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평범하게 살기로 했더-166화 (166/338)

< 마지막 축제 (4) >

***

누군가는 잘 나가는 사람을 질시하고 시샘한다.

알고 보면 결국은 저와 다르지 않은 사람인데도, 열등감에 절어 근거 없는 협잡을 일삼고 저주를 퍼붓기도 한다.

다행스럽게도, 나이에 비해 의젓한 염병택은 그런 청소년이 아니었다.

“염병이가 애가 참 진국이여. 그래서 내가 계속 친구 먹는겨.”

“······응. 어른스러워.”

조슬찬과 박상기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그렇게 느낄 터였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박지범에 밀렸고, 내내 에이스 역할을 했던 중등부에서는 당연하다는 듯 손진혁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어쩌면 염병택은 그러한 2인자의 숙명을 깨닫고 순순히 받아들인 건 아니었을까.

“어른스럽기는 무슨. 엄마가 그러는데, 분에 넘치는 욕심 부리면 안 된대. 엄마 고향에 살던 얼간이는 해랑 눈싸움하다 눈이 거의 멀었대.”

일찌감치 제 위치를 인지하고 경험한 염병택에게 마음의 상처나 박탈감 따위가 들어설 자리는 없었다.

물론, 자발적으로 양보한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한 후 결과를 받아들였을 뿐.

‘죽어라 했는데도 결과가 그런 걸 어쩌겠냐아-.’

어떤 힘의 논리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기록경기. 공공연히 인정받는 수치를 앞에 두고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덤빌 사람이 누가 있을까.

100m 결선을 앞두고, 벤치를 차지한 친구들이 수다로 긴장을 녹였다.

“염병아, 가만 보먼 말여. 저렇게 뛰는 애를 안다는 게 겁나 자랑헐 일 같어.”

“그렇지. 혹시 아냐? 나중에 진혁이가 국가대표 되면 내가 쟤랑 같은 팀이었다고 자랑할 날이 올지.”

“오······. 국가대표.”

앉은 채 발끝으로 땅을 차며 긴장을 풀던 박상기의 입이 동그랗게 말렸다.

사돈의 팔촌의 남자친구의 형이 한국대학교 재학생에게 과외 학습을 받는다고 자랑하던 학급 친구가 있었다. 어쩌면, 무슨 계기라도 있으면 떠벌이고 자랑하는 게 인간으로서 당연한 심리인지 모르겠다. 길지 않은 손진혁과의 인연이지만 조슬찬의 말대로 된다면 정말 좋은 자랑거리 아닌가.

“그래두 염병이가 아깝다. 준결승이서 쫌만 빨렀으먼 됐을 텐디-.”

예전의 염병택은 다른 선수의 등을 보며 이를 악물고 뛰다 탈락하는 선수였다. 한데 성장한 염병택은 준결승에서 2, 3위와 거의 동시에 골인했다. 그래서 더욱 아까울 수밖에.

그럼에도 염병택은 의연했다.

“나는 그래도 출전은 했잖아. 두 명까지라서. 조슬이 네가 아깝지.”

“허이구-, 맨날 예선 탈락인디 아까울 건 뭐라니?”

이히히-.

조슬찬이 속없는 사람처럼 웃었다.

“선생님이 그러시던디, 우덜이 인구가 많은 년들이라 선수두 많댜-.”

뭐, 같은 해에 태어난 동갑내기가 많다는 뜻 같았다.

이번만큼은 염병택도 조슬찬의 말을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알아들었으면 된 거지.

[제자리-.]

개인경기의 백미, 남자부 100m 결선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마음껏 숨 쉬는 존재는 태양뿐이었다.

구레나룻을 타고 흐르는 땀이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의 폭염, 바람 한 점 없이 건조한 대기가 아니더라도 모두 숨을 죽였다.

[차려-.]

염병택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곳에, 94번 선수의 숙인 뒤통수가 있었다.

추첨에서 3번 레인을 뽑았다고 했다.

경기 진행 방식에 따라 상위 기록자 세 명이 추첨을 통해 3번부터 5번 레인까지 배정을 받은 것.

태양중학교 아이들에게 94번의 레인 배정은 관심사가 아니었다.

순위도 그다지 궁금하지 않았다.

[타아앙-!]

미친듯한 스타트 반응 속도였다.

이야아아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섰다.

엉덩이 무거운 박상기도 함께였다.

“존나 빨러!”

이번에도 파울 신호는 울리지 않았다.

조슬찬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진혁의 스타트가 얼마나 빠른지 모두 눈으로 확인한 터였다.

팍팍팍- 치고 나오는 게 아니다.

파다다다닥- 족제비에게 꽁지를 물린 닭처럼 활갯짓을 하는데, 그 움직임이 크고 시원시원하다. 힘이 넘치는데 빠르기까지.

“오줌 싸겄네에-.”

“미쳤어!”

“······아아-.”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저 정도면 파울 같은데, 예선과 준결승 때는 다른 학교 지도자들이 항의하는 일도 있었다. 감독관도 눈을 의심할 지경이었으니 막무가내 항의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전자 신호기와 센서에 오류가 없다는 결론만 되풀이되었다.

경쟁 선수들이 진혁의 스타트에 문제가 없다며 수군댄 것도 판단에 영향을 미쳤을 터였다. 어른들의 회의에 끼어들어 참견할 용기는 없을지라도, 누가 뭐래도 가장 감각적이고 동물적일 선수들이 경계 대상 1호의 손을 들어준 것이었으니. 가장 예민할 당사자들이 괜찮다는데 누가 더 토를 달까.

[타앙-.]

드디어 94번이 결승선을 통과했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한 친구를 향해 염병택과 조슬찬이 달려나가려던 그때였다.

반짝이는 금니를 자랑하는 괴한이 트랙에 난입했다.

“우와아아악-!”

어제는 경황이 없어 지도자 인생 최초의 금메달을 즐기지 못했는데, 오늘이라도 마음껏 소리 좀 질러보자.

비켜라 이놈들아!

이병세였다.

***

진혁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유진이 방귀에도 반응하는 감각을 지녔으니 신호총 반응 속도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초반부터 치고 나간 데다, 등 뒤의 추격자들을 떠올리며 달리는 방식이 익숙해 우승 또한 의심하지 않았다.

한데.

‘하씨-, 괜한 기대였나. 아직도 몸에 적응하지 못한 건가?’

누구 말대로 정말 다리가 길어져서 힘의 전달이 완전하지 않은 걸까.

결승전이라는 긴장감이 간절함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그렇게 마음껏 힘을 쏟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찝찝하네.’

끊어질 듯 배가 아파 변기에 앉았는데 방귀만 나오는 꼴이다. 벽돌을 깨려 힘껏 정권을 질렀는데 벽돌 무늬 스티로폼이어서 헛심이 빠지는 헛헛함도 드는, 완벽히 모순된 감각.

“11초 정도 나왔어.”

민용락의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축하 인사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모두와 손을 맞대며 기쁨을 누렸다.

‘주인공은 내가 아니니까.’

친구들이 즐거워하는 것으로 충분했다. 마치 제 일인 양 함께 웃고 소리를 지르는 녀석들이 금메달보다 더 소중했다.

아이스박스에서 꺼낸 이온 음료로 목을 축이며 오후를 기약했다.

“아직 안 끝났어. 컨디션 챙기자.”

“그려, 그려.”

아직 남은 계주 결승.

어찌어찌 목적지를 눈앞에 두었는데 여기서 만족할 수야 없지.

***

“회장님은 어떻게 그렇게 뛰는 거지?”

“글쎄? 어릴 때부터 이렇게 해와서······.”

마치 두 사람의 말투가 바뀐 듯했다.

어쩐 일로 박상기가 또박또박 물었으나 진혁으로서는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어물거렸다. 늘 자세를 고민하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며, 힘을 효율적으로 분출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달린 결과다.

이걸 말로 설명한다면 그저 말에 그칠 뿐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니까.

“보폭을 줄여도 될 것 같아.”

조심스레 내놓은 박상기의 의견이었다.

먼저 말을 꺼내는 법 없는 녀석이 관심을 보이니 진혁으로서도 흥미가 동했다.

“축구할 때는 잔발로 많이 뛰거든.”

진혁은 박상기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 선수와 경주하듯 주력을 뽐내는 경우는 롱볼에 이은 역습의 경우가 대부분. 일반적인 경기 양상에서는 상대와 경합하며, 드리블을 하고, 패스를 위해, 혹은 패스를 받기 위해 보폭을 좁게 잡기 마련이다.

“회장님 보폭이 큰 건, 호흡에 여유가 있고 힘이 넘쳐서 그런 걸 거야. 잔발로 뛰면 호흡 리듬 잡기가 까다롭기는 한데, 다리는 내가 원하는 만큼 놀릴 수 있어. 말주변이 없어서 설명하기는 힘들다.”

당장은 아닐지라도.

진혁은 박상기의 의견을 곱씹으며 보폭과 걸음 수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러기 위해 민용락이 체계적으로 기록을 하는 중이고.

“좋은 생각이다. 천천히 교정해 봐야겠어.”

보폭을 넓게 잡는 주법은 앞쪽 무릎에 걸리는 체중 부하가 큰 데 반해, 힘의 손실이 컸다. 하여, 진혁은 이미 수정한 보폭을 취하는 중이었다. 한데 박상기의 눈에는 여전히 넓어 보이는 듯했다.

반응 속도를 동물적으로 끌어올려 신체를 내 의지대로 움직이는 훈련, 이른바 코디네이션이 잘 되어 있는 축구선수다. 그 안목을 새겨들을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회장님은 다리가 길고, 허벅지랑 발목도 강하니까 보폭을 넓게 잡아도 되겠지만······.”

아니, 이 시끼가 기껏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한테 이랬다가, 저랬다가.

***

대회 마지막 날의 마지막 경기를 앞둔 경기장.

각각 대비되는 감정이 허공을 떠돌았다.

떠날 채비를 마치고 후련하게 관전하는 수백 명의 선수들과, 긴장을 안은 서른 두 명의 선수.

금세 넘어갈 달력이 무색하게도 태양은 뜨겁고 대기는 건조했다.

대회 내내, 여기저기서 코피를 쏟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어깨의 피로를 달래려 허리춤에 손을 얹은 진혁은, 길게 뱉는 숨으로 체온을 조절하며 민용락을 보았다.

“오늘도 의무팀이 없네요.”

냉수에 적신 거즈로 선수의 코를 틀어막고, 물수건을 미간이나 뒷목에 대주는 지도자들만 보였다. 의무지원이라는 천막이 있었지만 텅 비었고, 근처에 앰뷸런스도 없었다.

“있어야 하나?”

민용락이 수첩에 메모하며 갸웃거렸다.

“필수로 구성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생명이 달린 일인데요.”

날씨 자체가 고통이니 평소처럼 나누는 대화에도 미간을 오므려야 했다. 진혁은 한마디, 한마디가 불쾌감으로 비치지 않도록 애썼다.

“선진국은 다 그렇게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에스아이재단은 의료전문가도 충원하면 좋겠어요. 언제 어떤 사고가 날지 모르잖아요.”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심장마비로 뇌에 공급이 끊겨 평생 장애를 안고 살거나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축구에서도, 야구에서도 그런 일이 발생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음을 기억한다. 말로는 프로 스포츠, 국민 스포츠라며 사탕발림하고 포장하면서도 정작 선수들에 대한 조직적, 체계적 지원은 부실했다.

“응, 이사장님께서 좋아하실 거야. 현장의 소리를 많이 취합하고 반영할수록 재단 운영이 진심임을 알릴 수 있다고 하셨거든.”

“다른 곳처럼 형식적으로만 운영하면 돈 자랑으로 비출까 봐서요?”

“그런 건 아니고, 그래야 유명해져도 욕을 덜 먹는대.”

소리 없이 웃은 진혁은 이마를 짚었다.

별 생각 없이 되물은 말에 유세라다운 답이 돌아왔으니.

‘그래도 아줌- 어머님은 불우이웃돕기도 많이 하시고 소외계층에 관심도 많으셨지.’

진혁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현생에도 세상과 타인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나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솔직한 욕망 따위도 없었으니. 이미 홀로 살아봤고, 충분히 성공한 인생을 살았으되, 참으로 별것 없고 보잘것없는 삶이라는 소회만 남았더랬다.

‘그렇게 혼자 살다 죽었다면 누가 날 기억해줬을까.’

아쉬움 없이 살 수 있는 삶이었으나, 이제 와 인연을 만들어 함께 하니, 과거의 생이 상대적으로 외로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즐기는 법을 몰라서 그런 것이라 반론하던 지인들 앞에서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팩폭 꺼져주세요.’

손을 휘휘 저어-, 이제는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그들을 불볕 아지랑이 속에 흩어버렸다. 함께 뭘 하자고 손 내밀지도 않은 것들이 이런저런 말만 많았다.

손등으로 이마를 훔친 민용락이 수첩을 활자로 채워 넣었다.

“그럼 의료팀도 추가하고-.”

생명은 소중하다.

지성과 사고의 수준이 미달하여 바람직한 결과를 낳지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대부분 인간의 의도는 순수하다고, 진혁은 그리 믿고 싶었다. 현실은 그렇지 않을지라도.

그래서 헛되이 스러지는 생명이 없기를 바랐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품은 소신이다.

“의료팀, 인재 발굴 담당, 육성 담당, 그리고 뭐가 필요할까?”

이병세와 아이들이 지켜보는 것도 잊은 채, 민용락은 메모한 내용을 살피며 질문을 이었다. 그러나 여유롭게 미소 짓는 진혁이 슬며시 들어 올린 손에 의해 미팅은 종료되었다.

“다음에 해요.”

마지막을 불태울 친구들과 어울려야 하니까.

[잠시 후-, 본 대회의 마지막 경기, 남자 사백 미터 계주 결승 경기가 열릴 예정이오니, 참가 선수들께서는 출발구역으로-.]

***

이병세와 민용락, 태양중학교 선수단을 제외한 군중이 웅성거렸다.

스타트 라인에 선 파란색 유니폼의 94번 선수 때문이었다.

앵커가 아닌 1번 주자로 나섰으니 의아할 수밖에.

[일 레인-.]

성공적인 대회를 기념하기 위함이었을까, 결승 진출 팀을 소개하는 사회자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아니면 이제 지옥 같은 불볕을 벗어나 집에 갈 수 있다는 홀가분함 때문일지도.

[육 레인, 태양중학교-.]

번쩍 손을 든 진혁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와아아-. 짝짝짝-.

앳된 목소리와, 찹찹 때리는 박수소리. 보잘것없는 호응이었으되 그것으로 충분했다.

어차피 어린 후배들에게 보낸 인사였으니.

‘잘 봐둬라.’

박상기의 조언대로 보폭을 조절할 시간은 없었지만, 어디서도 보지 못할 1번 주자를 보여줄게.

고개를 돌려 대기 중인 2번, 3번, 4번 주자들과 눈을 맞추었다. 굳이 말은 필요 없으리라. 눈빛만으로도 통하는 게 있는 법이니.

[제자리-.]

앵커는 직선주로 전문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200m도 절반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어차피 잘 뛰는 놈은 코스를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문과니 이과니 떠들 것 없이, 정말로 공부 잘하는 놈은 과목을 따지지 않는 것과 통하는 이치다.

[차려-.]

그놈이 초인적인 신호 반응 속도까지 갖췄다면.

[타아앙-!]

다른 경쟁자들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놈은 이미 박차고 나갔다는 뜻이 된다.

지금처럼.

우와아아-!

때로는 요행을 바라는 것도 괜찮다.

모든 스포츠에 변수가 존재한다. 변수로 인한 실책을 만회할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로 그 변수가 경기 결과에 미치는 가중치를 매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겨우 10초 남짓한 시간에 결판이 나는 육상 단거리야말로 변수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옵-빠지게 쫓아와 봐라!’

환호는 뒷전, 제 등을 보며 달릴 경쟁자들이 X됐다는 마음에 페이스가 무너지면 좋고, 아니면 말고. 분명 몇 명은 다급한 마음에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을까.

터질 듯 터지지 않는 감각, 꼭꼭 숨어 안달 나게 만드는 힘은 아무래도 좋다.

상기할 수 있는 추억이 많다는 사실 자체로 진혁은 달리는 일이 즐거우니까.

예를 들면 최미경 어린이라든가.

‘나 잡아 봐라!’

완만하게 굽은 트랙의 끝에서, 친구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

지옥 같은 여름보다 더 지옥 같은 훈련을 함께 손잡고 끝내 헤쳐낸.

2번 주자 박상기가 눈에 들어왔다.

동그랗게 뜬 채 에이스를 보는 눈에는 경외감마저 어려 있었다.

아, 이 도시 놈아. 구경하지 말고 시동이나 걸라고.

터욱-.

퍼뜩 정신을 차리고 달려나가는 박상기의 손 깊숙이 배턴을 안착시켰다.

“달려!”

윙 포워드의 직선 돌파를 보여줘!

박상기는 직선 돌파 실력보다 속내를 먼저 드러냈다.

“정화야아-! 사랑한다아아아-!”

아오, 저 미친놈이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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