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살검협-251화 (251/334)

EP.252 이부 오장 - 실종, 조사 (1)

* * *

회의가 한창인 중이었다.

“그리해서… 용봉단주, 듣고 있는가?”

“…아, 죄송하오. 듣고 있었소. 금주 맹의 방침에 관한 내용 맞소?”

“그렇네만… 자네 괜찮은 것 맞나?”

적운대주 강찬이 물어옴에 목리원은 어색하게 웃었다.

그의 손은 아직도 입을 가리고 있었다.

입술의 흉이 신경 쓰여 내용에 집중하지 못했다고 어찌 말하겠는가.

목리원은 와중 귀에 들어왔던 단어들을 되새기며 답했다.

“친선 비무는 자중하고 기강 확립에 집중하라는 말이었는데, 잘 이해한 게 맞소?”

“그렇네. 청룡 비무회가 막 끝나서 한창 어수선하지 않나. 게다가 백련교가 기승을 부리니 더 군기를 바로 잡아야지.”

“내 단원들에게 잘 이르겠소.”

강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심통 난 얼굴이었는데, 이유는 다름 아닌 청룡 비무회 탓이었다.

32강까지 올랐으나 하필 거기서 일운을 만나 탈락, 듣기로는 아슬아슬한 승부가 펼쳐졌다 하는데 강찬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않은 승부였는지 ‘청룡 비무회’라는 말만 나오면 저리 심통 난 얼굴을 만들고 있었다.

“…여하튼, 회의는 여기까지. 해산하겠네.”

회의가 끝났다.

목리원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곧장 맹을 나섰다.

오늘 일이 모두 끝난 것도 끝난 것이고, 무엇보다 입술의 흉이 신경 쓰여 밖을 돌아다니기 힘든 게 아니겠나.

곧장 지내고 있는 당문의 장원으로 향해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이었다.

“묵룡 대협.”

당화서의 부관인 소향이 그를 찾아왔다.

“가주께선 일정이 있어 2주간 자리를 비우십니다.”

“음? 갑자기?”

“예, 갑작스런 일정이라서.”

소향은 껄렁한 태도로 답했다.

언제나 피로를 달고 사는 여인이니 그것에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목리원이 물은 것은 하나였다.

“위험한 일이오?”

어지간해선 본인의 일정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당화서다.

모든 일정은 최소 일주일 전에 확정 지어 두고 절대 그 선상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는 여인임을 이미 잘 알고 있는데, 그런 그녀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자리를 비운다니 걱정이 되는 것이다.

소향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천의 일입니다. 요즘 백련교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지라.”

백련교.

그 단어에 목리원의 미간이 좁아졌다.

다른 게 아니라 오늘 회의의 안건 중에도 그와 관련된 것이 있었던 까닭이다.

“…분명 서방에서 온 종교였지.”

“예, 마지막 등장이 백 년도 더 전이었건만 이제와 이 시기에 중원으로 흘러들어오니 마교와의 연관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 내용도 들은 것 같소.”

애초에 백련교와 천마 신교가 같은 뿌리에서 나온 종교임과 그들이 어느 순간부터 왕래하지 않았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 강호의 상황이 그렇지 않나.

마교의 침공이 고작 7년 전이다.

그리고 그 전쟁은 양측의 최고수를 잃는 것으로 미진한 끝을 맺었다.

돌다리도 두드려보라는 말도 있는 판국에 그를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목리원은 턱을 쓸며 말했다.

“한데 소저가 직접 행차해야 할 일이라니 조금 걱정이구려.”

“큰일은 아니라 하셨습니다. 다만 고수가 있어야만 하는 상황도 염두에 두는 것이지요.”

“그럴 거라면 나를….”

…데려갈 수는 없겠구나.

이제 개인이 아닌 맹 휘하의 단체를 이끄는 단주다.

사적인 목적으로 데리고 다니기엔 서로의 입장이 너무 다르다.

목리원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무 일 없어야 할 텐데.”

“뭐, 큰일이야 있겠습니까?”

“걱정되지 않으시오?”

“가주님을 걱정한다고요? 제가?”

소향이 헛웃음을 흘렸다.

목리원은 그제야 “아” 소리를 내며 납득의 뜻을 내비쳤다.

‘그러고 보니 소저도 이제 초절정의 고수구나.’

연인으로서나 사람으로서는 참으로 든든함에도 무력적으로는 언제나 걱정부터 드는 여인이다 보니 잊고 있던 사실이었다.

지켜줘야 한다는 인식이 박혀버린 것이다.

‘그래, 소저도 어엿한 고수인데 별일이야 있겠느냐.’

강호를 다 뒤져도 초절정의 무인은 세 자릿수를 넘어가지 않는다.

그녀는 그런 최고수이자 백도 무림을 지탱하는 다섯 가문 중 하나의 주인이다.

목리원은 분명 별일 없으리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불안감을 털어냈다.

그렇게 2주일.

“…가주께서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당화서가 돌아오지 않았다.

일정의 오차를 생각해 나흘을 더 기다렸으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다시 사흘.

“묵룡, 임무라네.”

임무가 하달됐다.

“사천으로 향해주시게.”

실종된 당화서를 찾는 임무였다.

*

용봉단의 단주 집무실.

한데 모인 단원들은 목리원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용봉단의 자격으로 하달된 첫 임무라는 것에 설렘이나 긴장을 품기엔 목리원의 기색이 평소와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었다.

“…소식은 들었으리라 생각한다.”

목리원이 입을 열었다.

평소처럼 느긋하고 부드러운 어조는 아니었다.

그는 꼭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사람처럼 억눌린 목소리에 눈빛까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오늘 당장 사천으로 향한다. 임무는 조사, 실종된 당문주를 찾고 그곳의 일을 해결하는 것이다.”

오대 세가의 가주가 실종된 대 사건이다.

그것도 하필 단주 목리원의 연인이 사라진 사건이다.

단원들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와중 남궁소아가 물었다.

“알려진 정보는 어떤 것이 있나요?”

“소아가 질문을 잘했구나.”

목리원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소저… 그러니까 당문주가 사천으로 향한 목적은 백련교의 조사를 위해서였다. 그들이 사천에서 일을 꾸미고 있다는 정황이 발견되어서 직접 행차하셨었지.”

“더 자세한 정보는 없나요?”

“아쉽게도 없구나. 그나마 있는 정보라곤 행적이 끝인데, 그마저도 불확실한 점이 많아서 판단이 힘들다.”

목리원의 입에서 한숨이 삐져나왔다.

남궁소아는 그의 심경을 이해했다.

조급해 보이는 행동은 어찌 당연한 일이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리 깨가 쏟아지던 연인이 사라진 것 아닌가.

“바로 준비하고 오겠습니다. 자, 다들 뭐해? 안 움직이고.”

“꼭 지가 부단주인 것처럼 구네.”

강서휘가 흥 코웃음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를 이어 나머지 셋도 일어났다.

“1각을 주마. 긴급 임무를 대비한 짐을 항상 싸놓으라 한 것은 기억하고 있겠지?”

목리원의 말에 단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들은 모두가 짐을 싸두고 있었다.

딱 한 사람만 빼고.

‘…아, 큰일 났네.’

잠룡 언혁, 그는 등 뒤로 식은땀이 삐질 흐르는 것을 느꼈다.

짐을 싸아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같은 방에서 지내는 모용진 탓에 그럴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그에게 꼼꼼하게 짐을 싸는 모습을 보여줬다간 ‘게으른 천재’라는 인상에 혼선을 줄 수 있어 싸두지 않은 것이었다.

업보가 돌아오고 있었다.

언혁은 조급해졌다.

“그럼 해산!”

목리원의 외침과 동시에 가장 먼저 언혁이 뛰쳐나갔다.

“쟤 왜 저래?”

“몰라, 또 병신같은 짓거리나 하는 거겠지.”

그의 소꿉친구인 강서휘만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

목리원은 내내 그런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그럼에도 불안감이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당화서의 실종이기 때문이다.

그녀가 연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기 때문에 불안한 것 아닌가.

무슨 일을 앞두고서도 세 번은 생각하며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여인이 바로 그녀다.

위험에 처하더라도 그 위험을 알릴 구석은 만들어두고 움직이는 게 그녀다.

한데 그녀가 소식조차 없이 실종되었다.

‘연락책까지 모두 당했다.’

혹은 감금당했다.

목리원의 눈빛이 서늘해졌다.

백련교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이 물씬 샘솟고 있었다.

그것이 살기가 되지 않도록 정신을 다잡는 일이 꽤 힘들다.

이미 성련의 비술을 익히고 있는 몸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흔들림이 속에 있는 것이다.

목리원은 숨을 길게 흘렸다.

“단주님! 준비 끝났습니다.”

남궁소아를 필두로 단원들 전원이 봇짐을 싼 채로 전각 앞에 모였다.

와중 언혁이 유독 헉헉대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유야 뻔하긴 하지만 혼을 내는 것은 나중 일.

목리원은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바로 출발하자. 더 자세한 내용은 움직이면서 설명해주마.”

“이동 수단은….”

“경신술로. 수련이라고 생각하거라.”

말보다는 경공이 빠르다.

실제 속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길의 굴곡짐이나 산림의 울창함을 일직선으로 뚫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랬다.

아직 아이들이긴 하나 모두가 절정의 무인.

시간이 촉박한 임무인 만큼 목리원은 과격한 방책을 고른 것이었다.

“힘들면 말하거라. 휴식할 틈 정도는 줄 테니.”

그리고 목리원의 몸에서 기파가 풀려 나왔다.

“출발한다.”

퉁―!

목리원의 신형이 치솟았다.

“야, 야! 빨리 쫓아가자!”

그에 남궁소아가 단원들을 다독여 공력을 발하기 시작했다.

단원들은 이를 악물며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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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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