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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왕 유세현-519화 (50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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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감님.”

    “아쉽지만 그 정도 수준의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지식을 현 상태에서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네. 자네도 잘 알 테지.”

    “...포기해야 할 것 같습니까?”

    “난 그러는 편이 나을 거라 생각하네.”

    “......”

    아린의 단언에 유세현의 입이 굳게 닫혔다.

    무척이나 아쉽기 그지없다.

    키메라의 제조가 가능하게 된다면 전투에 있어서 엄청난 도움이 될 터인데.

    때문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은 게 그의 심정이었으나 아린은 마법에 있어서 지구에서의 대 과학자 아인슈타인을 뛰어넘는 인간 사상 최고의 천재.

    수많은 전장을 헤쳐 오며 깨우침을 얻은 아린은 현재 인간 최초로 순수하게 9서클에 도달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영감님이 분석해서 스킬화 시켜주시는 건... 불가능하겠죠?”

    “아쉽게도 나는 마법사지 네크로맨서가 아니라서 말이네... 자네도 흑뢰라는 흑마법을 사용하니 대략적으로 느끼고는 있겠지만 흑마법은 일반 마법과는 사용원리가 완전히 다르다네. 지금 내가 당장 네크로맨서가 된다 하더라도 키메라 제조 스킬을 확립시키는 데는 아마 수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걸세.”

    아린이 또다시 단언했고 유세현이 차분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도 그냥 한번 해본 말이었지 기대를 가지고 한 말은 아니었다.

    유세현은 시험 삼아 흑뢰와 흑암을 허공에 사용해 보았다.

    쉬이이익-

    콰과과광-

    흑뢰와 흑암은 무척이나 통제가 잘 되었다.

    흑암은 순수 권능의 발현이니 그렇다 쳐도 흑뢰는 마법과 권능이 합쳐진 복합적인 능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루시뷀트... 덕분인가?’

    과거 제 6유적 [가이드]에서 루시뷀트는 기절한 유세현을 대신해 몸을 빌려 벨제뷔트와 맞선 적인 있었다.

    그때의 감각이 몸에 새겨진 것인지, 이상하게도 흑뢰는 본능적으로 통제가 가능했다.

    ‘아마 내가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흑마법은 이거 하나겠지.’

    나머지는 스킬을 익혀 강제로 사용하게 되더라도 아마 위력이 많이 반감되리라.

    흑뢰의 위력을 본 아린이 지그시 감탄사를 내뱉으며 물었다.

    “호오, 자네... 혹시 흑뢰는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겐가?”

    “예.”

    “신기하구먼 아무리 스킬로 사용해 왔다 한들 불가능한 일이 터인데... 그런 거라면 어쩌면 키메라 제조도...”

    “아뇨, 그것과 이건 좀 경우가 달라서... 키메라화 스킬은 영감님 말씀대로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흠...”

    아린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턱을 문질렀다.

    하기야 될 리가 있겠는가. 본인인 자신조차도 이해가 안 되는데.

    유세현은 생각에 잠긴 아린을 뒤로한 채 마법을 거두고는 검을 꺼냈다.

    사실 지금까지 했던 모든 시험은 그냥 한 번 해본 부가적인 것이었고 그가 진정으로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었다.

    유세현은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지금까지 그는 어둠의 마력을 스킬의 파괴력을 증폭하는 용도로만 써오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권능을 수발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지금이라면...

    ‘권능을 무공에 담는다.’

    눈을 빛낸 유세현이 검을 쓱 그었다.

    천마광룡참은 공간을 자르며 조용하게 시체를 향해 날아갔다.

    그것을 본 아린은 고개를 순간 갸웃거렸다.

    ‘음? 저건 분명 천마신공 중 하나인 천마광룡참... 왜 저걸 사체에게...’

    그렇게 천마광룡참이 사체를 가르고 지나간 순간이었다.

    솨아아아-

    잘린 단면으로부터 어둠이 새어나와 사체를 뒤덮었다.

    사체는 순식간에 썩어 바스러졌다.

    ‘성공이다.’

    유세현의 입가가 씩 올라가는 반면, 아린의 눈은 깜짝 놀라 토끼처럼 동그랗게 변했다.

    “자, 자네...”

    “후...”

    유세현은 숨을 길게 내쉬어 호흡을 골랐다.

    성공하긴 했다만, 권능을 무공에 담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정신력을 많이 잡아먹었다.

    ‘아직 많이 사용하긴 힘들겠군.’

    유세현은 스테이터스 창을 켰다.

    이름: [유세현]

    성별: [남]

    나이: [33]

    키: [181cm]

    체중: [75kg]

    <주요스텟>

    힘: 38.9% [SSS Rank]

    민첩: 36.1% [SSS Rank]

    체력: 25.2% [SSS Rank]

    내구력: 26.4% [SSS Rank]

    어둠의 마력: 34.8% [SSS Rank]

    <저항력>

    물리저항: 16.3% [SSS Rank]

    마력저항: 10.2% [SSS Rank]

    <속성저항>

    화: 62.2% [SS Rank]

    수: 60.8% [SS Rank]

    풍: 43.3% [SS Rank]

    독: 79.8% [SS Rank]

    냉기: 52.7% [SS Rank]

    어둠: 100% [SSS Rank]

    <스킬>

    암흑투기 [에픽]

    언데드 레이즈 [에픽]

    키메라 제조술 [에픽]

    마족화 [에픽]

    천마신공(天魔神功) [에픽 SSS Rank][평균 숙련도: 99%]

    <고유특성>

    새크리파이스(sacrifice)

    <특수특성>

    진(眞)마(魔)

    일반적인 드래곤들의 평균 기본 스탯은 SSS랭크 5~20% 사이.

    그렇기에 그가 지니고 있는 스탯은 드래곤들조차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의 엄청난 스탯이었으나, 유세현은 스탯 부문에는 일말의 눈길도 주지 않았다.

    그가 눈길을 멈춘 곳은 스킬 부문, 천마신공이 적혀있는 부분이었다.

    천마신공(天魔神功) [에픽 SSS Rank][평균 숙련도: 99%]

    평균 숙련도 99%.

    1%를 더 올려 100%를 만든다면 권능의 힘을 훨씬 매끄럽게 담는 게 가능할 터인데.

    아니, 단순히 그뿐만 아니라 천마신공은 그 이상의 무엇인가로 진화하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일반적인 무공조차도 숙련도 100%가 되면, 이전까진 없던 특수한 힘을 발현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유세현은 1%가 더욱 아쉽기 그지없었다.

    “후우...”

    그가 스테이터스 창을 끄자 잠시 지켜보고 있던 아린이 비로소 입 열어 말했다.

    “대단하구먼... 무공에 다른 힘을 접목시키다니.”

    유세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대단하신 분은 제가 아니라 영감님입니다.”

    전투에 큰 재능이 없어서, 싸울 때 큰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을 뿐 지금까지 아린이 이룬 위업은 한둘이 아니었다.

    마법사들을 양성해 전술의 폭을 크게 넓혔고, 엘프나 드래곤 등등 대리자들의 기반 스킬이 되는 마법을 분석해 파훼법을 알려줌으로써 불가능할 것 같은 대처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특유의 편안한 화법으로 피폐해진 사람들의 정신을 케어해주기까지 했다.

    시간이 흘러 따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현재, 그는 이제 이 인간진형에 있어서 더는 없어선 안 될 인물이었다.

    아린이 온화한 미소를 보였다.

    “후후후, 여전히 겸손하구먼 자넨.”

    “......”

    “아, 혹시 방금 전 그것으로 이곳에서 할 일은 전부 다 마친 겐가?”

    “예, 일단은 그렇습니다만.”

    유세현은 추가로 운기조식을 하며 무공 수련을 할 생각이었다.

    운기조식은 육체의 회복에도 많은 도움이 되니까.

    “아, 그렇다면 혹시 잠깐 내 무공 좀 봐줄 수 없겠나? 도통 숙련도가 안 올라서 말이네.”

    과거의 유세현이었다면 단칼에 거절했을 부탁이었다.

    충고를 한다는 것은 상대방에게 관여하는 행위.

    그럴 의도가 없을지언정 행여나 상대방이 불쾌하게 느껴, 추후 혹시 모를 불화가 일어날 수 있는 탓이었다.

    이강호나 김주희처럼 사적인 대화를 많이 나눈 사이라면 몰라도... 아린은 그와 일면식이 있었고 공적으로 대화도 자주하는 사이였지만, 사적인 대화는 잘 하지 않는 사이였다.

    유세현이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피해 다녔다.

    게다가 지금 그에겐 타인의 수련을 봐주는 것보다도 1%에 대한 가능성을 찾는 것이 훨씬 중요 사안이었다.

    그러나.

    “흠... 잠시라면 뭐...”

    “오, 정말인가? 고맙네!”

    처음 있는 일에 아린이 잔뜩 기뻐하며 유세현의 왼쪽 손을 와락 붙잡았다.

    “그럼 한 번 봐주게나!”

    이윽고 그는 이글이글 열기를 띄며 초식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를 무공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여기가 좀 걸리는데 말일세.”

    유세현은 이에 느끼는 바를 솔직히 말해주며 꼼꼼히 짚어주었다.

    “음. 베는 깊이가 좀 얕은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검법을 만든 자는 그렇게 얕게 베려는 의도로 초식을 만든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깊게...”

    그는 시험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에 아린이 유세현을 보며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변했구먼...’

    예전에 비해 뭔가 조금 밝아지고 살가워진 느낌.

    ‘하지만...’

    왜일까?

    그는 그때의 유세현보다도 지금이 뭔가 더 단단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전의 유세현이 사철을 압착하여 억지로 만든 것 같은 강철이었다면, 지금은 원래부터 강한 순수한 강철 같은 느낌.

    “이것도 좀 봐주게나.”

    그날 아린은 평소 지지부진하던 무공의 숙련도를 무려 10%나 올릴 수 있었다.

    * * *

    퇴각한 블랙 드래곤의 임시 진형.

    “......”

    골드의 알리크스, 실버의 실라우벨, 그린의 에르비아크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모두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둡기 그지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 퀘루안이 사망했다고?”

    경상 혹은 잘해봐야 중상을 입었을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퀘루안의 사망소식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드라프나우어의 물음에 라플라스가 고개를 숙인 채 답했다.

    “예, 그렇습니다. 사망한 것을 레드 드래곤 게르테르가 발견 했습니다.”

    “흠...”

    알리크스, 실라우벨 등등 많은 이들이 팔짱을 낀 채 짧게 감탄사를 토해냈다.

    말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들은 이 상황에 저마다 큰 의구심을 품고 있었다.

    ‘그 퀘루안이 이렇게 허무하게?’

    ‘아무리 봐도 죽을 정도는 아니였는데...’

    ‘추가로 당한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고서는 말이 안 돼.’

    ‘하지만 어떻게 그 상황에서? 말이 안 된다. 놈은 기척제거 고유특성을 지니고 있어. 그 상황에서 발각 될 리가 없다. 아니 설사 발각이 되었다 하더라도...’

    ‘제일 처음 나타난 불타는 인간은 동료를 구하느라 퀘루안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렇다면 혹시 다른 인간이?’

    드래곤들은 머리가 기본적으로 비상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몇 분 몇 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드래곤 중에서도 지능이 제일 뛰어난 골드의 알리크스가 이내 결론이 섰는지 조심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로드시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퀘루안이 인간들에게 당했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

    그 말에 분위기가 한층 무겁게 내려앉았다.

    당연한 것이었다.

    알리크스가 현재 말하는 바의 의미는...

    “알리크스, 그 말인즉슨 내부에 배신자가 존재한다는 게냐?”

    “인정하긴 싫지만. 솔직히 그렇게 사료됩니다.”

    “흠... 인간 측의 유능한 암살자가 그랬을 수도 있지 않느냐. 에르비아크가 일전에 거론했던.”

    “그림자에 숨을 수 있는 암살자 말씀이십니까? 물론 그 가능성을 고려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나 아니라는 결론이 섰습니다.”

    알리크스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그가 흩뿌린 마력은 곧 정형화되어 전장의 상황을 대략적으로 구현해냈다.

    “보면 아시겠지만 이게 우리 쪽이고 이것이 인간들입니다.”

    “...계속해 보거라.”

    “인간들은 보시는 바와 같이 궁지에 몰려있었습니다. 도주하기 위해 퇴로를 뚫고 있었죠. 그 와중에 놈이 등장합니다. 흑암까지 사용할 수 있는 게 관측되었으니 놈을 지금부터 마왕이라고 칭하겠습니다.”

    마왕, 그 말이 알리크스의 입에서 삐져나오자 일순간 방안의 공기가 흔들렸다.

    당시 유세현의 존재감은 그 정도였다.

    신의 회랑으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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