

-재형이냐?

“큰형··· 큰 도련님입니까?”

-그래.

“어쩐 일로 연락하셨습니까? 희연이 결혼식, 희연이 장례식, 회장님의 장례식이 아니면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요.”

이재형의 얼굴은 매우 차갑게 변했다.

전장의 까마귀란 별명다운 얼굴에 그의 주변을 지나던 인적이 뚝 끊겼다. 아무도 그에게 다가서지 않았다. 이럴 때 자신의 대장을 건드리는 것은 사지에 스스로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부하들이었다.

-일 좀 하나 하자.

“회사 일에는 관심 없습니다.”

-언제까지 바깥으로 돌 거야?

까드득 입을 앙다물었던 이재형이 씹듯이 말했다.

“내가 누구때문에 이러고 있는지 몰라서 묻진 않겠죠?”

-쯧쯧, 그만하면 됐다. 네 마음도 충분히 알아들었으니까 들어와.

“끝내 내 모가지를 가져가야 속이 시원하겠습니까?”

-네 놈 그 하찮은 모가지는 필요 없다. 너 같은 쓰레기들에게 아주 잘 어울릴 일이 있어.

“일없습니다.”

막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오빠! 오빠야?

듣고 싶고 그리운 목소리에 덜컥 움직임을 멈춘 그.

-희연아, 큰오빠가 얘기 다 하고 바꿔줄게?

-으응···

-잠깐 나가 있을까?

-꼭··· 바꿔 줘야 돼?

-그래그래.

“시발···”

-애 듣겠다 욕을 하고 그러냐?

“원하는 게 뭐요.”

얼굴이 보일 리 없는 전화지만. 어쩐지 이재형은 히죽 하고 웃고 있는 이재영의 그 더러운 면상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일만 잘 처리하면, 삼현 시큐리티 네 놈에게 주마 한 입으로 두말하는 놈 아니란 건 잘 알지?

소스라치게 놀란 이재형.

짧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고.

“뒤질 가능성이 높은 일인가 보네요, 뭐 대통령이라도 암살해야 됩니까?”

-크하하, 그 정도 각오면 충분할 것 같으니까 네 놈이 데리고 다니는 그 피 냄새 나는 놈들이랑 같이 들어 와! 나머지는 만나서 얘기하자.

“일없으니까, 남 실장에게 전달하시오 피차 얼굴 봐서 불편한 사이 아니요?”

-쯧, 재현이가 죽었다.

잠시 눈을 부릅떴다 다시 무표정하게 변한 이재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약이라도 처먹었소?”

-그래, 약물 과다복용으로 떠났지.

“간덩이 부은 놈들이 삼현을 건드리는 모양이네요. 그리고 그것들을 나 보고 처리하라는 거고?”

-오지에서 구르더니 제법 눈치가 있구나.

“그놈들 죽이기 전에 칭찬이라도 해 줘야겠소, 세상 도움 하나 안되는 망나니 하나 죽였으니 칭찬받을 일이지.”

-쯧쯧, 아무리 그래도 같은 핏줄이야.

“핏줄은 지랄, 당신도 좋지 않습니까? 경쟁자 하나 사라져서.”

-크크크크, 크크크크 하하하하하하!

듣기 싫은 웃음소리에 절로 미간을 찌푸린 이재형.

-제정신으로 하는 얘기냐? 이재현 그 핏덩이가 내 경쟁자라고? 파하하하!

어느 순간 웃음소리가 뚝 끊기고.

-내 경쟁자는 아버지뿐이야, 착각하지 말아라.

“······”

-알아들었으면 들어와.

***

오랜만에 할아버지와 함께 외출했다.

회사와 집만 오가던 일정에서 나름대로 신선한 일상이라며 서로를 위로했다. 싸늘한 겨울바람을 맞으며 걷는데 할아버지가 묻는다.

“요즘 부쩍 사람을 많이 붙이는구나.”

“이건의 장남이 귀국했다고 해서요.”

할아버지는 제깟 놈들이 뭘 어쩌겠냐는 표정이지만, 항상 설마는 사람을 잡는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삼현이라면 더더욱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

“놈들은 이미 욕심이 뇌수까지 들어찬 놈들입니다.”

“쯧쯧, 욕심에 눈이 멀어 헛짓거리할 거란 얘기구나.”

“예, 반드시 그렇게 될 겁니다. 거의 무조건이라고 봐도 좋겠죠.”

“그래서 여길 온 게냐? 우리 가문을 지켜줄 아이들을 보려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SKY가드, SKY시큐리티, SKY PMC의 꿈나무들이 훈련하는 훈련소를 찾은 것이 맞다. 그들이 지켜야 할 사람이 우리란 것을 알려주기도 하며, 또 그들의 노력을 치하하려는 생각도 있었다.

정호석이 웃으며 말했다.

“하하, 회장님 녀석들도 좋아할 겁니다. 천우진 회장님과 축구하는 걸 꽤 즐기거든요.”

“음? 우진이 이놈이 아이들과 축구를 즐겼어?”

“예, 한 달에 두어 번 정기적으로 들리셨습니다.”

“눈도장을 단단히 찍는구나.”

백철웅이 나섰다.

“축구에서 이긴 팀에게는 꼭, 보너스를 지급하셨다고 합니다.”

할아버지는 알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놈, 아이들에게 안 좋은 것을 가르쳤구나.”

“하하, 보너스라고 해봤자 고기 파티에요.”

할아버지와 정호석, 백철웅은 ‘아이들’로 치부했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가드와 시큐리티의 꿈나무들은 고등학생부터 존재하니 아이들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PMC 꿈나무들은 달랐다.

이미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럼 그들이 받는 훈련이 무엇이냐? 특수부대 출신의 교관들은 그들에게 아주 혹독한 훈련을 지시하고, 그들은 훈련 성적에 따라 기본임금과는 또 다른 차등 지급되는 보너스를 받는다.

당연히 그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1년의 훈련 과정이 지나면 그들은 정직원이 되고 훈련성적에 따라 직급을 부여받는다. 그중 최정예만이 이곳 SKY 특수 훈련소의 교관이 될 자격을 얻는다. 당연히 이곳의 교관들이 받는 대우는 차원이 다르다. 어지간한 대기업 중역급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PMC 쪽으로 갈 겁니다.”

“녀석, 그래서 굳이 걸어가는구나?”

할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아래쪽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걷는 이유.

가드와 시큐리티의 아이들의 생각에 ‘차별’이란 것이 박히는 걸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기우’라고 정호석은 얘기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것은 누구도 짐작하기 어려운 것이니 굳이 걷는 것을 택했다.

조심스럽게 도착한 곳에는 검은색 드로즈 팬티를 착용한 약 40여 명의 인원이 훈련을 받는 곳이었다.

“열심히 하는구나, 몸만 봐도 알겠어.”

할아버지의 말처럼 나도 저들의 몸만 보아도 저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훈련에 임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몸 곳곳에 피딱지가 물들어 있는 그들.

저 피딱지는 해수에 젖은 옷이 얼거나 말라서 피부를 상하게 할 때 생기는 상처였다.

“우진이 네가 PMC를 만든 이유에··· 삼현이 포함되어 있는가 보구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할아버지의 말에 동조했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꼭 삼현 때문이냐 하면 그건 또 다른 문제였다. 삼현의 영향을 50으로 본다면 다른 외부의 영향도 50을 두고 싶었다.

군수기업을 설립하는 순간, 나는 많은 테러리스트의 블랙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생각한다. 테러리스트뿐 아니라 각국의 정보부처의 리스트에도 분명 오를 테고, 해외 일정이 잡힐 때면 부득이하게 총기와 특수전 훈련에 특화된 인물들이 필요하다.

“한국의 특수부대는 나름 명성이 있죠.”

“그렇지.”

“그 명성은 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 요인 경호등을 통해서요.”

“말은 잘하는구나.”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당분간 해외 일정이 많을 것 같습니다.”

“무기와 자동차 때문에?”

“예.”

“그래서 보고 싶었던 것이냐? 우진이 너를 지켜줄 사람들이 얼마나 강한 이들인지.”

“아뇨, 얼굴이나 기억해두고 싶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어쩐지 서글픈 눈으로 날 바라보셨다. 내 말뜻을 알아들으신 모양이다.

“쯧, 쓸데없이 따뜻하구나. 큰일을 위해서는 차가울 줄도 알아야 한다.”

“걱정하지마세요, 차갑다 못해 시릴 테니까.”

“오냐, 물질이 모든 것을 보상해 줄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널 위해 힘써준 아이들이 탄복할 보상을 내려 주거라.”

“명심할게요.”

즉답하는 내 어깨를 토닥이는 할아버지.

“녀석··· 이 할애비를 안심시키려고 굳이 이곳에 오자고 했구나, 네 놈이 해외에서도 안전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또 있죠, 한국에서 할아버지도 누구보다 안전할 겁니다. 대통령보다 더욱더.”

“오냐, 뉘 있어 감히 이 천혁수를 건드리겠더냐?”

“해외 일정 전에, 삼현 전자의 주식을 매수할 겁니다. 공격적으로요.”

“놈들이 가만히 있으니 먼저 치겠다?”

“놈들 자금이 씨가 마르길 바라거든요.”

할아버지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유상증자라도 하길 바라는가 보구나··· 지배력이 약해질 틈을 억지로 벌리겠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리고, 쥐도 궁지에 몰리면 이를 드러내는 법이죠.”

“오냐, 귀찮아도 당분간은 감수하마. 네 놈 마음이 편할대로 하거라.”

“예, 차량도 바뀔 겁니다 할아버지.”

“쯧,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 이미지가 좋진 않을 게다.”

“어쩔 수 없죠, 그 정도는 감수해야 되요.”

“알았다.”

됐다.

내가 가장 걱정하던 부분 하나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할아버지가 고집스럽게 자존심을 세우실까 그것이 걱정되었다. 경호를 계속 충원한다고 요즘 들어 부쩍 잔소리하시던 할아버지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방탄차량까지 떡하니 나타난다면 일언지하에 ‘싫다’라고 거절하실까 걱정이었다. 내가 아는 삼현 놈들이라면 반드시 꿈틀거릴 것이고, 그것은 우리가 아는 ‘상식’과 법치국가에 어울리는 ‘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짓거리일 게 뻔했다.

돈으로 안 되고, 정치 공작으로도 안 된다.

그럼 놈들이 선택할 방법은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적을 제거하는 것.

놈들은 알까? 내가 제 놈들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있다는 것을, 삼현의 방식은 내게 너무나도 익숙한 것이라는 것을.

< 제 64화. > 끝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