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내지 못한 계절 >
***
따뜻한 가을이었다.
진혁은 저녁마다 유진이와 몰래 분유를 한 스푼씩 먹으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그렇다고 분유를 통째 내어주지는 않았다. 진혁이 집안에서 벌이는 유일하고도 짜릿한 일탈인데 쉽게 양보할 순 없는 일 아닌가.
“오빠랑 매일 한 스푼씩 사이 좋게 나눠먹는 거야.”
“네. 에헤헤-.”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유진이는 두 손을 앞으로 모아 굽신거리며 동의를 표했다.
입을 크게 벌리고 머리를 젖힌 동생의 입에 분유를 털어 넣으며, 진혁은 내심 자신의 훈육을 정당화했다.
세상살이 더럽고 치사하다는 걸 유진이도 알아야 한다. 너무 곱게 크면 나중에 패악질이나 부리는 못된 부잣집 딸로 클 수 있는 일 아닌가. 아빠의 사업이 성장하고 홍기준과의 관계가 돈독해질수록 더욱 부유해질 거라는 건 자명한 사실. 땅콩을 까주지 않았다고 비행기를 돌릴 정도의 권력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가족이 욕을 먹게 된다. 제가 저지른 일에 당연히 따르는 비난은 마땅히 감수해야 하겠으나,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는 아이로 크길 바랐다. 꼰대 오빠로서 응당 견지해야 할 자세라고 생각했다.
‘오빠니까 가르쳐 줘야지. 난 그런 거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구!’
정말이지 분유 하나로 대단한 갑질이요, 유세였으나 진혁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했다.
주말이면 유진이와 뒷산에 들어가 도토리와 상수리를 주웠다.
어릴 땐 가을마다 바지 주머니에 가득 차도록 모았었다. 옛날에도 그리 한 달이고 두 달이고 주워 모으면 엄마가 도토리묵을 만들어 상에 올려주셨다.
먹일 입도 많아졌지만 거드는 손도 늘어 수확량이 많았다. 예리한 진혁의 시력이 수확량에 가장 크게 기여했지만 어쨌든 손이 많으면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니까.
“장군아, 상수리는 삼키지 마.”
부하견들과 함께 나무 열매를 물어 나르는 장군이를 보며 웃었다.
상수리를 삼킨대도 똥쓰로 내보내면 그만이지만, 퇴비장에서 상수리 씨가 발아한다면 그 자체로 뜬금없는 일이다.
으르르-.
장군이가 잠시 노려본 것 같았지만 기분 탓이겠지.
뭐, 지가 먹여놓고 멀쩡한 개 바보 만들지 말라는 뜻 같았다.
*
유진이는 오빠가 골판지를 동그랗게 잘라 만들어준 프리스비로 네 마리 개를 훈련하며 평범한 아이가 되어 갔다. 누가 누굴 훈련하는지 헷갈릴 정도로 개들보다 유진이가 더 힘들어했지만 제삼자가 관여할 일은 아니었다.
그리 방전되도록 체력을 소모한 후 유진이는 코피를 쏟곤 했는데, 처음에는 호들갑 떨던 한유영은 유진이가 부쩍 크려는 모양이라고 했다. 대신 코피가 났을 때 대처 요령을 가르쳤다.
짓이긴 쑥을 딸의 작은 콧구멍에 밀어 넣으며 한유영이 웃었다.
“놀랄 거 없어. 오빠도 개구쟁이여서 힘 빠질 때까지 놀다가 코피 쏟았어요.”
“오빠요? 코피요?”
유진이가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놀라운 이야기였다. 멧돼지보다 강한 사람이잖아. 그런 거인도 어릴 때는 코찔찔이였나 봐. 그럼 자다가 오줌도 쌌겠지?
막힌 코가 답답한지 코를 움찔거리는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한유영이 다시 웃었다.
“응. 자다가도 코피를 흘려서 베개가 시뻘게지고 그랬지요.”
“오아-.”
경악이라기보다는 동질감이었다.
닮고 싶은 사람과 공통점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었다. 손유진은 앞으로도 열심히 코피를 흘려야겠다고 생각하며 한 움큼 뜯은 쑥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들로, 산으로 달려가면 장군이와 홍시가 뒤를 따랐다.
집을 나서는 장군이가 월- 한 번 짖으면 천마와 광마는 집에 남아 순찰을 돌았다. 철저히 장군이의 통제에 따르는 녀석들이었다.
진혁이 학교에 간 사이, 홀로 오빠의 자취를 따르며 손유진도 어린이가 되어갔다.
*
읍내에 집을 마련한 SSS 요원들이 추석에는 반가운 손님이 되어 찾아왔다. 매일 보는 얼굴임에도 이웃의 정과 일상을 나누니 진정 가족과 같았다. 형제가 많이 생겨 좋다며 바쁘고 피곤한 와중에도 손광연은 웃음꽃을 피웠다.
함께 배불리 먹고 코스모스 가득 핀 길을 걸으며 담소를 나누는 시간은 가족만을 생각하며 살아온 손광연에게도 선물이었다.
진홍빛 코스모스 꽃잎을 따는 손광연의 얼굴에 평화로운 미소가 걸렸다.
“세력이라는 걸 싫어했는데 말이에요.”
“저희는 가족이라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요. 어떤 의미에서는 가족보다 낫죠.”
눈치 빠른 양강욱은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손광연이라는 사람이 가족보다 타인을 더 가까이 느낄 리 없으니. 호적은 정리되었으나 한때 한유영과 가족으로 엮여있던 읍내의 사람들을 칭한 것일 터.
마찬가지로 알아차린 문석일이 끼어들었다.
“맡겨두시죠.”
문석일답게 간결하고 건조한 말투였다. 거추장스러운 장해물은 깔끔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오랜 작전 수행으로 몸에 밴 습관이 그러했으니.
지그시 눈을 감고 가을 햇살을 즐기던 손광연이 고개를 저었다.
“석일아.”
“예, 형님.”
“아이들 엄마가 원하지 않는 한, 누구에게도 해를 입히지 마. 나도 원치 않아.”
“예.”
문석일이 한 걸음 물러섰다.
손광연은 가주였다.
일대에 세력을 꾸리고 눈부신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는 세력의 수장이다. 아무리 진혁과 긴밀하게 지내고 홍기준의 밀명을 수행하는 문석일이라지만, 그를 무시하고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호형호제하는 사이 아닌가.
“우리 애들은 어디 갔나?”
“뒷산에 갔습니다.”
“음.”
손광연의 입꼬리가 흐뭇하게 올라갔다. 아이들이 산에서, 바다에서 뛰어논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자신이 뛰어노는 듯 기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은 각박한 도시의 틈새에서 계절을 깨닫지 못하고, 방황 따위도 못했는데. 진혁과 유진, 정원이만은 아빠가 가꾸고 보존한 뜨락에서 행복하길 바랐다.
개구쟁이 유년기를 보내고, 건강한 사춘기를 보내고.
고개를 끄덕인 손광연이 파란 보석빛 하늘을 보며 숨을 깊이 흩뿌렸다.
“하아아-, 좋은 계절이다. 늘 이맘때면 보내기가 아쉬워.”
다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바람에 날리는 풀씨를 체취처럼 몸에 묻히고 다니는.
가을을 그리워하는 것이 촌부의 정서였다.
*
손유진은 오빠와 삼촌들과 더불어 밤을 줍고, 대추를 땄다. 버섯이 나는 곳에 들렀다가 멧돼지 무덤에도 인사를 했다. 지난해 멧돼지를 구워 먹고 남은 갈빗대를 묻은 무덤인데, 오빠가 나뭇가지 두 개를 묶어 십자가를 꽂아 두었다. 근처에는 샛노란 꽃도 예쁘게 피어 있었다.
유진이 손을 잡은 장진남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작고 예쁘네. 이 꽃은 이름이 뭐지?”
“멧돼지꽃이다요.”
“오-, 유진이는 많이 아는구나.”
장진남의 감탄 뒤에서 진혁이 갸웃댔다.
오빠를 외면한 손유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냥 멧돼지 무덤에 피었기에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즉석에서.
멧돼지 뼈를 묻으면 멧돼지가 날 줄 알았는데, 먹지 못하는 꽃이 피어서 아쉬웠다. 뭐, 인간 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할 법한 망상이었다. 다들 어릴 때는 과자 봉지를 묻으며 과자가 솟기를 바라지 않던가. 시골에서 땅을 파다가 나오는 과자 봉지 중 열에 하나는 그런 이유로 묻혔을 확률이 높았다.
인원이 많아 진혁도 예년보다 많은 망둥어를 잡고, 손질을 했다. 아빠와 둘이서 치르던 행사에 삼촌들이 합류하고, 유진이도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했다. 삼촌들 틈에서 까르륵거리는 동생을 보는 진혁의 눈에 애정이 담뿍했다.
‘유진이가 크면 아쉬울 줄 알았는데.’
어여쁜 짓을 하는 여동생을 보며 시간이 멈추기를 바랄 때가 있었다. 망상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었으니. 그러나 잘못 생각했던 것 같다.
유진이는 어리면 어린 대로, 자라면 자란 대로 다른 기쁨을 선사하는, 말 그대로 축복 같은 동생이었다. 아기였던 유진이는 이제 사진첩에 남아 제 몫을 다 하리라.
‘유진이도 세상을 살아야지.’
인간으로서.
*
손광연은 커진 손을 증명하듯 막내 손정원의 백일잔치를 떠들썩하게 치렀다. 마당과 잔디 정원에도 상을 펴고 마을 사람들은 물론 회사 사람들까지 초대했다.
할아버지의 이름을 물려받은 아기를 온 세상에 자랑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아버지의 유해조차 모시지 못한 설움을 숨기려는 속뜻임을 아는 이는 없었다.
진혁은 정원이의 백일잔치 떡을 교실에도 돌렸다.
전교에 돌릴까 하다가 그건 돌잔치 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참기로 했다. 호의 레벨을 너무 올려두면 작은 실수에도 친분 밸런스가 붕괴되는 법이니까.
따스한 가을이되 집과 주변이 평화로워서 따뜻한 것만은 아니었다.
‘없다. 없어.’
10월이 끝나가는데도 신문에는 여객선 사고 소식이 없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뉴스를 틀어도 마찬가지였다.
영세업체의 주말 운항 횟수 증가 승인이 의심스럽다며 여객선사의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이라는 짤막한 기사를 읽었다. 업체 대표는 억울함을 토로 중이며, 승인 담당자는 내부 조사 중이라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막을 아는 진혁에게는 코미디에 지나지 않았다.
‘아무리 좋은 사후 처리도 예방보다 좋을 순 없지.’
진혁의 유년기가 증명한다. 감기에 걸린 후 고생하는 것보다 잠시의 피로와 귀찮음을 이기고 손을 씻는 게 훨씬 이득 아니던가.
어떤 사람들인지 모른다.
선인도, 악인도 있을 테고 미래에 추악한 범죄를 저지를 사람이 존재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이 모두 사악하다 한들, 죄없이 희생되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어느 염세주의자의 말처럼 진혁은 인간을 바이러스로 보지 않는 까닭이었다.
‘만세!’
어떤 계기로 시스템이 선진화되는지 느끼지 못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어쨌든 의도한 것이든, 의도치 않은 것이든 결국 앞으로 나아가기 마련. 바다에서 일어난 바람이 육지에 영향을 주듯, 진혁이 던진 돌이 파문을 일으켜 다른 분야에도 닿고 있었다.
시스템에 영향을 줄 생각은 없다. 그 자체로 체제를 부정하는 짓이 될 테니.
그저 바랄 뿐이었다.
‘허망하게 죽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과거의 부모님처럼.
***
젖먹이를 돌보는 엄마에게 서운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엄마에게만 매달리기에는 유진이는 친구가 너무 많았다. 모든 친구를 매일 만나지 못할 지경이었으니.
아침식사 후 뒷짐을 지고 마당으로 나가 헛기침부터 날리는 것으로 유진이의 하루가 시작된다.
“에흠-. 장군이 잘 잤다요?”
집 밖에 나가면 네 마리 개가 충성스러운 병사처럼 대기했고, 동네에 새로 이사 온 이웃집에는 또래 아이들도 있었다. 천길룡 할아버지를 만나 수다를 떠는 것도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해비지는 오빠보다 키가 크다요.”
“어허허-, 곧 자네 오빠가 나보다 더 클 게여-.”
“우즈캐 알지요?”
“다 아는 수가 있다오-. 어허허허허-.”
그렇게나 먹어대는데 크지 않으면 다 싼다는 소리더냐. 천길룡이 수염을 훑으며 웃었다.
손유진이 천길룡 할아버지의 집 툇마루에 앉아 다리를 달랑였다.
“은미 언니네 옆에 또 집 짓는다요.”
“어허허-. 그게 다 자네 부모님 인덕이 깊어 그러신 게지.”
도시에서, 다른 동네에서 이사 들어오는 사람이 늘었다.
집이 부족해 새로 지어야 할 지경이었다.
한유영 엄마는 그때마다 아빠에게 이야기해 땅을 내주었는데, 김인랑 삼촌도 모친을 모시기 위해 집을 짓는 중이었다. 김인랑 삼촌은 나이가 들어 은퇴하면 농사를 지을 생각이라고.
“안녕히 계세요.”
“어허허-, 그려. 또 오시게.”
천길룡이 눈이 사라지도록 웃었다.
그래도 올 때와 갈 때 인사는 제대로 하는 녀석이다.
간다요라고 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말투가 특이하지 않은가.
늙은이처럼 뒷짐을 쥔 채 안마을까지 다녀오면, 이제 유진이는 천마와 광마까지 달고 읍내 방향으로 발길을 돌린다. 부쩍 길어진 다리로 헛둘헛둘 씩씩하게 걸으면 네 마리 개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뒤를 지켰다.
“쪼롱이 아지찌 집에 있다요?”
“이이? 유진이 오늘은 왜케 일찍 왔다니?”
“더 컸다요.”
유진이가 까치발로 만세 자세를 취했다.
나날이 팔다리가 길어져 굳이 까치발로 서지 않아도 제법 아이 태가 났다.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최미경 언니를 자주 보지 못하는 건 아쉬웠지만 유진이는 놀거리가 많았다.
‘보는 사람 없다요.’
매의 눈으로 사방을 살핀 손유진은 흙집 부엌으로 발을 들였다.
아궁이에 솔가리를 넣은 후 후우웁-, 호흡을 가다듬어 정신을 집중하고.
손을 뻗으며 나직이 외치는 거다.
“드나르드-.”
얘, 너 뭐하니.
뭘 하려는지는 몰라도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게 아닌가?
“똘씌-.”
사아아-. 솔가리에 희끄무레한 성에가 꼈다.
“아냐아-, 이거 아니다요오-.”
손유진은 이미 헝클어진 머리를 쥐어뜯었다.
무의식중에만 사용하고 적극적으로 입 밖에 내지 않았던 말은, 이렇듯 떠오를 듯 말 듯 망각의 늪에 빠진 아이를 괴롭혔다.
심장 어림을 맴도는 힘은 여전히 강했다. 사용할 일이 없었고, 동생을 살리던 날 그릇이 더 확장된 덕분이었다.
그러나.
“생각이 안 난다요.”
그림자의 언어는 점점 유진이를 떠나고 있었다.
열심히 뛰어놀고, 푹 자고 일어날 때마다 그 속도는 더 빨라졌다.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11월의 어느 날, 손유진은 자신이 한때 이적을 행했던 존재였음을 완전히 잊고 온전한 사람이 되었다.
이따금 어슴푸레하게 뭔가 떠오르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갸웃댈 뿐이었다.
‘뭔가 재미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약간의 찜찜함과 함께.
***
느아하암-.
따스했던 볕은 저 멀리 물러가고 가을비가 내리는 토요일 저녁이었다.
진혁은 읽던 책을 던지고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왜 이리 지루한가 했더니.’
주위에 사건 사고가 없다. 외부활동은 문석일에게 맡기고 저는 바다 밑 해초처럼 그저 시간의 파도에 몸을 흔들었으니 무료할 수밖에.
한데 가진 힘은 일상에 어울리지 않게 과하다. 힘도, 세력도 하는 일에 비해 쓸데없이 강하니 잉여력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힘을 뺄 수는 없지.’
국방력이 남아돈다고 군비 축소를 해서는 자주국방을 실현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손광연과 손진혁의 영토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융통성이었다.
뺄 방법도 없다.
잠시 복잡해진 생각을 다잡으려 미니 콤포넌트에 카세트 테이프를 삽입했다.
진혁은 Guns & Roses의 〈November Rain〉을 좋아했다.
하드 록 밴드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20대의 어느 비내리던 밤, 택시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심장에 쿡 박혔을 뿐이었다.
잔잔한 전조, 힘이 있으나 절제 속에서 생명을 부여하는 보컬, 그 주위를 새벽바람처럼 에워싸는 코러스, 점점 텐션을 올려가는 멜로디와 서정을 완성하는 기타 독주까지.
듣고 또 들었다.
다시 살게 되어서도 이 노래가 나오기를 얼마나 고대했는지 모른다.
눈을 감고 음악을 즐겼다. 지그시 눈을 감은 채.
똑똑-.
노래가 클라이막스로 도입하려던 차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눈을 감고 고개를 까딱거리던 진혁이 오디오 볼륨을 줄였다.
“네.”
문석일이었다.
문석일이 저도 모르게 살짝 고개를 숙인 후 방에 들어섰다. 역시 예의 바른 삼촌이다.
진혁은 의자에서 일어나 반듯하게 인사 후 문석일에게 의자를 양보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진혁이 눈을 빛내자 문석일이 입을 열었다.
“두 가지 안건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