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 < 옛 친구, 새 친구 - 유료 시작 >
***
「12개 정당 우후죽순
공천자만 천 명 이상
14대 총선 참여 정당
13대 14개 경쟁 무의석 땐 등록취소
기고자 이거산」
1992년 2월 27일자 신문이었다.
마당에 놓인 의자에 앉아 신문을 보던 진혁이 얕은 한숨을 뱉었다.
‘왜들 이러는 거야······.’
예전에도 관심 없던 분야였지만 지금 봐도 마찬가지였다. 왜들 이러는지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공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 완장이 그렇게 좋을까. 타인의 심리에 공감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난 유명해지는 거 싫어.’
그러는 사이 진혁의 목에 연분홍색 보자기가 감겼다.
꼬와아악-.
“켁-.”
“아이코오-, 너무 꽉 조였나 보다.”
엄마의 당황한 웃음조차도 행복했다.
늘 엄마가 머리를 다듬어 주셨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하다. 중학교 두발 규정은 스포츠형 머리, 진혁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손진혁이 빠박이가 되는 날이다.
“엄마가 예쁘게 잘라줄게.”
분무기에 채운 따뜻한 물이 칙칙 뿜어졌다.
그래도 빗으로 귀까지 빗지는 말아줘요, 아야.
엄마가 머리를 만질 때마다 눈이 감기고 잠이 쏟아졌다.
“우리 아들, 벌써 이렇게 커서 중학교에 간다고-.”
한유영이 말끝을 흐렸다.
이상한 데서 감동하지 마요. 그러면서도 진혁도 코를 움찔거리며 마음으로 엄마를 달랬다.
“진혁아, 중학교에는 시골 학교처럼 착한 애들만 있는 게 아냐. 말투나 성격 때문에 놀림당할 수도 있어······.”
“네.”
엄마의 걱정이 뭔지 아는 건 어렵지 않았다.
가장 친한 최미경 청소년도 걸핏하면 애늙은이라고 부르니까.
‘나 애늙은이 맞는데.’
철없는 애들은 놀리기도 하고 그러는 거지.
누군가의 아픔을 헤집어 조롱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노하지만, 자신을 애늙은이라고 부르는 건 상처받지 않는 진혁이었다.
‘뭐, 힘 조절만 잘하면서 살면 중학교도 평범하게 졸업할 수 있겠지.’
초등학교처럼. 진혁은 주먹을 쥐었다 펴며 다짐을 되새겼다.
주먹을 쥘 때마다 팔뚝이 부들부들 떨었다. 어째 하루가 다르게 힘이 더욱 강해지는 느낌이다.
차칵차칵, 가위 소리가 자장가로 들렸다.
아직 공기는 차갑지만 햇살은 충분히 따뜻한 2월 말, 진혁은 저를 감싸는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엄마의 손길에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달콤한 나른함은 눈앞에 등장한 훼방꾼 때문에 순식간에 날아갔다.
“흠흠!”
언제 나왔는지 평상에 앉은 아빠가 목을 가다듬었다.
손광연은 이내 뚱땅뚱땅 기타를 튕기기 시작했다.
둥땅-둥땅-두애애앵-.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86년 발표된 포크송, 김현성의 《이등병의 편지》였다.
이 아빠가 진짜······.
아빠의 포크 감성 물씬 풍기는 창법과 기타 솜씨는 일품이었지만 진혁에게는 달갑지 않은 노래였다.
‘나 병 생활 않고 하사 임관했는데······.’
역시 이상한 이유였다.
진혁은 평상 밑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장군이에게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장군아, 물어!’
헤헤헥-.
치지직-, 수신 불량.
앞발로 턱을 괸 장군이는 슬그머니 진혁을 외면했다. 어디 감히 중사 나부랭이가 장군에게 명령을 한단 말인가.
‘아빠 목소리 좋다.’
그래도 아빠의 노래는 듣기 좋았다. 진혁도 아빠를 닮아 노래를 잘했나보다 하고 생각할 때, 손광연의 노래에 심취한 또 하나의 영혼 때문에 진혁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아이코-.”
아, 엄마······.
아빠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타시는 것 같더라니.
진혁은 망했음을 직감했다.
‘땜통 생겼구나.’
땜통이 생긴 부위를 엄마가 애처롭다는 듯이 비벼댔다.
아빠의 노래 몇 곡이 흐르고 이발도 끝났다.
진혁은 거울 속 제 모습이 어색하지도, 낯설지도 않았다. 그저 좋았다. 깎아놓은 밤톨일지언정 엄마가 머리를 다듬어주시지 않았나.
‘우리 엄마 손재주는 역시 최고다.’
바리캉도 없이 가위만으로 이런 훌륭한 스포츠머리라니.
뒷통수에 밋밋하게 느껴지는 땜통은 곧 메워지겠지.
‘놀리는 놈은 가만 안 둬.’
땜통 놀리는 놈한테는 힘 조절 안 해야지. 아까의 다짐은 봄바람에 날아간 후였다.
진혁은 거울을 보며 씨익 웃어보았다.
빙구 같았다.
어려졌어도 억지로 웃는 건 역시 어색했다.
***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특히, 학교가 바뀔 때면 그 정도가 더 심했다. 가령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갈 때라든가······.
인상과 체격을 살펴 조심해야 할 놈, 만만한 놈을 가르는 거다. 진혁이 진학한 태양중학교도 다를 바 없었다. 남자학교라서 더욱 그럴 터였다.
물론, 눈치싸움만 하는 건 아니다.
집에서 정각은 뻐꾹새가 알려주고.
“쎅쓰! 쎅쓰!”
새학기의 시작은 섹무새가 알린다.
남자학교에서 이런 녀석들은 절대 멸종되지 않는다. 호르몬이 존재하는 한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릴 것이다. 공룡보다 지독한 생물이다.
“야야, 쒸발 이X X탱이 존나 크다.”
“아, 치워어-.”
“봐봐 시꺄! 좋잖여-!”
필터링 없는 어휘를 구사하며 도색잡지를 함께 펼치는 녀석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런 놈들은 보기 싫다는데도 억지로 들이밀곤 했다.
“홀!”
“짝이지롱. 내놔.”
“아오, 이새끼 꾼이네.”
사행심에 진심을 가득 얹어 짤짤이를 하는 녀석들도 있다.
학생들 대부분이 태양초등학교 출신이라 친해지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듯했다. 친한 녀석들끼리 한 반에 편성된 경우도 많을 테고.
“에네르기파!”
“태양권!”
“으악-! 내 눈-!”
진짜 미친놈들 아닌가 저거. 진혁은 지그시 눈을 감고 호흡을 골랐다.
‘내게 강 같은 평화.’
그래도 새 학년의 백미는 터프하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불청객이다.
쾅-!
“야! 1반! 어떤 새끼가 치냐?”
이런 놈들은 남의 반에 쳐들어와 인상을 찌푸리게 만든다.
진혁이 푹 한숨을 쉬었다.
학급이 한 개였던 시골 초등학교는 아기자기하니 좋았는데.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오니 세상이 확 달라졌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 여섯 명은 모두 다른 반이어서 말벗도 없다.
‘예전에는 어땠지?’
명상을 포기한 진혁은 찡그렸던 미간을 펴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아침 훈련 중인 씨름부원들이 보였다.
‘씨름부는 아침마다 오리걸음으로 운동장 도는 것도 옛날이랑 똑같네.’
예전에도 이 학교를 다녔다.
그때는 읍내의 태양초등학교를 졸업했고, 태양중학교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안면이 익은 친구들이 몇 있었고, 조용히 공부만 하던 중간 키의 진혁에게 시비를 거는 녀석도 없었다.
그런데 이번 생의 진혁은 시골에서 온 학생이 되었으니.
“야! 너 싸움 좀 허냐?”
진혁의 가까이에서 다른 반 녀석의 목소리가 귀청을 때렸다.
학급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진혁이 낯설었을 테니, 그들의 호기심과 경계 섞인 눈빛을 한 시간 가까이 받았던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치고. 이런 호전적인 말투는 아무리 점잖은 진혁이라도 달가울 리 없었다.
“야, 오종대. 걔는 건들지 않는 게 좋을 텐디?”
반가운 목소리.
조슬찬이었다.
“이 새끼가 뭔디?”
이놈의 새끼가 초면에 이 새끼라니, 듣는 새끼 기분 나쁘게.
달갑지 않은 욕설에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르륵-.
의자가 뒤로 밀리고.
저보다 한참 키가 큰 진혁이 짐짓 화난듯한 눈으로 쏘아보자 오종대라는 녀석이 얼어붙었다. 겨울방학을 지나며 키가 170을 훌쩍 넘었고, 운동선수가 울고 갈 체력훈련을 매일 반복하는 진혁이다. 그저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진혁이 가볍게 입술을 달싹였다.
“야. 너 이름이 오종대라고?”
“어? 어······.”
오종대의 째진 눈이 화등잔만큼 커졌다. 왜 아니겠나. 큰 키는 둘째치고 중학생으로 보기 힘든 강한 턱선과 떡 벌어진 어깨, 인상을 쓰니 매서운 눈매까지. 유도를 했는지 제법 다부진 오종대였지만 진혁 앞에서는 꼬마나 다름없었다.
음성마저 짐승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로 들렸다.
“나가.”
“이이. 그려.”
오종대가 머뭇거리다가 얼굴이 벌겋게 익은 채로 황급히 교실을 빠져나갔다.
크카카카칵!
교실에 비웃음이 가득 찼다.
“저 븅신새끼! 쌤통이다!”
“어우 속 시원허다. 내가 국민학교 때 저 새끼한테 맞고 다닌 거 생각허믄 어우-.”
반 아이들의 선망 어린 시선이 진혁에게 꽂혔다.
진혁은 아이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이런 관심은 좋지 않다. 아이들이 진혁에게 은근 의지하게 되고, 다른 반과 시비가 붙었을 때 진혁에게 도움을 청할지도 모른다.
‘조용히 지낼 거야.’
자리에 앉은 진혁의 곁으로 조슬찬이 다가왔다. 조슬찬은 진혁과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그동안 지낸 이야기를 나눴다.
“와-, 진혁이는 옛날부터 형 같더니. 지금은 진짜 형 같다. 키가 얼마나 큰 겨? 지범이는 축구한다고 작년이 수원으루 전학 갔어. 염병이는 나랑 같은 반이여, 중학교에서도 육상 헐 꺼랴.”
예전에도 육상대회에 나가는 친구가 있는 것 같더라니, 그게 염병택이었구나. 하긴, 손진혁의 미래만 바뀌었지 다른 아이들의 미래까지 바뀌는 건 아닐 테니. 다만 신기한 건 이전 생과 같은 1학년 1반이라는 것이었다.
“야 그런디 저 뒤에 두 자리는 누구 자리여? 첫날부터 지각이여?”
진혁은 저 자리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다.
씨름부 친구들 자리다. 2교시 수업 중에 조용히 들어와서 조용히 수업을 듣는 아이들. 운동하는 아이들답지 않게 순한 녀석들이었다.
‘신우성, 이승훈.’
전생에 신우성은 35세를 채우지 못하고 죽었다.
중학교 때까지 씨름을 하고, 지방에서 대학을 나온 신우성은 해산물 도매도 하고, 활어차도 몰다가 어느 겨울에 술집에서 칼을 맞고 죽었다. 당시 진혁은 해외 출장 중이었기에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조문도 못했어. 몇 안 되는 친구였는데.’
이승훈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씨름을 하고 공부에 전념했다. 부상 탓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방송통신대학 수업을 들으며 고향에서 아버지를 도와 뱃일을 했다. 명절이나 휴가철에 버스를 타고 내려오면 터미널에서 기다리다가 격하게 반겨주는 친구였다.
‘날 보호해준 친구들.’
고등학교는 서로 달랐다.
다락방이 벗어나고 싶었던 진혁은 다른 지역의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장학금을 받아 떠났다. 그런데도 신우성과 이승훈은 진혁이 다니는 학교에 찾아와 괴롭히는 놈이 없는지 무력시위를 하기도 했으니. 얼마나 좋은 녀석들인지 따로 설명하는 게 귀찮을 정도다.
‘너희가 없었다면 나도 없지 않았을까.’
*
첫날 1교시는 담임 선생님과의 상견례를 위한 시간이었다.
담임교사도 그대로였다.
수줍음 많은 과학 선생님이었는데 내년에 결혼을 하지 아마.
“어, 얘들아. 반장을 뽑아야 하는데.”
아이들의 시선이 진혁에게 꽂혔다. 지난 생에 반장을 했던 녀석도 손을 들지 않고 얌전히 있었다. 진혁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중고등학교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하고 평범하게 지낼 생각이었는데.
아이들을 따라 선생님의 눈길도 진혁에게 닿았다.
출석부를 손가락으로 짚으면서였다.
“이름이······ 진혁이?”
“제가 하죠.”
최선을 다해 학생답게 말했다.
그런데 선생님을 비롯한 급우들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들이 듣기에는 무뚝뚝한 듯 낮게 으르렁거리는 소리였으니.
담임교사 김선숙이 콧잔등에 걸친 안경을 올리며 버벅거렸다.
“어, 하겠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다른 후보도 받아야······.”
그래도 손을 드는 학생이 없었다.
까불이들이 모인 중학교 1학년 교실답지 않게 이상한 정적이 감돌았다.
당황한 선생님이 빨갛게 익은 얼굴로 더듬더듬 말했다.
“투표도 해야 하고 부반장도 뽑으려면 후보가 더 있어야······.”
진혁은 적막이 주는 피로감에 미간을 찡그렸다.
옆에 앉은 친구의 등을 툭 쳤다.
짝꿍이 벌에 쏘인 듯 벌떡 일어났다.
“예, 예! 저요! 저는 채규호입니다!”
채규호는 벌써부터 여드름이 잔뜩 난, 안경 쓴 친구였다.
키도 작고 안경까지 썼는데 맨 뒤에 앉은 걸 보면 다른 녀석들의 등쌀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진혁의 옆에 앉았으리라.
“음, 얘들아? 다른 출마자는 없을까?”
담임 교사의 사주라도 받은 듯 진혁이 교실을 스캔했다.
‘날 봐.’
진혁은 교실을 훑으며 눈이 마주친 아이에게 턱짓을 했고, 그때마다 출마자가 늘었다.
신기한 현상이었다. 이렇게나 선량한 학생들이라니.
반장 선거 흥행을 예감한 김선숙이 기도하듯 두 손을 맞대고 환하게 웃었다.
“자-, 이제 후보들 공약을 들어볼까요?”
예나 지금이나 중학교보다는 유치원 선생님에 어울리는 교사라고 생각하며 진혁이 단상으로 올라갔다.
진혁은 의욕 없는 얼굴로 공약을 발표했다.
손진혁답게 진솔하고 직설적이었으며.
그답지 않게 무기력한 발표였다.
“반장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습니다. 조용하고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싶습니다. 안 뽑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와아아-! 짝짝짝-!
이상한 녀석들이었다. 도대체 어떤 대목에서 감동을 받은 걸까.
총원 47명, 열외 2. 진혁이 반장, 채규호가 부반장이 되었다.
‘하기 싫다는데 왜 찍는 거야?’
정말 심리를 알 수 없는 녀석들이다. 반항기에 접어들었다 이건가?
선생님이 나가신 후 채규호가 진혁을 곁눈질하며 중얼거렸다.
“반장. 자, 잘 부탁······해애.”
쉬는 시간에 짝꿍이자 부반장인 채규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새 학년 첫날엔 짝꿍 호구조사부터 하는 거라고 아빠가 가르쳐주셨지.
“나는 형이 둘 있는데 별로 안 친해애-. 원수들이지 뭐, 히히.”
형들도 공부를 잘해 과학고와 명문 사립고에 진학했다고 했다.
처음엔 차마 반말이 나오지 않는지 어물거리던 채규호는, 진혁이 웃어 보이자 긴장을 풀고 함께 웃었다.
2교시가 시작되기 전, 진혁이 제법 큰 목소리로 말했다.
“부반장 무시하는 애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웅성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던 교실이 조용해졌다.
역시 이상한 녀석들이었다.
진혁은 평범한 중학교 생활이 시작되었음을 직감했다.
*
2교시가 절반쯤 흐른 시각.
드-르-르르-.
뒷문이 조심스럽게 밀리며 두 거구가 들어왔다. 씨름선수답게 체구가 좋은 녀석들이었다.
진혁은 눈물 나게 반가운 친구들을 보며 수업 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친구들 반응이 이상했다.
‘아, 내가 실수했구나.’
저들은 진혁을 모른다.
신우성과 이승훈은 진혁이 손을 흔들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했다. 아마도 부끄러웠거나 주먹 좀 쓰는 녀석의 도발로 받아들였으리라.
‘오해하게 하면 안 되지.’
신우성과 이승훈의 자리는 통로 하나를 두고 바로 옆 책상이었기에 진혁이 재빨리 수업 진도를 펼친 교과서를 보여줬다. 첫 수업이라 진도랄 것도 없는데.
그제야 친구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악수를 나누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귀여운 녀석들.’
이렇게 순수하고 착했으니 진혁을 챙겼겠지.
‘그런데 저놈들이 어딜 가는 거지?’
친구들은 2교시가 끝나기 무섭게 교실을 나섰다.
진혁의 미간이 가만히 좁혀졌다.
신우성과 이승훈의 표정이 너무 어두운 탓이었다.
‘겁에 질린 얼굴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