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살검협-252화 (252/334)

EP.253 이부 오장 - 실종, 조사 (2)

* * *

용봉단은 엿새를 내리 달려 사천 땅에 도착했다.

물론 정상적인 속도의 이동이 아니었던 만큼. 도착 직후의 단원들은 멀쩡한 상태일 수가 없었다.

“와, 진짜 죽을 뻔했네.”

언혁의 말처럼 그들은 생사를 오가는 경험을 했다.

수면시간은 고작 하루 3시진, 눈을 뜨자마자 운기조식으로 공력을 채우고 식사 시간을 제외한 매 순간 경공을 발했다.

첫날은 공력 배분에 실패한 언혁과 남궁소아, 그리고 모용진이 중간에 엎어지곤 목리원에게 들려 움직였으며 둘째 날은 강서휘가 쓰러져 목리원에게 업혀 갔다.

셋째날은 더욱 지독했다.

결국 목리원을 제외한 전원이 한 발짝도 더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어 결국 휴식을 취하게 된 게 아니겠나.

시급한 일이기는 하나 그쯤 되니 단원들은 목리원에 대한 원망을 품었다.

하나, 그것을 마냥 토해낼 수는 없는 이유가 있었다.

“실력은 빨리 늘지?”

“…내공 배분의 중요함을 깨닫는 중이다.”

쉬지 않고 움직이며 매 순간 공력을 발하는 행위에서 그들은 깨달음을 얻었다.

이 강행군이 일종의 수업이 된 것이다.

공력의 배분과 지속, 그리고 휴식과 이동의 반복 중 드러나는 스스로의 한계점을 정확히 깨닫게 되니 원망 어딘가엔 향상심이 싹 터 그들의 몸을 이끌었다.

곧 죽어도 용봉(龍鳳)이다.

다음 대 강호를 책임질 가장 특출난 후기지수들이다.

고통 속에서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바로 그들이니, 그들은 이 강행군에서도 성장을 꾀한 것이다.

여하튼 그런 과정을 거쳐 겨우 도착한 당문의 본채.

마중 나온 것은 당화서의 측근 중 하나인 젊은 시녀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목 대협.”

“그렇소. 7년 전에 뵌 이후로 처음이구려.”

목리원은 이미 이 시녀를 만난 일이 있었다.

다름 아닌 당문의 혈사 때였다.

전 문주였던 독왕과 그들의 측근을 모두 쳐낼 당시 당화서가 세워둔 내각의 관리인이 그녀였던 것이다.

오랜만의 만남이니만큼 인사를 나눌 법도 하나, 두 사람에겐 그런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소저가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맹의 자격으로 찾아왔소. 협조해주시겠소?”

“예, 준비는 다 되어 있으니 안으로 드시지요.”

시녀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도착한 곳은 거대한 회의실이었다.

시녀는 조사한 자료를 목리원에게 건네며 말했다.

“시작은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실종사건이었습니다.”

“실종사건 말이오?”

“예, 백련교의 교인이 목격되었던 마을에서의 실종이라 미심쩍은 점이 존재했지요. 가주께선 곧장 전서구를 날려 당문의 무인을 파견할 것을 지시하셨습니다.”

“그 무인들도 실종된 것이겠구려.”

“그렇습니다.”

어지간해선 직접 행차하기보단 사람을 부리는 게 당화서의 일처리 방식이다.

한데 그런 그녀가 직접 나섰다는 것은 앞선 파견인들이 일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일 테고.

꽤 쉬이 파악할 수 있는 인과였다.

“계속 말해주시오.”

“가주께서 이곳에 도착하신 것은 약 3주 전의 일입니다. 경공을 발해 달려오셨지요. 일의 파악에 하루, 직접 나선 것이 또 하루가 지난날. 그렇게 실종되셨습니다.”

나선지 하루 만에 실종이라니, 헛웃음도 안 나오는 일이었다.

“…소저가 움직였던 동선은 알고 계시오?”

“예, 가주께서 새로운 장소로 향할 때마다 기록을 남기셨기에 건네드린 자료에 대략적인 것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인근의 산맥을 찾아보겠다 이르신 것이 끝이라.”

결국은 발로 뛸 수밖에 없다는 말이리라.

목리원은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출발을 준비하려 했다.

하나, 그럴 수 없었다.

“끄응….”

멈칫, 목리원의 걸음이 멎었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지난 강행군 탓에 피로를 호소하는 단원들이다.

다그치고 다그쳐 제때 도착했다곤 하지만, 이런 상태로 끌고 나갔다간 전력이 아닌 짐덩이만 될 것이었다.

목리원은 깊은 숨을 흘려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원아, 너 혼자만 신경 써도 되는 자리가 아니지 않더냐.’

이제 단주였다.

단원들을 이끌어야 하는 자리에 앉아있는 만큼 감정보단 책임감을 우선시해야만 했다.

“일단 다들 휴식을 취하거라. 나도 자료를 더 훑어봐야 하니 출발은 내일로 하자꾸나.”

그 말에 단원들의 안색이 조금이나마 밝아졌다.

목리원은 쓰게 웃었다.

“미안하구나. 이리 보채어서.”

사과의 말을 끝으로 목리원은 방을 나섰다.

*

그날 밤 목리원은 당문에서 정리한 자료를 유심히 살폈다.

드러난 것은 사건의 개요와 당화서의 대략적인 동선이 끝.

하지만 그 속에서도 분명 보이는 사실이 있었다.

그것은 목리원이기에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소저는 실종자를 찾은 게 분명하다.’

그녀의 동선은 최초 실종사건이 일어난 마을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뻗어 인근 다섯 개의 마을까지 확장됐다.

그 마을 사이사이에 산맥을 수색했고, 결국 그 끝에서 최종적으로 예의 산맥을 향했다.

맹점은 그녀가 그 산맥으로 향한 후 후속조치 없이 곧장 실종됐다는 것이다.

이상하지 않나.

그녀의 철두철미한 성격상,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면 조사하기 전에 후속 부대의 지원 따위를 요청했을 것이다.

한데 홀로 그곳에 들어갔으니, 그에 떠오르는 추측이 있단 말이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했다.’

시간을 지체했다간 희생자가 나오는 상황이 아니었을까.

목리원이 아는 당화서라면 분명 본인보단 양민을 지키기 위해 움직였을 터.

실종자를 찾았고, 그 실종자가 급박한 상황이라 홀로 진입했다가 같이 위험에 처한 게 아닐까.

목리원의 미간이 좁아졌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면 이러고 있을 틈이 없다는 생각이 또 치솟는다.

지금이라도 발걸음을 보채야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중이었다.

“단주님, 들어가도 돼요?”

남궁소아가 찾아왔다.

목리원은 표정을 수습하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괜히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이유였다.

“들어오거라.”

“실례 좀 할게요.”

문을 열고 들어온 남궁소아는 품에 주전부리를 안은 채였다.

“그게 무어냐?”

“드시고 하시라구요. 쉬시라고 말해도 안 들을 것 같으니까 뭐라도 챙겨드려야죠.”

가볍게 먹기 좋은 작은 크기의 다과였다.

“…고맙구나. 놓아두고 가거라.”

“괜찮은 거 맞아요?”

목리원이 흠칫 떨렸다.

남궁소아는 그 모습에 에휴, 한숨을 쉬곤 말을 더했다.

“단주님도 좀 쉬셔야 할 것 같은데요.”

“나는 괜찮다.”

“안 괜찮아 보여요. 평소랑 다르게 엄청 조급하신데 뭘.”

그리 보였던 건가.

아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나름 드러내지 않으려 해봤지만 원체 뭔가를 숨기는 일엔 서툴지 않았나.

실제로 조급함에 사로잡혀 있었으니 그게 다 드러난 것이겠지.

문득, 오늘까지 고생해온 단원들까지 생각이 뻗쳤다.

“아이들은 어찌하고 있느냐.”

“다 곯아떨어졌죠. 저도 누우면 바로 기절이고.”

“그럼 가서 쉬어야지.”

“단주님이 안 쉬는데 제가 어떻게 쉬나요? 이래 봬도 부단준데.”

“푸흐!”

목리원은 작게 웃었다.

“부단주를 시켜주겠다고 한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저 아니면 누가 해요?”

“경오가 해도 되겠지. 제일 강하지 않느냐.”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죠?”

남궁소아가 끔찍하다는 듯 인상을 구겼다.

목리원은 결국 폭소했다.

어찌 저들끼리 사이가 저리 안 좋을 수 있을까.

꼭 7년 전의 일들이 떠오른 까닭이다.

“끔찍한 소리 마요. 솔직히 저 아니면 부단주감 없는 거 단주님도 알잖아요?”

“이 녀석, 어찌 챙겨주러 오나 했더니 아부를 하러 온게로구나.”

“아부라도 챙겨주러 왔다는 게 중요하죠 뭐.”

남궁소아가 씨익 웃었다.

그 작던 아이가 이리 영악하게 자란 걸 보니 참 세월이 무상하다는 생각이 치솟았다.

그리고, 동시에 감사함이 차올랐다.

대수롭지 않은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새 불안감이 조금 가시고 있었다.

조급함에 뜨거워졌던 머리가 조금 식는다.

“들어가서 자거라. 나도 조금만 더 살피다 누울 생각이니.”

“넵, 내일 뵐게요. 당문주님은 꼭 찾을 수 있을 테니까 걱정 마시고.”

남궁소아는 그리 말하고 곧장 방을 빠져나갔다.

목리원은 다과를 집어 들었다.

그렇게 바스락, 소리를 뒤로한 채 조금 더 냉정하게 자료를 살피기 시작했다.

*

다음 날이 밝았다.

목리원은 밤을 꼴딱 세웠으나 초월에 이른 신체는 고작 그정도로 피로를 호소하는 일이 없었다.

단원들 상태도 훨씬 괜찮아진 상태.

“자, 그럼 따라오거라.”

목리원은 곧장 단원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목적지는 명확했다.

밤을 새운 조사 끝에 대충 살펴야 할 곳을 추려낸 까닭이다.

“산?”

“평범한 산은 아닐 터다.”

그랬다면 당화서의 실종이 이해되지 않는다.

그녀의 무력이 범상한 수준인 것도 아닐진대 어찌 적습에 당했다고 실종되느냔 말이다.

그러니 그녀의 실종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은 하나였다.

“진법이 있을 것이다.”

이 산맥 어딘가에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는 진법이 있을 터였다.

7년 전처럼 제갈산이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니 빠져나올 길을 찾지 못했다 보는 게 가장 합당했다.

그런 생각으로 목리원은 산을 수색하기 시작했고, 해가 하늘 위로 높게 뜰 때쯤 찾아냈다.

“지, 진짜 진법이네요.”

산맥의 어느 협곡, 목리원은 흐릿하게 공간이 일렁이는 자리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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