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570화 (556/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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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이윽고 벨제뷔트가 날린 다크 인크로와 데프하우어가 만들어낸 마법이 맞부딪쳤다.

벨제뷔트는 강력한 다크 인크로의 위력에 밀려나는 데프하우어의 신형을 보며 입꼬리를 씨익 말아 올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본래의 데프하우어였다면 이 다크 인크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을 터지만, 기억을 잃은 것으로 추정되는 지금의 데프하우어는 방금 전의 모습으로 보건대 대처하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바로 포획한다.’

그렇게 생각한 벨제뷔트가 완전히 승기를 잡기 위해 질주하여 데프하우어에게 다가섰을 때였다.

‘...아니?’

데프하우어의 모습을 본 벨제뷔트의 표정이 별안간 확 돌변하며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렸다.

‘뭐냐...’

데프하우어의 상태는 예상과 달리 지극히 정상이었다.

마치 다크 인크로를 완벽하게 파훼한 것처럼.

‘대체 어떻게... 설마 기억을 잃은 게 아닌 건가? 아니 그럴 리가... 그랬다면 나의 동화에 반응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뭐가 뭔지 이해가 도통되지 않아 당혹스럽기 그지없던 벨제뷔트였지만 그는 그 이상 더 생각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벨제뷔트를 확인한 데프하우어가 입을 쫙 벌렸다.

‘입을? 설마...?!’

콰라라라라-

데프하우어의 입에서 강력한 산성이 쏟아졌다.

인간 상태에서 산성이라니?

발끝을 찌르는 불안한 감각에 벨제뷔트는 다급히 자리를 이탈하며 회피했다.

물론...

치이익-

전부 회피해낼 순 없었지만.

‘무슨...’

산성이 저항력을 뚫고 들어와 살을 녹인다.

이것은 100% 브레스라는 의미.

‘어떻게...’

벨제뷔트는 드래곤들 중 뛰어난 자들은 부분적으로 폴리모프를 해제하여 브레스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데프하우어도 이에 속하고.

하지만 지금 데프하우어는 부분적으로 폴리모프를 해제한 게 아닌 폴리모프가 유지되고 있는 인간 상태 그대로였다.

본래라면 브레스는 사용할 수 없는 것!

‘뭐냐, 대체 어떻게...’

벨제뷔트로선 혼란이 안 오려야 안 올 수가 없었다.

만약 데프하우어가 정말 자신의 예상처럼 기억을 잃은 것이라면 지식과 전투 경험, 노하우도 함께 잃어버린 것이었기에 당연히 예전보다 강하지 않아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이 브레스... 범위만 좁아졌을 뿐 위력은 그대로다.’

이전보다도 더욱 완벽해진 브레스라니?

“데프하우어... 세레나란 놈에게 대체 무슨 짓을 당했길래...”

“......”

파밧-

데프하우어가 재빨리 뒤로 블링크를 타 물러났다.

그는 현재 벨제뷔트의 마음이 어떻건 상관없이 그저 자리를 뜰 생각밖에 없는 것이다.

“너...!”

그 행동에 벨제뷔트가 으득 재차 이를 갈았다.

어떻게든 포획하여 다시 충복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후...”

그는 지금 이 순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함을 느꼈다.

“세레나라고 했었나... 정말이지 제대로 한방 먹었어...”

분노로 이글거리던 벨제뷔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은 순간이었다.

파앗-

자리에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 벨제뷔트가 순식간에 데프하우어의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쉬이익-

그리고 곧장 데프하우어의 안면을 향해 날아가는 건틀릿.

파바바밧-

퍼버버벙!

벨제뷔트의 거친 연타가 이어진다.

한방, 한방, 벨제뷔트의 주먹은 흡사 절기와 비슷할 정도의 강력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퍽!

“큭.”

이윽고 주먹 하나가 가드를 뚫고 안면을 강타하자 인형처럼 감정을 보이지 않던 데프하우어가 표정을 찡그렸다.

벨제뷔트가 냉소적이게 말했다.

“왜, 아프냐?”

“......”

“난 더 아프다.”

치지지직-

푸식-

벨제뷔트의 손에서 뻗어나간 어둠의 전격이 갑주를 부수고 데프하우어의 좌측 옆구리를 스쳤다.

피가 새어 나오자 상처를 본 데프하우어가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단순 이탈, 불가능으로 여겨짐. 플랜 C로 변경.”

처적-

데프하우어가 몸을 돌려 벨제뷔트를 응시했다.

벨제뷔트는 기계처럼 행동하는 그를 보며 더 이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재차 데프하우어를 향해 질주하려던 찰나였다.

‘음?’

문득 시선을 느낀 벨제뷔트가 일순간 주위를 쓱 훑었다.

“...하...”

주위에는 루시뷀트, 레오릭, 나르슈나를 포함하여 어느새 몰려든 많은 고위 마족들이 벨제뷔트와 데프하우어를 둘러싼 채 그들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누가 이길지 흥미롭다는 듯.

‘이래서 돌아가려는 데프하우어를 그냥 놔둔 건가. 내가 이럴 줄 알고...’

벨제뷔트는 순간 애완견처럼 구경거리가 된 느낌이었으나 개의치 않아했다.

지금 그는 저들의 시선보다도...

빠드득-

데프하우어를 이지경으로 만든 세레나에 대한 적개심이 더 강했으니까.

‘그래, 어디 한번 마음껏 지켜봐 봐라.’

콰아아앙-

벨제뷔트의 전신에서 재차 어마무시한 마력이 터져 나왔다.

‘단, 계속 지켜보고 있을 수 있다면 말이지...’

지치지직-

벨제뷔트가 양손에 2개의 다크 인크로를 만들어냈다.

이에 하늘에 수를 놓듯 공간 이곳저곳을 장식하는 데프하우어의 수많은 마법.

데프하우어가 손가락을 벨제뷔트를 향해 치켜세웠다.

슈슈슉-

그러자 9서클 헬파이어부터 시작하여 수십 가지의 고위 마법이 일제히 벨제뷔트를 향해 들이닥쳤다.

벨제뷔트는 그것들을 전부 아슬아슬하게 회피해나가며 데프하우어에게 접근했다.

그는 데프하우어를 다시 충복으로 삼는 것은 포기한 상태였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궁금한 것이 남아있었다.

어떻게...

“어디 한번 받아봐라.”

다크 인크로를 파훼한 것인지.

슈슈슉-

벨제뷔트가 다크 인크로를 던지자 데프하우어가 고속으로 이동하며 재빠르게 그것을 회피했다.

허나.

“하아아압!”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벨제뷔트가 다크 인크로를 계속해서 만들어내며 끝없이 던진 것.

“무, 무슨 미친! 저걸 저렇게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던지다니?!”

“마, 막아!”

“저건 웬만한 걸로는 못 막아! 피해야 된다!”

주변 따윈 1도 신경 쓰지 않는 벨제뷔트의 마구잡이식 공격에 마족들의 입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벨제뷔트의 고유특성인 동화를 담고 있는 다크 인크로는 강력한 어둠저항력을 지니고 있는 마족들에게조차도 그 정도로 위협적인 기술인 것이다.

무심히 보고 있던 루시뷀트가 한 마디 했다.

[실력이 늘었군.]

과거 그가 알고 있던 벨제뷔트는 다크 인크로를 저렇게 무식하게 날릴 능력을 지니고 있지 못했다.

[레오릭.]

“예.”

[지금 놈과 붙으면 이길 수 있겠느냐?]

“물론입니다.”

루시뷀트의 말에 레오릭이 자신만만하게 답했다.

동화의 특성을 지니고 있는 다크 인크로는 정신을 흩트려 놓는다는 점에서 확실히 귀찮기 짝이 없는 기술이었으나, 루시뷀트에게 직접적으로 힘을 하사 받아 키운 그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잘 통하지 않는 능력을 비장의 수로 지니고 있는 자에게 지는 것은 어불성설.

“명만 내려 주신다면 이후 결투를 치러 증명 하겠...”

레오릭이 턱뼈를 딱딱 거리며 그렇게 말하려던 찰나였다.

데프하우어의 대응을 그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벨제뷔트가 깨달았다는 듯 중얼거리며 팔을 교차시켰다.

“그렇군. 그렇게 된 거였어...”

“......”

“너... 그냥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일 뿐. 내 다크 인크로를 파훼한 게 아니었구나?”

“......”

그 말처럼 다크 인크로를 쓱 통과한 데프하우어가 역으로 벨제뷔트에게 공격을 가하려 했다.

허나.

“그렇다면... 어디 이것도 한번 무시해봐라.”

수많은 마법이 날아오기 직전, 벨제뷔트가 교차시켰던 팔을 힘껏 펼쳤다.

슈슉-

그리고 그 순간.

“......”

레오릭은 하던 말을 마저 끝마칠 수 없었다.

순간적으로 등골이 서늘해지며 생전 처음 느껴보는 어마무시한 힘이 벨제뷔트에게서 발현되었기 때문이었다.

[데스 인크로]

“크아아아악!”

쩌적-

쩌저적-

수십 겹으로 몸을 지키고 있던 배리어가 순식간에 박살 나며 다크 인크로에는 끄떡도 하지 않던 데프하우어의 입에서 격렬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슈우욱-

쾅-

추락하는 데프하우어.

벨제뷔트는 지면에 내리 꼽은 데프하우어의 얼굴을 발로 지그시 짓눌렀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마족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저마다 한 마디씩 탄성을 내뱉었다.

“무, 무슨...”

“대체 저게...”

유세현에게는 너무도 쉽게 파훼되어 버렸던 데스 인크로였지만 그것은 유세현에게만 국한된 것일 뿐.

여타 대리자들에게 있어서 데스 인크로는 가히 충격적이기 그지없는, 한 차례 차원이 다른 무지막지한 스킬이 아닐 수 없었다.

[호오.]

루시뷀트조차도 작게 탄성을 흘렸다.

그 모습을 본 레오릭은 이를 딱딱 부딪치며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방금 전의 그 스킬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러게 방심하면 안 되지. 다크 인크로가 여전히 내 최대 기술인줄 알았나?”

비로소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벨제뷔트가 발로 다시 한번 데프하우어의 흉부를 내려찍었다.

빠악-

“컥!”

데프하우어의 표정은 썩어 들어가고 있는 표피와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하하... 그러게 나를 어떻게든 기억해냈어야지.”

빡-

“어떻게든 내 곁으로 돌아왔어야지!”

빡-

벨제뷔트는 분을 풀기 위해서라도 내려찍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빡- 빡- 빡-

몇 번을 그 어떤 짓을 해도 그의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데프하우어, 자신이 무척이나 어렵게 얻어 아꼈던 충복.

“세레나...”

한 손으로 데프하우어의 목을 움켜 쥔 벨제뷔트가 빈사상태의 그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는 지금 이 순간에조차도 혹시 모를 우연을 기대하며 동화의 파편을 찾아 헤매고 있었지만, 파편은 커녕 침투하는 것조차도 보통 순탄치 않은 것이 아니었다.

마법적인 것이건 물리적인 것이건 세레나가 필히 모종의 장치를 해둔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정말 죽여야 한단 말인가...’

그가 데프하우어의 목을 그대로 꺾어버리려던 찰나였다.

스스스-

정말 일순간.

“베, 벨제뷔트...님?”

1초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순간적으로 데프하우어의 눈에 생기가 되돌아오며 내면의 아주 깊은 곳에서 동화의 파편이 일렁였다.

“이, 이건...?!”

벨제뷔트는 다급히 데프하우어를 자리에 눕혔다.

“데프하우어! 내가 기억이 나느냐?!”

“......”

하지만 질문을 했을 땐 이미 데프하우어의 눈빛은 예전으로 되돌아간 상태였다.

벨제뷔트가 손가락을 튕겨 쿠니아칸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이놈의 몸을 포박 한 뒤 약간만 치료해라. 동화 작업에 들어갈...”

하지만 그 말을 채 끝낼 새도 없이.

파앗-

“아니?!”

데프하우어의 전신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며 사방에 순식간에 수많은 마법진들이 생성됐다.

‘이건... 초장거리 텔레포트 마법진? 어떻게?’

지금의 데프하우어는 만신창이가 되어 텔레포트 같이 고도의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마법은 사용할 수 없을 터인데.

아니 그보다도.

‘이곳은 좌표가 일그러져 있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곳이라면 모를까...’

마족 중에서도 초장거리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있는 자들은 무수히 많다.

초장거리 텔레포트는 7서클 마법의 응용으로 기본적으로 8서클 마법까지 부릴 수 있는 마족 수준으로 볼 때 엄청나게 높은 수준의 마법은 아닌 탓이었다.

하지만 유적지나 절멸의 탑 같이 보통의 장소가 아닌 곳은 좌표가 일그러져 있어 사용하지 못하는 자가 대다수였다.

어떻게 잡은 동화의 단서인데...

‘젠장, 설마 미리 시전을 해둔 채로? 그래서 우리 영역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거였나?’

벨제뷔트가 막기 위해 다급히 손을 뻗었으나 이미 마법은 작동되어지고 있었다.

지금 접촉하면 같이 이동되는 것!

텔레포트가 성공하면 적진 한복판으로 이동되어 질지도 모르는 일이었기에, 벨제뷔트는 어쩔 수 없이 뻗던 손을 뒤로 물렸다.

“큭!”

이렇게 되면 스킬을 날려 죽여야 하는가?

본래라면 그렇게 행동하는 게 맞았다.

이대로 데프하우어를 놓치게 되면 데프하우어는 원래대로 회복될 것이고 강적으로 등장할 것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

이번에 데프하우어가 쉽게 당한 이유는 데프하우어가 데스 인크로의 존재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지 그가 약하기 때문은 결코 아니었다.

“젠장... 젠장...!!”

쿵-

하지만 벨제뷔트는 데프하우어가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 끝내 그를 죽일 수 없었다.

동화에 대한 미련도 미련이었지만, 지금 죽이게 되면 루시뷀트에게만 좋은 일을 하는 것이었다.

‘그럴 수는 없지...’

그는 텔레포트로 생긴 빛의 기둥을 바라보며 빼앗긴 데프하우어를 어떻게든 다시 되찾아오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소환실 공방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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