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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55화 (54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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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앗-

    삐빅-

    강렬한 빛이 퍼지며 인간 대리자들의 앞에 시스템 알림이 나타났다.

    [당신은 특별 패널티에 의해 대리권이 박탈당했습니다.]

    [승리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뭐, 뭐야?”

    “가, 갑자기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홍두깨, 아니 그 이상의 날벼락.

    “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어째서?”

    사람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얼이 나간 표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어? 너도 떴어? 알림창?”

    “어... 대리권이 박탈당했다는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이거 장난이겠지? 아니 그런데 시스템 알림이 장난 따위를 치는 경우가 있나?”

    대리권은 신을 대신해 전쟁에 강제 동원된 대리자들의 기본권이었다.

    그렇기에 죽음을 제외한 대리권이 박탈되는 사례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째서?

    아무리 장난일지언정...

    “젠장! 이게 대체 뭔데! 이거 장난이지? 장난이 맞는 거지?”

    “...솔직히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여태까지 시스템 알림이 장난을 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 이거... 정말 말도 안 되지만 진짜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 대체 왜? 너무 뜬금없잖아.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당황한 대리자들의 목소리가 공간을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하나같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해하는 모습이었지만...

    “......”

    그러한 대리자들 속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들이 있었다.

    [당신은 특별 패널티에 의해 대리권이 박탈당했습니다.]

    [승리에 다다를 수 없습니다.]

    [특별 패널티에 의한 특수 특전이 진행됩니다.]

    [기억이 복구 됩니다.]

    [스킬들이 복구 됩니다.]

    슈우욱-

    어마무시한 양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치고 들어온다.

    갑작스럽게 판도라에 떨어진 것부터 시작하여, 지금보다 더 나아가 모든 유적이 클리어 되고 거의 최후에 다다른 순간까지.

    인생을 한 번 더 산 것 같은 감각.

    그렇게.

    “...내가 다 설명하지.”

    제5-10부대 대원 암페스센, 그가 눈을 떴을 때 그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있었다.

    “뭐? 암페르센? 네가?”

    “그래. 내가 다 설명할 수...”

    “야, 너가 시도 때도 없이 개그치고 싶어 하는 건 알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조차 그러고 싶...”

    “닥치고 설명할 테니 다 모이라 했다.”

    암페르센의 눈에서 이전과 다른 눈빛이 맹렬히 뿜어져 나왔다.

    인원들에게는 무척 큰 괴리감을 주는 말투와 눈빛이었다.

    그는 자신들이 웃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시도 때도 없이 개그를 남발하던 배려심 많은 인물이었었으니까.

    “야, 암페르센 너 갑자기 왜 그래? 너 욕 안하...”

    “...모여. 나 지금 진지하다.”

    “......”

    결국 인원들은 갑자기 바뀐 암페르센의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의 앞에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 * *

    “...그렇게 된 거였군... 그렇게 된 거였어... 그래...”

    갑작스럽게 찾아온 혼란 속에서 이벨린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지금 뭐랬어. 이벨린?”

    이에 갑작스러운 대리권 박탈에 당황하고 있던 레피아가 묻자.

    “...레피아...”

    이벨린이 측은한 눈빛으로 레피아를 응시했다.

    본래라면 312명 안에 당연히 들었을 인물.

    자신들을 위해 무리하게 탐색만 나가지 않았더라도... 그녀는 지금 기억을 되찾았을 터였다.

    “야, 이벨린... 이벨린...? 너 정신 나갔어? 왜 사람을 부르고 멍하니 있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제가 다 설명하도록 할게요.”

    “응? 너가 설명이 가능하다고?”

    “자네가 말인가? 이벨린?”

    “정말이에요 언니?”

    무수히 쏟아지는 질문 속에서 이벨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가능해요.”

    “그럼 말해봐. 지금 나 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으니까.”

    “예, 알겠어요. 근데 그전에 길을 꺾도록 할게요.”

    “...응? 저 드래곤들 안 따라가고?”

    “예, 지름길이 있어요.”

    “......”

    지름길, 그 한마디에 주위에 있던 인원들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이벨린... 너...”

    “...하하...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세요. 저도 지금 막 기억을 되찾은 거니까요. 레피아.”

    레피아.

    너무도 친근히 부르는 그 언사에 레피아는 이벨린을 스리슬쩍 한번 쳐다보고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항상 레피아씨라고 부르던, 이벨린.

    그들은 본능적으로 지금의 이벨린이 항상 마주하던 이벨린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쪽이에요.”

    “얼마나 걸리지. 이벨린?”

    “복잡해서 그렇지 멀진 않아요. 제대로만 가면 얼마 걸리지 않아요.”

    “...알겠어.”

    스스슥-

    이벨린의 명령에 따라 옆으로 새는 수많은 인원들.

    “드래곤들은 사라졌어. 이제 어디 한번 말해봐 봐.”

    “예, 알겠어요.”

    그렇게 이벨린이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하자 듣는 레피아를 포함한 인원들의 눈동자에는 경악이 맺혔다.

    * * *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시곗바늘 돌아가는 소리가 뇌리 속에 맹렬하게 울려 퍼진다.

    ‘뭐지? 이건?’

    유세현은 알림창이 뜬 이후, 갑자기 잿빛이 되며 멈춰버린 세상에서 몸을 움직여보려 힘을 주었다.

    ‘으음...’

    하지만 아무리 움직여보려 해도 육신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마치 때가 되길 기다리라는 듯.

    째깍- 째깍- 째깍-

    시곗바늘 소리가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점차 빨라져만 간다.

    틱-

    마침내 그 소리가 멈춘 순간이었다.

    ‘으음?’

    [결산이 완료되었습니다.]

    [미션에 성공하셨습니다.]

    [종족 유일의 대리자가 되었습니다.]

    잿빛의 세계가 원래대로 되돌아오며 시간이 흘러감과 함께 알림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유세현은 그것이 당혹스럽기 그지없어 눈을 그저 깜빡였다.

    ‘뭐야 이건?’

    유일의 대리자라니?

    세레나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말했다.

    “결산이 완료 되었군. 축하한다 유세현. 인간 유일의 대리자가 되었구나.”

    [으음? 유일의 대리자라고?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 세레나.]

    “말 그대로의 이야기다. 지금 저 인간, 유세현은 인간 유일의 대리자가 되었다.”

    세레나가 손가락을 들어 유세현을 가리켰다.

    “솔직히 성공할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0.000000000000... 말하는 게 무색할 정도의 거의 0에 수렴하는 확률이었으니까.”

    [지금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세레나. 분노의 대상이 너로 바뀌는 것을 보고 싶지 않다면 아리송하게 말하지 말고 제대로 답...]

    “루시뷀트, 아까 당신이 말한 거 기억나나? 회중시계를 인간에게 뺏긴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그거 이해 안 가는 게 당연한 거다.”

    [으음?]

    “회중시계는 빼앗긴 것이 아니니까.”

    [뭐라고?]

    “말 그대로다. 회중시계는 빼앗긴 것이 아니라 내어준 거다. 회중시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어마무시한 패널티가 존재한다.”

    패널티.

    그 말에 유세현의 뇌리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당연히 기억에 관한 것이었다.

    최고 중요한 기억을 잃어버리는...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았을 때.

    ‘그건 회중시계의 진짜 패널티가 아니다. 아마도 진짜 패널티는...’

    “아이템을 사용한 자. 아니 종족은 미리 선정한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대리권을 박탈당하게 된다.”

    [...음?!]

    “거기에 선정자는 과거에 죽은 자로만 할 수 있고 그 자리에 있는 인물로는 할 수 없다. 살아남은 최강자로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루시뷀트나 드래곤들이 회중시계를 사용하지 않았던 이유.

    그 이유는 무척이나 간단했다.

    신의 회중시계를 사용했다간 그들 자신이 승리자가 될 수 없으니까.

    “더군다나 기억까지 날아가게 되는데 그걸 미쳤다고 누가 사용하겠나.”

    정말 간절한, 승산이 없는 종족이 아니고서야 감히 사용하지 않을 아이템.

    유세현은 스테이터스 창을 열어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살폈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58.1% [SSS Rank]

    민첩: 46.9% [SSS Rank]

    체력: 37.2% [SSS Rank]

    내구력: 36.3% [SSS Rank]

    어둠의 마력: 47.4% [SSS Rank]

    <저항력>

    물리저항: 25.1% [SSS Rank]

    마력저항: 21.2% [SSS Rank]

    <속성저항>

    화: 72.2% [SS Rank]

    수: 80.8% [SS Rank]

    풍: 53.3% [SS Rank]

    독: 69.8% [SS Rank]

    냉기: 72.7% [SS Rank]

    어둠: 100% [SSS Rank]

    <스킬>

    마(魔) [에픽 SSS Rank]

    천마신공(天魔神功) [에픽 SSS Rank]

    <고유특성>

    새크리파이스(sacrifice)

    <특수특성>

    진(眞)마(魔)

    <특의사항>

    인류 유일의 대리자

    나이 스텟 부분이 물음표로 바뀌고 특의사항이 생겼다.

    <인류 유일의 대리자.>

    [즉 슨. 인간... 지금 너를 없애면 인간은 멸망한다는 거로군.]

    루시뷀트가 대검을 치켜세웠다.

    유세현은 곧바로 한쪽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잠깐, 멈춰라 마왕.”

    [큭, 내가 감히 니놈의 말 따위를 들을 것 같...]

    “아니 그런 게 아니다. 마왕, 잘 생각해봐라. 뭔가 이상하지 않나?”

    [뭐? 이상? 대체 무엇이...]

    유세현의 시선이 쓱 세레나를 향하자, 비로소 눈치 챘는지 루시뷀트가 말꼬리를 흘렸다.

    자세를 한순간에 고쳐 잡은 루시뷀트가 검을 꺾어 세레나를 겨눴다.

    [네놈... 이곳을 찾아온 것도 그렇고... 신의 회중시계 사용자도 아닌 네가 어떻게 그렇게 모든 것을 알고 있을 수 있는 거지?]

    그렇다.

    세레나는 회중시계의 사용자가 아니었다.

    허나 그녀가 말하는 바만 들어보고 있자면...

    세레나가 씨익 미소 지었다.

    “눈치가 빠르군.”

    한눈에 봐도 거짓말이었다.

    그녀는 아까부터 너무도 대놓고 티를 내고 있었다.

    의도가 대체 무엇일까?

    [말해라. 어떻게 기억을 되찾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인지.]

    “흐음... 알고 싶나?”

    [네놈... 나랑 말장난...]

    “뭐, 알려주도록 하지. 저거 때문이다.”

    세레나가 지금도 책이 만들어 지고 있는 구체의 공간을 가리켰다.

    루시뷀트는 콧방귀를 꼈다.

    [큭, 웃기지마라. 세레나. 너의 말로 인해 저게 뭔지는 대충 예상이 간다. 필히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정보의 공간이겠지. 지금 내가 묻고 있는 건 이번에는 저것을 보지 못했을 네가 어떻게 여기까지 다다를 수 있었냐는 거다.]

    “후훗.”

    그 말에 세레나가 다시 한번 묘한 미소를 띄웠다.

    잠시 고심하던 유세현이 말했다.

    “...미리 조치를 취해놨었군.”

    그러자 세레나는 이번엔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였다.

    짝- 짝- 짝-

    “역시 여기까지 다다를 만하군. 유세현. 정보를 별로 주지도 않았는데 이걸 유추해 내다니.”

    [뭐라?]

    “그래 맞다. 난 미리 조취를 취해놨었다. 현재가 아닌 과거에서. 완벽할 순 없었지만.”

    “......”

    들어맞은 예상에 유세현의 표정이 굳었다.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강호도 이 공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처음 유세현은 이에 대해 회중시계의 부작용으로 기억에서 지워졌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저 여자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강호... 아니 우리 인류는 과거 이 공간에 대해서 아예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누군가가 회중시계를 사용해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이 공간을 이용해 기억의 유지가 어느 정도 가능하단 걸 알았더라면 이벨린이나 이강호가 멍청이도 아니고 세레나처럼 이를 이용하지 않으려 했을 리가 없었다.

    말만 들어보면 그 당시 인류를 제외하고 절박한 종족은 널리고 널렸었었으니까.

    그런데 그것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못했다고 봐야겠지.’

    그리고 그 말처럼.

    ‘눈치 챈 모양이군. 역시 머리가 좋아.’

    모든 정보가 모이는 이 공간에 대해 과거에 알고 있었던 인물은 유세현이 의심한 대로 세레나 오직 그녀 단 혼자뿐이었다.

    ‘슬슬 시간인가.’

    세레나는 천천히 포켓으로 손을 옮겨 책 한권을 꺼냈다.

    그것은 현재의 세레나를 존재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과거 이곳에서 얻었던 아이템이었다.

    아이템명: 아카식 레코드의 파편

    등급: 에픽 [?? Rank]

    상세정보: 세상의 모든 기억을 담고 있는 영구기관 아카식 레코드의 파편입니다.

    세상의 모든 기억 일부가 저장되어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기억 일부를 담고 있어 신의 회중시계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특수조건의 충족을 통해 저장된 기억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수조건

    판도라 내부 진입 (충족 완료)

    오르카드 종족의 영웅 베르몸 단독 사냥 (충족 완료)

    위름 종족의 영웅 쿠아쿠 단독 사냥 (충족 완료)

    ....

    ....

    ....

    한 개의 종족 멸망 (충족 완료)

    다섯 개의 종족 멸망 (충족 완료)

    회중시계 사용자와의 접촉 (충족 완료)

    모든 스테이터스 SSS랭크 달성 (충족 완료)

    신의 회랑 진입 (충족 완료)

    아카식 레코드 접촉 (충족 완료)

    (현재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있습니다.)

    사용능력: 기억

    세레나가 차분히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다.

    “유세현, 루시뷀트. 내가 지금 이 말을 한다면 너희들은 단번에 깨닫겠지.”

    [...?]

    “지금까지 왜 내가 이토록 떠들었는지 알고 있나?”

    “...!!”

    [설마?]

    두 존재가 의미하는 바를 단번에 깨닫고 아차하는 순간 일대가 무섭게 울리며 책장들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신의 궁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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