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평범하게 살기로 했더-319화 (319/338)

인탄忍歎(Intern) (7)

***

인성검사에서 탈락하는 사람은 바보다.

진혁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시험이 아니야. 기업에, 사회에 어우러지는 사람인 척,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사람인 척하면 되는 거지.’

대다수가 듣기에 무난한 답을 고르면 그뿐이다. 조직 분위기를 저해하거나, 튀는 인성이 아닌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는 답 말이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인성에 문제가 있던 본인도 과거에 통과하지 않았던가.

적성 검사는 답이라는 돌을 바닥에 깔아 길을 내는 방식이다.

내게 경영자의 자질이 있소, 영업맨으로서의 능력이 뛰어나오, 또는 고객관리에 강점이 있소. 보이고 싶은 성향에 맞게 드러내는 것이 비결이다.

그런 점에서 양심에 찔리는 문항도 있었다.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들이 보기에 흡족한 답을 고르는 거니까. 하지만 누가 누굴 비난할 수 있을까. 어차피 세상일이란 그럴듯한 말로 서로 속이고 속는 게임 아니던가.

신상정보를 입력하고 마우스를 클릭했다.

ARS로 확인해도 될 테지만 초고속 인터넷이 가능하고 PC가 있으니 웹페이지로 확인하면 그만이다.

흰색 배경의 웹페이지로 가득했던 모니터를 진한 파란색 글자가 채웠다.

「합격」

거짓말쟁이 손진혁은 그렇게 인적성 검사를 통과했다.

‘휴우-. 내 인성 무사한 것.’

*

서울의 모 대학교 강의실을 빌린 고사장에서 채용시험에 응시했다.

서술형 채용시험은 2개의 공통 주제와 1개의 특기적성별 주제가 출제된다.

시험지를 받아들자 입술이 제멋대로 삐죽 튀어나왔다.

‘이건 순 과거 시험이네.’

21세기를 목전에 두고, 벽에 발라도 될 듯한 긴 답안지가 웬 말인가.

기출문제보다 시제試題도 까다로웠다.

다른 이들의 반응도 진혁과 다르지 않았다.

하아-.

후우우-.

강의실 곳곳에서 터지는 탄식이 증명한다.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아득한 심해에 발부터 끌려 들어가는 생명이 내쉬는 마지막 숨처럼, 그들이 직면한 막막함이 느껴졌다.

「1. [공통] 아래 지문을 참고하여 다음에 대하여 자유롭게 서술하시오.」

대학 전공 서적에 나올 법한 지문이 아래로 두 뼘가량이나 이어졌고, 그 밑에 문제가 있었다.

「시장市場을 정의한 후 그 작용 이치를 설명하고, 시장에 소속된 개체로서 거시적 생존 방안에 대하여 서술하시오.」

1번 주제는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자의 기본 지식과, 사회 시스템 안에서 직간접적으로 경제활동을 한 자의 개인적 깨달음을 함께 묻는 문제로 보였다.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이해.’

응시자에게 묻고 있었다.

너는 세상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수요와 공급의 원리에 의하여 재화와 서비스를 거래하는 추상적 영역의 정의를 벗어나, 현재의 시장은 수요를 무시한 공급의 해일에 직면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상품과 주식 등 무형의 재화가 그 증거이다.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물건임에도 소비자는 ‘패션’ 또는 ‘품위’라는 미사여구를 위해, 또는 ‘투자’라는 핑계로 공급자에 반응한다 ······ 결국 투자 시장을 지탱하고 움직이는 것은 기대심리로써, 획득한 재화 가치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를 바라는 ······ 그러나 종속 시장의 안정성은 국내 투자자보다 정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안보 불안 해소와 대외적인 외교력이 빛을 발할 때 외자가 유입되어 파이를 키우는 것으로 시장은 기대심리에 부응한다 ······ 결국 무형의 재화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신뢰할만한 정권을 수립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시스템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투자일 것이다.」

홍기준은 좋아하지 않을 답안이다. 선량한 소수에게 집중된 힘을 선호하는 사람이니까. 그러나 선량한 소수는 있어도, 그 소수가 힘을 선량하게, 적절히 사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대척점에 선 다수를 설득하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고 에너지가 고갈되면, 소수는 힘을 놓아버리거나 다른 다수에게 도움을 청한다.

‘내가 살았던 역사에서는 그랬지.’

의식의 흐름에 따라 빠르게 쓰다 보니 비문도 일부 발생했다.

그런데 시간이 정해진 수기 서술 시험에서 완벽한 문장만 구사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어차피 정답이 없고 생각을 묻는 시험, 적당히 결론을 맺고 넘어갔다.

「2. [경영지원] 아래 지문에 제시된 사회적 갈등 사례를 임의로 택하여, 발생 요인을 설명하고 해결책을 제시하시오.」

2번 문항은 천길룡 할아버지에게 사사하며 귀가 따갑도록 배운 내용과 말이 통한다.

개나 소나 선생질만 하려 드는 데서 인간 세상의 모든 문제가 발생한다고 했다. 거울을 보며 제 마음을 닦아야 하는데 조또 없는 것들이 타인을 보며 평가질하고 손가락질하기 때문에 세상이 개판이라고.

‘맹자. 그래. 나는 그 가르침을 뼈대로 삼아서 써보자.’

시대를 뛰어넘어 관통하는 화두야말로 진정한 고전 아닐까.

인간 세상에 관심이 부족해 미처 생각지 못한 주제를 천길룡을 통해 배웠으니 그 할아버지는 진정 스승이다.

슥슥슥-.

강의실 전면에 걸린 시계를 보니 시간은 넉넉했다.

「3. [공통]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한 가지 이상 제시하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발전시켜 나아갈 방향에 대하여 자유롭게 서술하시오.(환경, 인권 제외)」

3번 주제를 보는 순간 확신했다.

‘회장이 출제한 문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미래가 뭘까?」

홍기준은 그것이 마지막 강의이며 시험이라고 했다.

이제 사회에 발을 딛고 제 인생을 살아갈 녀석을 좌지우지하려 들면 안 되는 거라며, 누가 떠들어도 제멋대로 걷는 것이 인간이라며 더이상의 강의는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답안을 작성하기에 앞서, 볼펜을 내리고 눈을 감았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홍기준 아저씨가 말한 미래에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래는 곧 후손이다. 똥을 싸고 도망치는 조상이 될 것인가, 블록을 쌓듯 후손들이 계속 이어서 건설할 수 있는 세상의 기반을 다질 것인가.’

당연히 후자가 되어야 한다. 탐욕으로 똘똘 뭉친 멍청이라도 겉으로는 후자가 옳다고 말할 것이다.

인간 세상의 지속성을 생각할 때, 그리고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고민이었다. 통치자는 현재의 민생을 살펴야 하고, 경영자는 어떻게 하면 미래를 조금이라도 어둡지 않게 건설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홍기준은 말했다.

‘국가를 말함인가, 인류를 말함인가.’

국가를 예로 든다면 외세에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건설해야 하는데, 군사력과 경제력의 뒷받침은 필수다. 어떤 멍청한 통치자가 등장해도 말아먹지 못할 시스템도 구비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곧 사람이다. 사람은 어떻게 키우는가, 결국 교육에 손을 대야 한다. 권력자가 교육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그들의 미래가 될 기업, 기관을 바꿔 입시 편향의 교육 시장을 바꾸는 수밖에. 그 역사는 이미 홍기준에 의해 이루어졌다.

보이지 않는 전쟁도 수없이 치러야 한다.

내홍을 노린 외국 정치 결사단結社團이 뿌리는 돈, 그 돈으로 왜곡과 날조, 선동을 일삼는 집단을 견제해야 한다. 다단계조직이나 사이비 종교집단처럼 흥하는 무슨 학회, 연구단체, 유사 언론, 사단 법인으로 위장한 각종 단체 등.

뭐, 평범한 이들은 다들 아는 얘기다.

미래를 인류 전체로 가정한다면 역시 환경과 인권이 정해진 답이다. 많은 수험생이 인구 폭발에 대비한 식량 문제를 주제로 삼으리라. 그러나 식량 문제도 환경과 인권으로 귀결되는 흔한 주제인 바, 고득점을 얻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리고 20년도 되지 않아 인구 절벽에 직면하는 마당에 홍기준은 식량이나 기아 문제 같은 뻔한 답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안전’을 주제로 작성할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러나 안전은 어차피 인권에 포함되는 주제였기에, 안전을 주제로 서술한다면 출제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답안 하나를 통째 날려 먹을 수 있다.

‘바다나 우주가 좋겠지.’

인류 생존의 열쇠를 얻기 위한 미지에의 접근.

추상적이고 난해한 주제였다.

‘그래도 쓸 내용이 많겠어.’

후우우-.

호흡을 고르니 나열할 문장이 순차적으로 떠올랐다.

과거 시험이 현대까지 존치되었다면 이런 풍경을 연출했으리라.

슥-스윽-.

볼펜 똥을 열심히 닦아내며 빼곡하게 작성했다.

곳곳에서 어깨를 두드리는 사람이 등장해도, 감독관 동행하에 화장실에 다녀오는 사람, 펜을 내리고 휴식을 취하는 응시생이 있어도 진혁은 꿋꿋하게 앉아 작성했다.

진득하게 앉아 공부하는 것만큼 잘하는 일도 드물다. 그리고 누구보다 체력적으로 우위에 있다.

‘나도 많이 변했다.’

글에 생각과 마음을 풀어 넣는 일이 어느덧 익숙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어쩌면 시험 문제를 푸는 자체보다 뭔가를 표현하는 행위가 중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저 한숨 쉬는 사람 중 많은 이가 합격하는 거겠지.

‘사고하고, 사고하고, 끝없이 사고하라. 쓰는 건 머리가 아닌 손이 한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내적으로 지껄인 진혁이 피식 웃었다.

어쩐지 개똥철학자가 된 기분 아닌가.

***

헤헤헥-.

장군이는 두 달째 천마의 무덤을 지켰다. 청승맞게 웅크리고 있는 게 아니다. 봉분 위에 올라 수로 속 물고기를 구경하고, 물고기를 보며 천마를 떠올린다.

봉분의 잔디가 뿌리를 내리도록 꾹꾹 눌렀다. 옛날에 집 새로 지을 때 보니 인간놈들이 이렇게 꾹꾹 밟더라고.

손앵앵이 심은 꽃씨에서 싹이 올라오면 잘 자라도록 거름도 뿌렸다. 찍-.

“장군아, 천마총은 파면 안 돼오-.”

앞치마 인간 장쟁쟁으로부터, 무덤을 파헤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아니 시발 저 무식한 인간 돼지가 누굴 도굴견으로 아나······.

월-.

장군이는 천마가 그리워서 무덤을 지키는 거다.

그리고 두더지나 노루, 멧돼지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위엄을 세우기도 하는 거지.

으르르-.

아무래도 다음 차례가 될 것 같은 광마는 아직 쌩쌩하다.

헤유-.

허어-, 그래도 언제 천마를 따라갈지 모른다.

천마도 작년까지는 힘이 넘쳤으니까.

손앵앵 덕분이다.

손앵앵이 매일 만져준 덕분에 잔병치레 없이 죽기 전까지 건강하게 살았던 거다.

장군이는 똑똑한 개라서 그런 것도 안다.

끼잉-.

물고기 먹고 싶다.

물고기가 먹고 싶어지면 천마 영감이 더 그리워진다.

유쟁쟁이라는 의사 오빠가 그러는데 천마는 물질을 한 덕분에 더 오래 산 것 같다고 했다. 잠수하는 동안 건강해지기도 하지만 몸에 나쁜 가스가 몸 밖으로 배출된다나?

천마가 장수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장군이 덕분이라는 뜻이다.

장군이가 물고기 사냥을 시켰으니까.

천마가, 어디 보자······.

한 살, 두 살, 세 살, 네 살······.

발이 네 개밖에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네 살 넘게 살았다.

장군이 가랑이에 고추라도 달렸으면 하나 더 셀 수 있었을 텐데.

헤헤헥-.

워얼-.

순찰을 마친 녀석들이 모였다.

이제 천마가 없지만 할 일은 해야 한다.

그게 이 땅을 지키는 장군이와 개새끼들의 사명이다.

월! 워월!

가자, 개새끼들아!

컹-!

오늘은 어디로 놀러 가냐고 검마가 물었다.

이 새끼는 개 구실하려면 아직 멀었다.

으르르-.

그딴 게 어딨어 이 새꺄-.

발 닿는 대로 가는 거여!

오늘은 연수원 쪽으로 가자.

거기서 맛있는 냄새가 나더라고.

잘생긴 서울 연하견 뽀미도 있지.

데헷-.

컹컹-.

광마가 말했다.

손왕왕이 거기 있다고.

으르르-.

아, 어쩌라고.

손왕왕이 있어서 가는 거 아니다.

정말이다.

***

합격자 발표 후 조직문화 습득을 위한 3일짜리 수습직원 연수를 마치니 어물쩍 여름 초입이다.

연수원 마당에서 가볍게 파티가 벌어졌다.

그룹 규모로 연간 채용하는 인원이 워낙 많고, 함께 교육을 받는 인원도 많아 친목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도 일부 안면이 익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어요. 와하하! 유명한 사람과 동기라니 너무 좋아.”

“수석 입사도 축하해요.”

진혁은 멋쩍게 웃었다.

대학교수진과 기업 임원이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블라인드 심사에서 최고점을 받았는데 그 뒤에 홍기준의 입김이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앞으로 진혁의 조직 내 영향력 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치였으리라.

“와하하-! 진혁이는 서울로 바로 가요? 집은 구했어요? 당연히 좋은 아파트로 구했겠지?”

디자인실에 배치될 예정인 대졸 동기가 물었다.

유명 여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이었는데 목소리가 크고 웃음소리가 특이했다. 검고 긴 생머리와 전혀 매치가 되지 않는 화통함이다.

“숙소는 모레 가봐야 알아요. 첫날은 집에서 출근할 거예요.”

수습 연수기간 동안 연수원을 나서지 않았다.

그것이 룰이니까. 집이 가깝다는 이유로 외출을 하면 누가 곱게 보겠나.

그래도 첫 출근은 집에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첫 출근하는 아들 넥타이는 꼭 매 주고 싶다는 엄마의 바람 때문이었다.

홍기준에게 부탁하니 쿼드론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했다. 첫날은 하늘로 출근하라며.

“허허- 아쉽당. 그래도 같은 건물이니까 누나랑 친하게 지내요. 밥 사줄게.”

디자인실도 여의도 연구소와 같은 건물에 있다. 디자인실은 미래전략본부의 지휘를 받고, 연구소는 별개의 조직이지만 미래전략본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해서 연구소와 미래전략본부 핵심 부서장은 홍기준의 복심들로 자리를 채웠다.

“자주 볼 거예요.”

개발과 관련된 직원들은 진혁이 맡게 될 업무상 자주 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다.

월-!

“아하하, 쟤들 또 왔네?”

“먹을 거 있을 땐 귀신같이 알고 온다니까?”

“쟤들이 이 동네 명물이야. 쟤들 덕분에 부자 동네인데도 도둑이 얼씬 못 한대.”

장군이와 동네 개들의 출현에 연수원 직원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웆쭈쭈-, 다리를 굽혀 앉아 손짓으로 부르는 직원도 있었지만 장군이와 친구들은 그의 빈손을 확인하고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역시 자본주의 개들이다.

‘장군이가 잔칫집에 빠지면 안 되지.’

동네에 연수원이 들어선 후로 장군이 털에서는 윤기가 넘친다.

아마 저 새끼는 물에 던져도 기름기 때문에 뜰 거다.

“장군아-. 엉아 여깄어.”

장군이는 진혁을 한 차례 곁눈질하고는 본 척도 하지 않고 음식이 많은 테이블을 기웃거렸다.

“장군아? 엉아 여깄다니까?”

헤헥?

드디어 장군이가 진혁을 돌아보았다.

“옳지. 이리 와.”

···그리고 이빨을 드러냈다.

으르르-.

뭐래. 손에 먹을 것도 없는 새끼가.

***

집에 가기 전 유명선과 인사를 나누었다.

“어허허-. 근사한 사내가 되었구나. 이 할애비가 아주 탐이 나서 죽을 지경이다.”

“죽는다는 말씀은 하지 마세요.”

유명선의 너스레를 진혁이 웃으며 받았다.

“어허허-. 오냐오냐.”

유명선의 수작이 뭔지 아는 마당에 친근하게 구는 것도 불편해할 이유는 없다. 깨어 있네, 개방적이네 해도 옛날 사람.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유명선이라는 그물에 손진혁을 가두고 싶어하는 것이려니.

“홍 회장이 통 말을 안 해주더구나. 무슨 일을 하기로 했니?”

신규 채용 직원은 본부나 실 규모의 배속 정보만 확인될 뿐, 세부 부서는 출근 후 인사발령에 따라 정해진다. 가족에게도 입단속을 시켰다더니 홍기준이 유명선에게도 언질을 주지 않은 모양이다.

“저도 모릅니다. 다 같은 수습이에요.”

“떼이-, 고얀 놈들. 클클-.”

개구쟁이처럼 웃는 진혁을 보며 유명선이 눈살을 찌푸렸다.

두 남자가 수작을 부리는 중이라는 것을 눈치챈 늙은이의 반응이었다.

“큰일을 한다는 이유로 청춘혈기를 외면하면 안 되는 게야. 사내가 너무 일만 하지 말고 청춘을 즐기거라. 친구도 만나도 여인도 만나고······.”

친구까지는 그러려니 하겠는데 여인이라니, 이 할아버지가 또 사람 간을 보시는구나.

이럴 땐 싹싹하게!

“네. 많이 만나겠습니다.”

커흠! 어휴우-.

유명선이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대답이 틀렸나 본데?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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