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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24화 (51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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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대리자가 사용하는 냉기라고는 감히 볼 수 없는 차가움.

    “......”

    평소 행동이 벨제뷔트만큼이나 거만하기 그지없는 레오릭이었지만, 지금 셋의 합공을 맞은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벨제뷔트가 어째서 이놈들을 그렇게 높게 평가했는지.

    조롱하는 자신에게 왜 그런 일침을 놓았는지.

    [레오릭, 네가 그렇게 나를 비웃을 수 있는 것도 지금뿐이다. 그놈들과 조우하고도 네가 과연 지금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까?]

    몸이 무척 무겁다.

    실로 정말 오랜만에 중력이었다.

    SSS랭크 50%에 달하는 어둠의 마력 저항력을 지니고 있는 자신이건만.

    “...자존심이 상하는 군.”

    레오릭이 작게 중얼거렸고, 그 순간 주위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흐름을 순간적으로 읽은 유세현이 하던 행동을 멈춤과 동시에 다급히 외쳤다.

    “김주희, 이강호! 뒤!”

    스스스-

    그러자 공간이 일순간 일그러지며 유세현과 이강호, 김주희의 뒤에서 나타난 악마들이 그들을 향해 들고 있던 창을 동시에 내질렀다.

    챙!

    유세현은 그 창격을 간단하게 막아내었다.

    후웅!

    이강호와 김주희는 지면을 데구르르 굴러서 회피!

    순식간에 자세를 고쳐 잡은 이강호가 적들을 살피기 무섭게 작게 읊조렸다.

    “서큐버스... 아니 인큐버스로군.”

    ‘...이걸 피해?’

    일격을 먹이는 데 실패한 인큐버스들이 일순간 표정을 와락 일그러뜨렸다.

    방금 전의 급습은 고위 마법과 환각, 인큐버스만이 할 수 있는 장기를 모두 합친 초고난이도의 콤비네이션 기술이었다.

    평범한 기술이 아니기에 인큐버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좀처럼 파악하기 힘든 기술이 바로 이 스킬인데...

    자신들의 존재도 몰랐던 주제에 이 기술을 순식간에 파훼해내다니?

    ‘단순히 운인가?’

    ‘아니다, 저 놈... 등 뒤에 우리가 있는 걸 확실히 알고 있었어...’

    인큐버스 3인방의 시선이 유세현에게로 향했다.

    그렇게 유세현과 눈이 마주친 순간이었다.

    쿠우웅-

    “...!!”

    지금까지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해 적용되지 않고 있던 암흑투기가 적용되며 상공을 날고 있던 그들의 몸이 일순간 휘청거렸다.

    인큐버스들은 다급히 물러남과 동시에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이, 이건...’

    단순히 패기에 눌렸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이 섬기는 마족의 최고 존엄, 그분과 똑같은 힘이 놈에게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강호, 그놈 좀 맡고 있어. 저 셋은 내가 처리할 테니.”

    “알았다.”

    타악-

    유세현이 자신을 노렸던 인큐버스를 향해 제일먼저 툭 발을 뗐다.

    “...!!”

    쉬이이익-

    이에 역으로 타겟이 된 인큐버스, 퓨어루의 눈동자는 방금 전보다도 더더욱 동그랗게 커졌다.

    ‘이, 이놈!’

    방금 전 레오릭 총사련관에게 접근할 때보다 속도가 더 빨라졌다.

    ‘그게 전력이 아니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파앙!

    창과 검이 격돌한다.

    단순한 부딪침에 불과했지만 발생된 충격파는 주위를 휩쓸 정도로 어마무시하기 짝이 없었다.

    치지직-

    “크으으으...”

    퓨어루의 입에서 신음이 절로 새어 나왔다.

    간신히 막아내는 데는 성공한 그였지만 퓨어루는 그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엇을 하려는 순간, 필히 100% 목이 날아간다!

    결정을 지니고 있어 최상의 상태이건만... 대체 이게 무슨...

    “테아루! 제이루!”

    퓨어루는 다급히 나머지 형제에게 도움을 청했다.

    “알고 있어!”

    테아루와 제이루는 이미 퓨어루를 도와주기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

    아무리 놈이 빠르고 강할지언정 등 뒤에서 두 명이 노린다면 퓨어루를 위기에서 구하는 것 정도는 가능할...

    그 순간 유세현이 눈을 번뜩였다.

    쉬이이이익-

    어둠이 뿜어져 나와 루베르크에 감긴다.

    그는 병장기를 맞대고 있는 그 상태 그대로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천마신공, 천마광룡참(天魔狂龍斬)]

    쉬익-

    “...응?!”

    검 끝에서 발휘된 작은 선이 자신의 목을 스쳐지나가자 퓨어루가 짧은 탄성을 토해냈다.

    현재 그는 지금 뭔 일이 발생했는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 세상이 뒤집히기 전까진.

    스스슥-

    창대가 힘없이 잘려나가며 지면 위로 툭 떨어졌다.

    “무... 무슨...”

    “역시 바로 죽진 않는군.”

    “뭣?”

    후웅!

    유세현이 퓨어루의 머리를 향해 빠르게 발차기를 날렸다.

    퓨어루가 다급히 팔을 들어 그것을 막은 순간이었다.

    “어?”

    분명히 막았을 터인데... 시야에 자신의 몸이 비쳐보였다.

    동시에 자신에게 날아오는 형제들도.

    “혀, 형!!”

    테아루는 다급히 퓨어루의 잘린 머리를 받아들었다.

    상태를 살핀 그가 중얼거렸다.

    “깨끗이 잘렸어! 바로 붙이면 살 수...”

    트드드득-

    허나, 그 순간 잘린 단면으로부터 어둠이 피어오르며 상처부위가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결국 퓨어루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신세가 됐다.

    이에 세 형제, 아니 이제 두 형제가 된 인큐버스들을 흘끗 살핀 레오릭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군.’

    퓨어루는 인큐버스 킹이 될 재목을 지니고 있던, 군단에서 나름 높은 등급의 마족이었다.

    그런데 그런 퓨어루가 저렇게 허망하게 죽음을 맞이하다니.

    ‘놈은... 진짜다.’

    두근-

    레오릭은 존재하지 않는 심장이 뛰는 느낌을 받았다.

    저 놈을 꺾는다면... 자신은 이 힘의 주인이자 근원인 주군을 꺾은 것이 되는 것인가.

    “나르슈나! 그만 나와라!”

    쿵!

    김주희가 날린 빙공을 회피하여 물러난 레오릭이 갑작스레 그라프쉬르로 땅을 힘껏 내리쳤다.

    콰과과과광-

    일대는 순식간에 풍비박산이 나며 모래 폭풍이 몰아쳤다.

    환각으로 몸을 숨기고 있던 나르슈나는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레오릭을 향해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제 5마군단장 나르슈나, 총사령관님의 명을 받들어 모습을 비칩니다.”

    “그래, 나르슈나. 너의 군세로 저 화염사용자와 빙결사용자 둘을 붙잡아둬라! 가능하겠지?”

    “물론입니다.”

    “좋아! 그럼 저 둘은 맡기도록 하겠다! 난...”

    눈을 번쩍 빛내며 그라프쉬르를 집어 든 레오릭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유세현을 향해 도약했다.

    유세현은 그새 테아루를 궁지로 몰아붙인 상태였다.

    ‘좋아. 이놈도 처리...’

    마무리를 하기 위해 테아루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는 찰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유세현은 하던 일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응전했다.

    치지직-

    콰아아앙-

    그라프쉬르와 루베르크가 맞부딪치자 주위에는 충격파를 넘어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레오릭이 뼈로 된 턱을 딱딱 부딪치며 말했다.

    “네 상대는 이 몸이 해주마.”

    “......”

    후우우웅-

    쾅!

    순식간에 세 번의 공방이 이루어졌다.

    슈슈슈슉!

    날카롭게 이어지는 유세현의 찌르기.

    레오릭은 뼈만으로 구성되어 있는 특수한 몸의 특성을 살려 관절을 기이하게 꺾어 이를 재치 있게 회피해냈다.

    “이번엔 내 차례다.”

    이번에는 레오릭이 역으로 그라프쉬르를 휘둘렀다.

    0.1초도 안 걸린 무척이나 빠른 공격이었지만...

    “......”

    유세현은 고개를 살짝 젖히는 것으로 가뿐히 피해냄과 동시에 검을 휘둘러 반격을 가했다.

    치직-

    검 끝이 레오릭의 광대뼈를 아슬아슬하게 스친다.

    레오릭은 쉽게 반격 당했다는 것에 기분이 상했는지 부패의 어둠이 뭍은 광대를 씰룩이며 분개했다.

    쿠오오오오!

    암흑투기를 암흑투기로 상쇄한다.

    “이놈이 어디서!”

    그는 우측상단에서 그라프쉬르를 사선으로 크게 내리쳤다.

    유세현은 기다렸다는 듯 몸을 옆으로 틀어 회피했다.

    양날도끼는 무엇인가를 깨부수거나 찍어 누르기에는 무척 탁월한 성능을 지닌 물건이었지만, 육중하기에 공격속도 면에선 검에 비해 그리 빠른 무기가 아니었다.

    허나.

    ‘걸렸다.’

    그가 몸을 틀자, 기다렸다는 듯 레오릭도 그라프쉬르를 쥐고 있는 양팔을 비틀었다.

    그리고 그 순간, 반으로 갈리며 두 개로 나뉘는 그라프쉬르.

    레오릭이 지닌 양날도끼, 그라프쉬르의 특수능력이었다.

    ‘이건 못 피한다!’

    레오릭은 그 기세를 몰아 분리된 그라프쉬르를 유세현을 향해 휘둘렀다.

    이것에 당한 게 지금까지 한둘이 아니었기에, 레오릭의 턱은 딱딱 부딪치며 기분 좋은 소리를 냈다.

    방심을 유도하여 만든 회심의 일격!

    하지만 나뉜 도끼가 유세현의 목에 닿기 직전, 미리 레오릭을 향해 뻗어 뒀던 유세현의 손바닥이 검붉은 빛을 토해냈다.

    [천마신공, 천마혈사장.]

    콰아아아앙-

    “크으으으!”

    레오릭은 어둠의 마력으로 그라프쉬르를 휘감은 뒤 그대로 뚫어버릴 심산으로 온 힘을 줘 대응했다.

    하지만 천마혈사장의 힘은 그의 생각보다도 훨씬 강하기 그지없었다.

    쿠오오오오오오-

    ‘밀린다!’

    콰아아앙!

    이윽고 천마혈사장이 레오릭의 전신을 덮쳤다.

    * * *

    “후후후. 너희들은 이제 내가 상대해주도록 하마.”

    한편, 레오릭의 명령으로 나르슈나가 다가오자 이강호는 짧게 혀를 찼다.

    ‘쯧, 애초부터 레오릭과 함께 있었던 건가.’

    인큐버스는 레오릭의 부대원이 아닌, 환영군단인 나르슈나의 부대원이었다.

    때문에 세 명의 인큐버스가 등장한 그 순간부터 이강호는 사태가 이렇게 돌아갈 것을 예견하고 있었다.

    ‘길을 뚫어야겠군.’

    레오릭이 혼자가 아니란 것을 안 이상 이곳에서 더 싸우는 것은 미련한 짓.

    이강호가 자세를 다잡자, 음흉한 미소를 지은 나르슈나가 색기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후후후, 너. 가까이서 보니 꽤 귀엽게 생겼네? 어때? 같이 한 번 뜨거운 밤을 보내보는 게?”

    “......”

    “어머, 그렇게 노려보지 마~ 그렇게 노려보면 부끄러우...”

    슈슈슉-

    나르슈나가 말을 끝낼 새도 없이 순식간에 양측으로 갈라진 김주희와 이강호가 동시에 쇄도했다.

    “성격 급한 남자네.”

    나르슈나는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슈슈슈슉!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불길이 그들을 향해 빗발치기 시작하며 한 인물이 나르슈나의 앞에 툭 낙하해 자리 잡았다.

    “...음?”

    이강호는 놈의 얼굴을 확인하기 무섭게 제 자리에 멈춰 섰다.

    ‘저놈은...?’

    나르슈나의 앞에 선 인물은 마족이 아니었다.

    강인해 보이는 구릿빛 육체와 마치 뿔 투구를 쓰고 있는 듯한 머리의 모양.

    그자는 이강호도 알고 있는 자였다.

    쿠룬의 대전사.

    ‘쿠니아칸?’

    나르슈나가 쿠니아칸을 향해 말했다.

    “쿠니아칸! 내가 저 계집을 상대할 테니. 네가 저 불타는 인간을 맡아라!”

    “...벨제뷔트님의 명령에 따라 네 명에 따르도록 하겠다.”

    파앗-

    쿠니아칸이 허공에 손을 돌렸다.

    그러자 그의 손 앞에는 하나의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강호는 그 창을 본 순간 심장의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저건... 저것은...!!

    무려 레전더리 SS랭크.

    회귀전 이강호가 마지막까지 사용했었던 아이템.

    ‘화신의 멸화창!’

    이강호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덤벼라. 3분... 아니, 1분 안에 끝내주마.”

    후웅!

    대전사 쿠니아칸과 이강호,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콰앙!

    화르륵!

    쿠웅!

    쿠니아칸과 이강호의 전투는 그야말로 불꽃들의 싸움이었다.

    서로 창을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열기가 주위를 휩쓸었다.

    마왕 vs 마왕(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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