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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62화 (54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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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보스는 그 말을 끝으로 파플레아를 지면에 찍어 눌러버린 뒤 비야크에게 패배한 케탈론을 뒤로한 채 자리를 떴다.

    날아가는 동안 비야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 제거하지 말라고 한 거냐 드레보스. 저놈들은 분명 우리를 죽일 심산이었다. 아무리 저들의 사연이 기구하다 한들 목숨이 노려진 우리가 봐줄 이유는...”

    “당연히 없지. 나도 네 말에 동감한다 비야크. 다만 지금 저 둘을 제거하게 되면 우린 동족을 죽인 배신자로 100% 낙인찍힌다. 하지만 살려놓는다면 우리 둘은 단순 실종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현재로선 저들도 대놓고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니 말이야.”

    “흠... 내 생각이 짧았다. 흥분해서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군. 그래서? 어디로 갈 거냐. 생각해둔 장소가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그래, 있다. 바로...”

    그때였다.

    슈슈슉-

    파바바밧-

    뒤편에서 수많은 마법 세례가 날아오기 시작한 것은.

    “반드시 잡아라!”

    주위에 배치되어있던 키르쉬나의 부대원들이었다.

    전투의 발생을 발견하고 지원을 위해 달려온 것!

    수는 도합 10명!

    “젠장할! 이렇게 빨리?”

    “그 둘 말고도 사방에 퍼트려 놨었나 보군!”

    “큭! 수가 많다! 전부 빠르게 정리하는 건 불가능 해! 어떻게든 벗어나야 한다!”

    슈슈슉-

    비야크와 드레보스는 속도를 보다 높임과 동시에 곡예를 선보이며 이리저리 마법을 회피했다.

    하지만.

    쾅!

    콰과광!

    아무리 그들이라 한들 반격 없이 모든 것을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

    이윽고 몇 개의 마법이 비야크의 등에 직격 했다.

    펑!

    “큭!”

    “비야크! 괜찮나!”

    “이 정도는 상관없다! 그보다도 저놈들... 빨라! 간격을 좀처럼 벌릴 수가 없다! 스테이터스는 우리가 더 우월할 텐데!”

    “빌어먹을 무공 때문이군.”

    “어떡할 테냐! 이대로는 좀처럼 놈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그 말에 드레보스가 다급히 주위를 훑었다.

    이내 그는 어떤 한 곳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곳으로 유인하도록 하자!”

    그곳은 수많은 절벽들이 겹쳐져 만들어진 좁은 협곡이었다.

    “괜찮은 생각이군!”

    슈슉-

    둘은 빠르게 협곡을 향해 질주했다.

    하지만 그들은 미처 몰랐다.

    “키르쉬나님의 예상대로 두 놈들이 협곡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곳은 함정이란 걸.

    비야크와 드레보스가 협곡으로 진입하기 무섭게 내부에서 둘을 향해 마법이 쏟아졌다.

    “이건?!”

    슈슈슉-

    퍼버벙-!

    “크윽! 하, 함정이었나?”

    진형 근처에서 비야크와 드레보스를 다수가 덮치게 되면, 다른 레드들의 의심을 살 수 있다.

    그렇기에 키르쉬나는 주위에는 시간을 끌 수 있을 법한 최소한의 인원만 배치시켜 놓은 뒤, 그들이 시간을 끌 동안 모인 인원들을 이용해 둘을 동족의 눈이 닿지 않는 곳으로 몰아붙이는 전법을 사용했던 것이었다.

    마치 토끼몰이를 하는 것처럼.

    “제기랄... 보기 좋게 당했군.”

    그렇게 유도된 결과.

    “후우...”

    둘은 도합 35명에 달하는 키르쉬나의 부대원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이거 전부 쓰러트리지 않곤 못 지나가겠는 걸?”

    “그렇겠군. 비야크.”

    덤덤하게 말한 드레보스가 눈을 번뜩 빛냈다.

    보는 눈이 사라져 좋아진 이들은 키르쉬나의 부대원들뿐만이 아니었다.

    “네놈들... 무슨 사연이 있든 간에 살아 돌아갈 생각 따윈 하지 마라. 이번엔 안 봐줄 거니.”

    “큭, 역시나 퀘루안의 부대원이었던 자 답군. 죽은 자를 닮아 입만은 꽤나 그럴싸해.”

    “...이놈이...”

    존경했던 상관 퀘루안의 험담에 비야크와 드레보스의 눈에 불길이 치솟았다.

    “비야크.”

    “알고 있다. 순식간에 처리하자.”

    “크크, 해볼 수 있으면 해...”

    채 말을 마칠 새도 없이 전력을 발산한 드레보스와 비야크가 순식간에 주위에 있던 적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양팔 용인화를 사용한 드레보스의 건틀릿이 정확히 타겟의 얼굴을 노린다.

    타겟이 된 드래곤은 양팔 용인화를 보기 무섭게 깜짝 놀라 경기를 일으켰다.

    “어... 어떻게 너 따위가 그 힘을...”

    빠악-

    “크악!”

    제대로 강타당한 타겟은 단 한 번에 얼굴이 함몰되며 지면으로 추락했다.

    “...!”

    드레보스는 기세를 살려 곧바로 다음 타겟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는 적들이 예상치 못했던 힘에 당황하여 움츠러든 현재, 최대한의 공포를 선사해 승기를 잡을 생각이었다.

    빠박-

    “크윽!”

    그렇게 하나, 둘, 셋.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하지만 그의 그런 흐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비켜라.”

    지휘자 타르케니아와 부지휘자 바르코즈가 나선 탓이었다.

    둘은 비야크와 드레보스처럼 부분 용인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크윽! 네놈들이 어떻게...”

    “자의식 과잉이구나 드레보스. 그 힘... 너만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여겼나?”

    빠악-

    “큭!”

    동급의 막강한 상대의 등장.

    그리고.

    “쏴라! 계속 쏴! 타르케니아님과 바르코즈님을 도와라!”

    그런 놈들을 원조하는 주위 드래곤.

    콰광-

    콰과광-

    “크윽.”

    그것은 아무리 드레보스와 비야크라 한들 버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허억... 허억...”

    죽음의 문턱이 가까워진 것이 느껴진다.

    드레보스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많은 만감이 교차한다.

    퀘루안의 복수도 하지 못한 채, 진실도 알리지 못한 채, 이런 곳에서 허무하게 죽음을 맞아야 되다니.

    “이... 이 자식들...!”

    “어딜!”

    퍼벙-

    콰과광-

    빠악-

    “크헉!”

    드레보스는 모든 힘을 다해 반항 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그는 이미 한계에 달해있었었으니까.

    누군가... 누군가의 도움이 없다면...

    하지만 누가 이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단 말인가.

    ‘아르펜님...’

    꿈뻑- 꿈뻑-

    너무 많은 출혈에 의해 의식이 흐려지며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타르케니아와 바르코즈가 각각 마무리를 지으려는 찰나였다.

    쿠웅-

    장소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의 가슴을 일순간 철렁 내려앉게 만드는 엄청난 위압감이 일대를 덮쳤다.

    * * *

    저릿- 저릿-

    머리털이 쭈뼛 서고 피부가 곤두선다.

    대체 무엇이 있기에 그런 것인가.

    협곡에 있던 모든 인원들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치켜들어 이 위압감을 내뿜고 있는 근원을 응시했다.

    “...음?!”

    그곳에는 단 한 명의 인물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저놈은?!”

    칠흑 같은 머리칼과 붉게 빛나는 눈.

    마왕이지만 마왕이라 불리지 않는 자.

    “유세현?”

    “저놈이 어째서 여기에?!”

    갑작스런 유세현의 등장은 타르케니아와 수하들뿐만 아니라 드레보스에게조차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어째서 저 자가 여기에 있는 것인가.

    영문을 도저히 알 수 없었으니까.

    “네, 네놈! 어째서 여기에 있는 것이냐! 이 주위가 우리들의 영역인 것은 알고도 모습을 드러낸 것이냐!”

    마치 개가 겁을 먹으면 먼저 으르릉거리듯 타르케니아가 외쳤다.

    유세현이 관심 없다는 듯 무시하며 툭 말했다.

    “내부 분열인가?”

    “?!”

    타르케니아는 순간 몸을 움찔거릴 수밖에 없었다.

    유세현은 세레나가 무척이나 주의하고 있는 인물.

    그녀는 유세현에게 약간의 정보조차도 주어선 안 된다는 것을 무척이나 잘 인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권력이 재편되고 있는 상황. 지금은 어떻게든 저자를 그냥 보내야 된다.’

    타르케니아가 용기를 내 재차 외쳤다.

    “네, 네가 무슨 상관이지? 우리에게 볼일이 없는 거라면 그냥 갈 길을 가도록 해라! 지금 간다면 특별히 그냥 보내주도록 하겠다!”

    “특별히? 그냥?”

    이에 유세현이 목을 갸웃 꺾었다.

    눈동자를 돌려 어딘가를 쓱 한번 훑어본 유세현이 재차 타르케니아를 내려다보며 툭 말했다.

    “흠...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가 본데. 네가 지금 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입장이라고 생각하나?”

    더욱 거대한 투기가 타르케니아를 향해 쏟아진다.

    타르케니아는 유세현에게 얕보일라 애써 침착해 보이기 위해 애를 썼지만...

    “됐다. 너희... 그냥 다 죽어라.”

    대뜸 중얼거린 유세현이 난데없이 급하강을 하며 빠르게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이, 이런 미친...!”

    이에 타르케니아와 휘하 병력들은 곧바로 대응에 나섰으나 이전보다도 훨씬 강해진 유세현의 힘은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걱-

    그렇게 제일 먼저 목이 떨어진 이는 이 와중에도 어떻게든 비야크를 마무리하기 위해 그에게 공격을 가하고 있던 바르코즈.

    “바르코즈!”

    “히익! 괴, 괴물!”

    너무도 허무한 부지휘자의 죽음은 휘하 부대원들에게 극심한 공포를 자아냈다.

    타르케니아가 이를 악물었다.

    ‘이런, 미친...! 무슨...’

    이딴 괴물이 다 있단 말인가.

    이번에는 유세현의 주먹이 바르코즈의 바로 옆에 있던 비야크를 향했다.

    빡-

    “큭! 유, 유세현! 네, 네놈!”

    비야크는 그때까지만 해도 유세현이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러 오는 거라 생각하고는 격렬하게 저항했다.

    허나.

    “비야크, 이 주먹에 처맞고 얌전히 벽에 죽은 듯이 쳐 박혀 있어라. 난 널 죽일 생각이 없으니.”

    유세현이 아주 작게 소곤거렸다.

    ‘...무슨...’

    “그럼 간다.”

    “자, 잠...”

    빡-

    “커헉!”

    비야크는 어마무시한 고통에 죽을 거 같았지만 일단 맞은 거 유세현의 말마따나 거의 예술적으로 벽에 처박히는 모습을 선보였다.

    비야크를 무사 퇴장시키는 데 성공한 유세현이 이번에는 곧장 타르케니아를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그의 손가락 끝엔 이미 강력한 어둠의 마력이 응축되어 있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천마혈사지(天魔血死指)]

    위이잉-

    콰아아앙!

    손가락 끝에서 발동시킨 절기가, 과거 손바닥으로 발동시킨 천마혈사장보다도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나갔다.

    과거 타르케니아가 전달받았던 유세현의 정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던 공격법이었다.

    ‘뭐, 뭐냐 저건... 천마혈사장? 아니 조금 다른...’

    “회피해라!”

    쿠구구궁-

    아무쪼록 제대로 맞으면 치명상이 분명할 것이기에 타르케니아는 드레보스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드레보스에게도 다가간 유세현.

    유세현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드레보스 또한 암석에 처박은 뒤 나머지 드래곤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타르케니아는 울며 겨자 먹기로 철수를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

    “모, 모두 흩어져 이곳에서 벗어나라!”

    “안 놓쳐.”

    유세현은 허겁지겁 도주하는 드래곤들을 집요하게 노렸다.

    그렇게 한차례 피바람이 몰아친 협곡의 지면.

    “이 정도면 충분합니까? 아르펜?”

    무려 25마리가 넘는 드래곤의 사체에서 뿜어져 나온 코인을 전부 흡수한 유세현이 허공을 향해 툭 말했다.

    “하하! 물론! 충분하다 못해 아주 완벽하군! 유세현!”

    그러자 그의 바로 옆에 있던 바위가 아지랑이 치며 광학 미채로 모습을 숨기고 있던 아르펜이 웃는 모습으로 얼굴을 드러냈다.

    간신히 박혀있던 바위에서 빠져나온 드레보스와 비야크는 이것을 보기 무섭게 벙찐 얼굴이 되었다.

    “아, 아르펜님!”

    “이, 이게 대체 무슨...”

    결코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블루의 로드와 유세현이 함께 하고 있다니?

    “하하! 뭐 그렇게 되었네. 그렇지? 유세현?”

    “......”

    유세현은 친근하게 구는 아르펜의 모습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르펜의 말을 듣고 그를 도와주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용하기 위함, 그 이상의 의미도 이하의 의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약 하루 전.

    인간 진형을 찾아 복귀하고 있던 유세현의 앞에 아르펜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오! 혹시 인간 진형을 찾아 복귀하고 있는 건가? 유세현?”

    그는 이전 신의 회랑 때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딱히 정체를 숨기거나 하진 않았다.

    “...아르펜? 역시 드래곤이었었나.”

    “하하! 역시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모양이구만. 그러네! 뭘 숨기랴! 난 드래곤이네!”

    “......”

    “이전 속이려 한 것에 대해서는 사죄하겠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는 입장이어서 말이지. 하하! 봐주게나!”

    대뜸 나타나 정체를 드러낸 것도 그렇고.

    실없이 실실 웃는 것도 그렇고.

    유세현의 입장에서, 본 성격을 드러낸 아르펜의 첫인상은 굉장히 기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치잉-

    유세현에게 예외는 없지만 말이다.

    그가 검을 뽑자 아르펜은 다급하게 양손을 들어 올려 항복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런! 대뜸 칼이라니 너무 살벌한 거 아닌가! 항복! 항복!”

    “.......”

    대체 뭐 하자는 것일까.

    유세현이 잠시 무표정으로 쳐다보며 기다리자 큼큼 목소리를 다듬은 아르펜이 그제야 운을 뗐다.

    “유세현, 내가 자네의 앞에 나타난 건 다름이 아니라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네.”

    “...뭐?”

    “자네에게도 결코 손해는 되지 않는 부탁이네. 혹시 드레보스를 기억하나? 함께 한 적이 있을 텐데.”

    그 후 유세현은 아르펜에게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퀘루안의 죽음.

    그 죽음을 직접 보고 배후를 파헤치려 한 드레보스.

    그리고 이번 중대한 사건이었던 퀴르벨의 죽음까지.

    “운이 좋게도 드레보스는 아직 부대로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네. 하지만 이대로 복귀하게 된다면...”

    “틀림없이 죽게 되겠군. 세레나의 수하들에게.”

    “바로 그렇지. 만약 그가 죽게 된다면 세레나의 범죄를 증명할 방법을 영원히 잃게 되는 셈이네. 어때, 도와주겠는가?”

    “...흠.”

    드래곤 세력끼리의 다툼은 타 종족의 입장에 있어선 엄청난 이득.

    “일단 네가 생각한 작전을 말해봐라.”

    유세현은 아르펜에게 작전에 대해 들었다

    일단 한번 내부로 들어간 드레보스가 사태를 파악하고 밖으로 도주해 나오면 외부에서 우연을 가장해 구출해내는 형식의 작전이었다.

    “만약, 당신의 예상과 달리 드레보스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그대로 죽어버리면? 그땐 어떻게 할 셈이지?”

    “그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자네도 퇴로는 확보한 상태에서 작업을 해야 되니. 그 이상 들어가면 퇴로는 장담 못하네. 그러니 만약 내가 지정한 장소 쪽으로 드레보스가 도망쳐오지 못하면 자네는 그냥 그대로 자리를 떠나 진형으로 복귀하게.”

    “흠...”

    로우리스크의 꽤나 합리적인 작전.

    유세현은 결국 작전에 수락했고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정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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