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오장 용봉지회 (14)
* * *
저건 대체 뭐 하는 미친년인가.
상스럽게도, 목리원의 어깨에 기댄 혜운의 모습에 당화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이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주먹이 으스러질 듯 꽉 쥐어졌으며 이는 빠드득 소리가 나도록 갈리고 있었다.
당화서는 이제 그 이유를 알았다.
마침내 깨달은 연심이 저 장면에 분노를 토하는 것이었다.
비무대에 오르기까지 해냈던 명상이, 그것으로 이뤄낸 부동심이 다 으깨지는 것에 당화서가 가쁘게 호흡을 이어가던 중.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있나?”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꽂혔다.
흠칫 놀라 고개를 돌린 당화서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심한 얼굴을 한 사내, 남궁진천이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말 그대로의 의미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있느냐는 뜻의.”
감히 나를 앞에 두고.
그 말까지 꺼내진 않았으나, 당화서는 알 수 있었다.
저 말에 그런 의미가 담겨 있음을.
하나, 그 뜻이 분노는 아니었다.
그는 진실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터다.
자신을 앞에 두고 한눈을 판다는 현상을, 자신보다 중요한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가정을.
‘여전히 기분 나쁜 인종이구나.’
한없이 무기질적이다.
또한 오만하다.
하나, 그렇기에 고고하다.
당화서는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푸른 눈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식는 것을 느꼈다.
“비무에 지장이 있진 않을 테니 걱정마시….”
“묵검이라.”
“….”
“6년간 무얼 하나 했더니, 겨우 사내 하나를 낚아 온 게 끝인가?”
이번 역시 무기질적인 의문.
당화서는 분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런 중에도 남궁진천의 말은 이어졌다.
“6년 전엔 그나마 쓸만했던 것 같은데, 이젠 다른 것들과 다를 바 없어졌구나.”
남궁진천의 시선이 당화서를 한차례 훑었다.
“퇴보했어.”
꽈악.
당화서의 주먹이 쥐어졌다.
“…붙어보기도 전에 그런 말을 했다간 후회하실 텐데.”
“자네는 혹시 백치인가? 무슨 사고를 거쳐야 내가 패배하리라는 결론을 낼 수가 있는 것이지?”
“검룡께선 그간 주둥아리만 수련하셨나 보오. 그리 설전으로 상대를 도발하려는 것을 보니.”
“언어 선택 또한 퇴보했구나. 나는 도발을 하지 않는다. 그런 일에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니.”
당화서의 기세가 험악해졌다.
그에 따라 당연 분위기도 날이 서는 와중, 사이에 낀 애꿎은 사회자만이 눈을 데구르르 시작했다.
“그… 시작해도 되겠….”
“얼마든지.”
당화서의 답에 그제야 사회자는 한발 물러섰다.
그리고 기세를 가다듬은 후 큰 소리로 외쳤다.
[그, 그럼 비무를 시작하겠소! 독봉! 검룡! 앞으로!]
사회자가 손을 들었다.
그러자 남궁진천이 검을 늘어뜨렸고, 당화서는 기파를 줄줄 흘려내기 시작했다.
손이 내려가면 비무의 시작.
당화서는 그 순간을 노리기 위해 한껏 내기를 정련했다.
‘첫수를 맞추지 못하면 필패다.’
남궁진천은 강하다.
그렇기에 오만하다.
이것이 당화서가 파고들 유일한 돌파구였다.
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사내라면 분명 첫수를 정면으로 받을 생각을 할 것이니.
‘먼저….’
당화서는 체내의 독을 조합했다.
산공독과 마비독, 거기에 경질을 일으키는 독과 근육을 파괴하는 독까지.
제아무리 남궁진천이라 해도 일주일을 앓아누워야 할 맹독들이 그녀의 기파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시작!]
사회자의 손이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쏘아져 나간 당화서가 기파를 흩뿌렸다.
화아악!
마치 범람하는 파도가 이와 같으리라.
암녹색의 기파가 바닥에서부터 솟구쳐 그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남궁진천은 가만 검을 늘어트리고 있을 뿐이었다.
‘됐다!’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은 남궁진천 덕에 독이 정면으로 들어갔다.
당화서가 그런 판단을 내리던 중.
“…겨우?”
남궁진천의 미간이 좁아졌다.
이 비무대에 오르고 처음으로 보인 표정의 변화는, 분명 실망과 분노를 나타내고 있었다.
청색의 기파가 폭사했다.
*
“저럴 줄 알았지.”
혜운이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녀의 시선은 비무대 위에서 낙엽처럼 휩쓸리고 있는 당화서를 향했다.
“정보의 부재지요. 언제나 그가 제대로 기를 발산하는 것은 4강 이후였고, 독봉은 근 6년간 남궁진천을 상대하지 않았으니 저런 기본적인 실수를 하는 겁니다.”
“내력으로 독을 밀어버린 것이구려.”
“절정만 되면 손쉬운 일입니다.”
“혜운 스님께선 못하지 않았소?”
“…조금만 더 수련하면 할 수 있어요.”
목리원은 가라앉은 얼굴로 비무장을 바라봤다.
‘…압도적이구나.’
착잡한 심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남궁진천은 아직까지도 검을 휘두르지 않고 있었던 까닭이다.
그는 그저 제 넘치는 내력을 발산해 기파만으로 찍어 누르고 있을 뿐이었다.
한데 당화서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있었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 체급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어때요. 목 시주님, 이래도 독봉이 선방할 것이라 생각합니까?”
혜운의 물음에 목리원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것에 혜운이 통쾌하다는 듯 미소를 짓자, 목리원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
“…그렇소. 나는 소저가 그리 쉽게 당하진 않으리라 보오.”
“허! 아직도….”
“아직 소저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소.”
혜운의 입이 다물렸다.
목리원은 그제까지도 비무장에만 시선을 내리꽂고 있었다.
어찌 이해할 수 없는 믿음이리라.
하나, 목리원에겐 분명한 확신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소저는 할 수 있소.’
목리원 만큼은 알 수 있었다.
천살성(???).
그 악의에 찬 무재를 짊어지고 난 이였기에 느끼는 것이 있었다.
‘보여주시오.’
당화서는 이미 벽의 끝에 다다랐다.
그녀의 내력은 이미 절정지경의 벽을 넘어서기 충분할 정도로 차올라 있었다.
다만, 본인만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목리원은 이유를 알았다.
‘망설임을 지우시오.’
그녀는 아직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모자랐다.
무공에 대한 근본적인 믿음이 모자랐다.
그리고 초인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또렷한 심상이, 지향점이 없었다.
‘떠올리시오. 진정 무엇이 되고 싶은 것인지.’
그러니, 그것만 있다면 당화서는 벽을 넘을 수 있을 터였다.
*
당화서는 어깨를 내리누르는 중압감에 구역질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느꼈다.
‘썩을…!’
손끝 하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당장 쑤셔 박은 줄로 알았던 독조차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면, 나름 던져본 수가 모두 허투루 돌아간 게 분명했다.
분하다.
분해 미칠 것만 같았다.
겨우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이리도 극심한 격차가, 그것에 발악할 생각조차 못 하고 꺾이는 몸뚱어리가.
하나, 그런 중에도 가장 분한 것은 따로 있었다.
‘겨우?’
겨우 이것 밖에 안되느냐는 눈빛으로 저를 내려다보는 시리도록 푸른 벽안.
바로 그것이었다.
“준비한 것은 이게 끝인가? 정녕 더 없는 것이냐?”
남궁진천은 검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저 실망이 가득한 어조로 재차 확인의 말을 더했다.
그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눈빛은 죽지 않았다. 보일 것이 있다면 더 보여라.”
남궁진천은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6년 전 용봉지회의 결승.
그날 만난 당화서가 얼마나 포악한 기세를 흩뿌렸는지.
오늘 당장 죽을 사람처럼 달려들던 그 모습이 얼마나 기개 넘쳤는지.
“내 그때까진 검을 휘두르지 않겠다. 약조하지.”
고작 삼 초.
하나, 남궁진천에겐 그 무엇보다 새로웠던 삼 초였다.
그때 느낀 감정이 아직까지도 기억속에 남아있을 정도로.
이런 소꿉장난에 아직 어울려주는 이유가 그때의 자극을 다시 느끼기 위함인 그로서는, 당화서의 허무한 패배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었다.
뿌득.
당화서는 입술을 깨물었다.
선홍색의 피가 그녀의 턱을 타고 흘러내렸다.
고통으로 압박감을 털어내려는 의도였다.
‘알고 있다.’
이길 수 없는 상대임은 알고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이겨야만 했다.
그것이 스스로와의 약속이니, 기껏 깨달은 연심을 지키고자 내린 타협점이니.
당화서는 그 억지에 가까운 욕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 승부에서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겨우는 개뿔이…!’
저 오만한 낯짝에 주먹이라도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아니, 그것을 넘어 전신을 독물에 절여버리고 싶었다.
그리하고 이겨서, 목리원에게 당당히 말하고 싶었다.
함께 해달라고.
우드득.
당화서는 제 왼 손목을 꺾었다.
눈이 다 뒤집힐 것 같은 통증이 일고, 그것에 겨우 압박감이 흩어진다.
남궁진천의 눈썹이 슬쩍 들렸다.
당화서는 비틀비틀 일어났다.
“썩을, 놈…!”
“준비한 건 독설인가?”
“그럴… 리가.”
당화서는 눈앞이 번쩍거리는 것을 느꼈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정도로, 손목을 뒤튼 대가는 혹독했다.
아니, 단순히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변을 보이자 남궁진천이 기파를 더욱 짙게 뿜어냈다.
그것에 재차 압박감이 더해진다.
누군가가 뇌속을 헤집어 쥐어짠다면 꼭 이런 기분이리라고.
당화서는 그런 생각을 떠올리며 멍한 정신을 붙잡아 연결했다.
그리하며 사고를 이었다.
‘쓰러져선 안 된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아니,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
‘모자라다.’
공력이 모자라다.
독의 농도가 모자라다.
이 압박감을 털어 저 면상에 주먹을 꽂을 힘이 모자랐다.
‘무엇을 더해야 하느냐.’
더할 것은 하나.
경지였다.
이 말도 안 되게 벌어진 체급을 좁혀 팔 한 번을 뻗을 힘을 얻는 것이었다.
간절하다.
언제나 간절했던 절정지경이었으나, 이 순간만큼은 더없이 그것이 간절했다.
그저 향상심이 아닌 기원이 그 위로 덧대어졌다.
‘져선 안 된다.’
당화서는 스스로를 알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버텨보고자 발악하는 제 성정은 자칫 잘못한다면 악의에 손대길 서슴지 않을 것이다.
목리원의 호의 또한 마찬가지.
욕심이 많아 한 번 깨닫게 된 것을 좀처럼 놓지 못하기에, 만약 이 자리에서 패배한다면 자신은 어떻게든 그를 옭아매 방패로 삼으려 할 것이다.
동정심을 발휘하던, 협박을 가미하던.
자신이 그리도 혐오하는 당문과 같은 짓거리나 하며 그를 곁에 두려 할 것이다.
당화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한 약속이었다.
좀 더 스스로에게 당당해져, 마땅히 그의 곁에 설 자격을 얻어 나란히 걷고 싶었다.
탁.
당화서는 한 발 앞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압박감이 재차 짙어진다.
그럼에도 일어서길 멈추지 않는 몸에, 어느 순간 비무장이 침묵했다.
‘움직여라.’
저 오만한 사내는 일수를 약속했다.
스스로 그 약속을 깨지 않을 터다.
그렇다면, 그 일수에 모든 힘을 때려 박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야 했다.
한계를 넘어야 했다.
탁.
또 한 발, 당화서가 내디뎠다.
그리하며 혈관 속에 흐르는 독을 죄다 쥐어 짜냈다.
굳이 그 종류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저 마구잡이로 뿜어낸 독기에 한 가지 념(?)을 새겼다.
‘한 대만.’
딱 한 대로 저 사내를 무릎 꿇릴 수 있는 극독을.
그리도 강렬한 극독을.
혹여 저 사내가 위협을 느껴도 감히 피할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치명적인 극독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순간, 당화서는 문득 떠오르는 심상을 잡아챘다.
비틀비틀 흔들리는 당화서의 입가에 작게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그런 독이라면 아는 것이 있다.’
암녹색의 기파가 짙어진다.
그 속에 맑은 기운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당화서는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세상 그 어떤 위인도 무릎 꿇릴 독.’
경외나 아득함 따위가 아닌, 마음 자체를 꺾어 고개 숙이게 만드는 독.
‘그 무엇보다 강렬한 독.’
제 위기조차 잊게 만드는, 위기도 잊은 채 열기를 품게 만드는 독.
‘그럼에도 달콤하여 헤어 나올 수 없는 독.’
차라리 빠져 죽고만 싶은 독.
그런 독을 당화서는 알았다.
화아악.
기파가 낮게 깔렸다.
안개와 같이 퍼져나간 독기가 비무장을 넘어 관객들이 자리한 장소까지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달짝지근한 향이 비무장에 퍼졌다.
당화서는 그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또 한 걸음 내디뎠다.
“!”
이명과도 같이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으나, 당화서는 역시 인지하지 못했다.
위험한 상황이다.
비무를 말려야만 하는 상황이다.
하나, 자리한 무인들 중 누구도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 당화서의 기색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고수들이 조용히 비무장 주위에 기막을 둘러 독기를 막아낼 뿐이었다.
먼 자리에서, 혜운이 놀란 듯 눈을 치켜뜨고 목리원을 바라봤다.
목리원은 만족스레 웃고 있었다.
“어떻게….”
“그냥 알 수 있었소.”
목리원은 그리 이른 채 당화서에게 집중했다.
‘참으로 맑소.’
독기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기파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나도 맑았다.
어딘가 포근하고 왜인지 달콤하여 꼭 그 속에 파묻히고 싶은 기분을 일게 한다.
저것이 당화서가 낸 답이리라.
그녀가 지향하는 독(?)의 정의이리라.
탁.
또 한 발, 당화서가 걸음을 내디뎠다.
당화서는 머리가 멍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정신이 붕 떠오르는 묘한 탈력감과 동시에 졸음이 쏟아지고 있었다.
하나, 그럼에도 당화서는 그것에 몸을 맡길 수 없었다.
너무나도 급박한 상황 속 얻은 깨달음이라, 그것에 저도 모르게 안타까움을 품어 손을 뻗기 바쁜 것이다.
‘맹독, 이것이 진정 맹독이겠지.’
그저 찍어누르고 짓이기는 독은 삼류다.
소리 없이 다가오는 독은 이류다.
일류라면, 진정 극독이라면 그것이 독임을 알면서도 품게 만들어야 할 터다.
어느새 당화서와 남궁진천의 거리가 두 발짝 정도로 가까워졌다.
당화서는 남궁진천의 얼굴을 바라봤다.
초점이 어긋나 표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저를 찍어 누르는 기파와 통증에 사고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나, 당화서는 웃을 수 있었다.
“보였다.”
시각이 아닌 심상으로 봐야할 어떤 풍경이 그녀의 눈에 아로새겨지고 있었다.
당화서가 손을 뻗어 남궁진천의 명치에 댔다.
그리하며 풀려나온 내공을 터뜨렸다.
애심(?心).
그녀가 빚은 독의 이름이었다.
푸화악!
맑은 암녹색의 물결이 남궁진천을 집어삼켰다.
…당화서의 발악은 거기까지였다.
“꽤나….”
남궁진천은 독물에 절은 채로 당화서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럴싸하다.”
그리고 톡, 당화서의 머리를 뒤로 밀었다.
털썩.
당화서가 쓰러졌다.
남궁진천이 무심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봤다.
저 멀리 대피해있던 사회자는 그제야 빼꼼 고개를 들어 비무장 위를 바라봤다.
그는 쿵쿵 뛰는 심장을 부여잡은 채 상황을 파악했다.
‘그, 그 독에도 멀쩡한 것이야?’
사회자는 경이를 느꼈다.
비무장에 깔리던 것은 슬쩍 들이마신 순간 심장이 멎는 기분이 드는 독이었다.
자신 또한 곁에 있던 고수가 흩어주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지 모를 독.
한데 남궁진천은 그것을 정면으로 뒤집어쓰고도 저리 오연하게 서 있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거, 검룡…!]
한때 당화서의 변화에 ‘설마’하는 생각까지 떠올랐다.
독을 들이마신 순간, 또한 그것을 남궁진천이 뒤집어쓰는 순간은 그 설마가 확신의 지경까지 이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였다.
[검료오옹!!! 스으으응!!!!!]
이변은 없었다.
검룡 남궁진천.
그는 진정한 의미로 천외천에 다가서 있는 사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