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11)
***
헥-, 헥-.
진혁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방에서 걸레질에 매진했다. 팔을 걷어붙이고 교복 조끼를 벗으려는 유진이를 아이스크림으로 유혹해 거실에 잡아둔 채였다.
“오빠가 바빠서······. 새벽에 일어나 운동하고···, 아침 먹고 미팅하고···, 점심 먹고 미팅하고···, 저녁 먹고 운동하고···, 다시 사무실 가서 일하다가 오면 바로 자고······. 가끔 친구들도 밖에서 만나고···.”
꿍얼꿍얼-.
유진이는 오빠의 구시렁거림을 음악 삼아 투겟허 아이스크림 한 통을 모두 퍼먹었다.
널찍한 소파에 거의 눕듯 앉은 유진이가 오빠 방을 향해 목을 뽑았다.
“오빠아-! 청소기는 왜 안 써요?”
“미싱 하우스 해야 속이 후련해!”
미싱 하우스? 아하-.
두더집 사는 삼촌들이 대청소를 종종 그렇게 부르더라. 걸레를 몽둥이처럼 말아서 마루며, 방이며 힘껏 닦던데 지켜보기만 해도 운동이 될 것 같았다. 청소가 끝나면 두더집도 몰라보게 쾌적해졌다.
오빠도 지금 치약 푼 물로 방이며 책상이며 닦고 있다.
로봇 청소기 안 쓸 거면 벼룩시장에 내다 팔지······.
그어억-. 잘 먹었다.
역시 성장기에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배를 채워줘야 발육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
“유진아, 이제 가자.”
진혁은 벌게진 얼굴로 재킷을 걸치며 나왔다.
오빠를 본 유진이의 눈이 가늘어졌다. 청소를 한 건지 딴짓을 한 건지 의심이 가는 얼굴이다. 바지에 다리가 걸려 넘어졌다는 날과 얼굴색이 비슷한걸?
“정장 입고 갈 거예요?”
“그러지 뭐.”
옷 갈아입다가 또 털 흘리면 곤란해.
“이게 덜 눈에 띄지 않을까? 오빠는 운동복이나 캐주얼 입으면 사람들이 알아보더라. 운동선수라 그런가 봐.”
“으음-.”
제법 설득력 있었던 모양, 숟가락을 입에 문 유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
‘내 착각이었구나. 옷이 문제가 아니야.’
매장 안을 비추는 화려한 조명을 등진 인파가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동자는 진혁과 유진이가 멈추면 함께 멈추고, 이동하면 다시 따라 움직였다.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유진이는 인파를 헤칠 때마다 큰소리로 양해를 구하고 감사를 표했다.
진혁은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가볍게 웃어주고, 사인도 해주며 천천히 나아갔다. 인파로 인한 골목 정체가 왠지 자신 때문에 발생한 것 같아 미안했다.
“저 우리 오빠 동생이에요. 애인 아니에요오-. 이상한 거 아닙니다앙-.”
아, 유진아. 그런 말은 안 해도 돼.
역시 아빠를 닮아 주책이다.
“우리 오빠 저 때문에 괜히 불편해졌겠다.”
“괜찮아. 처음도 아닌데 뭘.”
그 조그맣던 녀석이 훌쩍 커서 오빠와 데이트도 하는 뿌듯함에 비하면 불편함 따위 아무것도 아니지.
한 화장품 가게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최미경과 김은정 손에 이끌려 종종 왔던 가게인데, 젊은 여성들이 애용하는 매장이라고 들었다.
“오빠, 왜요?”
“유진이 화장품 사주려고.”
“괜찮은뎅-. 에헤헤-.”
괜찮다면서 몸을 비비 꼬는 걸 보니 전혀 괜찮지 않은 모양, 동생을 잃어버릴세라 손을 잡고 앞장섰다.
“음, 음-. 있잖아요오-. 엄마가 그러는데 학생은 화장품 쓰는 거 아니래요.”
순순히 오빠를 따라 입장하며 유진이가 종알댔다.
“엄마는 옛날 분이라 그래. 엄마 말씀은 그대로 이해해 드리고, 유진이는 요즘 사람이니까 요즘 사람처럼 살아도 돼.”
사각사각-. 엄마는 옛날 사람, 나는 요즘 사람-.
유진이가 오빠 말을 암기하는 동안 매장 직원을 찾았다.
“학생이 사용할 제품 좀 추천해 주시겠어요?”
“특별히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직원의 물음에 유진이를 돌아보았다.
“요즘 친구들 어떤 거 쓰니?”
“색조는 거의 안 하고요, 틴트, 립글로즈, 립밤이랑, 비비, 화이트닝, 브라이트닝······. 아! 여드름에 좋은 거 머더라?”
어쩌구 저쩌구.
생각 없다던 녀석의 입에서 진혁이 알아듣지 못할 말이 사정없이 튀어나왔다.
종업원과 이야기하는 동생을 보며 진혁이 부드럽게 웃었다.
‘여자아이.’
특이하네, 똑똑하네, 속 깊네 해도 유진이도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사춘기를 보내고 있었다.
때론 감정의 기복 때문에 실성한 사람처럼 웃고, 나라 잃은 사람처럼 울 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건, 행복해서 다른 근심이 없으니 자기 내면과 감정에 충실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며 유진이는 어깨를 으쓱였다. 누구나 겪는 성장기라고 말이다. 그래서 아빠와, 엄마, 오빠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누구 덕분에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지 다 안다며······.
‘내가 가져온 평화라고 조금은 으스대도 되려나.’
동생들은 평범하게 잘 자라고 있다.
진혁이 간절히 원하고 바라던 모습이다.
“언니! 저는 저거랑, 저거랑, 저것도 주세요. 아! 그리고 저거랑 저거는 선물 포장해 주세요오-.”
선물?
유진이가 가리킨 것은 성인들이 사용할 법한 화장품이었다. 저걸 볼에 톡톡- 두드리면 복숭아처럼 발그레해져서 남자 꼬실 때 최고라고 최미경이 김은정에게 추천하던 제품. 애인 있는 녀석들이 왜 그런 기능에 중점을 두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최미경 의대생은 분명히 그렇게 얘기했다. 자기는 쓰지 못한다고 은정이 너라도 쓰라며 아쉬워했지.
“유진아, 그건 누구 줄 거야? 짝꿍?”
“으이그으-! 친구 줄 거를 왜 오빠 돈으로 사요? 그런 건 제 용돈으로 사야하는 거예요오-. 이건 수정 언니 줄 거예요.”
“아, 수정이?”
“네. 수정 언니 피부 톤에 맞는 걸로 골랐으니까 오빠가 줘요.”
동생의 배려에 머쓱해졌다.
이제는 꼬맹이가 아닌 그 꼬맹이를 잊고 있었네.
한시도 잊은 적이 없지만 수험생에 대한 배려로 연락이나 방문을 자제하고 있었다. 진혁은 운동선수와 경영인을 병행해야 하니 바쁘기도 했고.
계획에 없던 영화도 관람했다.
“주성치 영화는 허무맹랑하고 바보 같지만 웃겨요.”
거리에서 사 먹는 군것질에도 유진이는 아이처럼 좋아했다.
시골에서 구경하기 힘든 음식이 많아서 그런 거겠지.
“오빠는 월드컵 때도 바빠요?”
“응. 회사원이니까.”
“에휴-. 안 되겠다. 언니 선물도 내가 줘야지. 오빠한테 맡기면 유통기한 넘길 때까지 짱박아 둘 거라구요오-.”
언제 봐도 오빠를 너무 잘 아는 동생이다.
유진이에게 핀잔 듣는 일도 10년이 되어가니 진혁도 이제 귀를 후비적거릴 뿐, 상처받지 않는 경지에 올랐다.
“아, 아까워요.”
“뭐가?”
“수정 언니랑 같이 길거리 응원도 좀 하고 그러지······.”
우리 오빠 이러다 연애나 제대로 해보겠나-. 유진이는 한숨을 쉬었다.
동생의 머리통을 부드럽게 쓰다듬은 진혁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건 내가 확실히 물어봤어. 수험생 생활에 집중하고 싶대. 그리고 스포츠에 관심 없고 사람 많은 거 싫다더라.”
“왜요오? 저는 사람 많으면 즐거운데에?”
“자기 땜에 경호원들 고생한다고.”
“오오오-. 수정 언니 철들었네요.”
뭐래, 꼬맹이가.
“친구들 만날 때 몰래 따라붙었던 경호원들이 들킨 모양이야.”
“오빠는 그럼 월드컵은 회사에서 보는 거예요?”
“글쎄? 따로 계획한 게 있어서······. 꼭 해야 할 일이야.”
“우리 오빠는 너무 바빠.”
반드시 챙길 일이 있다.
홍기준이 물려준 권력으로만 할 수 있는 일.
***
6월.
일본과 공동 개최한 월드컵으로 나라 전체가 시끌시끌했다.
붉은 인파가 도심 곳곳을 장악하고 대한민국을 목청껏 외치는 광경은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전생에는 월드컵 때 군에 있었다.
고공강하를 하고, 수색정찰 임무에 투입되고, 강원도 산중에서 매복 작전에 임했다.
‘월드컵 막바지에는 실탄 지급 받고 수송기에 올랐고···.’
특전요원들은 개전에 대비해 후방 교란과 주요 시설 파괴, 요인 암살 등 각각의 임무를 안고 전투태세를 갖추었었다. 귀환을 바랄 수 없는 작전, 관물대에 유서도 올려두었다. 진혁은 그때 최미경 앞으로 유서를 남겼다. 그나마 가족이라고 여길 유일한 사람이었으니.
이번 생은 다르다.
진혁은 주말이면 삭도를 찾아 해저에서 서해 바다를 주시했다.
삭도 해저 연구소는 전부 8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하 1층에 닿으려 해도 승강기를 타고 1분 넘게 이동해야 한다. 그만큼 깊이 박힌 탓이다.
지하 1층에는 온갖 비품과 자료가 즐비한 창고가, 2층부터 6층까지는 계층별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는 말 그대로의 연구소가 있다.
7층은 상황실, 8층은 층고라는 말이 무색하리만치 높고 거대한 대공동으로, 잠수함과 각종 군사 시설이 들어서 있다. 세인제국의 최종 무력과 온갖 기밀이 웅크린 곳.
진혁은 7층 상황실에서도 가장 깊숙하고 보안이 철저한 방, 작전통제실에 자리 잡았다.
“스티브는 월드컵 안 보셔도 됩니까?”
통제실 밖에서 경기를 관람하는 동료들을 힐끗거리던 요원이 물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거리에서, 술집에서 응원전을 펼치는데 이 사람은 주말에도 일을 하러 찾아오니 궁금할 수밖에.
“축구는 새벽에 혼자 보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리 말하면서도 진혁의 눈은 대형 모니터에서 떠나지 않았다.
공중, 수상은 물론 수중 장애물과 이동 물체까지 탐지해 표시하는 디스플레이인데, 길이 1.5m 이상인 물체라면 그 크기별로 색상과 색농도를 달리해 화면에 나타낸다.
“황 팀장님.”
“네, 스티브.”
“북한 애들 동향은 지난주와 비슷합니까?”
“네, 자기네 어선 보호한다고 최근 들어 수시로 엔엘엘을 침범하고 있습니다.”
황제민이 투명 아크릴 위에 보고서를 올려 건넸다.
“해군 애들이 나름대로 밀어내기하는 중입니다만, 교전수칙 개정이 지연되면서 여전히 몸통 박차기로 대응하는 모양입니다.”
저들이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해 일부러 압박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위성과 레이더, 수중 감시 체계를 활용해 감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반잠수정은 안 보이네요.”
“네, 경비정 서너 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중입니다.”
“최근에는 충돌 빈도가 잦아졌고요.”
“해군 측 단순 보고는 그렇습니다만······.”
황제민이 말끝을 흐렸다. 뺨을 긁는 걸 보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단순 보고가 아닌 황제민 팀장님 견해는요?”
황제민은 해군정보사령부 소속으로 소령까지 지냈는데, 뛰어난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홍기준의 조언에 따라 영입한 인물이다. 자료 분석과 전황 파악에 예리한 감각을 지녔다. 이 사람이라면 뾰족한 견해를 낼 수 있으리라.
“우리 발달한 장비가 식별한 배치를 볼 때······.”
디스플레이에 다가간 황제민이 특정 위치를 가리켰다.
“초계정이 많이 내려와 있습니다. 그 뒤에 대기하고 있는 놈들은 어뢰정이에요. 혹시나 싶어 해군에 암호 무전을 때렸는데 말입니다······.”
“그랬는데요?”
진혁이 대답을 재촉했다.
“민감한 해역이다 보니 서로 딱총만 투입해서 눈치만 살피는 중입니다. 눈앞에 얼씬거리는 경비정만 눈으로 보고, 몸으로 쫓는 데 급급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 중이거나, 지휘부 순발력이 떨어지거나-.”
“관심이 다른 데 있거나?”
“예. 그렇게 생각합니다.”
“커버 포지션.”
진혁이 짧게 뱉자, 통제실 요원이 급히 출입문을 잠그고 블라인드를 내렸다.
음향과 빛을 차단하는, 통제실 내에서 약속된 차폐 암호였다.
황제민은 음향 차단 장치를 작동시켰다. 통제실 외부로 소리가 나가지 않도록 하는 조치였다.
“언제부터입니까?”
“일주일 됐습니다.”
“왜 보고 안 하셨어요?”
“종종 있는 일이기도 하고······.”
“괜찮습니다. 질책하려는 게 아니니 편하게 얘기하세요. 지금 말씀하시는 뉘앙스로는 그다지 흔한 일 같지 않은데요?”
“예, 사실 평상시에는 저 정도로 내려오지 않습니다. 우리 해군에 비해 기동력도 떨어지고 선체 내구성도 떨어지는 데다 파손될 경우 수리비가 크게 들어가니까요. 쟤들도 머리가 있는 이상 어지간해서는 우리 고속정과 부딪치는 걸 싫어합니다.”
스으-.
한 번 고개를 갸웃댄 황제민이 검은색 종이로 덮였던 다른 보고서를 내밀었다.
“도청한 내용입니다.”
어헛-.
보고서를 훑어 본 진혁이 실소를 터뜨렸다.
“열받는데 한 번 들이받자? 그런 뜻 맞죠?”
“예, 관련하여 트리플 에스에 첩보 수집을 요청했는데 외부 요인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단순 도발 모의로 보인다는 의견이시네요?”
“예, 그렇습니다. 순수하게 한 번 붙자고 이를 가는 느낌입니다. 저놈들이 최근에 우리 고속정에 얼마나 많이 당했습니까?”
변하지 않는 것.
사람이 하는 일.
같은 상황에서, 비슷한 시기에는 종종 유사한 짓을 벌인다.
홍기준이 윽박지르고 경고할 때는 얌전하던 녀석들이 홍기준이 우주 사업 준비에 매달리는 동안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지휘계통 어디까지 관련된 대화입니까?”
“우선 저희가 입수한 무전 자체가 단파 통신이 아니었습니다.”
“그 말은······ 함정끼리만 무전으로?”
진혁이 눈썹을 들썩이자, 고개를 한 번 끄덕인 황제민이 NLL에 가까운 점 중 가장 크고 붉은 점 주위에 검지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발신 원점 추적 결과 이 일대에서만 이루어진 통신으로 확인됐습니다. 통신 범위에는 초계정과 주위 경비정들만 있었습니다.”
“상부 지시일 수도 있잖아요. 외부에서 누군가 거래를 했을 수도 있고요. 기름값 때문에라도 쉽게 움직이는 애들은 아니지 않나요?”
“일리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확인된 건 그 정도뿐입니다.”
진혁은 팔짱을 풀고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군에서도 이 사실을 파악하고 있을까? 그렇게 가정하고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편이 안전하다. 군에서 모를 거라는 판단에 군 동의 없이 잠수함을 보내 북한 군함을 침몰시켰다가 들통나기라도 한다면, 군은 물론 서해안을 보는 미국의 시선이 곱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주시하고 있으니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북한에 경고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차피 북한이 뭐라고 떠들든 세계가 믿어줄 리 만무하니까.
생각이 있고 목숨 아까운 줄 아는 놈들이라면 세인에서 경고하는 자체로 몸을 사리는 것이 정상이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통신 됩니까?”
“초계정 주파수 재킹하겠습니다.”
수화기를 들며 스위치를 조작한 황제민이 다른 요원에게 고갯짓을 보내자, 요원이 번갈아 스위치를 조작했다.
“와이어탭 차단합니다.”
대한민국이든, 미국이든 다른 감시자들이 북한 초계정의 무전을 듣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뜻이었다.
치지직-.
“북한 서해 함정인가?”
- ······.
기계음이 줄고 웅성대는 말소리가 잡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연결되었으나 당황해서 머뭇거리는 듯했다.
황제민이 다시 한번 대답을 독촉했다.
“북한 서해 함정 맞나?”
- 뉘기야. 어드러케 접선핸?
북한이라 칭하는 것 자체로 대한민국에서 교신을 시도했다는 뜻은 충분히 전달되었을 것이다. 연결을 확인한 황제민은 고개를 끄덕여 보이며 진혁에게 수화기를 넘겼다.
뭐라고 하는 게 좋을까, 홍기준 회장님은 북한에 메시지를 보낼 때 뭐라고 하신다고 했더라? 까불면 평양 불바다? 신의주 빤스런? 아니야, 홍기준의 메시지는 너무 강하다.
‘모두 지켜보고 있습니다. 계속 소란을 피우면 홍기준 회장님이 가만히 계시지 않을 겁니다. 그래, 이 정도가 좋겠다.’
수화기를 넘겨받은 진혁이 근엄한 표정을 만들었다.
“까불래?”
와씨. 생각이 길어지면 말이 헛나오는 버릇은 왜 고쳐지지 않는 걸까.
전쟁각인가.
하유우-. 진혁은 수화기를 귀에 댄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아뿔싸, 눈을 지그시 감은 황제민이 서서히 고개를 저었다. 스티브, 그럴 거면 차라리 잠수함을 보내 조용히 가라앉히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