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재는 평범하게 살기로 했더-124화 (124/338)

< 힐러 (5) >

***

수로 둑에서 아기를 안은 손광연도, 그 옆에서 양산을 받쳐 든 한유영도 경악에 찬 눈으로 지켜보았다.

가물치 아가미를 잡아 두 손으로 들어 올린 큰아들을.

“진남 삼촌! 이거 어떻게 요리해요?”

힘 빼기 작전도 없이 무작정 들어 올린 탓에 가물치는 힘이 넘쳤고, 거푸 꼬리를 흔들어 진혁의 뺨을 쫘좌좍- 난타했다. 본능적으로 나오는 몸부림이었다.

그런데도 뭐가 좋은지 진혁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아, 글쎄오. 물고기는 회나 매운탕밖에 모르는데······.”

장진남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뒷걸음쳤다. 갑옷처럼 둘러처진 근육이 무색하게도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가물치가 괴물처럼 무서워 보인 탓이려니.

진혁은 활짝 웃으며 엄마를 보았다.

“엄마! 이거 먹으면 젖 잘 나온대요!”

“아니야! 아니야! 싫어!”

차라리 절규에 가까웠다.

뺨을 쥐고 강하게 고개를 저은 한유영은 끝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저걸 어떻게 먹는단 말인가. 요즘은 분유도 여러 가지가 있어서 아기에게 맞는 제품을 사서 먹이면 그만이다. 과묵하던 큰아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은 반가웠으나, 우리 엄마 젖 안 나온다고 동네방네 떠드니 부끄러웠다.

진혁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우리 엄마가······.

내가 끔찍한가 봐.

가물치 때문에 눈을 감은 거겠지만 저렇게 절규하듯 거부할 일인가.

손에 힘이 풀려 가물치가 철푸덕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히이잉-.’

삐뚤어지고 싶었다.

이미 황토색으로 변해 버린 티셔츠를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진혁은 사람들 눈이 닿지 않는 곳에 잠시 앉았다. 웃자란 갈대숲이 몸을 아늑하게 가려주었다. 그냥 쉬고 싶어 얼굴에 묻은 진흙을 훔쳤다.

진혁의 심리에 아랑곳없이 진흙탕 반, 고기 반인 수로가 법석을 떨었다.

이웃 동네 남자들까지 경운기와 오토바이를 몰고 찾아와 활기를 불어넣으니 시골 학교 운동회 때보다 떠들썩했다.

“잡어! 잡어!”

“그쪽! 거기요, 거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낮의 태양보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다.

왁자지껄한 난장판을 반개한 눈으로 응시하며 진혁이 팔뚝으로 코를 훔쳤다. 기껏 닦아낸 진흙이 다시 묻었다.

과거로 돌아온 후 처음 느낀 절절한 소외감이었다.

물론 저 혼자 착각해서 그런 것이었지만, 세상 가장 사랑하는 엄마에게 외면당했다는 사실이 덩치 큰 열다섯 소년을 외롭게 만들었다.

‘비련의 여주인공 같다.’

남주인공이겠지.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몰라주고 홀로 버려진 느낌.

그런 감정은 익숙할 거라 생각했거늘, 이번에는 상실감에 가까웠다. 기댈 곳 없던 과거에 느꼈던 감정과는 달랐으니, 진혁은 정말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새삼 깨달았다.

모두 즐겁게 웃고 떠드는데.

재미없고, 과묵하고 혼자서만 진지한 사춘기 중년이 엄마에게 외면받아 마음에 상처를 입고 청승을 떨고 있었다.

그러나 방황을 길게 가져갈 순 없었다.

“우리 오빠 어디 갔어요? 어디 갔지? 히이잉-.”

저를 찾아 둑길을 헤매는 유진이 목소리 때문이었다.

모두 시끌벅적 웃고 떠드느라 유진이의 걱정 어린 목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진혁은 동생의 목소리를 구분하지 못할 오빠가 아니었다.

“우리 오빠 늪에 빠져서 사라졌다요. 오빠아-.”

유진이는 연극배우처럼 홀로 삐죽삐죽 울먹이기 시작했다.

‘에휴, 다 늙어서 무슨 청승이냐.’

진혁은 벌떡 일어나 동생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오빠를 발견한 유진이도 폴짝폴짝 뛰며 손을 흔들었다. 누가 보면 이산가족 상봉한 줄 알겠네.

“와아아-. 오빠아-!”

환하게 웃는 동생을 확인 후 다시 진흙탕 속으로 들어갔다.

동생의 관심에 이내 따뜻해지는 마음이 스스로 기특했다. 역시 철은 들고 볼 일이다.

“여기에 고기가 이렇게나 많았나?”

“그러기? 정치망이 있어두 안 걸리는 눔들이 이렇게나 많었네이-.”

배수 작업 탓에 하류로 많이 대피했을 텐데도 중상류에서 온갖 물고기가 잡혔다. 붕어, 살치, 가물치, 동자개, 메기 등의 큰 어종부터 납자루와 민물새우 등 작은 개체도 셀 수 없이 많았다. 경운기로 실어 온, 여름이면 야외 목욕통 대용으로 사용하는 빨간 고무통을 여러 개 채우고도 수로 바닥에는 물고기가 살 곳을 찾아 북적댔다.

그래서 장군이가 물고기를 물고 내달리는 것을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대장을 따라 다른 녀석들도 한 마리씩 물고 집 쪽으로 달리자 그제야 사람들이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개들이 물고기 레이스를 벌이는 광경이 신기할 수밖에.

“별일이네. 고양이도 아니고 왜들 저래?”

“노상 사료만 먹다가 비린 게 땡겼나부지 뭐.”

들개에 빙의한 네 마리 개는 이내 다시 나타났다.

무더위에 혀를 빼물고 헥헥거리면서도 장군이는 다시 물고기를 물고 달렸다. 그 뒤를 홍시와 천마, 광마가 다시 따랐다.

“그새 먹고 왔나?”

“어디 묻어놓고 왔겄쥬-. 갠디-.”

고기를 몇 번이나 물어 날랐을까, 홍시와 천마, 광마는 지쳐서 갈대숲에 들어가 퍼질러졌지만 장군이의 레이스는 해질녁 사람들이 철수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정말이지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이었다.

“야아-, 장군이가 명견은 명견이여-. 딴 눔덜은 저렇게 퍼졌는디 혼자 끝까지 훔쳐가네이-.”

“괜히 장군이간? 평생 먹을 걸 묻어두는 모양여-.”

“다 썩을 텐디, 개라 그런가 멍청혀-.”

물고기가 너무 많았다. 적당히 먹을 정도만 챙기고 작은 개체를 포함한 나머지 수확물은 하류에 조성된 호수에 방생했다. 물론, 다른 마을에서 온 욕심쟁이들은 포대로 몇 자루나 챙겼으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도 건강원에 의뢰해 붕어즙을 내리겠지.

“으르신-, 오널일랑 즈이 집이서 주무슈-. 붕어찜에 약주두 한잔 허시게유-.”

“괜찮은 술이 있소?”

“즈이 아들이 칡술을 담궈놨는디 맛이 기가 멕혀유-. 한 삼 년 묵었나-.”

“그려, 그려. 내 천천히 따라감세.”

천길룡을 챙긴 최장환을 필두로 동네 사람들도 발길을 돌렸다.

땡볕에 뒹군 탓에 몸은 무거웠으나 모처럼 벌인 한바탕 체전에 마음은 날아갈 듯했다.

집으로 발길을 돌리려던 진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시선이 머문 곳에는 처음 보는 아이들이 말라버린 수로를 보고 있었다.

“성찬아, 쟤들 누군지 아니?”

“물르겄는디? 저짝 동네 사는 애덜인 모양여-.”

육성찬이 알지 못할 정도면 새로 이사라도 온 녀석들이려나.

진혁은 손짓으로 아이들을 불렀다.

잠시 쭈뼛거리는가 싶은 것도 잠시, 가장 큰 아이가 가까이 다가왔다. 아이의 손에는 노끈으로 스티로폼을 조잡하게 덧댄 가벼운 고무대야가 들려 있었다.

“고기 잡으러 왔니?”

“아니요? 배타러 왔는데요?”

단 한마디 대화로도 동네 아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투리가 전혀 없는 서울 말씨였으니까. 차림새도 매우 깔끔했고 가장 큰 녀석을 제외하고는 피부도 제법 흰 편이었다.

그런데 대야로 배를 만들어 온 거구나. 진혁도 어릴 때 그런 상상을 했었으니 이해 못할 일도 아니었다.

“야들아 배는 저그- 저짝 아래루 가먼 탈 수 있을겨-. 거기는 물 있으니께.”

“안 돼. 그걸로 배타면 위험해. 뒤집어지면 큰일나.”

육성찬의 친절을 진혁이 급히 말렸다.

“방학이라고 친척 집에 놀러 온 거야?”

“아니요? 전학왔는데요?”

“세 명 다?”

“네. 형제인데요?”

어동초등학교로 전학을 온 아이들이라고 했다.

열세 살, 열 살, 여섯 살. 여섯 살이면 유진이와 동갑이구나.

유진이는 멀찍이서 엄마 손을 잡고 눈만 껌뻑였다.

“이거 물고기 줄 테니까 엄마한테 붕어찜 해달라고 해. 그런 걸로 배 타는 거 아냐.”

“네.”

진혁은 고무대야에 붙은 스티로폼을 떼어내고 대야에 붕어를 담았다.

어찌나 생명력이 대단한지 아직도 살아서 펄떡이는 붕어도 있었는데, 죽지 말라고 물 웅덩이에 넣어둔 덕분인 듯했다.

진혁과 육성찬은 도시에서 전학 온 녀석들이 낑낑거리며 대야를 들고 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들어다 줄 걸 그랬나?

‘전학이라······.’

별일이다.

모두 시골을 버리고 도시로 나가는 시절에 시골로 전학을 오다니.

조그만 녀석들에겐 버거울 만큼 무거웠을까, 삼 형제는 몇 번이나 대야를 내려놓고 쉬었다.

그러다 달려 나온 엄마에게 등짝을 맞았다.

거리가 너무 멀어 뭐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으나 엄마가 꽤나 걱정을 한 듯했다.

“크큭-. 저넘덜 옴마 몰래 나왔나벼-.”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나?”

진혁이 중얼거리듯 물었다.

“물놀이는 위험헌 거여-. 우덜은 개울이나 백사장이서 놀었지. 수로는 깊어서 위험혀-.”

으른들한티 뚜드러 맞을께미 수로이는 들어가지도 못혀-. 육성찬이 과장된 팔짓을 했다.

변성기가 오고 거뭇하게 수염이 난 육성찬의 대답에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로는 수심도 수심이지만 미끄러워서 한번 빠지면 수영을 못하는 아이는 제힘으로 나오기 힘들다.

놀 것도 많은데 저리 위험하게 놀 필요가 있을까.

아마도 도시에서 살다 온 녀석들이라 노는 법을 모르는 거겠지.

가까이 살면 노는 법을 알려줄 텐데.

‘산악구보, 갯벌 달리기, 생강굴 파기, 칡뿌리 캐기, 오골계 놀리고 도망치기······.’

헤아리자면 끝도 없다.

쟤들도 분명 재미있어할 텐데······.

“진혁아, 우리 큰아들-. 집에 가요-.”

“네!”

엄마의 부름에 씨익 웃었다. 초승달처럼 휘어진 엄마의 눈매를 보니 오해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역시 엄마는 아들을 싫어할 분이 아닌데 잠시 오해가 있었다.

대물 가물치는 호수에 방생했다. 커도 너무 커서 누구도 섣불리 먹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수로를 지키는 수호신일지 모른다는 천길룡의 말이 선택을 거들었다.

‘쌍팔년도도 아닌데 젖 안 나오면 분유를 먹이면 되지.’

진혁은 쓰레기를 주워 빈 자루에 모았다. 이대로 땅속에 묻으면 오염밖에 더 되겠나. 차라리 모아서 폐기물로 처리하는 편이 낫다.

“그건 그냥 두거라.”

“예.”

아이가 가져온 스티로폼도 수거하려 했으나 천길룡이 제지했다.

‘얼른 가서 씻자.’

한 손에는 고기 자루, 한 손에는 쓰레기 자루를 들고 맨발로 집으로 돌아섰다. 슬리퍼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끝내 찾지 못했다.

*

해질녘이 되니 하루살이 떼가 극성이다.

마지막까지 남아 수로를 지켜보던 천길룡이 곰방대로 날파리를 쫓았다. 팔을 휘저을 때마다 헐렁한 하와이언 셔츠가 펄럭였다.

‘희한한 노릇일세.’

천길룡의 시선은 이미 점이 되어 사라진 삼 형제를 쫓고 있었다.

첫째의 관상이 분명 단명할 상이었다. 어린아이에게 사고라도 난다면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일이다. 그래서 유심히 지켜보았는데, 지넥이라는 놈이 대야에 붙은 스티로폼을 떼어내는 순간 단명의 살이 사라졌다. 아이의 눈 주위에 이글거리던 검은 아지랑이가 풀씨처럼 날아간 것이다.

천길룡은 바닥에 널브러진 부표용 스티로폼 두 덩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오늘 물에 빠질 운명이었던가.’

재미있네, 재미있어. 재밌는 세상이여. 스티로폼을 든 천길룡이 멀찍이 진혁의 뒤를 따르며 넋두리하듯 중얼거렸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짐작하는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관상을 보며 운명을 엿보는 심경 또한 마찬가지다. 늘 가슴이 답답하고 폐병쟁이처럼 기침을 했다. 그건 형 천기륭도 마찬가지였다. 병원에서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그런데 수호신 놀이를 끝내고 그 업을 저 녀석에게 넘긴 후로 흉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고통스러워하며 맨발로 걷는 손진혁의 등이 어느 때보다 넓어 보였다.

하나, 형 천기륭의 그것처럼 고독해 보이지는 않았다.

‘알고 그런 건 아닐 텐데. 너 참 재주도 좋다.’

웃는 입꼬리를 따라 수염이 부채처럼 멋들어지게 펼쳐졌다.

지넥이라는 놈이 뾰족한 자갈이 깔린 길을 지나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앗따따-!”

***

해 질 녘이라고는 하지만 해가 길었다.

지쳤으되 밝은 표정으로 다리를 건너던 SSS 요원들이 걸음을 멈췄다.

아기를 안고 걷던 손광연이 걸음을 멈춘 탓이었다. 그 앞에는 유진이와 한유영이 다리에 걸터앉아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까는 꼬기가 없었다요.”

“정말. 어디서 고기가 온 거지?”

물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 며칠 전이니 당연히 고기가 없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지금은 수로에 고기가 헤엄치고 있었다. 손바닥만 한 물고기부터 팔뚝만 한 고기까지. 물이 깨끗했기에 식별이 가능했다.

“아까 장군이가 물어 옮긴 게 아닐까요?”

뒤늦게 다다른 진혁이 조심스레 추측했다.

그 외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물을 옮겼으니 거기 사는 주민들도 장군이가 옮겼나 봐오.”

고개를 끄덕인 장진남이 어깨에 지고 있던 자루를 내렸다.

물 냄새를 맡은 물고기가 사력을 다해 퍼덕였다.

장진남은 개중 작은 녀석들을 수로에 던졌다.

퐁-, 퐁-.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는 모습도, 다이빙 선수처럼 깔끔하게 입수하는 모습도 근사했다.

죽음에서 극적으로 벗어난 생명만이 보일 수 있는 희열의 몸짓.

인간의 심장에 박힌 양심이라는 놈이 호응했다.

문석일과 양강욱도 자루를 뒤적이기 시작했다. 다른 SSS 요원도 약속한 것처럼 물고기를 방생하기 시작했다.

촤좌좍-. 풍더더덩-. 진혁은 아예 자루를 수로에 쏟아부었다.

모두의 시선이 쑥스러웠을까, 진혁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물고기 아니어도 먹을 건 많잖아요. 민물고기는 가시 바르기도 번거롭고······.”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자루째 부었다. 더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는 듯이.

그때였다.

풍덩-!

거구의 장진남이 물에 뛰어들었다.

바위라도 던진 듯 전율스러운 입수음과 함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아, 놀래라.”

“진남이 형, 뭐야.”

걱정하는 이는 없었다.

요리가 즐거워 전역 후 요리사가 되었지만, 장진남은 UDT 출신이었다. UDT 출신이 물에 빠졌다고 걱정할 만큼 어리숙한 사람들이 아니다.

몇 초가 지났을까, 푸화악-! 한결 깨끗해진 장진남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이내 물 위에 둥둥 뜬 물고기를 수거하기 시작했다. 발목만을 움직여 잔망스럽게 물을 차면서였다. 수면에 누워 물고기를 수거하는 모습이 수달을 닮았다.

자신에게 꽂히는 시선이 부담스러웠을까, 장진남이 머쓱하게 웃었다.

“죽은 건 먹자구오-. 여름에 매운탕 좋아오.”

양강욱은 한유영이 민망해할까 봐 걸쳤던 티셔츠를 벗으며 장진남을 거들었다.

“물도 깨끗한데 수영이나 하고 가자.”

풍덩-! 푸웅덩-!

깨끗했던 물이 일부 탁해졌다. 다리 위에서 구경하는 사람들도,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사람들도 모두 시원하게 웃었다.

“히이-하!”

명현우는 카우보이처럼 탄성을 질렀다. 구경하는 사람마저 상쾌해지는 효과를 불러왔다.

“진혁이는 안 들어가니?”

손광연의 물음에 진혁은 그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뛰어들고 싶지만 지금은 할 일이 있다.

“장군이 망둥어 말린 거 줘야겠어요.”

장군이가 무슨 생각으로 물고기를 날랐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착한 녀석이 착한 짓을 했나 보다 생각할 뿐이다. 장군이는 평소에도 기특한 짓을 곧잘 하는 녀석이니까.

착한 일을 했으면 상을 주고 치하를 해야 한다.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은 아닐 것이나, 기대하지 않았던 보상만큼 행복한 것도 없다. 팀장 손진혁이 사람을 부리던 방식 중 하나였다.

장군이가 나보다 낫다. 집으로 걸음을 옮기며 진혁이 중얼거렸다.

아기를 안은 손광연이 침을 흘리며 그 뒤를 따랐다.

“진혁아아-. 숨겨둔 거 있었어? 아빠도 몇 마리만-.”

“으허허-.”

오랜만에 보는 아빠의 빙구미가 반가웠다.

빙구 아들이 웃으며 속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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