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살검협-102화 (102/334)

〈 102화 〉 십이장 ­ 임무, 조사 (9)

* * *

목리원은 기감을 다듬었다.

전신을 타고 흐르는 포악한 내력은 이미 그릇을 흘러넘치고 있었다.

그 내력을 자극하는 것은 농후한 살기와 포악한 마기.

그리고 멍한 시선이었다.

“뚫으면 그만이라….”

연리건이 그리 말하며 검을 고쳐 쥐었다.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그것은 분명한 형태의 검술을 하고 있었다.

“…오만. 하나, 그럴듯하다.”

화아악!

검붉은 마기가 그의 검과, 전신을 휘감았다.

“그것이 천살(??)의 업이니.”

뿌드득!

연리건의 오른팔이 부풀었다.

비정상적인 수준이었다.

근육이 조이고 맥동하며 부푼 두께는 왼팔의 두 배는 될 정도였으니, 목리원은 저것이 그가 사용하는 마공의 진신임을 알 수 있었다.

살기가 더욱 짙어진다.

그와 동시에 목리원의 눈에는 보이기 시작했다.

회백색으로 탈색된 시야에서 붉은색으로 도드라지는 연리건의 빈틈이.

‘살로(??).’

그를 죽일 수 있는 길이었다.

저 길을 따르면 연리건의 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하나, 목리원은 그러지 않았다.

살귀로서 승리하는 것은 정당한 승리가 아니기에, 또한 닿고자 하는 것은 그런 다른 곳에 있었기에.

“알아서 피해 보시오.”

목리원은 발을 내디뎠다.

탁!

가벼운 소리와 함께 어느새 목리원이 연리건의 코앞에 당도했다.

검을 휘둘렀다.

까드드득!

소용돌이치는 묵색의 검기가 깎아지르듯 연리건의 검면을 갈기 시작했다.

연리건은 크게 몸을 회전시켜 목리원을 튕겨냈다.

그리고 검을 휘두르려던 순간.

흠칫.

느껴지는 살기에 눈을 굴렸다.

소용돌이치던 묵색의 검기가 아직 그곳에 있었다.

목리원이 저리 떠나갔음에도, 홀로 남아서.

‘기공(??)!’

검기에 의지를 불어넣어 검을 떠나서도 상대에게 해를 입히는 수법.

아직 미숙하긴 했으나, 기본은 모두 지키고 있었다.

과연 목리원은 그의 단언대로 이 순간 초절정에 도전하고 있었다.

콰앙!

검기가 터지며 연리건의 옆구리에서 피가 튀어 올랐다.

하나 연리건은 이를 악물며 검을 고쳐 쥐었다.

검끝을 목리원에게로 향한 채로 조준했다.

그것은 투창(??)을 준비하는 자세와도 같았다.

흉악하게 솟은 마기가 검면에 달라붙어 혀를 날름거렸다.

이윽고, 연리건이 검을 내던졌다.

폭마검(??), 투(?).

연리건이 던진 검이 목리원이 있던 자리에 꽂히며 폭발했다.

콰아아앙!

폭음과 함께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났다.

‘피했군.’

연리건은 조금도 흐려지지 않은 목리원의 기파에 바로 검을 던진 자리로 내달렸다.

그 순간 연기 속에서 목리원이 튀어 나왔다.

연기를 두른 신형이 미친 듯이 흔들리며 검광을 번쩍였다.

만련이검 1식, 탈혼번쾌.

연리건은 몸 위로 마기를 두른 후, 그대로 몸통으로 목리원을 들이박았다.

꽈드드드드득!

피부 위가 갈려 나갔다.

하나, 근육은 보호했다.

그런 생각에 연리건이 눈을 굴린 순간.

‘또 다.’

목리원이 이미 검을 거두었음에도 자리에 남은 기파가 제멋대로 소용돌이치며 재차 연리건의 피부 위를 긁어내기 시작했다.

꽈드드드드득!

총 2회.

같은 공격이 방심한 틈을 타 연달아 이어지니 이제 연리건은 깨달을 수 있었다.

‘갈수록 기공에 익숙해지는군.’

덥썩!

연리건은 검을 회수했다.

그리고 검면 위로 마기를 덧씌웠다.

공세에 나섰다.

화아악!

검을 두른 마기가 몸을 부풀렸다.

짙어지는 마기에 검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연리건이 검을 휘두르자, 그 마기가 쏘아져 나갔다.

폭마검(??), 참(?).

쐐애액!

날개를 펼치고 날아간 검기가 목리원을 뒤덮었다.

하나, 닿지 않았다.

연리건의 미간이 좁아졌다.

‘잔상이었나.’

까다로웠다.

기공이라 함은 보통 하나의 심상을 본으로 하여 그에 맞는 형태로 발현되기 마련인데, 목리원에게선 정해진 심상의 형태가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뻔했다.

‘그리는 중이군.’

목리원은 아직 심상을 완성하지 않았다.

심(心), 기(?), 체(?).

초절정에 도달하기 위해 완성해야 할 것 중, 그가 지금 메꾸고 있는 것은 심(心)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확정적으로 목리원이 초절정에 도달할 터.

연리건은 순간 생각했다.

‘그 전에 죽인다?’

그리고 생각을 접었다.

그가 받은 명령은 목리원의 사살이 아닌 납치였으므로.

콰앙!

다가온 목리원이 검을 휘둘렀다.

강검이었다.

연리건은 불편함을 드러내며 목리원을 튕겨냈다.

‘쉽지 않다.’

천살성(???).

연리건은 그것을 산 채로 포획하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깨달았다.

*

먼 과거, 아직 목리원이 강서성 산골에서 목선오에게 검을 배울 때의 일이었다.

“원아, 너는 절정과 초절정의 차이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그날의 목선오는 웬일로 그런 질문을 해왔다.

그가 경지의 구분에 목메는 행위를 싫어하는 사람이었음에도 말이다.

어린 목리원은 답했었다.

“절정은 검기상인(??人)을, 초절정은 심의(心?)를 다룰 수 있는 게 다른 것 아닌가요?”

초절정이 되어야 비로소 다룰 수 있는 심의.

목리원이 배웠기로, 그것은 내공에 무인의 의지를 담아 기(?)만으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기공(??)의 근간이 되는 심득이었다.

목선오는 싱긋 웃으며 어린 목리원의 말을 정정했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구나.”

“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경지의 구분이다. 진정 절정과 초절정을 나누는 기준은 아니지.”

목선오는 이어 그리 말했었다.

“절정과 초절정이 다른 이유는 따로 있단다.”

“그게 뭔가요?”

“인간의 범주에 서느냐, 초인의 범주에 서느냐. 바로 그것이 기준이지.”

목선오는 말했다.

인간으로서 닿을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절정이오, 그 인간을 넘어서야 닿을 수 있는 것이 초절정의 경지라고.

그렇기에 초절정은 초인의 경지라고.

“모든 이가 뜻을 품고 산다. 또한 누군가의 꿈은 저 하늘이 짓누른다 해도 꺾이지 않을 정도로 굳건하다. 하나, 그것만으로는 닿을 수 없다. 꿈을 꾸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목리원은 그의 미소를 가만 바라봤었다.

자글자글한 주름이 멋들어지게 접히는 미소였다.

“인간이 되어선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이다.”

목리원은 물었다.

“그럼 초절정은 초인들을 위한 경지인가요? 재능이 없다면 닿을 수 없는… 그런 경지인 건가요? 그건 너무….”

“말이 조금 잘못 전달 되었나보구나. 이 스승은 다른 말이 하고 싶었다.”

“어떤 말인가요?”

“무슨 일이 있어도 주저앉지 말라는 말이다. 드높은 벽이 너의 앞을 막아서도 몇 번이고 일어서라는 말이다. 초인은 재능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목리원이라는 사람을 만든 가르침이었다.

“언제나 초인이 되는 것은, 우습지도 않은 꿈에 삶을 불살라 나아가는 우둔한 인간들이었다.”

목리원이 이리 도전을 주저하지 않게 만든 가르침이었다.

“그러니 원아, 초인이 되어라. 인간으로서 끝맺어 짓눌릴 바에, 초인이 되어 네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거라.”

목리원은 그 말을 믿었다.

“너는 능히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다.”

*

목리원은 계속해서 머리를 뜨겁게 만드는 살기를 외면했다.

그리하며 되뇌었다.

‘초인이 되어라.’

인간을 넘어라.

한 발짝 더 내디뎌, 다음을 바라봐라.

속으로나 품던 이상을 실현하라.

목리원은 이미 그 준비를 끝냈다.

알 속에서 갇힌 채 이뤄야 할 것은 모두 이룬 상태다.

‘검술은 통제안에 있다.’

강서성을 나와 강호를 주행한 내도록 수련하고, 배우고, 익히며 이미 스스로 닿을 수 있는 경지의 언덕 위를 올라 섰다.

‘내공 또한 충분하다.’

강호를 나온 이후의 성장은 그전과 달랐다.

더 이상 내기를 쌓는 것을 억제하지 않았으며, 인면지주의 내단, 소환단과 자하단까지 세 개의 영약을 더 보태 성장세를 끌어올렸다.

‘그러니 심(心)이다.’

필요한 것은 심상이었다.

인간을 탈피해 초인으로 들어서며 그려야 할 이상이었다.

탁!

목리원이 연리건을 향해 쏘아진다.

검을 휘두른다.

연리건이 그걸 막고 반격한다.

그리하면 목리원이 살기로 공격을 파악해 피한다.

그 과정 속에서 목리원은 되새겼다.

­초인이 되어라. 인간으로서 끝맺어 짓눌릴 바에, 초인이 되어 네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거라.

지금의 그를 만든 스승의 가르침을.

­강호는 넓고 깊다 말하지. 하지만 나는 그것보다 더 신묘한 게 인간이라 생각하네. 하나의 요소만으로는 그 진가를 모두 알 수 없기에. 또한 평생을 변화하기에 나는 그들의 가능성을 함부로 재단해선 안 된다고 생각하네.

창성(??) 사백운.

그리고자 하는 심상에 세밀함을 더해줬던 그의 말을.

­한참이나 모자라다. 나이대에 비해선 경이적이긴 하나, 강호는 네가 어리다고 봐주는 곳이 아니다.

방만을 꼬집어주던 염소소의 말을.

이제 목리원은 더 먼 곳을 볼 수 있었다.

강호를 볼 수 있었다.

인간을 볼 수 있었다.

스스로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아우르는 길을 볼 수 있었다.

‘걸어야 할 길.’

바라보는 것은 앞으로 걸어가야 할 세계였다.

쿠궁!

묵색의 기파가 더욱 거세게 소용돌이쳤다.

내력을 이제와 울부짖음으로까지 느껴질 포악함을 터뜨렸다.

육체는 전해지는 마기를 계속해서 갈구했다.

다시 한 번 그것을 떨쳐내고, 목리원은 쏘아져 나갔다.

‘이루고자 하는 것은 처음부터 하나였다.’

아주 먼 과거, 한낮에도 시리게 빛나던 검무를 봤다.

아름답고도 벅차오르는 별의 운행을 바라봤다.

그날부터 목리원이 바란 것은 하나였다.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협객과 같이, 이 강호를 환히 비추는 별이 되는 것.

화아아아악!

목리원의 검기가 태동했다.

한없이 펼쳐진 묵색의 기파가 공간을 어둠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인간을 넘어 초인으로.’

검 하나가 별처럼 빛났다.

‘그리 내달릴 것이다.’

목리원이 가속했다.

연리건은 눈을 크게 치켜 떴다.

본능적인 위기감에 검면으로 몸을 막았다.

위로 둘린 것은 이제까지완 다르게 정련된 마기.

한 치의 틈조차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듯 오밀조밀하게 얽히는 마기였다.

폭마검(??), 방(?).

하나, 그것으로는 모자랐다.

마침내 펼쳐진 사내의 이상은 그리도 거대하고 무거운 기세를 품고 있었으니.

새까만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기의 운무 속.

검면 위로 낙하(?下)하는 것은 드넓은 강호를 주유하며 빛나고자 하는 치기 어린 별빛의 염원이었다.

쩌적

검면에 금이 갔다.

그 순간 빛이 폭사했다.

심의(心?), 유성만리(????).

별빛이 공간을 시리게 물들였다.

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목리원은 느꼈다.

그의 심상 속, 이제껏 빈자리로 남아있던 성련신공(????)의 다섯 번째 별자리에 주인이 자리를 잡았음을.

드디어 벽으로 자리했던 고수들과 같은 세계에 들어섰음을.

‘닿았다.’

목리원은 미소 지었다.

인간으로서 닿을 수 있는 절정(?)을 넘었기에 초인(?人).

그럼에도 인간에 걸쳐있기에 초월(??)을 말할 순 없음이니.

결국 이르는 말은 초절정(??)일지라.

목리원은 이제까지 있던 강호의 역사상 그 누구도 이룩하지 못했던 속도로, 고작 18세의 나이로 초인의 반열에 들어섰다.

“커헉…!”

연리건의 입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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