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평범하게 살기로 했더-150화 (150/338)

< 곽란의 서머 캠프 (2) >

***

월-.

애새끼들이 왔어.

비방이나 개무시하려는 의도는 없다.

장군이는 정치적 올바름을 갖춘 개라서 차별이나 혐오 성격을 띠는 표현을 지양한다. 다만 개라는 종특상 달리 마땅한 표현이 없을 뿐이다.

아무튼, 그 애X끼들은 손왕왕의 부하들 같았다.

애새X들은 홍시와 천마, 광마를 쓰다듬고 만지며 삿된 냄새를 잔뜩 묻혔다.

뭐, 불만은 없다.

무릇 개란 사람 냄새를 묻히며 세상에 동화되고 성장하는 짐승이니까.

X새끼들 덕분에 지난 저녁 맛난 것들을 잔뜩 얻어먹을 수 있었다.

아주 맛이 좋았는데, 장어라고 했나?

길쭉한 물고기라는 뜻이다.

장군이는 똑똑한 개라서 그런 것도 안다.

아무튼, 부하견들도 놀 사람이 많이 생겨 신이 났으니 오히려 환영할만한 일이다.

흐헤헥-.

장군이는 혀를 길게 빼고 헥헥거렸다.

더위가 절정에 달한 계절, 이제 막 해가 떴는데도 대기가 이글거렸다.

“장군이 목마르지요?”

손앵앵이 호스를 끌어다 물그릇을 헹군 후 새 물을 받아주었다.

역시 다정하고 친절한 내 부하답다.

대장 목마를까 봐 물부터 챙겨주잖아.

천마와 광마는 아무 데나 고인 물을 할짝거리지만 장군이와 홍시는 근본 있는 개로서 혓바닥을 함부로 놀리지 않는다. 그래서 손멍멍 아저씨네 가족이 주는 물만 섭취한다.

차차찹찹-.

어으, 없던 신부전증이 나을 정도로 깨끗하고 시원한 물이다.

워얼-!

개놈들아, 물 마셔라!

장군이는 착한 개라서 아랫것들도 챙긴다.

그건 그렇고.

손왕왕이 갑자기 부하를 데려온 게 수상하다.

으르르-.

저쪽도 네 마리, 이쪽도 네 마리면 결국 전쟁을 염두에 둔 게 아닐까.

유식한 말로 다이다이라고 천옹옹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 같더라.

장군이는 똑똑한 개라서 그런 예측도 가능하다.

크헤헥-.

‘개소롭군.’

감히 장군이와 부하들에게 도전하다니.

도사견 짬프조차도 천마와 광마의 협공에 된장을 발랐거늘.

다리도 두 개밖에 없는 녀석들이 감히 장군이 영역을 넘봐?

놈들은 엉덩이에 꼬리도 없다.

어젯밤 저녁을 먹고 퇴비장에 쉬하는 놈들을 면밀히 관찰한 결과 알게 되었다.

놈들은 희한하게도 앞쪽에만 짤막하게 달렸더라.

그건 마치 광마의 뜯어먹힌 꼬리를 연상케 했다.

그렇다면 보나마나 광마처럼 어리바리하고 순한 놈들이겠지.

워얼-.

어디 보자······.

그런 놈들에게 장군이의 지엄함을 가르치려면 뭘 어떻게 해야 할까.

마침 놈들이 어기적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기지개를 켜는 손왕왕을 보며 장군이는 어젯밤의 일을 떠올렸다.

- “우리 장군이가 사나운 개였다면 훈련에 도움이 될 텐데.”

헤헤헥-.

옳지 그 방법이 좋겠구나!

네놈들이 자신 있어 하는 종목으로 꺾어주마!

장군이는 너그러운 개라서 이런 아량도 베풀 줄 안다.

다시 말하지만 손왕왕에 대한 충성심이나 협조 그런 거 아니다.

놈들에게 약육강식의 논리를 가르치기 위함이다.

월-.

야, 이리 모여 봐라. 개새끼들아.

장군이는 부하들을 불러 모았다.

***

서머 캠프의 첫날 아침이 밝았다.

장점 극대화나, 단점 보완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기초체력이다.

진혁은 친구들의 건강한 신체와 넘치는 에너지 해소를 목적으로 적당한 강도의 체력 훈련을 계획했다.

‘나도 매일 하는 거니까 얘들도 무리 없이 소화하겠지.’

눈곱도 떼지 못한 육상부 친구들은 밖에 나오기 무섭게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마당에 걸린 솥이 김을 모락모락 피우는 광경, 고소한 마력으로 오장육부를 사로잡는 밥 짓는 냄새에 홀린 탓이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삑-!

“한눈팔지 말고 양팔간격!”

진혁에게 선물받은 빨간 모자를 쓴 문석일이 휘슬을 물었다.

“국군 도수-가 아니고 국민체조 시작-!”

삑-!

준비운동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하다. 근육이 놀라는 것을 방지하고 관절 부상을 예방하며 성장판을 자극해······. 뭐, 다 아는 얘기다.

게다가 아침 체조는 식욕을 돋우고 정신을 맑게 해주는 효과가 있었다. 굳이 그런 사실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다년간의 운동이 몸에 밴 아이들은 반사적으로 팔다리를 휘둘렀다.

중학생들이 국민체조를 시작하자 김인랑과 강헌창이 합류했다.

“헛둘셋넷-.”

각자 구령에 맞춰 국민체조를 마치고 개인 스트레칭과 가벼운 파트너 훈련을 실시했다.

“어그그그- 션허다잉-.”

“아아아-! 조슬아! 나 허리, 허리!”

“회장님 무거워······.”

누구나 꿈이라 부르는 장래희망이 있고, 꿈꾸는 로맨스가 있으며, 바라마지않는 소소한 일상이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것은 장단기 목표를 이루거나, 이루는 과정에서 보너스처럼 누려야 한다. 특히, 직업이 있고 눈앞의 과제가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자-, 무릎 돌리기-.”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한 곳으로 집중해 뿜어낼 줄 아는 녀석들, 오랜 운동선수 생활이 익숙한 중학생들은 꿈꾸던 방학이 사라진 데 대해 달리 불만을 토로하지 않았다. 어차피 합숙 훈련에 참가하며 부모와 학생 동의서까지 작성한 터였으니.

“발목 운동-.”

그저 지난밤 눈을 의심하게 만든 일정표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슬픈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는 법이라고 누가 그러더라.

발목운동까지 마쳤을 때, 문석일이 아래턱을 내밀고는 테너 발성과 기계음을 절묘하게 믹싱한 듯한 소리를 냈다. 빨간 모자 조교에 제대로 빙의한 모습이었다.

“아침 식사 전에 구봉산까지 왕복 달리기이야-. 정상 찍고 내려온드아-. 꼴등은 밥 없어이-. 출바알!”

삑-!

휘슬이 울리자 진혁이 사뿐사뿐 달리기 시작했다.

“어어-.”

이러면 나가린데.

일정표가 사실이었던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염병택이 서둘러 진혁의 뒤를 따랐다.

착한 덩달이 조슬찬도 후다닥 염병택의 뒤로 붙었다. 초반에 놓치면 거리를 좁히기 힘들다는 걸 익히 아는 까닭이다.

홀로 남은 박상기가 문석일의 따가운 눈총에 아랑곳없이 중얼거렸다.

“염병······.”

“얘야-, 자네 지금 뭐락-.”

“-택아 같이 가자······.”

단체 생활을 하다가 혼자 남는 것만큼 두려운 일도 드물다.

박상기는 허벅지 근육통으로 합숙소에 남겨졌던 지난가을을 기억한다. 외로움도 끔찍했지만, 적막 또한 만만찮은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돌아온 동료 선수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는 일 또한 고역이었다.

‘예감이 좋지 않다······.’

모닝똥도 못했는데.

푸르륵-.

뚱한 얼굴로 투레질을 한 박상기가 출발하자, 김인랑과 강헌창이 뒤를 받치며 달렸다.

여섯 명이 모두 언덕을 통과했을 때.

“출바알-!”

쌀 자전거 짐받이 위에 앉은 유진이의 신호로 민용락도 출발했다.

그리고······.

왈왈왈-!

으르르-! 컹컹! 크르르르-!

장군이의 지휘 아래 세 마리 대형견이 맹렬히 짖으며 박상기의 뒤를 쫓았다.

침이 뚝뚝 떨어지는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으르르-! 컹컹컹-!

어제까지는 그리도 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던 녀석들이 맹견으로 돌변하다니.

박상기가 재빨리 2등으로 치고 나갔다.

“으아아아! 회장님네 개들 더위 먹었나 봐!”

처음이었다.

과묵하고 조용하던 박상기가 그토록 크게 외친 것은.

***

한유영은 분주하게 주방과 마당을 오갔다.

아들이 처음으로 엄마에게 부탁다운 부탁을 했는데 외면할 수 없지.

엄마 손맛을 발휘하고 방송대를 다니며 습득한 식품영양학 지식을 활용할 기회였다.

“운동하는 아이들이니까 많이 먹겠죠?”

“물론이에오. 돌도 소화시킬 나이잖아오.”

요리를 즐기는 장진남이 바쁜 한유영을 거들었다.

“도와 주셔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저 혼자 했으면 선수들보다 제가 먼저 지쳤을 거예요.”

“별 말씀이에오. 이렇게 같이 준비하고 요원들도 나눠 먹으면 좋잖아오.”

“그런데 식단이 이게 맞는 건지 모르겠어요.”

“균형이 아주 잘 잡힌 것 같네오.”

한유영이 든 식단표를 보며 장진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에도 한유영의 표정은 확신이 없었다. 조리사 자격증이 있다고는 하나, 장진남은 긍정적인 말만 하는 사람이라 믿어도 될지 의문스러웠기 때문이다.

“저 나이 때는 영양소보다 중요한 게 양이에오. 딱히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지 않으면 괜찮다고 생각해오.”

“네. 말씀 믿고 이대로 할게요.”

그래도 나름 전문가랄 수 있는 장진남의 의견을 귓등으로 들을 순 없는 노릇. 한유영은 그저 틀리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열린 거실 문 사이로 아기 옹알이가 들렸다.

“애부우-.”

“아이코-, 우리 정원이 배고프지요?”

돌이 지났지만 여전히 모유를 탐하는 정원이를 위해 한유영은 급히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떼쓰지 않고 점잖게 엄마를 부르는 돌배기가 기특할 뿐이다.

한유영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장진남은 식단표를 훑어보며 볼을 빵빵하게 부풀렸다.

기본 반찬으로 계란프라이와 계란말이, 콩나물무침, 도라지무침, 오이무침, 열무김치, 두부 부침, 장조림 등등. 암기력 좋은 장진남도 외우지 못할 정도의 가짓수를 자랑했다.

거기다 사골곰탕에 소고기미역국, 삼계탕, 장어구이와 삼겹살, 소불고기······.

절로 군침이 돌고 힘이 솟는 메뉴들이 즐비했다.

푸우- 바람을 내보낸 장진남이 수돗가에 쪼그려 앉아 도라지를 다듬는 문석일에게 고개를 돌렸다.

“인체 개조를 하시려는 걸까오?”

“그······.”

문석일은 처진 선글라스를 손등으로 밀어 올렸다.

다리 저려 죽겠구만 저 양반이 더위를 드셨나 끔찍한 소리를 하네.

‘체질 개선이겠지.’

***

손유진은 신이 났다.

방학 전에도 민용락과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다닌 날은 많았지만, 오늘처럼 빨리 달린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손유진은 속도를 즐기는 아이인데, 민용락은 위험하다며 자전거를 천천히 몰았더랬다. 한데 오늘은 민용락이 미친 듯이 페달을 밟았다. 그 숨소리가 마치 곰짐에서 실내자전거를 타는 명현우와 흡사했다.

“헥헥- 유진! 헤헤헤헥- 꽉 헤엑- 잡아- 끄으으으으-.”

“신났다아아아아-!”

민용락의 숨이 꼴딱거리거나 말거나, 쌀 자전거 뒤에 앉은 손유진이 상쾌한 바람을 만끽했다.

허리에는 자전거 튜브를 잘라 만든 까만 고무줄로 안전벨트까지 맸다.

오빠들이 달리기하는 동안 민용락 삼촌은 이것저것 기록하고 사진도 찍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따라가는 거라고.

어쨌든 손유진에게는 축제와 다름없는 시작이었다.

오빠는 늘 손유진이 깨기도 전에 혼자 운동을 다녀오고, 학교에 다녀온 후에도 홀로 산에 다녔다. 그래서 아침이면 손유진은 마당에서 천마와 광마를 데리고 놀아야 했다.

‘드디어 산에 간다요!’

산에 올라가지는 못한다지만, 입구까지 따라갈 수 있다는 게 어디냐.

민용락 삼촌은 달리기하는 오빠들보다 느려서 자전거가 점점 처지기 시작했다.

“어어어-, 이러면 안 된다요! 힘을 내라요!”

운전석과 짐받이 사이에 칸막이처럼 설치된 쇠기둥을 치며 손유진이 독려했다

“아이고 죽겠다.”

“그 정도로 안 죽는다요!”

따뜻한 격려의 말도 아끼지 않았다.

손이 닿으면 힘이라도 불어 넣어주겠는데, 높다란 칸막이가 둘 사이를 방해했다. 손유진이 할 수 있는 일은 안장에 앉지도 못하고 덩실덩실 페달을 밟는 민용락 삼촌의 엉덩이를 구경하는 것뿐이었다.

“삼촌, 방구 까까 주면 안 된다요.”

“흐하학-! 웃기지 마, 힘들어어어-.”

민용락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진혁의 부탁만 아니었다면 늦잠을 즐길 시간인데 이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허벅지는 아프고 심장은 터질 듯했다. 뒤에 앉은 주책맞은 꼬맹이는 입만 열면 힘 빠지는 소리를 해단다.

“무슨 달리기가 저렇게 빠르냐아아!”

손진혁은 그렇다 치고, 운동하는 녀석들이라 그런 걸까. 중학교 3학년쯤 되니 체격도 어른과 비교해 빠지지 않아 보였다.

이를 악문 민용락이 젖먹던 힘을 끌어올려 페달에 체중을 실었다.

스쿠터를 한 대 사야겠다고 생각하며.

***

육상부원들은 환장할 노릇이었다.

복사열과 후텁지근한 날씨,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여름이니 그렇다 치고.

“발 끌지 말고 달려라, 이놈들아!”

뒤에서 빨간 모자를 쓰고 윽박지르는 무서운 삼촌들에.

“참새-! 오빠들 왜 짹짹 안 하지요?”

챙 넓은 공주님 모자를 쓰고 자전거 뒤에 앉아 눈치 없이 흥겨운 유치원생에.

으르르-! 컹컹-!

조금이라도 뒤처지면 달려드는 맹견들까지.

그야말로 대환장 파티였다.

장군이와 부하견들은 무리에서 떨어진 사냥감을 모는 늑대 떼처럼, 뒤처진 선수의 뒤꿈치에서 딱딱- 이빨 소리를 냈다.

덕분에 조슬찬과 박상기는 번갈아 순위를 바꿔가며 달려야 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개에게 쫓겨 달리다 보니 자연스레 그리되었다. 손진혁과 염병택은 애초에 추월이 여의치 않은 놈들이니까.

“으아아-! 이게 무슨 훈련이여어-!”

“진혁아! 우리 북한이라도 보내려는 거야?”

“여자친구······, 아침 전화······, 똥 마려워.”

단거리 선수인데 왜 마라톤을 해야 하는 거지? 아이들의 머릿속엔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마라톤도 그냥 마라톤이 아니다. 1킬로미터를 전력 질주하는 속도로 달리고 있지 않은가. 지금 기록을 측정한다면 1킬로미터 주파 시간이 3분 안으로 들어올 것 같았다.

“입 다물고 뛰어라, 이놈들아!”

뒤에서 바짝 붙어 따라오는 무서운 삼촌들 때문에 요령을 피울 수도 없었다. 체격도 장난이 아닌데 체력과 주력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진혁이네 집에는 왜 이런 무서운 코치들이 있는 걸까.

아이들은 차라리 건달 같은 이병세 선생이 보고 싶었다.

***

“유진이는 여기서 삼촌이랑 놀고 있어.”

“나는 애라서 못 올라간다요.”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 한차례 호흡을 가다듬은 진혁은 민용락과 유진이를 남겨두고 다시 앞장섰다.

저 괴물들이 산 정상에 다녀오는 동안, 민용락은 여기까지 달려온 시간을 기록하고, 산을 오르내리는 데 걸린 시간을 체크하기로 했다.

“흐아아-, 힘들어. 어디 보자······. 여기까지 십팔 분 걸렸네?”

“욕하지 마라요.”

“미안해.”

민용락과 유진이가 산 입구 그늘에서 노닥거리는 동안 육상부는 여전히 삼촌들과 개떼에 쫓기며 산을 올랐다.

절반쯤 올랐을까, 구봉산을 오르며 헐떡대던 아이들의 멘탈에 변화가 찾아왔다.

“으아아-, 할머니 지가 잘못했슈-. 효도할게유-.”

조슬찬은 뜬금없는 고해성사와 함께 효도를 다짐했고.

“진혁아! 김 양 누나! 내가!”

염병택은 부적절한 거래를 제안하는 듯했고.

“······꼴등 ······밥 없어.”

뭐, 박상기는 아직 괜찮은 것 같았다.

괜찮지 않대도 달리 도리가 있는 건 아니다.

근처에 온통 논밭인데 제 놈들이 어디로 도망치겠냐고.

이히히-.

선두에서 달리는 진혁은 다른 날보다 더 힘이 넘쳤다.

‘친구들도 같이 오르니 즐거워.’

에헤헤-.

화창한 날씨만큼이나 손진혁의 웃는 얼굴도 해맑았다.

그러나 그저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 아닌 친구들을 위한 훈련이다.

방학 전, 진혁은 김영태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교수법을 문의했다.

아이들이 가장 잘 따르고 좋아하는 선생님이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 “나는 채찍은 별로야. 일단 재밌어야 애들이 따라오지. 당근이 중요해.”

그럴듯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당근을 줘야지.’

툭-.

2등으로 따라오는 염병택을 슥 돌아본 진혁은 등에 멘 가방에서 스포츠음료를 꺼내 근처 바위에 올려두었다.

당근은 달리면서 씹기도 어렵고, 삼키다 목이 막힐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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