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천마왕 유세현-544화 (53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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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 어찌저찌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군.”

    신의 회랑 내부.

    어찌어찌 돌입하는데 성공한 크라베스가 이마에 맺힌 송글땀을 닦으며 말하자, 그의 옆에 있던 엘프의 수장 카시우스는 고개를 들어 드래곤이 자리하고 있는 장소를 응시했다.

    협박이 통해 들어오는 데는 성공했지만, 사실 그들에게 있어서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드래곤과 달리 그들은 별다른 고급 정보를 지니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계획대로 간다.”

    카시우스가 작게 읊조리며 크라베스를 응시하자, 크라베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도록 하지.”

    그들의 계획은 단순했다.

    단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단서를 지니고 있는 자를 감시하여 단서를 알아낸다.

    “그 여성체 드래곤... 분명 다른 이들보다 더 정보를 지니고 있을 게 분명하다.”

    여성체 드래곤, 카시우스의 그 언급에 크라베스는 아주 멀찍이 떨어져 관찰했었던 세레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단신으로 마왕이 이끄는 대군 앞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가, 마왕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무사히 돌아가는 굉장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인물.

    그리고 그래서 일까?

    블루를 제외한 드래곤들의 수장이 모두 모였을 때 그 자리에 그녀가 없다는 것에 그는 사실 내심 당황을 금치 못했었다.

    ‘어째서 그 드래곤이 없는 거지?’

    그는 당연히 그녀가 수장 중 한 명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라베스, 아니 카시우스를 포함한 그들은 웃기게도 그 드래곤이 세레나라는 이름을 지닌 드래곤이란 것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허나.

    ‘그자가 로드건 아니건 만에 하나 이 신의 회랑을 헤쳐나갈 수 있는 열쇠를 지니고 있는 자가 있다 한다면. 그걸 가지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드래곤일 확률이 높다.’

    크라베스와 카시우스가 시선을 교차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대기하고 있던 엘프와 블러드소울의 대군이 감시를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체적인 감시.

    그들도 멍청이가 아닌 이상에야 세레나의 동향을 섣불리 보여주지 않을 것이기에.

    허나.

    카시우스의 입꼬리가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에게는 다른 누구에게도 없는 특정 인물에 관한 추적의 스페셜 리스트가 있었다.

    “로리엔.”

    “예. 카시우스님...”

    “이전에 말해 놓은 대로 그때 그 여성체 드래곤... 추적 가능하겠니?”

    “범위 내이기에 아직까지는...”

    “좋아.”

    로리엔의 확답에 카시우스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그래, 어디 한 번 움직여봐라 드래곤.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이곳에 있을 보물도 내가 훔쳐 주도록 하마.’

    카시우스가 다짐을 하며 주먹을 불끈 움켜쥐었다.

    * * *

    신의 회랑에 도착한 시간으로부터 1시간이 경과된 현재.

    앞으로의 방향성을 정하는 로드 회의를 마친 각 로드들은 각자의 진형으로 흩어지기 무섭게 나중에 있을 아이템 할당량을 위해 자신의 진형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세레나도 이에 키르쉬나에게 신호를 보내 부대를 움직였다.

    후웅! 후웅!

    중력의 개념이 사라져, 공감각이 사라진 사방으로 힘찬 날갯짓을 하며 뻗어 나가는 드래곤들!

    정렬하여 날아가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장관이 아닐 수 없었지만, 카시우스와 크라베스는 별 감흥 없는 눈초리로 그저 손가락을 툭 튕겼다.

    스스슥-

    그러자 엘프와 블러드소울들도 드래곤들의 감시를 위해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이브, 전면전만큼은 무조건 피해라.”

    “예, 명심하겠습니다.”

    그렇게 각 공간으로 분산되는 수많은 생명체들.

    카시우스가 로리엔과 함께 나란히 뛰기 시작하자, 어느새 그 옆으로 따라붙은 크라베스가 툭 물었다.

    “그 드래곤이 이쪽으로 방향에 있나 보지?”

    “......”

    카시우스는 크라베스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영혼의 맹약을 맺어 동맹을 맺고 있는 상황인 만큼, 크라베스는 분명 현재 든든한 아군이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밑천을 전부 드러내는 건 멍청이 같은 행위.

    “크크... 맞나 보군. 뭐, 어떻게 추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잘 추적하라고. 이 공간... 너도 느꼈겠지만 보통이 아니다. 한순간 깜빡했다간 놓치게 되는 수가 있다.”

    “나도 알고 있다. 균열에 휘말리지나 않도록 조심해라.”

    “크크. 그래... 그래야지...”

    그것을 끝으로 둘은 다시 드래곤들을 주시하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대략적으로 이 공간의 특성을 파악한 카시우스가 툭 말했다.

    “이곳... 생각보다 더 악질이군...”

    “그래, 마치 미로와 같다. 아니 그 이상이다.”

    근 30분 이내에, 마주친 팀이 한두 팀이 아니다.

    “저놈들... 언제까지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수색할 생각인 거지? 혹시 이곳에 대한 정보는 아무것도...”

    그때였다.

    그들이 주시하고 있던 키르쉬나의 부대가 갑작스럽게 그들을 공격해오기 시작한 것은.

    “...무슨...!!”

    난해한 세계.

    이곳에 대한 파악이 완벽히 끝나기 전까지 전면전은 당연히 없을 거라 여기던 그들은 순간 당황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허나.

    “큭. 이 자식들... 웃기는 놈들이군.”

    그들은 각 종족을 대표하는 수장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무력은...

    “너흰 잘 못 걸렸어...”

    우습게도 키르쉬나의 부대에 조력해 줄 주위 다른 드래곤 무리들은 존재하지 않는 상황.

    활을 꺼낸 카시우스가 활시위를 겨누었다.

    목표는...

    스스스스스-

    강대한 마력이 화살을 만들자, 마법 공세를 퍼붓던 드래곤 일부 인원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뭉치는 마력의 화살만으로 깨달은 것이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존재가 어떤 것인지.

    “이런 빌어먹을...”

    “왜 카시우스가 우리 쪽에...”

    카시우스 정도 되는 거물이 이곳에 있을 거라곤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

    당연한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카시우스 정도 되는 인물들은 로드들을 견제하기 바쁘기 마련이니까.

    스스스스-

    파앙!

    마침내 카시우스가 만든 마력의 화살이 큰 폭음을 내며 드래곤을 향해 발사됐다.

    폭이 무려 10m...

    드래곤들은 침음을 내뱉으면서도 힘을 합쳐 곧장 대응에 나섰다.

    “흥, 수장이래 봤자 하위종족...”

    “그 정도로는 우리의 마법을 뚫지 못한다!”

    슈슈슈슉!

    수십 겹의 마법 장막이 드래곤들의 앞을 막아섰고, 화살은 그것을 순식간에 꿰뚫기 시작했다.

    트득!

    쨍그랑!

    트드득!

    쨍그랑!

    “카시우스님을 도와라! 드래곤들을 깨부숴버려!”

    “근접해라! 놈들은 그나마 근접전에 약하다!”

    “블러드소울! 너희들도 빨리 도와라!”

    “알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난전.

    “받아라! 헬파이어!”

    “그레이트 쉴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위 마법이 사방으로 빗발치고, 선혈이 자욱하게 퍼진다.

    “크윽 이놈... 벌레 따위가 감히 이 몸의 육신에 상처를 입히...”

    “상처가 싫으면 죽던가!”

    푸욱-

    엘프, 프라우라가 드래곤의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다. 프라우라는 그대로 검에 마력을 불어넣어 폭발을 일으켜 드래곤을 끝장내려 했다.

    허나.

    “크으으... 이놈이...!!”

    쿠구구-

    프라우라를 상대하던 레드드래곤, 크레우스의 눈동자가 순간 번뜩 빛났다.

    동시에 크레우스의 육신이 빛에 물들며 순식간에 커지기 시작했다.

    치이익-

    순식간에 수복되는 피해.

    크롸롸롸-

    포효한 크레우스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은 프라우라가 재빨리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다가온 크레우스의 동료 드래곤, 레우로스가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넌 못 간다. 벌레.”

    “이 자식이... 비켜!”

    그리고 그사이 브레스가 발사됐다.

    콰아아아아-

    “크윽! 이런 빌어먹을...”

    브레스는 레우로스와 프라우라 둘 전부를 뒤덮었다.

    “크으으으!”

    하지만 대량의 마력을 발산해가며 이겨내기 힘들어하는 프라우라와 달리, 레우로스는 보다 쉽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였다.

    크레우스가 동료를 생각해 약하게 브레스를 사용한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도 드래곤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특성.

    같은 색의 드래곤이 사용하는 브레스는 타격이 크게 반감되는 효과 때문이었다.

    때문에 같은 색의 드래곤만 존재하는 상태에서 난전이 일어날 시 브레스는 그 특유의 강력한 파워를 제외하고도 드래곤에겐 큰 힘이 되었다.

    치이익-

    “크...크윽... 여, 염병할...”

    프라우라의 입에서 침음이 흘러나왔다.

    적을 상대해가며 하나의 브레스를 막는 것도 힘들어 죽을 지경이었는데, 그새 본체로 변한 다른 드래곤들도 하나 둘 브레스를 사용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만약 이것을 자신에게 쏘는 걸 허용하게 된다면 자신은...

    ‘주... 죽는다. 전부는 못 버텨!!’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하지만 드래곤들이 브레스를 발사하려는 찰나, 수십 갈래로 날아간 거대 화살들이 드래곤들의 거대한 육신을 차례차례 관통했다.

    [캬아아아악!]

    브레스에 정신을 집중해, 경계가 물러진 틈을 노린 일격이었다.

    게다가 거대한 육체는 대리자들에게 있어선 최고의 과녁.

    [크으으... 버러지들이...]

    “너흰 뭐만 하면 벌레라고 하는군. 혹시 그 단어밖에 모르나?”

    스슥-

    블러드소울도 지지 않고 거들었다.

    퍼버벅-

    “크윽! 무슨 이런 해괴한...”

    크라베스의 주먹에 가격당한 드래곤, 투르크스가 도통 정신을 차리지 못하겠는지 연신 고통에 찬 신음을 흘렸다.

    크라베스는 실실 웃으며 계속해서 투르크스를 가격했다.

    “하하하, 어디 더 말해보시지. 우리 드래곤 양반.”

    퍼버버벅-

    “캬아악!”

    형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엘프와 블러드소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드래곤이 위대한 종족이라곤 하나, 이곳에 있는 엘프와 블러드 소울은 수장들이 친히 뽑은 질이 차원이 다른 존재들.

    “하하하하! 자! 너희의 대장을 불러와라! 그 여자는 어디 있나!”

    “크,크윽... 그, 그 경박한 웃음... 서, 설마 네놈...”

    이내 크라베스를 알아본 투르크스의 눈동자에 경악이 물들었다.

    크라베스는 더욱 호탕하게 광소를 내뿜으며 그의 안면에 펀치를 날렸다.

    “하하하! 이제야 알아챈 건가? 멍청하기 짝이 없군. 빨리 알아챘다면 죽음만큼은 면할 수 있었을지도 몰랐을 것을.”

    “큭... 어, 어째서 우리 진형에 둘 다...”

    “그건 살아남게 된다면 너의 상관에게 물어보는 게 어떨까 한다만.”

    “이, 이자식이...”

    “뭐, 무리겠지. 잘 가라.”

    뻐억-

    크라베스가 뻗은 우악스러운 주먹이 이내 투르크스의 코뼈를 뚫고 안면을 관통했다.

    “어어...”

    투르크스는 이내 축 늘어지며 절명했다.

    “크크크. 짭짤하군.”

    경박하게 웃은 크라베스는 코인을 흡수하기 무섭게 곧장 다음 드래곤을 향해 힘차게 날아들었다.

    * * *

    어째서 공격 명령을 내렸던 것일까.

    드레보스는 전투가 진행 중인 지금에서도 키르쉬나의 명령이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예상보다도 적이 더 강하기에, 카시우스나 크라베스 같은 예외적 존재를 고려하지 못해 패배하고 있기에 키르쉬나의 판단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원초적인 이유.

    ‘현재 우리는 저들과 싸울 필요가 전혀 없다.’

    이 공간에 대해 완벽히 분석한 것도 아니고, 뭐 하나 알아낸 것이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눈앞에 엄청난 아이템을 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정보를 수집하기만 해도 바쁜데 뭐 하러 쓸데없이 전투를 한단 말인가!

    “크윽...”

    아무쪼록 상황이 안 좋다.

    카시우스와 크라베스, 뿐만 아니라 이곳에 있는 엘프와 블러드소울의 기본 능력들은 대체적으로 보통의 대리자보다 훨씬 높았다.

    이놈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강자들을 이끌고 굳이 우리 진형에...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드레보스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벼락이 스쳤다.

    ‘잠깐... 잠깐만...’

    드레보스는 자신이 간과하고 있던 것을 마침내 깨달았다.

    그렇다.

    카시우스와 크라베스, 두 종족의 수장은 왜 여기에 함께 있는 것인가.

    정말로 우연? 서로에 대한 견제 때문에?

    ‘아니,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저 두 명의 수장이 머저리가 아닌 이상에야.

    두 사람이 함께 붙어 다니고 있을 이유는 하나 때문일 게 분명했다.

    저 둘이 노리는 게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크으! 비켜!”

    빠악-

    달려든 블러드소울을 거칠게 차낸 드레보스가 곧장 방향을 꺾어 키르쉬나, 아니 세레나를 향했다.

    신의 회랑(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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