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16)
으르르르르-.
야, 저리 안 가?
나 지금 죽는 중이니까 뒈지기 싫으면 저리 꺼져라이-?
“성질은 여전하구나. 널 만나러 먼길을 왔는데 어딜 간다는 말이냐?”
‘월레, 이놈 봐라? 너 내 말 알아들어?’
장군이는 흠칫 놀라 고개를 들었다.
킁킁-.
눈이 보이지 않아도 냄새로 구분할 수 있다. 착한 새끼인지, 나쁜 분인지.
그런데 이 새끼에게서는 아무런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너는 죽음이구나. 날 데리러 온 거야.’
“허허허-. 사니얼 주제에 제법 쓸만한 통찰이로다. 허나 틀렸다.”
‘그럼 뭔데 이 새꺄.’
“그놈 참, 주인을 닮아 반말에 욕설인 게냐? 버르장머리 하고는······.”
‘뭐래. 지도 반말하면서. 개새끼는 서로가 거울이라 오는 개소리가 개소리 같아야 가는 개소리도 개소리 같은 법이라고 손왕왕이 그랬거든? 너 거울이 뭔지 알아? 그거 보면 그 안에 장군이가 하나 더 있는 거야.’
“사니얼아, 하나만 묻자. 더 살고 싶으냐?”
‘아! 너 기억났어! 옛날에도 그런 거 물었잖아.’
장군이는 똑똑히 기억한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홍시에게 젖을 먹이는 장군이를 손왕왕이 쓰다듬을 때의 일이다.
손왕왕은 장군이에게 홍시 크는 거 보면서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라고 했었다.
그때 손왕왕의 그림자가 요동치며 같은 질문을 던졌다.
- 【사니얼아, 오래 살고 싶으냐?】
- 으르르. 글쎄다? 내 새끼보다 오래 살아서 뭐 하라고?
- 【별일이군. 사니얼 주제에 낭만이 있어.】
- 으르르. 내가 이래 봬도 낭만 빼면 조빱인 장군이여. 인간보다 오래 사는 개는 없어.
- 【더 오래 살 수도 있지.】
- 으르르. 그럼 해 봐 븅시나.
- 【지금은 무리다.】
- 주댕이만 살았네.
- 【두고 볼 일이다······.】
흠칫!
아, 역시 그 새끼였구나!
그래서 냄새가 나지 않는 거였나?
그림자에서 기어 나와서?
“내가 널 더 살게 할 수 있다.”
‘내 새끼는? 광마는? 뽀미는? 천마는?’
아, 천마 영감은 죽었지. 끼잉-.
“그것이 네 소원이더냐?”
‘소원은 아녀.’
“허허-, 소원이 아니다? 그럼 소원이 무엇이냐?”
‘그냥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거지 소원은 아녀 인마. 아니라면 아닌 줄 알지 새끼가 뭘 자꾸 물어싸. 가뜩이나 죽을똥살똥 숨 꼴딱거려서 죽겠구먼.’
소원이 무슨 뜻인지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아서 아무 개소리나 늘어놓았다.
장군이는 자존심이 강한 개라서 우길 줄도 안다.
“그게 곧 소원이라는 거다.”
으르르-.
어지간히 잘난 척이네 냄새도 없는 조빱 새끼가.
머리에 뭔가 닿았다.
실제 접촉은 아닌데 분명 누군가 장군이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눈이 맑아지고 청각은 더욱 또렷해졌으며, 다리에는 힘이 넘쳤다.
송곳니처럼 날카로워진 후각이 손왕왕의 냄새를 확실하게 잡아내자, 심장이 사자처럼 포효했다.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섰다.
워워월!
목청에도 힘이 넘쳤다.
헤헤헥!
개같이 부활!
“허허-. 착하지. 네 주인만큼 살 것이다.”
‘그 새끼 언제 죽는데?’
“모르지. 운명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 세상의 무엇도 정해진 것 없이,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것. 그것이 운명이다.”
‘개밥 떠놓고 산신령 부르는 소리 하지 말고 알아듣게 얘기해!’
헤헥-.
어라? 이 무취 조빱 새끼 어디 갔지?
분명히 두 눈 똑바로 뜨고 있었는데 사라졌어.
갑자기 개무섭네.
*
손왕왕의 냄새를 따라 마구 달렸다.
그 옛날, 매일 경주를 벌이며 행복했던 시절처럼.
전성기로 돌아온 체력과 주력에 신이 나서 혀를 좌우로 달랑거리며 달리고 또 달렸다.
어라? 그런데 냄새가 자꾸 이동한다.
이 새끼 향수 쓰나?
묘한 냄새가 섞여 있다.
그래도 의심할 여지 없는 손왕왕 냄새다.
그 새끼 냄새는 유일해서 장군이 후각만 살아있다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구!
다다다다닥-.
장군이의 네 다리가 미친 듯이 빨라졌다.
헤헤헥-!
마침내! 도착이다!
월! 월!
손왕왕! 장군이가 왔다!
어라? 그런데 절벽 같은 건물이 아니다.
여긴 거기가 아닌데 왜 손왕왕 냄새가 나냐?
“어머나? 장군아?”
뭐여, 시발.
홍잉잉 집이잖아!
뽀미를 처음 만나 홍시를 만든 집.
그런데 왜 홍잉잉에게서 손왕왕 냄새가 나는 거냐?
킁킁-.
장군이는 홍잉잉을 빙빙 돌며 코를 벌름거렸다.
월! 월!
손왕왕 나오라 그래! 이 새끼 뽕알을 확 물어뜯어버릴라니까!
“뭐어-? 장군이가 왔다고? 없어진 지 며칠 됐다고 시골에서는 난리가 났다던데?”
“이 목걸이 좀 봐요, 엄마. 제너럴 이름표 있잖아-.”
“정말이네? 그런데 장군이가 이렇게 어렸나? 나이도 많고 늙었잖아.”
뭐래, 이 아줌마야.
너보다는 안 늙었어요!
“그러게요······. 털 윤기가 무슨 사자 같네.”
헤헤헥-.
장군이는 그런 소리 자주 듣는 편이다.
장군이는 손왕왕 냄새 물씬 풍기는 홍잉잉의 종아리를 핥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고것 참 잘 빠졌네.
“엄마-. 오빠한테 장군이 데려다주고 올게요.”
“응, 그래라. 많이 걱정하던데 좋아하겠다. 오빠는 운동해야 하니까 방해하지 말고. 일찍 와.”
“네-. 에히히히히-.”
킁킁-.
이상하다.
왜 홍잉잉이 장군이보다 더 좋아하는 거 같지?
***
“아이구, 장군이 이 새끼! 엉아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인마! 어이구우-.”
헤헤헥-.
역시 손왕왕이 최고야.
반갑다고 이 새끼, 저 새끼 하면서 울잖아.
월!
나도 반갑다 개새끼야!
“오빠, 제가 목욕시킬게요.”
“그래 줄래?”
“응. 강아지 목욕시키는 거 재밌어.”
으르르-.
장군이 의사는 왜 안 묻는 거냐!
“장군아, 여기는 시골집이 아니야. 목욕하든가 옥상에서 자든가 둘 중에 선택해.”
역시 손왕왕이 최고야. 자상하기가 정말 개 같잖아.
헤헤헥-.
먼길 오느라 지쳤는데 나도 포근하고 안락한 실내 취침을 원한다!
장군이는 앞발로 현관문을 박박 긁었다.
“그럼 목욕해야 해.”
헤휴-.
시발 것. 마음에 드는 결정은 아니지만 그 조건은 장군이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나는 가서 사료랑 물 좀 사 올 테니까 수정이가 수고 좀 해주세요오-.”
“네-, 에헤헤-.”
홍잉잉 요것이 웃는 게 영 이상하네.
웃음 냄새가 변했어.
몸도 베베 꼬잖아. 쉬 마려운가?
그래도 홍잉잉의 손길은 섬세하고 부드러웠다.
“아유-. 착하다. 우리 장군이.”
고것 목소리가 참 낭랑하니 기분 좋구먼.
헤헤헥-.
이이-, 그려 거기. 어우우- 시원타.
사료로 배를 채우고 깨끗한 물로 입가심하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다.
밖에 나가 밤하늘을 보며 늑대울음을 뽑고 싶었지만 참아야 한다.
나가면 목욕을 다시 해야 하거든.
장군이는 얍삽한 개라서 그런 것도 안다.
여기는 영화 보는 곳, 여기는 운동하는 곳, 여기는 목욕하는 곳, 여기는 밥 먹는 곳, 여기는 손왕왕이 잠자는-.
흠칫! 뭐냐, 이 냄새는.
손왕왕 집을 구석구석 구경하고, 냄새 맡으며 깨달았다.
헤헤헥-.
손왕왕 개집에서 홍잉잉 냄새가 진동한다!
분석 끝.
어디서 잘까······.
아! 저기가 좋겠다.
현관이라고 하는 곳이다. 시골집과 가장 비슷한 환경의 잠자리.
손왕왕의 신발을 깔고 홍잉잉의 신발에 코를 박았다.
킁킁-.
왜 홍잉잉 신발에서도 손왕왕 냄새가 나냐.
어휴 저 개 같은 새끼 저거, 홍잉잉 발가락 핥은 거 아녀?
아무튼 친근한 냄새다.
고로롱-.
*
훕쩝쩝- 훕쩝쩝-.
밤이 깊었는데 이게 뭔 소리냐.
장군이는 고막을 자극하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훕쩝쩝- 훕쩝쩝-.
헤헤헥-.
손왕왕, 이 돼지 같은 새끼가 혼자 뭘 처먹는구나!
장군이는 한껏 몸을 낮추고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움직였다.
따각-.
아차, 발톱 때문에 소리가 난다.
발톱을 최대한 집어넣고 서서히-, 나방을 사냥하는 맹수처럼 살금- 살금-.
“수정아, 어머님 걱정하실 텐데 이제 그만 가 보는 게 어때?”
“벌써 주무실 텐데 뭐? 그리고 엄마는 내가 나가는지 들어오는지 관심 없어요. 경호원 삼촌들만 잘 구워삶으면 돼. 손징역 어딜 가! 이리 안 와!”
“아, 내일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고 출근해야-.”
“혼날래?”
훕쩝쩝- 훕쩝쩝-.
헥!
손왕왕이 홍잉잉을!
아닌데?
히헥?
홍잉잉이 손왕왕을?
아닌가?
저것들이 서로 식사하는데?
드디어 냄새의 수수께끼가 풀렸다!
장군이는 분석적인 개라서 결론도 낼 줄 안다.
“오빠아-. 문 닫을까요? 장군이 깨면 어떡해요?”
“뭐 어때? 쟤는 아무것도 몰라.”
다 알아 이 새꺄!
많이 해라. 이 열등한 동물들.
장군이는 쿨하게 몸을 돌렸다.
사료나 더 먹고 자야지.
끄아아아아암-.
까드득-.
훕쩝쩝-.
까드득-.
훕쩝쩝-. 훕쩝쩝-.
까드-.
훕쩝쩝쩝쩝쩝-.
으르-.
아, 그 새끼들 그거. 드럽게 쩝쩝거리네.
***
9월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한적한 마포구 어느 골목.
아스팔트가 뿜어 올린 아지랑이에, 엘리베이터도 없는 허름한 빨간 벽돌 빌딩을 흐물거렸다.
정장 차림의, 은은한 갈색 선글라스를 쓴 훤칠한 40대 남성이 5층 사무실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도서출판 숨」
남자는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매만지며 후- 하고 길게 숨을 내쉬었다.
‘연미복과 비슷하지만 더 답답하군.’
험-.
굵직하고 근엄한 헛기침과 함께 철문을 잡아당겼다.
끼이-.
낡은 철문이 열리며 종이 냄새가 확 풍겨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서른이나 되었을까, 새초롬한 표정의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걸어왔다.”
저 새끼가?
홀로 사무실을 지키던 이미선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다만 남자의 외모를 보며 짐작할 뿐이었다.
‘건달.’
양손에 세 개씩, 무려 6개의 굵은 반지, 손목의 금시계는 짝퉁이겠지. 보나마나 와이셔츠 속에는 굵은 금목걸이를 걸었을 테고.
출판사 일을 하다 보면 별의별 인간이 다 찾아온다. 글을 의뢰한다며 작가가 아닌 출판사를 찾는 일은 논외로 하고, 우선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그중 한 부류가 교수와 정치인, 졸부들 등 세속적인 성공을 거둔 후 자서전이나, 로맨스물을 빙자한 야설 집필을 의뢰하기 위해 내방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다른 한 부류는 소위 말하는 건달들인데, 자신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감동과 재미로 크게 돈을 벌 거라며 대필을 의뢰하는 경우였다.
전자는 소제목이나 에피소드 이름이 여자 이름이고, 후자는 개같이 고생하다가 배신당한 후, 굴하지 않고 끝내 복수하고 은퇴해 바람처럼 떠돈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어디서 베끼기라도 한 것인지, 그 부류 내에서 통용되는 클리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스토리가 놀랍도록 유사했다.
눈앞의 건달은 몸 관리가 잘 된 듯해 기존의 방문객들과 달라 보였지만 결국 요구하는 바는 같을 것이다.
‘당신도 다른 데서 거절당하고 작은 출판사 찾아오신 건가요.’
내심 짐작한 이미선은 그래도 손님이라고 물을 한잔 대접했다.
“그대도 잠깐 앉지.”
말투 한 번 특이한 놈팽이다.
사극 마니아인가?
그렇다면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액션 활극 야설을 의뢰하려나?
적당히 거절할 말을 찾으며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는데 남자가 놀라운 말을 꺼냈다.
“그대가 이미선이겠지.”
경악으로 물든 이미선의 눈이 심하게 흔들렸다.
“예? 그걸 어떻게.”
“그대의 책상에 명패가 있군.”
와, 놀래라.
“이야기책을 써주었으면 한다.”
“저-, 선생님? 죄송한데 여기는 작가들의 글을 받아 책을 내는 곳이지 대신 써드리는 곳은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대필 작가를 연결해드릴 수는 있어요.”
남자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어둠보다 더 짙은 검은색, 아니 검은색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어둠이 도사린 눈동자였다. 그 눈동자를 마주하자 거짓말처럼 심리적 경계선이 허물어졌다.
‘외국인은 아니야.’
심하게 두근거리는 와중에도 이미선은 정신을 잃지 않으려 애썼다.
부지불식간이었다.
남자가 이미선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이미선은 제 손목을 잡힌 감각도 느끼지 못한 채 허공에 팔을 뻗은 환상에 사로잡혔다.
“심장이 약하구나. 그렇다고 다른 장기가 튼튼한 것도 아니야.”
“에-, 저는 그-.”
아직 팔팔한 서른인데 뭔 소리야.
“이제 되었다.”
이렇다 할 설명은 없었다.
그 과묵함이 의외로 안도가 되고 믿음을 주었다.
대개 도를 아십니까 물으며 접근하는 사람들이나, 영이 맑아 보인다며 추근대는 사이비들은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기 마련이니까.
남자는 품에서 명함을 꺼내 테이블 위로 내밀었다.
두 손으로 명함을 쥔 이미선의 손이 파르르 떨었다.
과연 이걸 명함이라 부를 수 있을까.
“배경이 변해요······. 우주 같아요.”
뒤집어 보아도 코팅된 종이일 뿐, 어떤 기술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첨단 기술에 문외한이라 해도 그런 것도 구분하지 못할까.
‘내가 약에 취한 것 같다. 아니면 꿈인가?’
명함에 새겨진 두 글자.
남자의 이름으로 보이는 글자만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麽神」
첫 글자는 난생처음 보는 한자였다.
“마······ 같은데, 성 씨로는 처음 보는 한자네요.”
“성은 없다. 칭호다.”
“마신 님?”
“역시 영민하군.”
사내가 씨익 웃었는데 기괴하리만치 친근하고 따스했다.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납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이미선은 냉정을 찾기 위해 애썼다.
악몽에서 깨어날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크게 소리를 지르는 것이고, 헤롱거리는 정신을 되찾을 때는 계속 말을 하는 것이다. 수면 내시경을 받은 사람이 헛소리를 늘어놓다가 정신을 찾는 것처럼.
“무협지에 나오는 천마······.”
“그딴 거 아냐.”
아, 아니구나.
대체로 점잖으면서도 묘한 데서 발끈하는 남자였다.
“한국분은 아니신 것 같은데 그렇다고 동양인도 아니신 것 같아요. 그런데 한자를 쓰시니 신기하네요.”
“그런가.”
딱-.
남자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어어-?”
명함의 글자가 바뀌었다.
「ATRACSYL」
“아트레이- 아트락실?”
“비슷하지만 다르다. 허나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지.”
“아, 예, 예. 그런가요? 그런데 우리 무슨 얘기 하던 중이었죠?”
“이야기책.”
“아, 넵.”
“그대는 글을 쓰는 재주가 뛰어나지. 그래서 찾아왔느니.”
“말씀만 하세요. 어떤 이야기를 써드릴까요?”
이미선은 허둥지둥 노트를 펼치고 볼펜을 눌렀다.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하면서.
“받아 적자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른다. 기억하라.”
남자의 눈이 빛나는가 싶더니 이야기가 장면이 되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순간 이미선은 생각했다.
‘내가 미친 건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