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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39화 (52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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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오오오-

    잔뜩 열이 받은 루시뷀트의 암흑투기가 유세현을 향해 쏟아졌다.

    유세현은 이에 마찬가지로 암흑투기를 사용해 대응했다.

    이전이었다면 당연히 밀렸을 유세현이지만...

    ‘무슨...’

    유세현의 속도는 이전과 달리 그렇게 느려지지 않았다.

    여전히 완벽한 상쇄는 불가능했지만, 이전 격돌했을 때와는 대응 정도가 차원이 달랐다.

    그 예로.

    후웅- 후웅-

    이전이었다면 성공했을 루시뷀트의 공격이 현재는 닿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이에 의문에 휩싸인 루시뷀트였지만, 그는 그 이유가 유세현의 권능 활용법이 이번보다 증대되었기 때문이라 애써 생각하지 않았다.

    그 전투로부터 고작 수 시간.

    권능은 애들 장난 같은 힘이 아니다.

    상식적으로 이렇게 단 시간 내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그러니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루시뷀트는 이전 유세현의 몸속에 기생하고 있던 영혼들을 떠올렸다.

    ‘설마 또 놈들인가? 분명 완전히 소멸시켰을 터인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영멸의 권능을 담은 어둠의 구체를 소환했다.

    지금 놈의 강함은 그것 말고는 도무지 생각이 되지 않는 탓이었지만...

    “그 힘은 이제 나한테 사용해봐야 의미 없어.”

    [...!!]

    후웅-!

    영멸은 순순한 영혼한테나 강한 힘을 발휘하는 권능.

    유세현은 루시뷀트가 날리는 어둠의 구체를 일부러 맞아주며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런 영향이 없는 것에 당황한 모습이 역력한 루시뷀트의 가슴팍을 그대로 강하게 내리그었다.

    치지지직-

    촤악-

    마력을 가득 머금은 검에 의해 갑주가 잘려나가며 내부에서 피가 튄다.

    [...!!]

    루시뷀트는 당황하여 다급히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유세현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적이 어설픈 행동으로 틈을 보인 지금.

    ‘확실하게 끝장낸다.’

    쉬이이익-

    내리그은 유세현의 검에 이전보다도 더욱 방대한 양의 어둠의 마력이 맺혔다.

    ‘...이건?!’

    루시뷀트는 이에 다급히 방어마법을 펼쳤지만...

    ‘이미 늦었다.’

    천마광룡참, 권능의 힘이 거의 동등해진 현재 천마광룡참은 웬만한 방어마법으로 막을 수 있는 무공이 아니었다.

    [군주시어!]

    후웅-

    하지만 등을 매섭게 노리고 들어오는 레오릭의 공격에 안타깝게도 유세현은 하던 행동을 정지, 마력을 거두고 자리를 이탈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후우... 후우...]

    안위를 묻는 레오릭의 말에, 루시뷀트가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체력이 지쳐서 발생한 현상이 아니었다.

    일순간... 정말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크으... 쫓아라... 쫓아!]

    유세현이 도주하기 시작하자 루시뷀트의 입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목숨의 위협까지 느낀 현재, 유세현에 대한 그의 집착은 이전보다도 더더욱 커져 있었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다시 시작됐다.

    * * *

    “뭐지? 무거웠던 몸이... 몸이 갑자기 괜찮아졌어!”

    “이건... 설마?”

    “세현씨다! 세현씨가 힘을 발휘한 게 분명해!”

    유세현의 암흑투기가 전장에 발휘되기 시작하자, 힘겹게 싸워나가던 사람들의 눈에 희망이 불씨가 들어왔다.

    그들은 더더욱 힘을 내 젖먹던 힘까지 다해 분투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조그만 더 버티면 된다!”

    “싸워라! 아직 질적으로는 우리가 우위다!”

    “으아아아아!”

    투지를 불태우며 달려드는 인간 대리자들.

    “아, 아니? 이놈들이?”

    이에 마족들은 적잖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제일로 많이 당황한 모습을 보인 인물들은 의외로 높은 직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족들이었다.

    ‘뭐지? 이게 어떻데 된 거지?’

    벨제뷔트의 미간이 일순간 와락 구겨졌다.

    인정하긴 싫지만 벨제뷔트는 마왕, 루시뷀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권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허덕이는 유세현과는 감히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차원이 다른 수준의 권능을 구사하는 존재.

    그것이 루시뷀트인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데 지금 루시뷀트의 암흑투기가 유세현의 암흑투기에 의해 무척이나 많이 상쇄되어지고 있었다.

    그가 알던 과거의 유세현이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이었다.

    ‘그새 설마 각성이라도 했다는 건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신경이 흐트러진 게 보이는군요. 벨제뷔트.”

    잠시 딴 생각에 정신이 팔려있던 벨제뷔트를 향해 루시펠이 날아와 창을 휘둘렀다.

    그녀로서는 여태까지 압도당하고 있다가 처음으로 하는 반격이었다.

    “루시퍼...!! 너...!!”

    “이제는 그 이름이 아니라니까요?”

    “으으으...!!”

    쉬익-

    슈슈슉-

    파바바밧-

    루시펠은 공세로 전환하기 무섭게 불같은 공격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러한 공세전환은 다른 곳이라 해서 다르지 않았다.

    “후... 이제야 좀 살만하군. 와라 이제 제대로 상대해주겠다.”

    쿠니아칸을 상대하고 있던 이강호 쪽도.

    “나르슈나라고 했었나? 덤벼, 이제부턴 발라줄 테니까!”

    나르슈나를 상대하고 있던 아퀼라 쪽도.

    전부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렇게 인간과 마족의 전투는 더욱 격렬함과 치열함을 더해갔다.

    “죽어라 이 빌어먹을 마족들아!”

    “어딜 벌레 따위가!”

    콰앙!

    콰과과광!

    사방에서 폭풍이 몰아치고 불의 비가 쏟아진다.

    루시뷀트와 레오릭은 유세현을 향해 맹공을 펼쳤다.

    그들은 김주희란 짐을 짊어지고 있는 유세현에게 더 이상 조금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촥-

    촤좍-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아무리 유세현이라고 할지언정 자잘한 생채기가 나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다.

    “선배! 저를 버리시고 싸우...”

    “말 같지도 않은 소리하지 마. 이제 1분 남았어.”

    그렇게 말한 찰나였다.

    [이 쥐새끼 같은 놈이...]

    쿠오오오오-

    마왕의 전신에서 거친 마력이 재차 터져 나왔다.

    계속해서 도망만치는 유세현을 보다 못한 그가 전 능력을 해방한 것이었다.

    [제대로 싸워라. 그렇지 않을 거라면...]

    치지지직-

    [마신공(魔神功) 흑천경(黑天經)]

    콰아아아앙-

    유세현을 향해 거대한 어둠이 쏟아졌다.

    유세현은 이에 마찬가지로 마력개방을 함과 동시에 전 마력을 천마군림보의 운용에 보탰다.

    슈슈슈슉-

    천마광룡참으로 막는다는 방법도 있었으나, 천마광룡참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엄청난 기력과 집중력이 소모되므로 레오릭의 공격에서 무방비해지기에 택한 선택이었다.

    “으으으...!!”

    하지만 칼날바람이 끝없이 몰아치는 칼날계곡의 특성 때문에 이곳에서의 회피는 공격보다도 배로 힘이 들어갔다.

    “선배, 앞!”

    슈욱-

    웬만한 갑주 따위는 순식간에 두 동강 내는 칼날 바람이 유세현의 목 끝을 스쳤다.

    만약 반응하여 고개를 젖히지 못했더라면 목의 절반이 날아갔을 터였다.

    후방뿐만이 아니라 사방 모든 곳을 경계해야 되는 상황.

    그 와중 이번에는 레오릭이 힘을 발휘했다.

    [제가 틈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군주시어.]

    레오릭이 그라프쉬르를 휘두르자, 마력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도끼들이 유세현을 향해 덮쳤다.

    유세현은 방향을 트는 것으로 이를 회피하려 했다.

    허나.

    [그럴 줄 알고 있었지.]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마력으로 이루어진 도끼들은 방향을 순식간에 바꿔 유세현을 뒤따랐다.

    ‘아니? 유도라고?’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루시뷀트가 따라붙었다.

    루시뷀트는 유세현이 도끼를 회피하기 위해 몸을 트는 순간 부패의 힘이 담긴 검을 휘둘렀다.

    앞에는 칼날 바람.

    뒤에는 대검.

    그것은 누가 봐도 회피하지 못할 각도였다.

    “선배!”

    하지만.

    스스슥-

    유세현이 일순간 눈을 번뜩 빛내자 전방에서 날아오던 칼날바람이 유세현의 몸을 피해 후방의 루시뷀트를 향했다.

    의식을 집중하면 지형지물을 다룰 수 있는 공간의 부츠를 활용한 반격이었다.

    ‘아니, 어떻게?’

    루시뷀트는 이에 미세한 당황감을 내비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던 행동을 멈추고 회피하려 하지 않았다.

    ‘저건, 그냥 맞는다.’

    그는 살을 주고 뼈를 취할 생각이었다.

    단 한 번, 오직 단 한 번만 공격을 제대로 성공시킨다면 부상자를 업고 있는 놈은 와르르 무너질게 너무도 다분했으니까.

    대검이 다가오자 유세현이 그 힘겨운 와중에도 자세를 바꿔 팔을 들어올렸다.

    루시뷀트가 속으로 웃었다.

    ‘크크, 검으로 막아낼 생각인 것인가? 아쉽지만 그건 무리다. 그 검은 이제 한계니까.’

    부딪치는 순간 검은 산산조각.

    유세현은 치명상을 입게 될 터였다.

    그래 분명 그랬을 터였다.

    예상처럼 검으로 방어했다면.

    “김주희, 내 목 꽉 붙잡고 있어라.”

    “...!!”

    휙-

    검을 순간 손에서 놓아버린 유세현이 곧게 날아오는 검신을 향해 양손을 오므렸다.

    이 대담한 행동에 루시뷀트나 레오릭, 김주희까지 깜짝 놀라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설마 지금 대검의 날을 잡아 막겠다는 것인가?

    ‘미쳤군!’

    날을 잡아 막는 행위는 목숨을 포기한 행동이나 다름이 없었다.

    대리자의 특성상 스킬을 지니고 있기에 적의 힘, 기술, 습관까지 완벽히 파악하고 있을지언정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삐끗하는 순간 그대로 반으로 잘려버린다.

    허나.

    타악-!

    ‘...!!’

    유세현은 루시뷀트가 사선으로 휘두른 루베르크의 검신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무슨!]

    그리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후웅!

    빠악-

    그 상태로 발을 올려 차 루시뷀트의 턱을 가격해 충격을 입히는 기교까지 보여줬다.

    [크악!]

    강타당한 루시뷀트가 일순간 경직에 걸린 사이 유세현은 빠르게 비석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곤 상처 부위의 피를 손에 적셔 문구를 새기기 시작했다.

    그렇다.

    어느새 1분이 지난 것이다.

    [너 이놈!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이냐!]

    이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레오릭이 다급히 접근해 막아보려 했지만.

    “후우... 후우... 후우우우-”

    순식간에 몇 십km를 가는 대리자에게 있어서 짧은 문구를 적는 건,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도 훨씬 쉬운 일이었다.

    마지막 문구를 적은 유세현이 손을 뗀 순간이었다.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범위 내에 있는 종족의 수를 식별합니다.]

    [도합 4개의 종족이 식별되었습니다.]

    [각 종족들의 적의를 확인합니다.]

    [적의가 있다 판단. 범위 내에 있는 모든 대리자들의 육신이 ‘신의 회랑’으로 무작위 강제 이동됩니다.]

    * * *

    쿠궁-

    쿠구구궁-

    안 그래도 별로 좋지 않던 하늘이 요동치기 시작하더니 대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 어?”

    격렬한 전투를 이어가고 있던 대리자들은 갑작스레 눈앞으로 떠오른 메시지에 당황하여 눈을 깜빡거렸다.

    “신의... 회랑?”

    사람들은 대충 어딘가로 이동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렇게까진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단순히 인간을 습격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던 마족들은 달랐다.

    “그게 뭐야? 강제 이동이라니? 게다가 뭐? 무작위?”

    “뭐? 잠깐만 무작위라고?”

    하지만 무작위라는 단어가 보이자 사람들도 동요하기 시작했다.

    보통 저런 단어는...

    “이, 이런 미친... 아, 안돼! 혼자는 싫...”

    파앗-

    암울하게 중얼거리던 사람이 제일 먼저 이동되는 것을 시작으로, 남은 대리자들은 차례차례 뿔뿔이 흩어져 신의 회랑으로 이동되었다.

    신의 회랑(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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