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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91화 (577/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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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래곤, 인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의 시선이 순간 알베타스와 그 주위를 맴돌고 있는 군단에게 쏠렸다.

    [크윽! 무슨!]

    “알베타스?!”

    그들은 서로 말을 맞추지 않았음에도 동시에 인상을 와락 구겼다.

    “빌어먹을...”

    [하필 이런 상황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입장에선 드래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태에서 알베타스라는 괴물이 새롭게 나타난 셈이었고, 드래곤의 입장에선 지금까지의 유리한 전황을 망칠 수 있는 불청객이 나타난 셈이었다.

    그러니 그 누가 이를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후후후...”

    그렇기에 지금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이는 끼어든 알베타스뿐이었다.

    알베타스가 천천히 하강하며 말했다.

    “그래 세레나여. 나를 이용해 얻고자 한 것은 얻었느냐?”

    “......”

    “아직 못 얻은 모양이로구나. 그렇겠지. 내가 방해했으니.”

    슈슉-

    순간 말을 마친 알베타스가 어마무시한 속도로 세레나를 향해 쇄도했다.

    세레나는 재빨리 검을 들어 방어에 나섰다.

    챙!

    치지지직-

    검과 건틀렛이 맞부딪치며 불꽃이 튄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거친 공방.

    챙! 챙!

    팅!

    세레나가 날아오는 주먹을 회피하며 생각했다.

    ‘어째서지?’

    어째서 자신의 생각과 달리 알베타스는 여기에 있는 것일까.

    그녀는 그것이 현재 의문이었다.

    ‘흠...’

    혹여 흔히 말하는 재수가 없어 유혜인을 놓치기라도 한 것일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세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알베타스도 생명체인지라 감정이란 게 있어 변수가 있다고 가정한들, 그녀가 계산한 바 알베타스가 유혜인을 포획할 확률은 거의 99.99%였다.

    그런데 영악하기 짝이 없는 알베타스가 100% 한없이 가까운 그 확률을 실수를 하여 놓친다?

    말이 안 되었다.

    그러니 이제 생각해볼 법한 것은 알베타스가 일부러 잡지 않았다라는 것뿐인데.

    세레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확실한 이득을 포기하다니.

    “왜, 신기하느냐? 내가 유혜인을 버리고 이곳에 온 것이.”

    마치 세레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알베타스가 말했다.

    세레나는 부정하지 않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좀 신기하군요. 왜죠?”

    “후후후, 글쎄~ 왜일까~”

    알베타스가 큭큭 웃었다.

    그것은 다분히 의도가 보이는, 생명체라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짜증이 올라올만한 그런 빈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유혜인을 납치하면 안 됐던 다른 이유라도 있나 보군요.”

    세레나가 어느 때처럼 무표정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로 내뱉었다.

    “......”

    알베타스는 그 답변을 듣기 무섭게 일순간 침묵했다.

    과거 유세현에게 죽음 직전의 위기에 몰리긴 전까진 이해하기 힘들었던 소름 끼친다는 말의 의미, 그때의 기분이 순간적으로 확 용솟음쳤기 때문이었다.

    이 드래곤은...

    “너... 전부터 생각은 했다만... 역시 감정 없구나? 아무것도 못 느끼지?”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런 걸 질문이라고 하니까.”

    파앗-

    콰아아앙-

    알베타스가 일권을 내지르자 어마무시한 마력이 그녀의 건틀릿 끝에서 퍼져나갔다.

    세레나가 고개를 옆으로 젖혀 아슬아슬하게 회피하자 알베타스가 말했다.

    “왜 온 거냐 이유를 물었었지? 특별히 답해주도록 하마.”

    “......”

    “널 그냥 방해하고 싶느니라.”

    슈슉-

    빠악-

    순간적으로 재차 접근한 알베타스가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물론, 단순한 공격인 만큼 막히는 공격이었지만.

    “왜, 이것도 이해가 안 되느냐?”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그럴 테지. 감정이 없으니.”

    “......”

    슈슈슉-

    뒤돌려차기를 할 때 발생한 회전력을 이용한 후속타가 세레나의 전신을 향해 빠르게 쏟아진다.

    파바바밧-

    하나하나가 강력하기 짝이 없어 만약 실수라도 할 시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는 까다롭기 그지없는 공격.

    하지만 그것조차도 세레나에겐 통하지 않았다.

    마치 미리 입력이 되어있는 기계처럼.

    챙!

    티디딩-

    확실하고 완벽하게 막아낸다.

    계속해서 공격이 막히자 무언가를 결정했는지 알베타스가 작게 읊조렸다.

    “계획 변경이다. 에반.”

    다음 순간, 알베타스의 눈동자가 번뜩 빛을 발했다.

    “이 드래곤을... 여기서 먹는다.”

    “...그게 여왕님의 뜻이시라면.”

    슈슉-

    지금까지 주위 드래곤을 정리하고 있던 에반이 경로를 꺾어 세레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세레나님!]

    [위험합니다!]

    [이놈이!]

    이에 위협을 감지한 드래곤들이 다급히 외치며 에반을 막기 위해 달려들었다.

    허나.

    “비켜.”

    에반이 안광을 번뜩 빛내자 그의 겉모습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뚜둑-

    뚜두둑-

    스스스-

    하얗기 그지없던 피부가 짙게 변하며 마치 갑주에 뒤덮이듯 단단하게 경화되고, 귀가 길어짐과 동시에 금발의 머리카락 사이로 두 개의 뿔이 우뚝 돋는다.

    그것은 마치 엘프족와 마족 그리고 알베타스족의 모습을 한데 어우러지게 섞어놓은 듯한 형태였다.

    [크윽! 저게 무슨!]

    이에 드래곤들의 눈이 화등잔만하게 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알베타스족을 지금껏 만나 보지 못했던 드래곤들이 아니다.

    수많은 알베타스족들을 봐왔으나, 그들은 지금까지 저런 기이한 형태 변형을 한 알베타스족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저놈은 대체...

    [그래 봤자 인간 베이스다! 용인화한 우리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다!]

    한 드래곤이 기세에 밀리지 않기 위해 거칠게 외쳤다.

    [그래 맞다. 우리가 인간 베이스에게 질 리가 없다.]

    [가자!]

    에반을 향해 날아가던 세 명의 드래곤 중 두 명의 드래곤이 동시에 좌, 우로 흩어졌다.

    일대 다수 싸움에서 공간을 장악하고 시작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

    3방향에서 동시에 덮칠 생각이었던 것인데.

    “......”

    에반은 그저 조용히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다.

    진화의 종족이라는 알베타스족 답게, 더욱 진화한 그의 힘은...

    스슥-

    순간적으로 좌측으로 방향을 튼 에반이 순간 가속하여 스쳐 지나가듯 드래곤을 지나쳤다.

    [...무슨...]

    그것만으로 끝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속...도...]

    그대로 허리춤이 반으로 갈라지며 추락.

    [미친! 키프로사!]

    [괜찮다! 아직 안 죽었어! 내가 구할 테니 방해하지 못하게 엄호해라! 아르피오사!]

    [알았다! 헤르타나!]

    슈욱-

    정면으로 날아오던 헤르타나가 갑자기 방향을 꺾어 키프로사를 향해 빠르게 하강하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선 몸이 반으로 잘려도 바로 죽지 않기에 구하려던 것이었지만...

    헤르타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렇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에반의 의도였음을.

    “당신의 동료는 여유가 많군요. 전투 중에.”

    [...너?!]

    서걱-

    에반은 키프로사를 구하러 가는 헤르타나를 노리지 않고, 엄호해주던 아르피오사를 노렸다.

    그렇기에 당연히 구하러 가는 동료를 노릴 거라 생각하고 있던 아르피오사는 반응이 아주 약간 일지언정 늦을 수밖에 없었다.

    [크아악!]

    이번에도 허리춤이 반으로 잘려 떨어지는 드래곤.

    “자자, 어서들 구하세요~”

    에반이 확실히 목숨을 끊을 수 있음에도 구태여 죽이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부상병은 그 존재만으로 정상적인 병력 하나의 발목을 잡아준다.

    죽이는 것보다 살려 놓는 게 단기적으론 전투에 더 이득인 것이다.

    게다가 지금 중요한 것은 저런 놈들의 자잘한 코인보다도...

    쐐애액-

    그가 마침내 근처에 도착했을 때, 알베타스와 세레나는 박빙으로 맞붙고 있는 중이었다.

    쉬이익-

    피싯-

    한 방 한 방, 서로가 위태롭기 그지없는 아슬아슬한 전투.

    이전 본거지에서 상대의 정보를 캐기 위해 했던 전투 때와는 궤가 다르다.

    물론.

    후웅!

    알베타스의 주먹을 10mm의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회피한 세레나의 시선이 일순간 빈사 상태인 루시펠에게 쓱 향했다.

    무척이나 격렬하게 싸우고는 있다지만 정말 죽일 듯이 공격을 퍼붓는 알베타스와는 다르게 그녀는 이 싸움엔 흥미가 전혀 없었다.

    알베타스를 지금 쓰러트린다 한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는 전투의 폭풍에 휘말려 그새 어딘가로 사라진 롱기누스를 찾게 되는 즉시 그것을 챙겨 후퇴할 생각이었다.

    본디 롱기누스는 사용자가 죽지 않으면 절대로 빼앗을 수 없는 귀속 아이템이지만 그것은 오르엠에게 권능을 회수당하기 전 과거의 이야기, 사용자가 빈사 수준에 이르게 된 현재 세레나는 귀속권을 빼앗을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가능하다면야 무공도 노려볼 겸 여전히 루시펠을 처리하고 싶긴 하지만...

    ‘이래서는 절대로 불가능하겠군.’

    파앗-

    콰과과광-

    깔끔하게 루시펠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은 세레나가 순간적으로 연기를 일으켜 그 속에 몸을 숨김과 동시에 곧바로 반중력 마법을 펼쳤다.

    [리버스 그래비티(reverse gravity)]

    쿠구구-

    공격용이 아닌, 롱기누스를 찾기 편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마법이었다.

    그렇게 순간적으로 어마무시한 역중력이 반경 1km에 걸리며 수많은 산호초와 시체, 돌무더기가 허공으로 떠오르자 세레나는 사방에 토네이도를 일으켰다.

    후우우웅-

    토네이도에 빨려 들어간 사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토네이도가 도는 바람결을 따라 빙글빙글 회전했다.

    오직 단 하나를 제외하곤.

    스슥-

    순간적으로 블링크를 사용한 세레나의 신형이 토네이도의 중심부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앞에는.

    뱀처럼 꼬여있는 두 개의 붉을 창날, 롱기누스가 마치 원래부터 그곳에 존재했던 것 마냥 두둥실 떠 있었다.

    우연이 아닌, 전부 세레나의 계산 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루시펠을 상대할 때 무게, 길이 등등 롱기누스의 상세 스펙을 0.001g 단위까지 알아내어 이렇게 두 마법을 연계했을 때 바로 찾을 수 있게 설계를 해놨던 것!

    그녀가 롱기누스를 집는 순간이었다.

    “그래, 그게 너의 목적이었구나.”

    스슥-

    그녀의 앞에 어느샌가 도달해있던 알베타스가 주먹을 뻗었다.

    슈우욱-

    세레나의 입장에선 실로 예상하기 힘든 공격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리 범주를 뛰어넘는 반사신경을 지닌 대리자라 한들 블링크는 공간을 뛰어넘어 이동하는 마법, 발견하고 도달하기까지 최소 1초 정도의 틈은 벌 수 있어야 정상일진대.

    한 번은 모종의 트릭을 이용한 기교라 쳐도 두 번은...

    “그렇군요. 알베타스 당신... 마력의 흐름이 보이나 보군요.”

    “후후, 정말 너는 뭐든지 빨리 알아채는구나. 하지만 그래도 늦었다.”

    콰아앙-

    세레나가 재빨리 각 손에 쥐고 있던 롱기누스와 검을 치켜세우며 그것을 방어했으나, 알베타스의 말대로 너무 늦은 상태였다.

    팅!

    상대적으로 창에 대한 숙련도가 부족한 롱기누스를 들고 있던 팔이 튕겨져 나가며 순간적으로 틈이 생긴다.

    그리고 줄곧 세레나를 노리고 있던 또 한 명의 강력한 맹수는 그 틈을 절대 놓치지 않았다.

    [대라무위신공(大羅無爲神功) 개(改)]

    제10 절기.

    [청운격라참(靑雲擊羅斬)]

    쉬이이익-

    솨아아-

    에반이 휘두른 검에서 순식간에 10갈래로 뻗어나간 검격이 마치 그물처럼 세레나를 포함한 주위 공간을 쇄도했다.

    그것은 누가 봐도 제대로 적중당할 시 치명상을 입게 될 것 같은 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기에.

    ‘흠, 어쩔 수 없군.’

    세레나가 어렵게 얻은 롱기누스를 손에서 놨다.

    가능하다면 어떻게든 각각 손에 들고 있는 롱기누스와 검으로 대응했겠지만, 그녀는 한 팔로 하는 애매한 기술로는 저 기술을 파훼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인지하고 있었다.

    이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스슥-

    순식간에 양손으로 검을 고쳐 쥔 세레나가 날아오고 있는 청운격라참을 향해 검을 그었다.

    후웅-

    그러자 세레나의 검에서 파생된 불꽃의 검기가 바로 코앞까지 날아온 청운격라람을 향했다.

    그것은 레드드래곤의 종족특성 화염과 고유특성 화(火)속성강화, 그리고 최고의 신공은 아니지만 양무원에게서 빼앗았던 뛰어난 검공을 조합해 세레나가 나름 새롭게 창조한, 그 강한 루시펠을 빈사상태로 만들어버린 바로 그 검술의 절기 버전이었다.

    절기명은 세레나가 붙일 필요성을 못 느껴 붙이지 않았기에 무명(無名).

    쿠궁!

    그렇게 마침내 세레나가 사용한 무명의 검기와 청운격라참이 격돌한 순간이었다.

    쉬이이익-

    처음에는 무명의 거센 참격의 불길이 청운격라참의 예리함을 잡아먹는 듯싶었다.

    허나.

    청운격라참은 그 참격의 불길을 견뎌내며 야금야금 파 들어가는 듯싶더니 어느 순간 무명의 화염을 갈랐다.

    그리고 그것은 그 대단한 세레나조차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이 참격을 순수하게 정면에서 파훼할 수 있는 기술은 유세현의 천마광룡참이나 루시뷀트가 숨겨놓은 비장의 한 수밖에 없으리라 여태까지 그녀는 줄곧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그 생각이 틀리다니.

    ‘흠...’

    물론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당황이란 느낌 자체를 모르는 세레나는 어리바리 당황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기계적으로 지금 할 수 있는 행동 중 최선의 행동을 골라 취했다.

    쉬이이익-

    몸을 최대한 틀어 무명으로 인해 약화된 검격을 최대한 흘려보낸다.

    물론 그럼에도 파훼하지 못한 청운격라참의 그물 같은 검격을 전부 회피할 순 없었지만.

    서걱-

    이내 검격의 한편에 적중당한 세레나의 왼쪽 어깨가 팔과 함께 그대로 잘려나가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마왕계승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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