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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평범하게 살기로 했더-324화 (324/338)

시작 (5)

“으아악! 가스도 못 지었는데 쳐들어왔어!”

“으애애애애-. 또 오 분만에 엘리미-.”

절규도 잠시, 구경하던 이들이 키득거리거나 말거나 최미경은 누렁이처럼 헤헥거리며 방을 만들고, 또 만들었다. 언제 봐도 해맑은 녀석이다.

「헌터 초보만! 3:3」

「이방에 손진혁있다! 3:3」

「히드라속살은히드라 3:3」

「신해처리와 넥서스 3:3」

「제발초보오빠들만!」

어우, 작명센스 구려.

진혁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키야아악! 쭙쯥쯥-.]

오빠들의 저글링은 자비를 몰랐다.

“미경, 진혁. 나 죽는다. 강아지들이 연약한 나를- 오 쒯! 살려다오!”

“나도 본진 털렸어! 와아악! 초보만 오랬는데 왜케 잘해!”

“미경아, 우리가 못하는 거야······.”

“진혁, 바른말이라고 다 좋은 말은 아니다.”

“야, 손진혁! 지 혼자 살겠다고 캐논 박냐?”

“아니 뭐······, 커맨드 센터 띄운 김에 들어와서 같이 살든가.”

“진혁, 응큼하군. 그렇다면 나도 간다. 먹여 살려라.”

“으아악! 미네랄 물고 가는 일꾼은 때리지 마!”

진혁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건 아니다.

“손진혁! 어떻게 좀 해 봐!”

“얘들아, 잠깐 작전 타임.”

타탁!

Ctrl + Alt + Del 2연타.

“오-, 진혁. 디스라니, 나이스 타이밍이다.”

“저 새끼들이 우리 엄마 안부를 묻는데?”

“모른 척해······.”

작전 타임이 끝나면, 다시 얻어터지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동안 누적된 진혁의 배틀넷 승률은 무려 0승 118패 22디스.

‘어떻게 한 판을 못 이기냐······.’

친구들이 왔을 때만 유희를 즐기니 당연한 일이었다.

혼자 했다면 적어도 1게임 정도는 이기지 않았을까.

‘헤헤. 그래도 안 해보던 거라 재밌어.’

김은정의 헛소리와 최미경의 고함에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은 늘 즐겁다.

“아휴, 스타 어려워. 듄 이천이나 할란다.”

“미경, 그건 올드하다. 그러지 말고 레인보우 싀엑스나 하자.”

“은정, 너 발음 야하다.”

“다 알만한 나이에 뭐, 엣헴-.”

“너, 또 나 쏘려고 그러지?”

“원래 서로 쏘는 게임이다.”

“나만 죽이잖아.”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깩깩대며 즐거워하는 친구들, 진혁의 얼굴에도 절로 웃음꽃이 피었다.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좋지 않은 쪽으로 변할까 걱정했었는데······.

“으헤헤-. 교수에, 선배들에 시달렸는데 겜방 오니까 너무 좋다.”

“미경, 나도 그렇다. 노는 게 제일 좋다.”

“말 혀 뭐 혀어-.”

친구들의 수다를 듣는 진혁의 얼굴에는 한심하다는 표정도 종종 걸렸다.

‘그쯤 살았으면 이제 제발 좀 변해라, 이 뽀로로 같은 자식들아.’

얘들은 철이 안 들어.

PC방을 나선 후에도 친구들은 재잘거렸다.

“아-! 오늘도 재밌었다. 은정아, 여의도 너무 좋다, 그치? 저 회사원 언니들 입은 것 좀 봐. 너무 예쁘다앙-.”

“미경, 주말에 출근한 언니들이 예뻐 봤자-. 오, 그렇군 섹시해. 근데 나, 너 때문에 귀가 먹먹하다.”

“아이고오-. 미경아, 은정아. 나는 하늘이 노랗다.”

“날밤 깐 것도 아니고 겨우 세 시간 놀았는데 뭘 그래?”

“미경, 운동 체력과 놀이 체력은 다른 모양이다.”

“그나마 은정이가 날 이해해주는-.”

“진혁, 놀이 체력도 하다 보면 는다. 너를 위해 다다음주에 다시 오겠다.”

시발.

이직할까.

“배고프다. 밥 먹자.”

그래도 밥은 먹여 보냈다.

“진혁, 오늘은 내가 사지. 알바비 받았다.”

“그래.”

진혁에게 의존하기만 하는 친구들이 아니어서 더 특별하다.

“진혁, 여의도에는 왜 박리분식이 보이지 않는 건가? 돌솥비빔밥이 먹고 싶다.”

“저 모퉁이 카페 돌면 저렴한 분식집 있어.”

“진혁아, 그냥 커피숍에서 밥 먹으면 안 돼? 나 탕수육 덮밥 먹고 싶은데.”

그래, 옛날에는 대학교 앞 카페에서 온갖 메뉴의 밥도 팔았지.

변했으면서도 변하지 않은 세상.

어슴푸레 떠오르는 기억으로만 여겼는데 현실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여긴 카페에서 밥을 팔지 않아. 찾아보면 있긴 한데 주말에는 차만 파는 것 같더라고.”

“오-, 여의도는 놀라운 곳이야. 대학교가 없어서 그런가?”

“미경, 진혁. 내 뱃속에서 오버로드 소리가 난다. 일단 고고고-.”

***

차츰 조직을 개편하고 기업문화에 변화를 주었다.

미래전략본부와 연구소는 분기별로 일주일간의 휴가를 부여했다. 계절별로 휴가를 즐기라는 의미를 내포한 결정이었다. 반드시 분기 내에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따로 떼어 사용해도 되고, 모아 써도 되는, 월차 외의 유급 휴가였다.

역시나 월급쟁이들은 환호했지만 나이든 직원이나 임원 중에는 달가워하지 않는 이도 있었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제도는 있을 수 없어요. 그래도 비교적 약자의 위치에 놓인 이들이 찬성한다면 좋은 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았을 뿐, 이미 유럽에서는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룹 직속이면서도 독립된 조직. 차별적인 기업문화와 인사 재량권을 확보한 터에 다른 계열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과감히 도입할 수 있는 이유였다.

“회사에 청춘을 바치는 직원들에게 당연한 휴가입니다. 그러나 경영자 입장에서는 당연하지 않은 휴가입니다. 휴가 개혁에서 비롯된 생산성을 정량적으로 검토해 추후 개선 여지를 두겠습니다.”

그 정도만 설명해도 일할 때 집중해서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을 터였다.

치밀한 분석 끝에 조직을 세분화했다.

“앞으로 모든 부서 명칭은 팀으로 통일합니다. 이미 다른 계열사와 기업에서도 시행 중이니 어색하지는 않을 겁니다. 전략기획부는 전략지원팀과 전략기획팀으로 나누겠습니다.”

R&R도 명확하되 간소하게 밝혔다.

“기획팀은 미래 먹거리를 지속 발굴하고, 지원팀은 프로젝트팀을 꾸려 인원과 예산을 배정합니다. 기획팀은 업무를 던지는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진행 상황을 끝까지 모니터링해서 루즈해지지 않도록 해주세요.”

민용락은 차장으로 승진해 지원팀장이 되었다. 회장과 사장의 편애를 등에 업은 초고속 승진이었으나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그만큼 업무 수완도 뛰어난 사람이었으니.

김이도는 상무를 달고 정식 부본부장이 되어 진혁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기획팀장은 그룹 인재개발실 산하 교육팀에 근무하던 부장을 영입했다.

“취미 동아리, 친목 모임 모두 좋습니다. 본부와 연구소 예산을 별도 편성해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사내 정치로 조직문화를 훼손하는 인원에게 저와 함께 일할 두 번째 기회는 없을 겁니다.”

*

윤리위원장으로서 징계위원회에도 참석했다.

각오했던 바였으나 가장 어려운 업무였다.

“김〇〇 부장은 여직원 성희롱과 추행으로 윤리제보가 수차례 올라왔는데도 그때마다 구두 경고에 그치거나 아무 일 없이 넘어갔군요?”

“윤리경영실에서는 왜 그 문제를 들춰보지 않은 거죠? 묵살된 제보 말입니다.”

“인재개발실에서 제보를 묵살했다고 보면 될까요? 김〇〇 부장 뒤를 봐준 겁니까?”

“누가 봐도 라인 탄 거 아닙니까?”

“왜 피해를 본 직원이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아야 하는 거죠?”

“과연 이 자리가 윤리위원회가 맞습니까? 여러분이 윤리위원이 확실합니까?”

“이 자리에 참석한 윤리위원들 모두 경위서 제출하시고 윤리위원 자격 박탈합니다. 상무, 전무, 부사장. 성별과 연령. 누구도 예외 없습니다.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을 시, 항명으로 간주하여 다음 임원 계약에 반영하도록 부속실에 강력 건의하겠습니다.”

“차주 목요일에 새 윤리위원회를 구성해서 징계위원회 다시 열겠습니다. 그때는 김〇〇 부장 외에 인재개발실장, 윤리경영실장도 이 앞에 앉히세요. 이상.”

혹자는 미치광이 애송이의 폭정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줄사표가 이어졌다.

그러나 부속실을 향한 임원들의 사표는 반려되었다.

회장실에서 내려온 지시 때문이었다.

읍소하는 직원들을 대하는 홍기준 회장은 단호했다.

“징계 면직 대상자가 사직이라니. 수십만의 직원과 협력업체, 그리고 소비자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 국민, 전 세계가 지켜보는 기업이 우리 세인이에요. 다른 기업도 우리 세인의 길을 걷고자 유심히 관찰 중입니다. 편법은 옳지 않습니다.”

“적어도 세인 안에서는 정도를 걸읍시다. 윤리위원장이 하는 일이 정도를 지키는 일입니다.”

“윤리위원장의 명령은 곧 세인제국의 법입니다.”

망나니에게 잘 드는 칼을 쥐여 준 형국이었다.

“다 죽으라는 소리냐!”

어느 임원이 술자리에서 불콰한 얼굴로 울부짖었으나 동조하는 이들은 그 자리에 배석한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죽는 이도 없었다.

윤리위원장으로서 손진혁이 내리는 최종 주문은 추상같았다.

“이〇〇 전무, 배〇〇 상무. 업무상 자료의 고의 파기와 직원 보호 미흡을 사유로 각각 파면합니다. 관련법에 따라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전〇〇 부사장은 폭언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지 못했습니다. 자진 사직과 소송 중에서 선택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소송 관련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사직하지 않을 경우 다음과 같은 별도 사유로 민사상 책임을 물을 예정입니다. 기업 이미지 실추, 조직문화 저해, 공동의 가치 훼손 등. 분명히 말하지만 스스로 물러나시면 소송 진행은 없을 겁니다. 그간의 공로를 인정해 회사가 오명을 뒤집어쓰겠다는 뜻입니다. 고마운 줄 아세요.”

“이〇〇 부장, 부서 운영비로 주말에 가족 회식이 말이 됩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삼 년 넘게······. 묻는 말에 고개 들고 대답하세요. 부서장에게 부서 운영비 집행 권한을 부여한 이유는, 부서원들을 챙기라는 뜻입니다······. 부서장 임의대로 사용하라고 주는 돈이 아닙니다.”

징계 면직으로 끝내려 했으나 지병으로 고생하는 가해자의 노모와 딸린 식솔들이 진혁의 발목을 잡는 경우도 있었다.

“나〇〇 부장은 유용한 공금을 원복한 사정을 참작해 유급 정직 3개월로 결정합니다. 참회하는 심정으로 근무하세요. 피해자에 대한 사후조치를 지켜보겠습니다. 이상.”

그래서 어려운 업무였다.

사람이 저지르고 사람이 판단하는 일이라서.

마음이 편치 않았으나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권력을 쥔 자로서, 힘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법을 익히라는 홍기준의 주문이 있었다.

“일을 복잡하게 만든 건 강〇〇 상무입니다.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자진해서 밝히고, 사측 처리 절차를 따르는 것이 깔끔합니다. 숨기고, 거짓말하고, 다른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고! 나중에는 선동까지 했어요. 선동. 쉽겠죠. 멍청한 사람 하나 매장시켜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잘못이 쌓이고 쌓여 나중에는 손대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해집니다. 그런 사람은 도려내는 수밖에 없습니다. 파면을 의결합니다.”

“젊고 예뻐서 그랬다고요? 그래서 부하 직원을 헤픈 여자로 소문을 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사적 시기와 질투를 왜 회사에서 위임한 권력으로 행사합니까? 그것도 서로 보호해도 부족할 같은 여자끼리!”

“여러분은 중역으로서 경력이 있고 벌어둔 돈이 있으니 어디서든 살 수 있잖습니까? 피해 직원은 이미 인격적으로 살해당했어요.”

“얼마 전 금융추적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걸 아시나요? 징계위원회에 회부되는 임원의 자금을 기업 관계자가 검찰의 승인을 얻어 능동적으로 추적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별도 감사팀을 편성해 해당 업무에 투입하겠습니다. 법안이 마련된 만큼 불법적인 조사는 없을 겁니다. 뇌물 받으신 분들은 자진신고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자진신고 기간은 포털에 공지하겠습니다.”

나라 안팎이 평화로운 1999년 겨울, 세인그룹에는 폭풍이 불었다.

홍기준이 방관하고 손진혁이 주도하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얼어죽는 이는 없었다.

***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은 육상에서만 무려 5개의 금메달을 수확했다.

진혁의 후배들이 중장거리에 출전해 금메달을 3개나 획득한 것.

남자 400m 계주에서 앵커로 나선 진혁의 스퍼트를 앞세운 대한민국이 브라질을 제치고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사건이 더 크게 부각되었다.

절대 불가능해 보이던 20m 차이를 따라잡고도 1/1000 초 차이로 고배를 마신 진혁이 엎드린 채 주먹으로 트랙을 두드리는 모습은 올림픽 하이라이트가 되었다.

그의 한마디도 선수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내가 조금만 더 빨랐어도······.”

후배 양성을 이유로 조기 은퇴한 진선규의 빈자리를 실감하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슬퍼하거나 비관하는 이는 없었다.

주로 희망적이고 위트 있는 내용을 다룬 신문 기사가 그 증거였다.

「우리가 언제부터 육상 강국이었나」

「고개를 들어라, 당신이 없었다면 절대 꿈꾸지 못했을 은메달이다.」

「진선규 코치, “다른 선수들도 손진혁처럼 생각하고, 손진혁처럼 훈련하면 된다. 안 하니까 안 되는 것.”」

「크리스티 세인체육재단 코치, “뀨, 말은 쉽다. 쏜처럼 훈련하라는 건 일찍 좌절하라는 뜻. 코리아 선수들, 나 정도로만 해라.”」

「진선규, “국가대표팀 코치는 크리스티가 아닌, 나.”」

「크리스티, “뀨, 너도 쏜과 훈련하다가 지저스 만날 뻔했잖아.”」

「진선규, “크리스티, 말 너무 함부로 해.”」

「크리스티, “뀨, 너 몇 살이야.”」

「진선규, “기자들, 말 좀 옮기지 않았으면. 통역하지 않으면 서로 모르고 넘어갈 일을 일부러 키우는 듯.”」

올림픽을 마치고 집에서 짧은 휴가를 보냈다.

진혁은 벌써 초등학교 졸업반이 된 유진이와 수박 화채를 만들었고, 손광연은 여덟 살이 된 정원이와 올림픽 하이라이트를 관람했다.

몇 번이고 돌려봤음에도 손광연은 매번 앉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

[-set.]

[남자 100m 올림픽 결선. 가슴 떨리는 스타트 대기 순간입니다. 모든 관중이 숨을 죽이고 있는 가운데-.]

[쿠우움-!]

[출발했습니다!]

[손진혁! 손진혁! 으아아-! 빠릅니다! 빠르-, 우와아! 그대로 끝내버렸습니다아아! 대한민국! 손진혁! 9초 48! 9초 50을 넘어 세계신기록을 다시 씁니다아아아-! 올림픽 2연패!]

[으아아아아! 만세! 만세에-!]

유진이가 태어난 날 진혁이 그랬던 것처럼, 손광연도 만세 자세를 취했다. 이 또한 영상을 볼 때마다 하는 일이었다.

“와하하-! 만세에-! 우리 아들 만세에에-!”

손광연에게는 하나의 거룩한 의식이다.

점점 아빠를 닮아가는 정원이에게도 만세 부르는 일은 즐거운 놀이였다.

“우리 엉아 만세에-.”

“어욱-!”

외마디 비명과 함께 무너지듯 옆으로 쓰러진 손광연이 사타구니를 쥐고 발발 떨었다.

막내아들과 함께 만세를 외친 적은 많지만, 만세를 부르는 정원이의 핵 펀치에 부랄스를 얻어맞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까하하하하-!”

유진이는 배를 쥐고 웃다가 뒤로 벌렁 넘어갔다.

넘어지며 발로 그릇을 차는 바람에 수박화채가 엎어졌다.

에휴-. 거실 카페트에 스며드는 과즙을 닦으며, 진혁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숨을 쉬는 것뿐.

‘우리 가족도 변하지 않는구나.’

변함없이 사고뭉치로 머물러줘서 고마운 사람들.

가족.

“아하하하학-! 까하하하하-! 오빠, 아빠 좀 보세요-. 터졌나 봐요오호혹-!”

아, 유진아.

네 고향별이 핵주먹에 초토화됐는데 그렇게 배를 잡고 웃을 일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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